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0화
촤아악! 촤아악!
김밥전이 노릇노릇하게 익어갔 다. 잘 익은 김밥전을 쟁반에 담 은 강진이 볼에 남은 계란을 다 른 볼에 부었다.
그 볼에는 강진이 손으로 으깨 놓은 김밥이 있었다. 뒤죽박죽 섞인 김밥 반죽에 계란물이 흘러 들어가는 모습은 그다지 보기에 좋지 않았다.
마치 비빔밥에 계란 물을 한가 득 부은 듯한 모습에 강진이 입 맛을 다실 때 배용수가 다가와 보고는 눈을 찡그렸다.
“뭐 하는 거야?”
“김밥전.”
그러고는 강진이 오기봉의 사연 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 이야기 를 들은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고 는 말했다.
“이건 김밥전이라기보다는 김밥
부침개라고 해야겠다.”
“그런가?”
강진이 볼에 섞여 있는 반죽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보니 부침개 반죽 같기 도 하네.”
“내가 할 테니까 이것부터 가지 고 나가라. 완성되면 부를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밥전을 들고 나갔 다.
“김밥전 나왔습니다.”
강진이 김밥전을 식탁에 놓자 오기봉이 미소를 지었다.
“이거 사장님이 저 때문에 한 모양이군요.”
“사모님이 해 주셨던 맛인지 모 르겠습니다.”
오기봉이 말은 안 했지만 강진 은 그의 아내가 죽었다고 생각을 했다.
살아 있는 사람이 한 음식에 대 해서 이런 추억을 가질 수는 없
으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오기봉이 고개를 끄덕이며 김밥전을 집어 입에 넣 었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었다.
“맛있군요.”
“김밥전이라…… 이렇게 보니 동그랑땡과 비슷해 보이는군.”
김밥전은 동그랑땡처럼 예쁜 모 양이었다. 동그랗고 그 안에 하 얀 밥에 노란 계란이 코팅되어 있었다.
오자명이 김밥전을 하나 집어 입에 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후! 명절에 해 먹어도 맛있겠 군.”
“명절에 해 먹자고 김밥을 미리 해 놓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가볍게 웃은 오자명이 김밥전에 소주를 마실 때, 도영민이 슬며 시 말했다.
“의원님.”
도영민의 부름에 오자명이 그를 보았다.
“시간이……
도영민의 말에 오기봉이 말했 다.
“바쁘시면 먼저 일어나십시오.”
오기봉의 말에 오자명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선거도 중요하지만, 내 사람과 술 한 잔은 해야지. 이것도 못 할 거면 국회의원 개나 하라지.”
“그래서 개들이 하는 모양입니 다.”
오기봉의 말에 오자명이 멍하니 그를 보다가 웃었다.
“맞아. 그래서 사람들이 개국회 라고 하지. 하하하!”
기분 좋게 웃은 오자명이 도영 민을 보았다.
“어차피 오늘 저녁 일정은 딱히 없지 않나?”
“내일 아침 일찍 일정이 있으십 니다.”
“그럼 저녁에 출발하면 되겠 지.”
“알겠습니다.”
도영민이 고개를 숙이고는 주머 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며 일어났 다.
그러고는 한명현에게 전화를 걸 었다.
“자리가 좀 길어질 것 같습니 다. 네. 아무래도 열 시 전에는 못 들어갈 것 같습니다. 네. 제가 잘 모시고 내려가겠습니다.”
아무래도 술자리가 길어질 것 같아 한명현에게 상황 보고를 하 는 것 같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김밥을 내일 쌀 것을 그랬습니다.”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아차 싶 었는지 주방을 보고는 도영민을 보았다.
“자네 먼저 내려가게.”
“의원님을 모셔야 하는데……
“나야 이따가 택시라도 잡아타 고 가면 되네.”
“그래도……
“내가 애도 아니고. 괜찮아. 이 사장님이 힘들게 싼 김밥인데 맛 있게 먹어야지.”
도영민이 어떻게 해야 하나 고 민을 하자, 오자명이 웃었다.
“괜찮으니 가 보게.”
“그럼 알겠습니다.”
도영민이 일어나자, 강진이 주 방에서 김밥이 담긴 쇼핑백을 들 고 나왔다.
“안에 김치하고 밑반찬도 좀 넣 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의원님 좀 부탁드리 겠습니 다.”
“택시 타는 것 보고 전화드릴게 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도 영민이 말했다.
“의원님 드시는 것 저에게 문자 넣어주시면 입금해 드리겠습니 다.”
“편하게 하세요.”
강진의 말에 도영민이 고개를 숙이고는 가게를 나섰다. 그것을 보던 강진의 귀에 배용수의 외침 이 들렸다.
“김밥 부침개 다 됐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주방에서 김밥 부침개를 받아 내왔다.
“이것도 해 봤습니다.”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김밥 부 침개를 보다가 힐끗 주방을 보았 다.
“여전히 낯을 많이 가리나 보군
요.”
주방에 누가 일을 하는 것은 알 지만 오자명은 한 번도 보지 못 했다.
전에 오자명이 인사라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강진이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이 낯을 많이 가려서 다음에 하라고 말을 했었기 때문 이었다.
그에 강진이 웃다가 말했다.
“아! 이따가 소개해 드릴게요.”
“오늘은 소개받을 수 있는 겁니
까?”
“네.”
강진은 차달자를 소개해 줄 생 각이었다. 그녀는 앞으로 계속 일을 할 사람이니, 오자명과 알 아두면 좋을 것이다.
“하하! 좋군요.”
웃으며 오자명이 김밥 부침개를 보았다.
“ 묘하군요.”
김밥을 으깨서 만든 부침개는
뭔가 묘했지만 맛이 있어 보였 다.
“저도 처음 먹어 보는 거라 기 대가 되네요.”
말을 한 강진이 김밥 부침개를 젓가락으로 찢었다. 김밥을 으깨 서 만든 거라 조금 두툼했고, 생 긴 것은 파전과 조금 비슷했다.
김밥 부침개를 보던 오기봉이 웃으며 말했다.
“다음에 하실 때는 계란을 조금 만 풀어서 해 보십시오.”
“계란 양이 많았나요?”
“제 마누라는 김밥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하더군요. 그래서 살짝 바삭하게 해서 누룽지처럼 해 줬습니다.”
“김밥 누룽지라……
작게 중얼거리며 김밥 부침개를 입에 넣던 오자명이 웃었다.
“제수씨가 특이한 요리를 많이 시도하셨군.”
“음식 남기면 지옥 가서 먹어야 한다고 음식 버리는 것을 싫어했
지요. 그래서 남는 음식들로 만 든 이런저런 걸 만들곤 했습니 다.”
이야기를 나눈 오기봉이 강진을 보았다.
“사장님 덕에 오랜만에 마누라 음식을 먹는 것 같습니다. 감사 합니다.”
오기봉의 말에 오자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아무 생각하지 말고 편 하게 먹자고.”
웃으며 소주를 마시는 둘을 보 던 강진이 일어났다.
“어디를 또 가십니까?”
“뒤에 계신 이모님 모시고 오려 고요.”
“아! 알겠습니다.”
강진이 주방 옆에 있는 통로를 통해 뒷문으로 나왔다. 푸드 트 럭 안에서 차달자는 두부를 만들 고 있었다.
부글부글!
솥에서는 콩물이 끓어오르고 있 었다. 그리고 그것을 차연미가 천천히 국자로 젓고 있었다.
“밖에서 하시는 것보다 푸드 트 럭 안에서 하시는 것이 편하시 죠?”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 눈 의식하지 않아도 되 니 이게 낫네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푸드 트럭 안에서 하
면 허공에 떠다니는 장갑이 보이 지 않으니 차연미나 이호남이 일 을 돕기 수월한 것이다.
“거의 다 끝나 가시네요.”
“거의 다 됐어요.”
그러고는 차달자가 국그릇을 들 었다.
“연미야, 한 국자 퍼서 사장님 좀 드려라.”
차달자의 말에 차연미가 국자로 콩물을 떠서 담아주었다.
“맛 좀 보세요.”
“이대로 먹어도 되나요?”
“이렇게 먹으면 두유인 셈이죠. 고소해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콩물을 보다가 후후 불어서는 마셨다.
후루루룩!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좀 심심하기는 한데 고소하네 요.”
“설탕 타서 달콤하게 드셔도 돼
요.”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양념통이 있는 곳을 열어 설탕을 넣고는 저었다.
그리고 마시자 고소하면서 달콤 한 두유 맛이 느껴졌다.
“확실히 달달한 것이 좋네요.”
입맛을 다신 강진이 그릇 하나 를 꺼내 콩물을 담았다.
“안에 손님이 와 계신데 인사 좀 하시겠어요?”
“손님요?”
“저희 가게 단골이세요.”
강진이 오자명에 대해 설명을 하자,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훌륭한 분이시네요. 그럼 인사 드려야죠.”
차달자가 몸을 일으키고는 차연 미를 보았다.
“타지 않게 잘 저어야 한다.”
“내가 엄마랑 두부 한두 번 만 들어 보나. 걱정하지 마.”
“간수는 내가 부을 테니까 놔 둬.”
"응."
차연미에게 두부를 부탁하는 차 달자를 보던 강진이 입을 열었 다.
“최호철, 최호철, 최호철.”
화아악!
최호철이 옆에 모습을 드러내 자, 강진이 물었다.
“수사는 잘 되어가세요?”
“네가 준 연필이 있어서 광현이 하고 소통이 잘 돼.”
“잘 됐네요.”
JS 연필을 통해 무난하게 소통 할 수 있다 보니 수사 진행이 잘 되는 모양이었다.
“아! 광현이 이번에 상 받는다.”
“상요?”
“광현이가 범죄자들 많이 잡았 으니 총장이 상 준다고 하더라.”
“잘 됐네요.”
“잘 됐지. 상이 중요한 것이 아 니라 경찰 간부들하고 안면 익히 면 뭘 하든 도움이 되니까.”
고개를 끄덕이던 최호철이 강진 을 보았다.
“그런데 왜?”
“저기 로또 파는 작은 가판점 아시죠.”
“횡단보도 앞에 있는 거?”
“네.”
“알지.”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그 근처 귀신 중에 오기봉 씨 아시는 분 있나 확인 좀 해 주세 요.”
“오기봉? 오기봉이 누군데?”
“가게에 와 있는 손님인데 거기 에서 아드님이 사고로 돌아가셨 대요.”
“죽었다고 다 귀신이라는 법은 없는데?”
“거기에 남자 귀신들 몇 돌아다 니는 것 본 적 있는데, 혹시 그
아드님이 계실까 싶어서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만 하면 돼?”
“없으면 가장 좋지만…… 있으 면 모시고 오세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재차 고 개를 끄덕이고는 푸드 트럭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그가 가판점이 있는 곳으로 뛰 어가자, 강진은 차달자와 함께 식당으로 들어갔다.
차달자와 강진이 다가오자 오자 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방에서 일하시는 분?”
“안녕하세요. 차달자라고 합니 다.”
“그동안 맛있는 식사를 얻어먹 기만 한 오자명입니다. 이쪽은 제 친한 동생인 오기봉이라고 합 니다.”
“안녕하세요.”
차달자의 인사에 오자봉도 일어 나 고개를 숙였다.
“오기봉입니다.”
인사를 나눈 오자명이 자리를 가리켰다.
“한 잔 같이 하시겠습니까?”
“제가 두부를 만들다가 나와서 요. 다음에 같이 한잔해요.”
“두부요? 두부를 직접 만드십니 까?”
“저희 가게 손님 중 한 분이 드 시고 싶다고 해서 준비하고 있습 니다.”
“하!”
차달자의 말에 오자명이 대단하 다는 듯 그녀를 보았다.
“손님이 먹고 싶다고 손두부를 하다니…… 정말 대단한 식당입 니다. 하하하!”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콩물을 내려놓았다.
“지금 만들고 있는 두부에 쓰이 는 콩물입니다. 드셔 보세요. 고 소한 것이 괜찮습니다.”
“이거 오늘 좋은 음식 많이 먹
는군요.”
오자명이 콩물을 마시고는 고개 를 끄덕였다.
“자네도 먹어 보게. 아주 고소 한 것이 맛이 좋아.”
오기봉도 콩물을 후후 불어 먹 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골 할머니가 해 주던 콩물 맛입니다.”
두 사람의 웃음에 차달자가 고 개를 숙였다.
“두부 만들어지면 한 모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그럼 좋은 시간 보내세요.”
차달자가 고개를 숙이고는 몸을 돌리자 강진이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몇 잔의 소주를 마실 때, 문을 뚫고 최호철이 안으로 들어왔다.
“왔어.”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슬쩍 고
개를 돌려 입구를 보았다. 그리 고 입구에는 한 명의 할아버지 귀신이 있었다.
‘저 할아버지는……
지금 들어온 할아버지 귀신은 강진도 아는 귀신이었다. 저승식 당에 가끔 와서 밥을 먹는 조용 한 손님이었다.
원체 조용한 데다 남과 이야기 를 하지 않아 눈에 띄지는 않았 지만, 한 가지가 달라서 강진은 확실히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저승식당에 오는 귀신들은 대부 분 술을 마신다. 고등학생 귀신 도 술을 마시니 대부분이 아니라 다 마신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 귀신은 음 식만 먹을 뿐, 술을 하지는 않는 분이라 기억을 하는 것이다.
‘저분이 왜? 설마…… 그 가해 자 할아버지?’
오기봉을 아는 귀신을 데리고 오라고 했더니 할아버지 귀신이 온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