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1 화
햄버거를 한 입 베어 문 여니가 웃었다.
“맛있어요.”
“케첩하고 마요네즈 싫어하는 분이 아니라면 호불호가 없는 맛 이죠.”
강진의 말에 정부가 말했다.
“설탕이 입에서 씹히는 식감이 특이해요. 아삭아삭하면서 마요
네즈와 섞이니 묘하네요.”
정부의 말에 채팅 한 줄이 올라 왔다.
〈테란: 설탕이 입에서 씹힌다 라…… 제대로 만들었네요.〉
그에 여니가 화면을 보며 고개 를 끄덕였다.
“테란 알아?”
〈테란: 알지. 설탕이 녹으면 단 맛만 나는데, 안 녹은 상태로 먹 으면 살짝살짝 씹히는데 그게 또 맛있지. 사장님이 음식 할 줄 아 시네요. 나중에 저도 한 번 가겠 습니다.〉
여니가 그 내용을 읽어주었다.
“우리 테란이 한 번 온대요.”
여니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 했다.
언제든지 오십시오. 맛있는 식
人}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고개를 숙였 다.
“식사 맛있게 하세요.”
강진이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자 여니와 정부가 햄버거를 한 입씩 더 먹고는 매운 닭발을 집어 먹 기 시작했다.
먹는 내내 탄성을 내뱉던 두 사 람은 핸드폰을 보며 말했다.
“여러분 여기 대박. 너무 맛있 어요.”
“매운데 맛있게 매워요. 그리고 먹을 때만 맵고 금방 가셔요. 진 짜 맛있다.”
한편, 주방에서 핸드폰으로 두 사람이 하는 방송을 보던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너 인터넷 방송 본 적 있어?”
“심심할 때 가끔 봤지.”
“사람들 많이 보나?”
“많이 보지.”
배용수가 가림막 너머로 홀을 힐끗 보고는 강진이 보는 방송을 보았다.
〈테란: 설탕 뿌린 햄버거는 어 릴 때 엄마하고 친한 이모가 있 었는데, 이모가 자주 해줬어.
호랑고양이: 테란 님 추억의 음 식인가 보네요?
테란: 그렇죠. 이사 가면서 이 모하고 못 만났는데 이렇게 보니 생각나네요. 엄마도 이모 연락처
가 바뀌어서 이사하고 난 후에 한 번도 못 봤다는데…….
호랑고양이: 보고 싶으면 한 번 찾아보지 그러세요? 사람 찾아 주는 곳에 말하면 어디 숨어 사 는 거 아닌 이상 찾을 수 있을 텐데.〉
채팅창을 보던 배용수가 말했 다.
“햄버거가 테란이라는 사람 추 억의 음식인가 보네.”
“그런가 보다.”
강진도 채팅창을 보았다. 어느 덧 사람들은 햄버거에서 화제를 돌려 유트버들이 먹는 음식 이야 기를 하거나 이런저런 질문을 하 며 소통을 하고 있었다.
방송을 구경할 때, 여니가 주방 을 향해 말했다.
“사장님, 잘 먹었습니다.”
여니의 말에 강진이 주방에서 나왔다.
“식사 맛있게 하셨어요?”
“정말 맛있게 잘 먹었어요.”
“감사합니다.”
“여기요.”
여니가 카드를 내밀자 강진이 카운터에서 결제를 하고는 카드 를 돌려주었다.
〈테란 님이 500원을 후원하셨 습니다.
사장님 전화번호 좀 제가 받아 도 될까요?〉
전자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 다.
“그렇게 하세요.”
어차피 식당 손님들에게 다 알 려주는 번호인데 안 알려 줄 이 유가 없었다.
강진이 번호를 알려주려 하자 여니가 말했다.
“제가 따로 말할게요.”
“그냥 말해도 되는데요.”
“장난 전화 하시는 분들이 있을 수 있어요. 저희 팬들은 착한 분 들이기는 한데…… 가끔 이상한 애들 한둘이 고소당할 줄 모르고 미쳐 날뛸 때가 있거든요. 귀찮 은 일 겪으실 수 있으니 제가 테 란 님한테 쪽지로 알려드릴게요. 테란 님은 장난 전화 같은 것 하 실 분은 아니거든요.”
“아…… 알겠습니다.”
강진의 답에 여니가 핸드폰 채 팅창에서 테란 아이디를 누르고 는 쪽지를 보냈다.
그러고는 여니가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잘 먹었습니다.”
여니가 고개를 숙이고 정부와 함께 가게를 나가자 강진이 그들 을 배웅해 주었다.
“다음에 또 오세요.”
“네.”
공손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곤 걸음을 옮기는 유트버들을 보며 강진이 피식 웃었다.
“재밌네.”
어쩐지 재밌는 손님들이었다. 인터넷 방송이기는 하지만 방송 하는 손님을 받은 것은 처음이니 말이다.
강진은 아까 왔었던 유트버들의 방송을 보고 있었다. 직접 본 유 트버들은 처음이라 호기심에 보 는 것이다.
여니라는 유트버는 지금 강남을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하고 있었 다.
방송을 보니 창원이라는 지역에 서 살다가 언니하고 같이 서울로 놀러 온 모양이었다.
영상을 보던 중 핸드폰이 울렸 다. 처음 보는 번호에 강진이 전 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그…… 아까 여니 방송에서 인사한 테…… 흠! 전
화번호 물어본 사람입니다.]
“아! 네.”
‘테란이라는 사람인가?’
강진이 아까 본 채팅을 떠올릴 때, 테란이 말했다.
[저기…… 가게 근처인데 지금 찾아가도 될까요?]
상대방의 목소리에 강진의 얼굴 에 의아함이 어렸다.
“지금 오신다고요?”
[지금 가게 앞입니다.]
그에 강진이 가게 문을 보았다.
‘햄버거 드시러 오신 건가?’
고개를 갸웃거린 강진이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자 정장을 입은 남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이제 막 서른 넘었을까 싶은 남자는 강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한끼식당 이강진 입니다.”
말을 한 강진이 힐끗 남자 옆을 보았다. 남자 옆에는 마찬가지로 서른 조금 넘었을 것 같은 여자 가 있었다.
강진의 시선이 자신에게 닿자 여자가 의아한 듯 그를 보다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시선이 자신에게 닿은 것 같지 만, 귀신인 자신을 볼 리가 없으 니 주위에 뭐가 있나 싶은 것이 다.
‘저승식당에는 와 본 적 없으신 모양이 네.’
저승식당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 는 귀신을 보던 강진이 몸을 옆 으로 세웠다.
“들어오세요.”
남자가 안으로 들어오자 강진이 뒤에 있는 여자 귀신을 보았다.
“들어오세요.”
강진이 작게 입 모양으로 말하 자 여자 귀신이 놀라 그를 보았 다.
“ 나요?”
끄덕!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여자 귀신이 멍하니 그를 보다가 주춤 거리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 여자 귀신을 보던 강진이 남자에게 다가갔다.
“번호 물어보셔서 오실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오늘 바로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방송 보는데 햄버거가 먹고 싶 어서요. 그래서 방송 보다가 출 발했습니다.”
“멀리서 오셨나 보네요?”
“그리 멀진 않아요. 신림에서 살거든요.”
“햄버거 하나 드시려고 오시기 에는 거리가 꽤 먼 거 같은 데……
“먹고 싶어서요.”
싱긋 웃는 남자가 입맛을 다셨 다.
“영상에서 나온 것이 너무 먹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리 멀지도 않은 곳이고요.”
웃으며 말을 한 남자가 슬며시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혹시 브레이크 타임인가요?”
“손님이 있으면 영업시간이죠. 그럼 여니 님이 드신 햄버거로 해 드리면 될까요?”
강진의 말에 남자가 고개를 끄 덕이고는 들고 있던 쇼핑백을 내 밀었다.
“아까 햄버거 빵이 없다고 하신 것 같아서 제가 좀 人} 왔습니 다.”
“고맙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남자의 말에 그를 보던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강진은 주방으로 들어가며 여자 귀신에게 슬쩍 눈짓했다. 그에 여자 귀신이 강진을 따라 주방으 로 들어왔다.
“이분 식사 좀 챙겨 드려라. 나 는 손님 햄버거 만들어 드려야겠 어.”
그러고는 강진이 쇼핑백을 열어 햄버거 빵을 꺼냈다.
‘또 사러 가야 하나 싶었는데 잘됐네.’
그렇지 않아도 비제이들 가고 난 후에 남은 빵으로 햄버거를 연습 삼아 만들어 먹은 탓에 빵 이 없었던 것이다.
재료를 세팅해 놓은 강진이 채 소들을 칼로 썰며 여자 귀신을 보았다.
여자 귀신은 배용수가 준 커피
를 마시고 있었다. 정말 맛있다 는 듯 커피를 손에 쥐고 있는 여 자 귀신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그런데 저분하고는 어떻게 되 세요?”
강진의 말에 여자 귀신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주방에 들 어와 배용수에게 짧게 설명을 듣 기는 했지만 여전히 당황스러운 것이다.
귀신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있 다는 것이 말이다.
잠시 강진을 보던 여자 귀신이 말했다.
“저는…… 성대 엄마하고 동생 언니 하던 이모예요.”
“아…… 햄버거 해 주셨다는 이 모님?”
“네.”
여자 귀신의 말에 강진이 입맛 을 다셨다.
‘저분이 많이 그리워하던 것 같 았는데…… 이모님 돌아가신 것 알면 많이 슬퍼하시겠네.’
연락이 끊겨서 죽었는지 산지도 모르고 지낸다지만, 남자는 이모 를 무척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이모가 옛날에 해 주던 음식을 먹으러 여기까지 찾아왔 을 테고 말이다.
“저분이 이모님을 무척 좋아하 셨나 보네요.”
강진의 말에 여자 귀신이 웃으 며 홀을 보았다.
“남편하고 월세로 살던 집이 저 애 다니던 초등학교 옆에 있었어
요. 언니하고 형부가 맞벌이를 해서 낮엔 집에 없으니까, 저희 집에서 점심 먹고 놀다가 저녁에 집에 가고는 했어요.”
“그때 해 주던 간식이 이건가 보군요.”
강진이 썰어 놓은 채소들을 보 며 하는 말에 여자 귀신이 고개 를 끄덕였다.
“사이다하고 같이 주면 무척 좋 아했어요.”
여자 귀신의 말에 강진이 고개
를 끄덕이며 채소에 케첩과 마요 네즈를 넣고 비볐다.
“그런데 왜 갑자기 연락이 끊기 신 거예요?”
피가 섞이지도 않았는데 수호령 이 되어 남을 정도라면 애정이 컸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왜 연락이 되지 않 았나 싶은 것이다.
“그게......"
잠시 입맛을 다시던 여자 귀신 이 한숨을 쉬었다.
“빚이 많았어요.”
“ 빚?”
“남편이 뭐 좀 한다고 주위 사 람들한테 돈을 빌렸거든요. 저 도…… 언니한테 돈을 빌렸는 데……
여자 귀신이 말을 잇지 않았지 만 강진은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빚지고 도망을 간 것이 다.
‘그래서 연락을 하지 않았구나.’
빚을 진 데다 도망까지 쳤으니
당연히 연락할 수 있을 리가 없 었다.
“나중에 돈 벌면 언니 돈부터 갚으려고 했어요.”
“사정이 안 됐군요.”
“저 같은 사람 사정이 좋아질 리가 없죠.”
‘게다가 일찍 돌아도 가신 것 같고.’
강진이 입맛을 다실 때, 여자 귀신이 말했다.
“그거 너무 많이 비비면 물 나 오는데.”
여자 귀신의 말에 강진이 아! 하고는 손을 멈췄다. 다행히 아 직 물은 나오지 않았다.
입맛을 다신 강진이 햄버거 빵 을 프라이팬에 올리고는 가볍게 앞뒤를 구웠다.
그리고 채소와 햄을 햄버거 사 이에 넣었다. 그리고 소금을 솔 솔 뿌리자, 여자 귀신이 웃었다.
“성대가 설탕을 많이 뿌려 달라
고 했는데.”
그에 강진이 설탕을 조금 더 뿌 리고는 더 뿌리냐는 듯 보자, 여 자 귀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면 됐어요.”
햄버거를 완성한 강진은 설탕이 녹기 전에 서둘러 가져다주었다.
그리곤 냉장고에서 사이다를 꺼 내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 다.
“사이다하고 같이 드시면 맛있 습니다.”
강진의 말에 남자가 웃었다.
“저도 햄버거 사이다하고 먹는 것 좋아합니다.”
남자가 햄버거를 보다가 집어서 는 입에 넣었다.
아삭! 아삭!
채소의 식감과 달달한 설탕의 맛…….
남자가 웃었다.
“이건 안 맛있을 수가 없네요.”
“그렇죠.”
강진의 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남자가 한 입 더 베어 물곤 씹기 시작했다.
아삭! 아삭!
“이거 맛있게 하는 비결 같은 것이 있나요?”
“비결이라고 할 것이 있을까요? 케첩하고 마요네즈에 채소, 그리 고 햄 들어가면…… 맛없게 하기 가 더 힘든 것 같은데요.”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남자가 햄버거를 먹으며 흐뭇하
게 미소 짓는 사이, 강진이 핸드 폰을 들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에서는 여자 귀신이 배용수 가 만들어 준 음식을 먹고 있었 다.
그런 여자 귀신을 보며 강진이 물었다.
“그래서 저분한테는 어떤 음식 을 해 주셨어요?”
강진의 물음에 여자 귀신이 그 를 보았다.
“음식요?”
“이제 곧 저녁 시간이잖아요.”
“방금 햄버거 먹었는데?”
“성인 남성한테 햄버거야 간식 이죠.”
강진의 말에 여자 귀신이 홀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