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417화 (415/1,050)

416화

강진의 말에 영양사가 잠시 머 뭇거리다가 차달자를 보았다.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영양사의 말에 차달자가 그녀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내가 미안해요.”

차달자의 미안하다는 말은 자기 때문에 그녀가 받을 저승의 죗값 에 대한 사과였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모르는 영 양사는 입술을 깨물었다. 잘못한 것은 자신인데…… 차달자가 사 과를 하니 말이다.

잠시 있던 영양사가 고개를 깊 숙이 숙였다.

“정말…… 그동안 고마웠습니 다. 그리고…… 정말 죄송합니 다.”

영양사의 사과에 차달자가 웃으 며 고개를 저었다.

“잘 지내요. 그리고 수정 엄마

하고 장성 엄마한테 내가 미안하 다고 전해 주고요.”

“잘 지내세요.”

영양사가 급히 몸을 돌려 가는 것에 차달자가 배웅을 해 주었 다.

영양사를 배웅하고 오는 차달자 를 보며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끝까지 돈을 돌려준다는 말은 안 하네요.”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한숨을 쉬었다.

“처음에는 착했던 분인데……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잠시 그 녀를 보다가 말했다.

“정말 이게 사람인가 싶을 정도 로 나쁜 놈 몇 빼고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착해요. 그런데 호의 로 계속 잘해주고 배려를 해 주 면…… 어느 순간 선을 넘어요. 여기까지는 해도 되는구나, 여기 서 좀 더 넘어가도 되나? 되네? 조금 더 넘어갈까?”

강진이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 었다.

“휴우! 이런 식으로 바보같이 계속 선을 넘죠. 그 선을 잘못 넘으면 어떤 사고가 날지도 모르 면서요.”

강진의 말에 이호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운전도 똑같죠. 차선만 잘 지 키고 상대를 배려하면 사고가 나 지 않는데…… 왜 이리들 선을 넘고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지.

= I”

작게 혀를 차는 이호남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이 정한 선을 넘으려 할 땐 막을 줄도 알 아야 합니다. 이러면 안 되는 데…… 착하기만 해서는 살기 참 어려운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착한 것이 무슨 죄인가요. 착 한 사람 등쳐 먹는 사람들이 나 쁜 놈들이지.”

“그거야 당연한데……

말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 다. 착한 사람이 잘 사는 세상이 어야 하는데…… 오히려 착한 사 람을 호구로 보고 등쳐 먹는 세

상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고개를 젓는 강진올 보며 차달 자가 그의 손을 잡았다.

“사장님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지 알겠어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됐습니다.”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시간을 보고는 말했다.

“가게를 갔으면 하는데……

“벌써요?”

“제가 할 음식이 있어서요. 시 간이 걸리는 음식이라 지금 가야 할 것 같아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방에서 나는 달그락거리는 소 리에 강진과 배용수가 그쪽을 힐

끗 보았다.

“음식 뭐 하신대?”

“모르겠네.”

지금 주방에서는 차달자 혼자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원래는 강진과 배용수가 같이 하려고 했 는데, 그녀가 오늘 저승식당 음 식은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해서 자리를 비워 준 것이다.

강진이 주방에서 새어 나오는 냄새를 맡다가 말했다.

“육수를 하시는 것 같기도 하

고…… 좀 매콤한 냄새도 나는 것도 같고.”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주방을 보다가 말했다.

“느낌은 육개장 하시는 것 같은 데?”

“그런 것 같•지?”

강진도 동감이라는 듯 주방을 보았다. 주방에서 나는 냄새와 느낌이 육개장 같았다.

아니면 육개장과 비슷한 요리거 나 말이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차달자가 국그릇을 들고 나왔다.

“맛 좀 봐 주세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국그릇을 보았다. 그릇에는 예상대로 육개 장이 담겨 있었다.

그것도 파가 엄청 크게 들어 있 는 육개장이었다.

“파가 많이 들어 있네요?”

“파 싫어하세요?”

“아뇨. 좋아합니다.”

“파를 많이 넣고 끓이면 국물이 개운하고 좋거든요.”

차달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수저로 국물을 떠서 먹고 는 미소를 지었다.

“정말 개운하네요.”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미소를 지었다.

“입에 맞으세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주 이태문 어르신의 육개장

하고는 또 다른 매력이 있네요.”

“태문 오빠를 알아요?”

“몇 번 뵌 적이 있습니다.”

“태문 오빠는 잘 지내나요?”

차달자의 말에 잠시 멈칫했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곳에서 잘 지내실 겁니 다.”

좋은 곳이라는 말에 차달자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아……

무슨 의미인지 안 것이다. 그런 차달자를 보던 강진이 육개장을 한 숟갈 더 떠먹고는 고개를 끄 덕였다.

“깔끔한 맛이 좋네요.”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미소를 지었다.

“태문 오빠 육개장이 진하고 얼 큰한 맛이라면, 제가 만드는 육 개장은 깔끔하면서 매콤한 맛이 에요.”

“그런 것 같습니다. 맛이 좋습

니다.”

이태문의 것이 진한 곰탕과 같 은 육개장이라면, 차달자의 것은 조금은 가볍지만 개운한 맛이었 다.

둘 다 각자의 장점이 있어 우열 을 가릴 필요 없는 훌륭한 맛이 었다.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환하게 미소를 지을 때, 배용수가 시간 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귀신들한테 메뉴 받는다.”

w o ”

흐.

배용수가 가게 문을 뚫고 나가 서는 기다리고 있는 귀신들에게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화아악! 화아악!

가게에 귀신들이 하나둘씩 들어 오며 현신을 하기 시작했다. 그 런 귀신들에게 일일이 고개를 숙 여 인사를 하던 차달자가 미소를 지었다.

화아악!

이 순간을 즐기는 것처럼 밝은 얼굴로 하나둘씩 들어오는 자신 의 직원들, 아니 가족들을 본 것 이다. 차달자의 뒤에 있던 강진 도 그들을 보고 있었다.

가장 먼저 들어온 차연미는 무 척 아름다운 아가씨였다. 조금 옛날 풍의 화장과 옷이었지만, 그래도 피부가 깨끗하고 미소가 아름다운 미인이었다.

뒤이어 들어온 이호남은 이목구 비가 뚜렷한 청년이었으며 변대 두는 인자하게 생긴 할아버지였

다.

강진이 그들을 볼 때, 차달자가 가족들의 손을 잡았다.

“이렇게 보니…… 너무 좋네.”

귀신으로서는 아까 봤지만, 이 렇게 현신을 한 상태로 보니 느 낌이 더 각별했다.

“엄마, 나도 너무 좋아요.”

“사장님을 이렇게 보고 있으니 너무 좋습니다.”

“하하하! 이거 다들 왜 이리 서

있어. 자, 앉자고. 천장 안 무너 져.”

변대두의 농에 차달자가 웃으며 자리를 가리켰다.

“자, 앉아.”

차달자가 미리 잡아 놓은 자리 에 그들이 앉았다. 한자리에 모 여앉은 그들의 모습을 푸근한 얼 굴로 보던 차달자가 비어 있는 옆 테이블을 보았다.

옆 테이블에도 음식들이 있었는 데 아직 귀신들이 자리하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그 자리를 보며 차달자가 입을 열었다.

“고현정, 고현정, 고현정.”

이름을 부른 차달자가 잠시 앞 을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승천하셨네요. 잘 됐어요.”

자신의 부름에 응하지 않는 귀 신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던 차달 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김동현, 김동현, 김동현.”

역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차 달자가 흐뭇한 얼굴로 자신과 친 한 귀신들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 했다.

그 모습에 강진이 비어 있는 자 리를 보았다.

‘왜 테이블을 두 개나 잡으셨나 했더니…… 알던 귀신들을 모시 려고 한 거였구나.’

차달자가 테이블을 두 개 잡아 놓은 이유를 알게 된 강진이 고 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 귀신들의 이름을 연신 부르던 차달자가 옅은 미소를 지 었다. 어딘가 조금 슬퍼 보이는 그녀의 미소에 강진이 조심스레 물었다.

“아무도 안 오세요?”

그에 차달자가 고개를 끄덕였 다.

“다들…… 승천을 한 모양이에 요. 정말 다행이에요.”

15년 만에 인사를 나누고 싶었 는데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이다.

끝내 보지 못하고 떠나보낸 아 쉬움과 그들이 승천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이 그녀의 마음속에 서 교차했다.

만감이 어린 눈으로 식탁을 보 는 차달자를 보던 강진이 웃으며 자리를 가리켰다.

“아쉽지만 그래도 다들 좋은 곳 으로 가셨을 겁니다. 식사하세 요.”

“저는 일을 해야죠.”

“오늘은 쉬면서 하세요.”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차연미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강진이 빈 자리에 앉으려 할 때, 배용수가 흠칫 놀란 눈으로 문을 보았다.

“보스 처녀 귀신 온다.”

“소희 아가씨?”

“지금 온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카운터에 있는 향수를 꺼내러 갈 때, 차달 자가 그를 보았다.

“소희 아가씨가 오시는 건가 요?”

“소희 아가씨 아세요?”

“그럼요. 저희 가게에도 자주 오시는 단골이셨죠.”

차달자의 말에 차연미를 비롯한 일행이 눈을 찡그렸다.

“소희 아가씨 오면 우린 다 나 가야겠네요.”

말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던 차연미가 의아한 듯 주위를 둘러 보았다.

처녀 귀신이 온다고 하는데도 다른 귀신들이 꼼짝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자신처럼 두려움에 몸을 떨면서 도 일어나지 않는 귀신들의 모습 에 차연미가 의아한 듯 그들을 보았다.

“처녀 귀신 오는데 왜 안 가 요?”

차연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카운터에서 향수를 꺼내 들어 보 였다.

“오에서 귀기를 지울 때 쓰는 향수가 있거든요. 힘드셔도 조금

만 참고 계세요.”

말을 하며 강진이 문을 열고는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한쪽에서 사람들이 갈라 지며 김소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아가씨 정도 되면 바로 입구에 나타날 수 있는 것 아닌 가?’

처녀 귀신들은 축지법을 사용한 다. 먼 거리를 한 번에 이동하는 그런 기술 말이다.

그럼 저렇게 사람들을 가르며 걸어올 것이 아니라 곧장 가게 앞에 나타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김소 희가 다가와서는 양손을 좌우로 펼쳤다.

그에 강진이 그녀의 주위로 향 수를 뿌렸다.

스르륵!

향수를 뿌리자 김소희가 가볍게 한 바퀴 돌고는 자신의 옷매무새

를 다듬었다.

“오셨습니까?”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통영은 좋으셨습니까?”

“통영은 늘 좋지. 자네도 한 번 가 보게나. 볼 것도 많지만…… 음식도 맛이 좋지.”

“통영에서 음식 많이 드셨어 요?”

통영에서 누가 음식을 줬나 싶

을 때,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 다.

“나를 믿는 처녀 보살 한 명이 이것저것 해 주더군.”

“아…… 아가씨를 모시는 보살 님이 계시군요.”

“가여운 아이지. 어여쁜 아이인 데 괜히 신을 모시는 팔자를 타 고 나서……

무당의 신세를 가엾어하는 김소 희를 보던 강진이 문을 열었다.

“들어가시지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 다.

스윽!

김소희가 들어오자 문 앞에서 서 있던 차달자가 양손을 앞으로 모은 채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아가씨를 뵙습니다.”

차달자의 공손한 인사에 김소희 가 그녀를 보다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고생하였네.”

김소희의 말에 차달자의 몸이 작게 흔들렸다. 김소희의 한 마 디가…… 가슴에 깊이 와 닿았 다.

차달자가 눈시울을 붉히다 이내 눈물을 홀리자, 김소희가 작게 한숨을 쉬고는 그녀의 어깨를 양 손을 감쌌다.

“내 가끔 자네를 들여다보았 네.”

“저를요?”

놀란 듯한 차달자의 말에 김소

희가 손으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며 말했다.

“내 자네에게 얻어먹은 밥이 몇 끼인데 자네를 잊겠는가.”

“아……

작게 탄식을 토하는 차달자를 보며 김소희가 옅은 미소를 머금 은 채 연신 눈물을 닦아주었다.

“내 자네의 기운이 이곳에서 느 껴져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르 네.”

“저를…… 보러 오신 건가요?”

“자네가 이곳에 왔으니 내 자네 를 반겨 줘야 하지 않겠는가?”

김소희의 말에 차달자가 미소를 지었다.

“반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차달자의 미소에 김소희가 부드 럽게 그녀를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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