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8화
“김밥은 서비스입니다.”
저녁 손님 테이블에 강진이 김 밥을 한 줄 놓았다.
“김밥을 서비스로요?”
손님이 의아한 듯 보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마트에 갔다가 미나리가 좋아서 좀 샀습니다.”
“미나리?”
손님은 김밥을 보다가 하나를 집었다. 김밥 안에는 푸른색의 미나리가 두툼하게 들어 있었다.
거기에 붉은 당근이 들어 있어 서 색감도 무척 예뻐 보였다.
“김밥에 미나리를 넣으신 건가 요?”
“시금치를 빼고 미나리를 넣어 봤습니다. 한 번 드셔 보세요. 아! 그리고 간이 좀 심심하니 초 장에 찍어 드셔 보세요.”
김밥을 초장에요?”
“맛이 괜찮더군요.”
강진의 말에 손님이 김밥을 초 장에 살짝 찍어 먹었다.
몇 번 우물거리던 손님이 미소 를 지으며 말했다.
“맛 특이하네요.”
“그래도 맛있죠?”
“네. 미나리 향이 좋네요. 샤브 샤브 미나리를 초장에 찍어 먹는 것 같아요.”
웃는 손님을 보며 강진이 고개
를 끄덕였다.
강진도 먹어 봤는데 맛이 좋았 다. 그리고 맛도 좋았지만 한 번 도 안 해 먹어 본 스타일이라 맛 에 묘한 재미도 있었다.
어쨌든 손님들이 좋아하자 강진 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으로 들어왔다.
“반응이 좋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힐 끗 보고는 미나리를 보았다.
“호불호가 있을 것 같아.”
“호불호?”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힐끗 홀을 보고는 말했다.
“내가 봤는데 손님 중에 둘은 초장 안 찍고 김밥만 먹더라.”
“그래?”
강진이 의아한 듯 홀을 보았다. 자신이 물었을 때는 모두 맛있다 고 했기 때문이었다.
“공짜 서비스로 주는데 싫다고 하겠어?”
“그럴 수 있겠네.”
“아무래도 초장에 찍어 먹는 김 밥이라는 것이 생소하니까.”
“그런가?”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걸 좋 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먹던 것 만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아니면 초장을 안 좋 아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그럼 초장 찍어 먹는 김밥 말 고 그냥 김밥을 해?”
초장 찍어 먹을 것을 대비해서
미나리 김밥의 간을 좀 약하게 했다.
초장에 안 찍어 먹는다면 간을 조금 더 해야 할 것이다.
“그냥 미나리 김밥 정도는 시도 해 볼 만하지. 아니면…… 김밥 을 일반적인 것 하고 미나리 들 어간 것으로 두 종류 하든가.”
“하긴, 스무 줄이면 직원들이 열 명은 있을 테니…… 미나리 싫어하는 분이 있을 수도 있겠 다.”
음식은 개인 취향이 분명히 존 재하고, 그 차이가 심하다. 내가 맛있다고 타인도 맛있을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두 종류로 해?”
배용수가 쳐다보자 강진이 고개 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자.”
“오케이.”
배용수가 이호남을 보았다.
“시작하죠.”
배용수의 말에 이호남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밥을 쌀 준비를 시 작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김밥을 초 장에 찍어서는 입에 넣었다.
‘신기해.’
초장 맛이 김밥의 맛을 다 잡아 먹을 것 같은데…… 마치 비빔밥 을 먹는 것처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비빔밥을 떠올린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비빔밥하고 다를 것도 없 겠네.’
김에 밥, 당근과 미나리에 햄과 계란이 들어간다. 거기에 초장을 찍어서 먹으니 비빔밥과 재료는 비슷한 것이다.
아삭! 아삭!
미나리의 식감에 미소를 지으며 강진이 홀로 나왔다.
손님들을 배웅하고 홀을 정리하 던 강진은 띠링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문을 열고 오자명이 도영민과 처음 보는 노인 한 명을 데리고 함께 들어오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강진의 인사에 오자명이 웃으며 작게 고개를 숙였다.
“잘 지내셨습니까?”
“저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웃으며 인사를 한 강진이 자리 를 가리키고는 뒤로 따라 들어온
도영민에게 작게 고개를 숙여 인 사를 했다.
“음식은 준비됐습니까?”
“준비됐습니다. 앉으시면 바로 내오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도영민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냈다.
“새 명함입니다.”
도영민이 명함을 주자 강진이 그것을 보았다. 전에는 이유비 의원 비서로 돼 있었는데 지금은
오자명 의원 비서로 바뀌어 있었 다.
“선거철에 사무실을 옮기셔서 정신없으시 겠어요.”
“그렇기는 한데 많이 배우고 있 습니다.”
그러고는 도영민이 작게 말했 다.
“의원님 후원자 분하고 왔으니 음식 잘 부탁드립니다.”
“저희 음식이야 늘 최선을 다하 죠. 그런데 후원자?”
“의원님 좋아하시는 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도영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주방에 들어갔다. 강진이 들어오자 배용수가 김치찌개를 보고는 말했다.
“1 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밑반찬과 김밥을 들 고 홀로 나왔다.
“찌개도 곧 나옵니다.”
밑반찬과 김밥을 탁자 위에 놓
으며 강진이 말했다.
“오늘 마트 갔다가 미나리가 좋 아서 미나리 김밥을 준비했습니 다.”
“미나리 김밥?”
“맛이 좋더라고요.”
그러고는 강진이 두 접시에 담 긴 김밥을 가리켰다.
“여기 있는 건 그냥 드시면 되 고, 이건 초장에 찍어 먹는 미나 리 김밥입니다.”
“김밥을 초장에 찍어요?”
오자명이 의아한 듯 묻자, 강진 이 웃으며 말했다.
“한번 드셔 보세요. 미나리가 아삭아삭해서 맛이 좋더라고요. 초장은 조금만 찍어서 같이 드셔 보세요.”
초장을 찍는 김밥은 안 하기로 했지만, 서울에선 다소 생소한 김밥이라 맛이나 보라고 몇 줄 준비한 것이다.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김밥을 집어서는 초 장에 살짝 찍어 입에 넣었다.
아삭! 아삭!
미나리가 입에서 아삭거리며 씹 히자 오자명이 웃었다.
“맛이 묘하군요.”
“어떠세요?”
“맛있습니다.”
그러고는 오자명이 같이 온 노 인을 보았다.
“먹어 봐. 맛있네.”
오자명의 말에 노인이 김밥을 초장에 찍어 먹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살다 살다 김밥을 초장에 찍어 먹는군요.”
노인도 이렇게는 처음인 듯 웃 는 것을 보며 강진이 미나리 김 밥을 가리켰다.
“이건 그냥 드셔 보세요.”
강진의 말에 그것도 먹어 본 오 자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건강한 맛이군요.”
“김밥은 미나리 김밥 열 줄과 일반 김밥 열 줄로 준비했습니 다.”
“초장도 같이 주시는 겁니까?”
“초장에 찍어 먹는 건 아무래도 호불호가 있을 것 같아서 안 했 습니다.”
“왜요. 재밌는데요.”
그러다가 오자명이 물었다.
“그런데 초장 찍는 것과 안 찍 는 김밥에 차이가 있습니까?”
“초장에 찍어 먹는 건 간을 좀 심심하게 했고, 안 찍는 건 간을 좀 했습니다.”
“하긴, 초장에 찍어야 하니까 요.”
고개를 끄덕이던 오자명이 웃으 며 말했다.
“저희 직원들도 초장 찍어 먹는 김밥은 먹어 본 적 없을 것 같으 니 몇 줄 더 부탁하겠습니다.”
“그럼 다섯 줄 더 할까요?”
“그래 주십시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남지 않겠 어요?”
강진의 물음에 오자명이 웃으며 말했다.
“남이 들으면 욕할 수도 있지 만, 음식은 좀 남아야 기분이 좋 지 않습니까.”
오자명의 말에 노인이 말했다.
“김밥 남으면 그걸로 전 부쳐 드십시오.”
“김밥으로 전을 부쳐?”
오자명이 의아한 듯 보자 노인 이 웃으며 말했다.
“예전에 우리 아들 소풍 갈 때 김밥을 싸면 우리 마누라 손이 얼마나 큰지 엄청 많이 했습니 다.”
“하긴, 제수씨가 손이 크기는 하시지.”
“아들 한 명 먹을 김밥 싸는데 무슨 김밥 산을 쌓더군요.”
“김밥 산?”
“많이 들고 가서 혹시 소풍에
도시락 안 들고 온 친구들 있으 면 나눠 주라고 일회용 도시락에 몇 개씩 싸서 보내고는 했습니 다.”
“제수씨가 손이 큰 만큼 속도 넓으시군.”
오자명의 말에 노인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해도 김밥이 너무 많이 남는데... 이걸 먹어 치워야 하
는 저와 아들은 고생이었죠. 게 다가 상할까 봐 냉장고에 넣어 두니 딱딱하게 굳어 버리고요.”
“그래서 김밥전을 해 먹었다는 건가?”
오자명의 물음에 노인이 웃으며 김밥을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밥알이 뻣뻣해진 김밥을 계란 푼 물에 담갔다가 프라이팬에 구 워 먹으면 그게 또 고소하고 맛 있습니다. 아니면 김밥을 으깨고 거기에 날계란 넣은 걸 부쳐 먹 어도 한 끼 대용으로 좋고요.”
노인의 말에 오자명이 웃었다.
“초장에 찍어 먹는 김밥에 김밥
전이라…… 재밌는 요리가 참 많 구먼.”
“요리라기보다는 음식 버릴 수 없으니 그렇게라도 먹은 것이 죠.”
말을 하던 노인이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노인의 모 습에 오자명이 입맛을 다시다가 도영민을 보았다.
“김밥 통 주게.”
오자명의 말에 도영민이 들고 온 쇼핑백을 내밀었다.
“김밥 담을 통입니다. 여기에다 담아 주세요.”
도영민의 말에 강진이 쇼핑백을 열어 안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 다.
“저희가 싸드려도 되는데.”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고개를 저었다.
“요즘 일회용 사용 줄이는 시기 인데 제가 그것을 어기면 되겠습 니까. 국민들에게 하라고 말하기 전에 제가 먼저 해야지요.”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를 보다가 말했다.
“의원님은 이번 선거에도 꼭 당 선되실 겁니다.”
“하하하! 저도 꼭 당선됐으면 합니다.”
“그럼 음식 내오겠습니다.”
쇼핑백을 들고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자 배용수가 김치찌개를 쟁반에 올렸다.
“여기에 김밥 싸 드려.”
강진이 쇼핑백을 주자 배용수가 통을 꺼내고는 쌓아 놓은 김밥을 썰어 안에 넣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 초장......"
“이야기 들었어. 초장 찍어 먹 는 용으로 다섯 줄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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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개 가져가라.”
그에 강진이 쟁반을 들고는 홀 로 나왔다. 홀에서는 도영민이
냉장고에서 소주와 막걸리를 꺼 내고 있었다.
“술 가져갈게요.”
도영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김치찌개를 테이블에 놓 았다.
“찌개 나왔습니다.”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손을 비 볐다.
“선거운동하면서 사장님 찌개가 얼마나 먹고 싶었는지 모릅니 다.”
“맛있게 많이 드세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찌개가 탁자에 놓이자 오자명이 입맛을 다시며 국물을 한 번 떠 먹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크아! 좋다.”
그러고는 오자명이 같이 온 노 인을 보았다.
“자네도 어서 먹어 봐.”
“형님이 그렇게 맛있다고 한 찌 개라 기대가 됩니다.”
“기대해도 좋아.”
오자명의 말에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젓가락으로 김치와 고기를 집어서 한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치도 맛있고 고기도 맛있고. 맛이 좋군요.”
“그래서 내가 이곳으로 오자고 한 거야.”
오자명의 말에 노인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를 보았다.
“그나저나 바쁘신데 괜히 서울 까지 오셨습니다.”
“조카 기일인데 와 봐야지.”
오자명의 말에 노인이 입맛을 다셨다.
“매년 감사합니다.”
노인의 말에 오자명이 그를 보 다가 소주를 따서는 내밀었다. 그에 노인이 잔을 들어 소주를 받았다.
“미안하네.”
“아닙니다.”
노인의 답에 오자명이 한숨을 쉬고는 강진을 보았다.
“이 사장님도 좀 앉지 그러십니 까.”
“그럴까요?”
강진이 자리에 앉자 오자명이 입을 열었다.
“이쪽은 나 젊었을 때 내 밑에 서 고생하다가, 지금은 늙어서 내 후원회 관리하는 오기봉입니 다.”
오자명의 말에 오기봉이 강진에 게 손을 내밀었다.
“오기봉입니다. 만나서 반갑습 니다.”
“이강진입니다.”
두 사람이 인사를 나누자 오자 명이 웃으며 잔에 소주를 따랐 다.
“이 사장도 한잔해도 되지요?”
“지금이면 영업도 끝났으니 괜 찮습니다.”
말을 한 강진이 잔을 들자 오자 명이 그에게 소주를 따라주었다.
소주잔을 받은 강진이 오기봉을 보았다.
‘수호령은 안 붙었는데…… 잘 승천하신 건가?’
방금 오자명이 오기봉을 보며 조카 기일이라고 했었다. 아마도 오늘이 오기봉의 아들 기일인 모 양이었다.
그런데 오기봉의 옆에는 귀신이 없으니 잘 승천한 것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