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425화 (423/1,050)

424화

자리에 앉은 승무원들이 가게를 둘러보며 작게 이야기를 나눴다.

“생각보다 식당이 작네.”

“그러게요. 논현에 있다고 해서 좀 클 줄 알았는데.”

“작아도 논현역 인근에 있어 서…… 좀 나갈걸.”

“자가인가?”

자리에 앉은 후배들이 가게를

보며 작게 속삭이는 것에 김승희 가 고개를 저었다.

“밥 먹으러 왔지, 가게 품평하 러 왔어?”

“그냥 보는 거죠.”

그러고는 옆에 있던 후배가 작 게 말했다.

“아는 오빠가 증권가에 있는데 요. 그 오빠 말이 황민성이 정말 대단한 사람이래요. 그런 사람하 고 같이 다니는 사람이니 여기 사장님도 대단할 거예요.”

후배가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사이, 강진이 물을 가지고 다가 왔다.

“제주도에서 보고 제 가게에서 또 보니 더 반갑네요.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진의 말에 김승희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 쉬는 날이라 애들하고 강 남 왔다가 생각이 나서 왔어요.”

“잘 오셨어요.”

강진의 말에 후배 한 명이 웃으

며 말했다.

“블로그 보니까, 점심에는 바빠 서 음식이 정해져 있다고 하더라 고요?”

“맞습니다. 점심에는 직장인 손 님들이 많이 찾아 주셔서 음식을 정해서 팔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가해지면 손님이 먹 고 싶은 것 해 준다고 해서 지금 왔어요.”

후배 승무원의 말에 강진이 웃 었다.

“저희 가게 조사 많이 해 오셨 나 봐요.”

“제가 맛집 찾아다니는 것 좋아 하거든요.”

승무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저희 가게를 조사하 시고 오셨으니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겠네요.”

말을 하며 가볍게 웃은 강진이 물었다.

“그럼 어떤 음식을 드릴까요?”

강진의 말에 승무원이 웃으며 말했다.

“오색 찹스테이크하고 단호박 스테이크요. 여기 오면 그게 기 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럼 그걸로……

“아뇨. 일단 그거는 기본이고요. 저는 소금돼지볶음에 마늘 좀 많 이 넣어서 주세요.”

“나는 토마토 파스타요.”

한 승무원의 말에 다른 승무원 도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주문

했다. 주문을 적은 강진이 김승 희를 보았다.

“김승희 씨는 어떤 걸로 드릴까 요?”

“지금 주문한 것도 다 각각인 데……

“괜찮습니다. 왔는데 드시고 싶 은 걸로 드셔야죠.”

강진의 말에 김승희가 잠시 생 각을 하다가 말했다.

“혹시 콩나물밥 될까요?”

“콩나물밥요?”

“콩나물밥에 양념장 넣고 비벼 먹으면 맛있거든요.”

김승희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그럼 밥은 이걸로 통일해서 드 릴게요. 괜찮으시겠어요?”

강진의 말에 다른 승무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강진이 김승희를 보았다.

“그럼 밥은 이걸로 하고 음식

“저는 애들 먹는 것 좀 나눠 먹 을게요.”

“그러지 말고 언니도 먹고 싶은 걸로 하나 더 시켜요. 오늘은 제 가 살게요.”

후배 승무원의 말에 강진이 웃 으며 말했다.

“남이 사준다고 할 때 맛있는 것 먹어야죠. 뭐 드시고 싶으세 요?”

강진의 말에 김승희가 잠시 있 다가 말했다.

“그럼 계란찜하고 계란말이 먹 을게요. 제가 계란을 좋아하거든 요.”

“알겠습니다.”

옆에서 주문하는 것을 듣고 있 던 후배가 김승희를 보았다.

“뭐 좀 맛있는 것 드시지.”

“먹고 싶은 것이 맛있는 거지.”

김승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입니다. 나한테 맛있는

음식이 가장 맛있는 음식이죠.”

그러고는 강진이 음식을 하러 주방으로 들어갔다.

“메뉴 들어왔다.”

강진의 말에 주방 식구들이 다 가와서는 메뉴를 확인했다.

“찹 스테이크는 내가 할게요.”

배용수의 말에 차달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콩나물밥하고 계란찜, 계 란말이는 내가 할게요.”

이호남이 파스타를 하기로 하 자, 강진이 웃었다.

“그럼 저는 할 것이 없는데…… 이모님 계란말이는 제가 할까 요?”

“아니에요. 사장님은 점심때 바 쁘게 일하셨으니 좀 쉬세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사장은 좋은 거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옆으로 물러났다. 귀신 둘과 사람 한 명이 있는 주방은

복잡한 감이 있으니 자리를 비켜 주는 것이다.

그리고 차달자의 말대로 점심때 서빙하고 계산하고 손님 응대하 느라 가장 바쁘게 움직인 것도 사실이니 좀 쉬어도 될 듯싶었 다.

‘다과라도…… 아!’

다과를 낼까 생각을 하던 강진 이 미처 생각을 못 했다는 듯 홀 을 힐끗 보고는 벽에 기대고 있 는 차연미를 보았다.

“저 홀에 귀신 한 분 계시거든 요. 좀 모셔와 주실래요?”

강진의 말에 차연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홀로 나갔다. 그 모 습을 보며 강진이 차달자를 보았 다.

차달자는 콩나물을 다듬어 쌀에 올리고 있었다.

“이모님.”

강진의 부름에 차달자가 그를 보았다.

“JS 식재로 음식 하나 부탁드릴

게요.”

마음 같아서는 자신이 들어가서 하고 싶지만, 자리가 너무 부족 해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알겠어요.”

차달자가 다 씻은 쌀에 물을 붓 고는 불 위에 올렸다. 냄비 밥을 올린 차달자가 냉장고에서 JS 식 재를 꺼내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 다.

그 사이 주방으로 김승태가 들 어왔다.

“저 부르셨다고……

“식사하셔야죠.”

“아…… 감사합니다.”

김승태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조금 시간 걸리니 잠시만 기다 려주세요.”

“알겠습니다.”

김승태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저번에 동생이 삼다식당에 갔을 때 주방에서 따로 음식을 좀 먹 게 되었는데, 무척 맛있었던 것

이다.

그에 기대감을 가지고 주방을 보는 김승태를 보던 강진이 고개 를 돌렸다.

귀신 직원들이 뒷문으로 향하는 복도 쪽에 앉거나 서서 핸드폰과 태블릿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 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슬며시 변 대두의 옆에 다가갔다.

변대두는 오늘도 바둑을 두고 있었다.

“그런데 계속 두시네요?”

“할 것 뭐 없잖아.”

변대두가 화면을 유심히 보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 다.

‘하긴, 하는 것 없으시기는 하 지.’

다른 귀신들은 가게 일이라도 도와주는데, 변대두는 딱히 하는 일이 없었다.

그저 바둑을 두거나, 직원들과 잡담을 하는 것이 하루 일과였

다.

그런 변대두를 보던 강진이 화 면을 보았다.

“아마 4단이 되셨네요.”

강진의 말에 변대두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승률이 꽤 좋아.”

“질 때도 있으신가 봐요?”

“가끔 단에 안 맞는 애들과 붙 을 때가 있어. 방심을 하면 안 돼.”

“방심요?”

“신의국물이 그랬잖아. 단 생각 해서 두다 보니 실수한다고. 나 도 그렇더라고. 단 생각하지 말 고 최선을 다해 둬야 해.”

변대두는 스스로 잘한다고 한 만큼 바둑을 잘 두었다. 그래서 아마에서는 초반부터 몰아치면 학살이 되어 버렸다.

그럼 상대가 금방 돌을 던져 버 리고 말이다. 그래서 초반에 단 생각해서 적당히 두었는데 가끔 변대두처럼 게임 단과 상관없이

실력이 좋은 사람과 붙을 때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패배가 하나둘씩 생긴 것이다.

웃으며 말을 하던 변대두의 태 블릿에 채팅이 올라왔다.

〈신의국물님께서 대국을 신청했

습니다.〉

“신의국물이면 전에 그분?”

“가끔 두고 있는데 2승 1패야.”

“2승 1패요?”

"응."

흐.

“신의국물이 그래도 잘하시는 분인가 보네요.”

강진의 말에 변대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보기에는 이 녀석은 프로 야.”

“ 프로요?”

“나를 이길 실력이면 프로여야

지.”

변대두가 대국 신청을 승낙하고 는 채팅을 보냈다.

〈변어르신: 지금 하는 판 끝나 고 바로 합시다.〉

〈신의국물: 오늘은 제 아는 형 님이 대신 두실 겁니다. 어르신 하고 비슷한 또래이실 것 같아서 모셨어요.〉

〈변어르신: 그래요? 재밌겠네.〉

〈신의국물: 잘 두시는 분이니 전력을 다하셔야 할 겁니다.〉

〈변어르신: 하하하! 최선을 다 해서 두겠습니다.〉

그렇게 채팅을 마친 변대두가 빠르게 바둑을 두었다. 변대두가 빠르게 돌을 놓자, 상대가 잠시 후 돌을 던졌다.

상대가 돌을 던지자 수고했다는 채팅을 친 변대두가 신의국물과 함께 바둑을 두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주방을 보았다. 어느새 차달자가 만든 JS 음식을 김승태가 먹고 있었 다.

메뉴는 간단했다. 오에서 사 온 소시지에 즉석밥, 그리고 볶음김 치가 전부였다.

하지만 김승태는 맛있게 먹었 다. 귀신에게는 저승 음식이 가 장 맛있으니 말이다.

그런 김승태를 보며 강진이 웃 으며 말했다.

“맛 괜찮으세요?”

“맛있습니다.”

김승태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음식을 만드는 식구 들을 보았다.

차달자는 한 발 물러나서 이호 남과 배용수가 요리하는 것을 지 켜보고 있었다.

계란찜과 계란말이는 금방 만드 니 밥이 될 때쯤에 진행하면 되 는 것이다.

“용수 씨가 손이 참 빠르네.”

차달자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운암정에서 일을 했거든 요. 운암정 가 보셨어요?”

“예전 아버지 살아 계실 때 같 이 몇 번 가 본 적은 있지.”

차달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 다.

“그때는 김천만 숙수님이 계셨 는데.”

“김천만 숙수님이시면 지금 숙 수님의 아버님이신데. 아주 예전

에 가셨군요.”

그러다가 문득 배용수가 차달자 를 보았다.

“다음에 운암정 한 번 가세요.”

“운암정요?”

“운암정에서 맛있는 음식 드시 면 음식 공부도 되실 겁니다.”

배용수의 말에 차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새로운 음식은 계속 나 오니까요.”

“물론이죠.”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밥에서 고소한 향이 나기 시작하자, 차 달자가 계란을 꺼내 음식을 할 준비를 시작했다.

쟁반에 완성된 음식을 담은 강 진이 홀로 가지고 나왔다.

“식사 나왔습니다.”

쟁반을 탁자에 놓은 강진이 음 식들을 하나씩 놓았다.

“오색 찹 스테이크와 단호박 스 테이크입니다.”

“세상에, 색 너무 예쁘다.”

핸드폰을 꺼내드는 승무원들을 보며 강진이 음식들을 마저 놓았 다.

파스타와 소금돼지볶음, 거기에 김승희가 주문한 계란찜과 계란 말이 였다.

“계란말이 너무 예쁘다.”

“완전 맛있겠다.”

작게 썬 파와 당근이 박혀 있고 전체적인 모양도 예쁜 계란찜은 참 먹음직스러웠다.

“그리고 콩나물밥입니다. 달래 양념장에 비벼 드시면 됩니다.”

강진의 말에 승무원들이 입맛을 다시며 큰 국그릇에 담긴 콩나물 밥을 보았다.

그러고는 핸드폰으로 음식 사진 을 찍기 시작했다.

찰칵! 찰칵!

음식 사진을 찍고, 이제는 음식

을 배경으로 자신들의 사진을 찍 는 승무원들을 보던 강진이 몸을 돌렸다.

주방에 들어온 강진은 김승태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식사 맛있게 하셨어요?”

강진의 물음에 김승태가 자신이 먹은 그릇을 가리켰다. 깨끗하게 비워진 그릇으로 답을 대신한 김 승태는 미소로 만족감을 드러냈 다.

그리고 김승태의 앞에는 콩나물 밥과 계란찜, 계란말이가 놓여 있었다.

차달자가 만드는 김에 조금 더 만들어 김승태 먹으라고 준 것이 었다. 그녀가 만든 것은 귀신들 에게도 맛이 있으니 말이다.

“계란말이는 드셨어요?”

“다 먹었습니다.”

외형에 아무런 변화가 없어서 먹었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는 터라 강진이 묻자, 김승태가 고

개를 끄덕였다.

김승태가 연신 미소를 짓는 것 에 강진이 젓가락으로 계란말이 를 집어 입에 넣었다.

부드러우면서도 잘게 썰린 당근 이 씹히는 것을 느끼며 강진이 김승태를 보았다.

“그런데 승희 씨는 음식을 많이 안 좋아하나요?”

강진의 물음에 김승태가 그를 보았다.

“좋아하는데요? 왜요?”

“전에 제주도에서도 다른 분이 먹는 초밥 같이 먹는다고 하시 고, 오늘도 다른 분들이 먹는 것 같이 드신다고 하셔서요.”

강진의 말에 김승태가 입맛을 다시며 홀을 보았다.

“그게......"

잠시 한숨을 쉰 김승태가 고개 를 저었다.

“엄마한테 눈칫밥을 많이 먹어 서 그럴 겁니다.”

“눈칫밥요?”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먹어 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자기가 먹고 싶은 걸 말하기보다 는 다른 사람들이 먹는 것을 따 라 먹는 것 같습니다.”

김승태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한숨을 쉬었다.

“어머니가…… 참 많이 하셨나 보네요.”

강진의 말에 김승태 역시 한숨 을 쉬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어 머니가 동생에게 너무했고…… 동생의 마음에 너무나 큰 상처를

준 것이다.

이렇게 나이 먹어서도 음식 먹 을 때 자기도 모르게 눈치를 볼 만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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