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434화 (432/1,050)

433화

“안녕히 가세요.”

강진이 인사하자 손님들이 웃으 며 말했다.

“국수 정말 맛있게 먹고 갑니 다.”

“비빔국수 양념…… 하아! 정말 맛있네요.”

국수를 먹은 손님들이 맛있다고 몇 번이나 엄지를 드는 것에 강

진이 웃으며 문을 열어주었다.

“또 오세요.”

“그럼요. 자주 와야죠.”

자리에서 일어나는 손님 중 한 명이 손에 들린 봉지를 들어 보 였다.

“양념장 고맙습니다.”

비빔국수를 너무 맛있게 먹기에 양념장을 조금 덜어 준 것이다.

웃으며 손님들이 가게를 나서자 강진이 문을 닫았다. 그리고 여

자 귀신들과 함께 홀을 정리한 강진이 문을 잠그고는 뒷문으로 나갔다.

가게 뒤에 주차된 자동차 뒤쪽 에서 차달자와 이호남이 김치를 담그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차연미가 주 위를 두리번거리며 망을 보고 있 었다.

자동차로 가려져 있기는 하지 만, 혹시라도 지나가던 사람이 김치 담그는 것을 볼까 봐 망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일반 사람들의 시선엔 빨간 김 치 양념이 묻은 비닐장갑이 허공 에 두둥실 떠다니는 것처럼 보일 테니 말이다.

그래서 차연미가 신호를 하면 이호남은 급히 김치통 안에 손을 넣었다.

그럼 사람들의 눈에 비닐장갑이 보이지 않을 테니 말이다.

김치를 버무리던 차달자는 강진 이 가게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 며 물었다.

“손님들은 다 가셨어요?”

“네.”

“혼자 고생하셨죠? 죄송해요.”

“아니에요. 김치 담그시는 이모 님이 더 힘드시죠.”

“몇 포기나 한다고요.”

웃으며 차달자가 김치 한 잎을 세로로 길게 찢은 뒤 돌돌 말아 서 내밀었다.

“사장님, 맛 좀 보세요.”

차달자가 김치를 내밀자 강진이

받아먹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맛이 개운하네요.”

“한끼식당 김치와는 맛이 좀 다 르죠?”

“좀 다르기는 하네요.”

“한끼식당 김치는 전라도 김치 라 충청도 김치와는 좀 다르죠.”

“저희 식당이 전라도 김치인가 요?”

“모르셨어요?”

“저야…… 그냥 담그기만 해

서.”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라도 김치는 양념을 많이 넣 어서 전체적으로 맛이 강하죠. 그리고 익으면서 맛이 풍성해지 고요. 그런데 충청도 김치는 그 반대로 양념을 좀 적게 해서 시 원한 맛을 내요.”

“그렇군요. 그럼 이 김치는 충 청도 스타일인가요?”

“그렇죠.”

말을 한 차달자가 입맛을 다셨 다.

“게국지가 맛이 좋은데.”

“게국지요?”

“게를 넣어서 만드는 김치예 요.”

“김치에도 게를 넣는군요.”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웃으며 말했다.

“전국팔도를 보면 김치에 안 넣 는 것이 없어요. 갈치, 오징어,

대구…… 선조들께서는 먹고 죽 을 것 아니라면 김치에 이것저것 다 넣으신 것 같아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김치는 잘 모르지만, 갈치 넣은 김치는 먹어 봤기 때문이었 다.

처음엔 생갈치가 들어갔다고 해 서 이상하고 비리지 않을까 싶었 는데, 숙성이 된 걸 먹어 보니 갈치는 쫄깃쫄깃하고 김치는 시 원한 것이 참 맛있었다.

“게국지는 그냥 먹는 것보다 김 치찌개로 끓여 먹으면 진짜 맛있 어요.”

“게가 들어간 김치로 찌개를 끓 이면 꽃게탕 맛이 나겠네요?”

“꽃게탕보단 김치찌개에 좀 더 비슷하면서도 맛이 달라요. 뭐라 고 말을 못 하겠는데 아주 맛이 좋아요.”

웃으며 김치를 버무리는 차달자 를 보던 강진이 말했다.

“출장 영업 너무 기대하지 마세

요.”

“기대가 많이 되는데요.”

“출장 영업이라고 해도 여기서 하는 것과 별다를 바가 없어요.”

“그래서 기대가 돼요. 하는 일 은 다르지 않지만…… 오는 귀신 들은 다르니까요.”

차달자가 미소를 지으며 김치를 버무리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끄 덕였다.

오늘은 금요일로, 차달자가 처 음으로 저승식당 출장 영업을 가

는 날이었다.

그래서 차달자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자신도, 그리고 다른 저 승식당 주인들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영업을 하 는 것에 말이다.

그래서 김치를 새로 만드는 것 이다. 귀한 손님을 대접하거나 특별한 날에는 새로 김치를 하는 것이니 한국의 어머니들이니 말 이다.

기분 좋은 얼굴로 김치를 담그 는 차달자를 보며 강진이 말했

다.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호남이도 있는데 괜찮아요. 쉬 고 계세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 다.

지금은 손님이 없지만 저녁 장 사 시간인 만큼 가게 안에 한 명 은 있어야 하니 말이다.

가게 안으로 들어간 강진이 주 방을 보았다. 배용수는 오늘 출

장 영업에서 쓸 재료들을 손질하 고 있었다.

“닭갈비 양념은 잘 됐어?”

“닭다리 살 양념하고 간장으로 두 개 준비했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달자의 말대로 이번 출장 영업부터는 삼겹살 외에 닭 고기도 준비를 하기로 한 것이 다.

돼지고기를 못 먹는 귀신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

고 그 외에도 육식을 못 하는 귀 신을 생각해서 나물과 두부도 준 비를 했다.

그렇게 영업 준비를 다시 한 번 점검한 강진이 홀로 나왔다. 그 러고는 슬쩍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냈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성대에게 맛있는 음식 부탁드리겠습니다 .

나중에 사장님이 저승에 오시면

은혜 꼭 갚겠습니다.〉

짧은 내용의 메모를 보며 강진 이 미소를 짓고는 다시 종이를 주머니에 넣었다.

이 종이는 경애가 승천을 하고 떨어진 것이었다. 그녀가 승천을 하고 난 후 강진에게 감사의 인 사를 전한 것이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쪽지의 감촉 에 강진이 웃었다.

“저승에서 은혜를 갚는다니……

빨리 죽으라는 악담 같으면서도 기분은 좋네.”

일단 만나기 위해서라도 저승에 가야 하니 말이다.

그래도 강진은 기분이 좋았다. 구천을 떠돌던 귀신이 잘 승천했 으니 말이다. 한편으론 안쓰럽기 도 했지만…… 그래도 좋게 마무 리되어 다행이라고 여겼다.

경애를 생각하던 강진이 웃으며 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까 홀을 어느 정도 정리를 해두긴 했지만, 사장의 눈에는 미흡한

부분이 보이는 법이니 말이다.

서울의 한 길거리 가로등 밑에 푸드 트럭이 섰다. 오늘 영업할 위치에 주차를 한 강진이 차에서 내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곧 귀신들 몇이 다가왔다. 그들 은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자 저승식당 손님들이었다.

“왔어?”

귀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 했다.

“홍보는 잘 하셨어요?”

“며칠 전부터 일대에 홍보를 했 지. 올 수 있는 귀신들은 다 올 거야.”

귀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 덕였다. 정보를 알아야 올 수 있 으니 출장 영업을 할 때는 미리 그 지역에 근거를 둔 이들에게 홍보를 부탁하는 것이다.

“혹시 모르니까 주위에 좀 더 알려 주세요.”

“알겠습니다.”

한 귀신이 답을 하고는 다른 귀 신들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그 들이 가자 강진이 차달자를 보았 다.

차달자는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 다.

“좀 초라하죠?”

강진의 물음에 차달자가 말했 다.

“길거리보다는…… 공원 같은 곳이 좋지 않나요?”

음식을 먹기에는 이런 길거리보 다는 공원이 더 낫지 않나 싶은 것이었다.

차달자의 물음에 강진이 어색하 게 웃으며 말했다.

“저희 푸드 트럭이 따지고 보면 정식 영업은 아니어서요.”

“그래요……?”

“저희 푸드 트럭이 노점이다 보 니…… 사람들 있는 곳에서 영업

하면 단속이 됩니다.”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푸드 트 럭을 보다가 웃었다.

“그렇군요. 귀신 상대로 하는 영업을 정식으로 신고할 수도 없 는 노릇이니까요.”

“사람한테 물건 파는 게 아니라 배고픈 귀신들한테 밥 주는 거니 까…… 법에도 양심이 있으면 저 한테 큰 죄를 내리지 않겠죠.”

웃으며 강진이 푸드 트럭 캡을 열자 이호남이 내렸다. 뒤이어

안에 있는 배용수가 물건들을 내 밀었다.

목욕탕 의자와 작은 화로들을 받아든 강진과 여자 귀신들이 트 럭 주위로 자리를 펴기 시작했 다.

그 사이 배용수는 음식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용수야, 내려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 았다.

“왜?”

“내가 할게.”

“같이 하지?”

“요즘 내가 요리를 너무 안 해.”

“그야 주방이 좁으니까.”

전에는 강진과 배용수 둘이 요 리해서 주방이 좁지 않았다. 하 지만 이제는 이호남과 차달자가 포함이 되기에 요리사가 넷이나 된다.

주방이 작아서 둘이면 적당히 할 만하고, 셋은 좁고, 넷은 공간

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은 강진이 요리를 하지 않고 배용수와 이호남이 하 고 있었다.

“나도 요리 좀 해야지. 그래서 금요일에는 내가 요리사다.”

웃으며 자신을 엄지로 가리키는 강진의 모습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그러니까 너는 내려와서 쉬어. 오늘은 너와 호남 씨 쉬는 날이 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한숨을 쉬었다. 자신은 음식 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강진이 이러는 이 유가 짐작이 되었다.

예전에는 자신과 강진 둘이 같 이 음식을 만들었다. 그런데 요 즘은 음식을 하지 않으니 미안한 것이다.

‘노는 것도 아니면서.’

자신들만 일하고 강진이 논다면 열 받을 일이지만, 그는 손님들 에게 서빙을 하고 홀 정리를 한 다.

음식점에서는 음식을 만드는 요 리사가 메인이지만…… 홀 직원 과 카운터 직원들도 모두 중요하 다.

요리사만 있다고 음식점이 돌아 가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그만 큼 강진도 요리를 하는 직원들 못지않게 열심히 일을 한 것이었 다.

강진을 보던 배용수가 고개를 젓고는 푸드 트럭에서 내렸다. 요리를 하고 싶지만 강진이 배려 하고 싶다는데 거절하는 것도 아

니니 말이다.

“맛있게 만들어라.”

“네가 다 손질해 놓은 것 굽기 만 하면 되는데 아무렴 맛이 없 을라고.”

웃으며 강진이 커다란 솥에 육 수를 붓고는 가스 불을 켰다. 그 리고 고기를 준비를 해 놓고는 본격적으로 음식 만들 준비를 시 작했다.

11시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고기는 좀 나중에 구우려는 것이

다.

하나씩 준비를 하며 시간이 되 기를 기다릴 때, 멀리서 리어카 한 대가 느릿느릿 다가오기 시작 했다.

“사람 온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힐끗 골 목 쪽을 보았다. 그의 말대로 리 어카가 다가오고 있었다.

‘민원은 안 들어가겠지?’

지금 시간이면 구청도 문을 닫 았을 터이니 단속은 뜨지 않을

것이다.

리어카는 할아버지 한 분이 끌 고 오고 있었는데, 그 뒤에 귀신 할머니가 리어카를 뒤에서 밀고 있었다.

‘수호령이 시네.’

귀신 할머니를 본 강진이 속으 로 중얼거리다가 입맛을 다셨다. 귀신이라 리어카를 뒤에서 민다 고 해도 소용이 없을 텐데, 할머 니 귀신은 꿋꿋이 리어카를 밀고 있었다.

할아버지를 조금이라도 도와주 려는 것처럼 말이다.

‘부부셨나?’

그런 생각을 할 때, 차달자가 리어카를 보다가 웃으며 할아버 지에게 말을 걸었다.

“시간이 늦었는데 수고하시네 요.”

차달자의 말에 할아버지가 웃으 며 말했다.

“병 주우려면 이 시간이 좋습니 다.”

“그러세요?”

“그런데 여기는 사람들이 잘 안 다녀서 음식 장사하기 안 좋으실 텐데 여기다 하셨네요.”

“그런가요?”

“여기보다는 저 밑으로 내려가 면 사거리 나오는데 그쪽이 아직 사람들이 좀 다녀요.”

“다음에는 그렇게 해야겠네요.”

차달자가 웃고는 말했다.

“식사는 하셨어요?”

“이제 집에 가서 해야죠.”

“저녁을 아직도 안 하셨어요?”

“일하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말을 한 할아버지가 푸드 트럭

밑에 있는 술 상자를 보고는 물

었다.

“혹시 빈병 있으십니까?”

“방금 자리를 펴서 지금은 없는

데……

“그렇군요. 그럼 수고하세요.”

할아버지가 웃으며 다시 리어카

를 끌고 가자, 리어카를 밀던 할 머니 귀신이 투덜거렸다.

“이놈의 영감탱이. 하여튼 여자 라면 어떻게든 말을 걸어요.”

할머니 귀신은 할아버지가 차달 자와 이야기를 나눈 것이 마땅치 가 않은 모양이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속으로 웃었 다.

‘아직도 많이 사랑하시나 보네.’

죽어서 수호령이 될 만큼 각별 하면서도, 할아버지가 다른 여자

와 이야기를 하는 것을 질투하시 니 말이다.

강진은 다시 리어카를 끌고 나 가는 할아버지를 불러 세웠다.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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