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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414화 (412/1,050)

413화

차달자는 자신을 따라 지금까지 남은 귀신들과 손을 잡은 채 이 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엄마하고 이렇게 말하고 서로 보니까 너무 좋아요.”

“사장님하고 다시 이렇게 마주 볼 수 있게 될 줄은 몰랐습니 다.”

“그러게 말이야. 하하하! 너무 좋아.”

귀신들이 좋아하는 것에 차달자 도 웃으며 말했다.

“나도 이렇게 여러분들과 손을 다시 잡을 날이 올 줄 몰랐어요. 저도…… 너무 좋아요.”

차달자와 귀신들이 이야기를 나 눌 때, 강진은 신수호와 이야기 를 나누고 있었다.

“이목한 어르신은 잘 지내세 요?”

패륜적인 자식들 때문에 신수호

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이목한을 떠올리며 묻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 일 잘하더군요.”

“그래요?”

“건축하고 토목 쪽에 지식이 있 어서 그쪽 사건 조사하고 있습니 다.”

“전공 살려서 일을 하시다니, 잘 지내시는 모양이네요.”

신수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 달자를 보았다.

“그런데 이모님은 어떻게 모신 것입니까?”

“그렇지 않아도 이야기를 하려 고 했습니다.”

영양사는 나쁜 사람이었다. 그 녀는 급식 시설에서 식생활의 영 양을 책임지는, 식당으로 따지면 총 셰프 격인 존재다.

그런 사람이 직원 수당이나 뜯 고…… 다른 선량한 영양사들을 욕 먹이고 있었다.

죽으면 그것이 다 죄가 되겠지

만, 이승에도 크게 혼이 나야 할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승에서 혼이 나야 더 이상 죄를 쌓지 않을 테고 저승 에서 받을 죗값을 더 쌓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넘어갔다가 또 차달자처 럼 착하기만 한 사람 등쳐먹으면 그것이 다 죄가 되니 말이다.

어찌 보면 벌을 주는 것이 아니 라 영양사를 도와주는 것일 수도 있다.

차달자가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 하자, 신수호가 굳은 얼굴로 차 달자를 한 번 보았다.

차달자는 귀신들과 여전히 웃으 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십 몇 년 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 가 많은 것이다.

그런 차달자를 보던 신수호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알아본다고 했으

니 영양사는 고생 좀 할 것이다.

아니, 감옥을 갈 수도 있고 말 이다. 어쨌든 신수호가 알아서 할 것이다.

신수호를 보던 강진이 말했다.

“사람이 죽으면 저승에서 그가 지은 죄를 모두 심판 받고 벌을 받는다고 하지만…… 이승에서 지은 죄는 이승에서도 처벌을 받 아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건 최호철이 평소 하는 생각 이었다. 자신이 귀신이 됐으니

나쁜 놈은 저승에서 벌을 받는다 는 것을 안다.

하지만 최호철은 이승에서 죄 지은 놈은 이승에서 벌을 받아야 한다 말하곤 했다.

그래야 피해자들의 마음의 상처 가 조금은 줄어들 테니 말이다.

그 때문에 귀신의 몸으로 임상 옥 교수와 함께 미제 사건들 수 사하러 돌아다니는 것이기도 하 고 말이다.

강진의 말에 신수호가 그를 보

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때, 문이 열렸다.

띠링!

“이모!”

활짝 웃으며 들어오는 신수조와 신수용, 신수귀를 본 차달자가 미소를 지었다.

“왔니?”

“정말 오랜만이에요.”

신수조가 활짝 웃으며 차달자에

게 다가오다가 차연미에게 고개 를 숙였다.

“언니 오랜만이에요.”

“그래, 조야. 오랜만이네.”

웃으며 형제들이 차달자와 귀신 들에게 인사를 나누는 것에 강진 이 의아한 둣 말했다.

“어떻게 다들?”

“큰오빠가 연락을 해 줬어요.”

“아……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신수

조가 들고 온 쇼핑백을 내밀었 다.

“문이요.”

신수조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쇼핑백을 보았다.

“문......" 요?”

신수조가 들고 온 쇼핑백이 보 통 것보다 크기는 하지만 문이 들어갈 사이즈는 절대 아니었다.

그에 강진이 의아해할 때 신수 조가 쇼핑백을 열었다.

“진짜로 사용할 것도 아니고 JS 갈 때만 사용할 거잖아요.”

“그렇죠.”

“그럼 일반 사이즈로 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작게 만들어 왔 어요. 강진 씨 몸만 어떻게든 들 어가면 되는 것 아니겠어요?”

“그야 그렇죠.”

신수조가 쇼핑백에서 장기판처 럼 접혀 있는 나무 판을 꺼냈다.

“급하게 만드느라 리스 칠을 못 했어요. 시간 날 때 리스 칠만

하면 깔끔할 거예요.”

말을 하며 신수조가 장기판 펼 치듯이 나무 판을 펼쳤다. 작고 투박한 모습이지만 확실히 문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리스 칠이 안 되어 있지 만 사포질은 많이 해 놓은 듯 매 끄러운 결을 가지고 있었다.

신수조가 쇼핑백에서 손잡이를 꺼내서는 빙글빙글 돌리며 꽂았 다.

그러고는 일어나 어떠냐는 듯

보자 강진이 말했다.

“근데 문 사이즈가 JS 것과 차 이가 나는데 괜찮은 겁니까?”

바닥에 놓인 문은 일반 문의 3 분의 1 정도의 크기였다. 으로 통하는 문이 일반적 크기의 문인 만큼 확실히 크기 차이가 많이 났다.

“문 사이즈는 상관없어요. 땅으 로 통하는 곳에 있는 문이기만 하면 되니까요. 그리고 제가 이 미 시험해 봤어요.”

신수조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수조가 이미 시험을 해 봤다면 성능은 문제없을 것이 다.

“보관하기 편하게 작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그러고는 신수조가 피식 웃었 다.

“이런 생각을 진작 했으면 엄마 도 JS 갈 때 편했을 텐데.”

신수조의 말에 그녀를 보던 강

진이 힐끗 시간을 보았다. 벌써 5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다들 식사하시고 가실 거죠?”

“온 김에 하고 가야죠.”

신수조의 말에 강진이 문을 접 어서는 쇼핑백에 담은 뒤 몸을 일으켰다.

“식사 뭐로 하고 싶으세요?”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슬며시 말했다.

“저기 사장님.”

“네?”

“제가 해도 될까요?”

“사장님이 요?”

“네.”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세요. 들어오세요. 제 가 주방 살림 알려 드릴게요.”

차달자가 주방으로 들어가자 이 호남이 슬며시 그 뒤를 따라 들 어갔다.

“실례가 안 되면 저도 같이 해 도 되겠습니까?”

“요리사라고 하셨지요?”

강진의 말에 이호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같이 하시죠.”

말을 하며 강진이 고무장갑을 내밀었다. 그에 이호남이 환하게 웃으며 고무장갑을 받아 손에 끼 었다.

“이게 얼마 만에 요리하는 건 지……

환하게 웃으며 고무장갑의 감촉 을 느끼는 이호남을 보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이분도 천생 요리사이시네.’

요리사는 요리를 할 때 가장 큰 행복함을 느낀다. 그 또한 요리 사인 만큼 그동안 요리를 하지 못하다가 하게 되어 감회가 새로 운 듯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주방의 재료

들과 기구들의 위치를 알려주고 는 말했다.

“저는 이만 빠지겠습니다.”

“사장님 주방인데……

“오늘부터는 두 분의 주방이기 도 하죠.”

“미안해서 어쩌지요?”

이호남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그러고는 주방을 나서려던 강진

이 슬며시 이호남에게 말했다.

“저기.”

이호남이 보자 강진이 작은 목 소리로 말했다.

“밖에 있는 우리 주방장이 음식 에 대한 자존심이 좀 있습니다.”

강진의 말에 이호남이 웃었다.

“요리사라면 자신의 음식에 자 존심이 있어야죠.”

“그래서 말인데요. 저 녀석이 우쭈쭈 해 주면 좋아합니다. 혹

시 같이 일하시다가 마음에 안 드시는 부분이 있더라도 봐 주시 고, 적당히 칭찬 좀 해 주세요.”

삼다식당에서 묘하게 음식 자존 심을 세우던 배용수를 보니, 이 호남과 혹시 잘못 지낼까 싶어 미리 양해를 구하는 것이다.

강진의 말에 이호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따지고 보면 살아서도 죽어서 도 제가 밖에 있는 친구보다는 요리사 선배겠지만…… 여기 주 방에서는 저 친구가 제 선배이니

선배 대접을 하겠습니다.”

“그럼 감사하겠습니다.”

감사 인사를 한 강진이 주방을 나서자 이호남이 그를 보다가 차 달자를 보았다.

“사장님, 오랜만에 저희 둘이 음식을 하겠네요.”

“맛있게 해 보자고.”

이호남의 말에 차달자가 미소를 지으며 파를 꺼내서는 썰기 시작 했다.

스륵! 스륵!

그 모습에 이호남이 미소를 지 었다. 차달자가 파를 써는 것만 봐도 그녀가 무슨 음식을 하려는 지 감이 왔다.

그에 이호남이 일단 쌀을 꺼내 씻기 시작했다.

주방에서 나온 강진에게 배용수 가 물었다.

“두 분이서 하시는 거야?”

“정말 오랜만에 음식 하시는 거 니까 자리 비워 드렸어.”

“잘 했다. 이호남 씨 얼마나 요 리가 하고 싶었겠어.”

자신도 이호남과 같았기에 그 마음을 잘 이해하는 것이다. 그 런 배용수를 보던 강진이 슬며시 말했다.

“그리고……

강진이 말끝을 흐리자 배용수가 뭐냐는 듯 그를 보았다. 그 시선 을 받으며 강진이 작게 말했다.

“본의 아니게 주방에 요리사가 두 분 더 오셨잖아.”

“그런데?”

“혹시 요리사가 더 와서 네가 싫어하지 않을까 해서.”

“내가? 내가 왜 싫어해?”

“너 요리하는 것 좋아하잖아. 요리사가 두 분 더 오셔서 네가 할 요리가 줄어들 텐데…… 괜찮 겠어?”

강진이 조금 마음에 걸리는 것 이 이것이었다. 혹시 배용수가

싫어하지 않을까 하는 것 말이 다.

어떻게 보면 주방은 배용수와 강진의 공간인데 그곳에 새로운 두 사람이 들어온 것이니 말이 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피식 웃 었다.

“내가 요리하는 걸 좋아하기는 하지.”

“괜찮겠어?”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지.”

“그래?”

“당연하지. 요리하는 게 아무리 좋다고 해도 귀찮지 않을 정도로 하는 것이 좋지, 하루 종일 음식 하면 나라고 해도 귀찮다.”

“아…… 일이 많았어?”

“그럼 당연하지. 그동안 내가 말은 안 했지만, 너 악덕 업주 야.”

“내가?”

“내가 사람이었으면 너 이미 내 가 고소미 먹였어.”

“그 정도였어?’’

강진이 당황스러운 듯 하는 말 에 배용수가 웃었다.

“말이 그렇다는 거고…… 주방 식구 늘어서 한가해지면 나야 좋 지. 새로운 요리 연구도 할 수 있을 테고……

배용수가 주방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배울 것도 있을 테고.”

그 말에 강진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잘 됐다.”

“그리고 너무 신경 쓰지 마. 나 야 여기 일하는 직원인데 사장이 뭘 직원 눈치까지 보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 어깨를 손으로 잡았다.

“넌 내 직원이 아니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피식 웃

었다.

‘가족이라는 건……

직원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느낌 에 배용수가 웃을 때, 강진이 말 했다.

“넌 내 마누라잖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눈을 찡 그렸다.

“미친놈.”

“흐! 좋으면서.”

웃으며 배용수의 어깨를 툭 친

강진이 자리에 앉으려 할 때, 신 수호가 말했다.

“이강진 씨.”

신수호의 부름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그에 신수호가 앞자리를 가리키자 강진이 앞에 앉았다.

“앞으로 이모님과 같이 영업을 하실 겁니까?”

“그러려고 합니다.”

강진의 답에 신수호가 잠시 생 각을 하다가 말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신수호가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 는 것에 강진이 놀라 급히 고개 를 숙였다.

“이모님께서는 힘든 시기를 겪 으셨습니다.”

“이야기 들었습니다.”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신 수호가 주방을 보았다. 뭔가 더 말을 할 것 같지 않자 강진이 여 자 귀신들을 보았다.

“앞으로 여기 있는 분들과 같이

일을 할 겁니다.”

정식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 만 나누는 대화를 통해 알고 있 었기에 여자 귀신들이 고개를 끄 덕였다.

“최훈 씨와 선주 씨가 있던 때 와 비슷하다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네.”

“인사는 이따가 정식으로 하고, 저녁 영업시간 때 한잔하면서 새 직원분들하고 인사들 나누도록

하세요.”

여자 귀신들에게 이야기를 한 강진이 쇼핑백을 들고는 뒷문으 로 향했다.

쇼핑백에서 문을 꺼낸 강진이 바닥에 놓고는 대충 크기를 보았 다.

‘여기다 놓고 쓰면 되겠다.’

문을 이리저리 보며 확인하던 다시 쇼핑백에 담아서는 벽에 세 워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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