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화
황민성의 제안에 장두준이 그를 멍하니 보다가 말했다.
“그거면 정말 되는 겁니까?”
“그 외에는……
황민성이 작게 웃으며 말했다.
“어디 대회 같은 곳 나가면 회 사 이름이나 한 번 이야기해 주 세요. 아! 올림픽 같은 곳에서 언급해주면 홍보도 되고 아주 좋
겠네요.”
황민성의 말에 장두준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제 실력도 모르시는데……
장두준이 말끝을 늘이자 황민성 이 웃었다.
“학생 실력을 보증해 준 사람이 있어서요.”
“제 실력을요?”
말을 하던 장두준이 강진을 보 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웃었다.
“내가 사람 보는 눈 하나는 확 실합니다. 학생은 정말 최고의 선수가 될 겁니다.”
물론 김소희의 사람 보는 눈이 지만 말이다. 어쨌든 강진의 목 소리에는 확신이 있었다.
조선 제일의 처녀 귀신이자 무 신인 김소희가 한 말인데 믿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확신에 찬 강진의 말에 장두준 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유도하는 것 보신 적 없잖
아요?”
“유도하는 것은 못 봤어도, 깡 패한테 맞아가면서도 자신의 소 신을 굳건히 지키는 것은 봤죠. 마음이 강한 사람은 뭘 해도 하 는 법이죠.”
강진의 말에 최영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두준이는 뭘 해도 될 녀석이에요.”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최영만을 보며 강진이 그를 보았다.
“학생도 뭘 해도 될 사람입니 다.”
“제가요?”
의아해하는 최영만을 보며 강진 이 미소를 지었다.
“아까 두준 학생한테 조폭이 다 가왔을 때, 영만 학생이 가장 먼 저 갔잖아요. 보통은 그러기 쉽 지 않죠.”
“그건......"
잠시 말을 멈췄던 최영만이 입 술을 깨물었다.
“그때 형이 친구 두고 가느냐고 말을 해서……
“마음이 약하면 제가 한 말이 무슨 소용이겠어요. 다 학생의 마음이 강해서죠.”
강진은 최영만을 보며 짙은 미 소를 지었다.
‘앞으로는 누구한테 맞고 살지 않을 겁니다.’
친구를 위해 조폭과 마주 설 정 도의 용기가 있다면 앞으로 일진 한테 맞고 다니지는 않을 것이
다.
일진이 아무리 무서워도 조폭보 다는 안 무서울 테니 말이다.
강진이 엄지를 들어주고는 자리 에서 일어났다.
“음식 뭐 좋아해요?”
강진의 물음에 장두준이 급히 말했다.
“아무거나 다 좋아합니다.”
“그래도 좋아하는 음식 있을 것 아니겠어요?”
“정말 아무거나 다 좋아합니 다.”
장두준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그럼 내가 맛있게 해 줄게요.”
웃으며 강진이 부엌으로 향하다 가 수호령들을 보았다. 수호령 둘은 밝은 얼굴로 장두준의 머리 를 쓰다듬고 있었다.
아들이자 동생이 열심히 운동할 수 있도록 도와줄 후원자가 생겼
으니 좋은 것이다.
그에 강진이 작게 헛기침을 하 자, 두 귀신이 그를 보았다. 그 시선에 김소희가 작게 입을 열었 다.
“자네들도 들어가서 식사하게.”
“저희는……
“자식을 맡기는 입장에서 자식 에 대해 알려 줘야 하지 않겠는 가. 이 사장에게 자네 아들과 동 생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게. 그 래야 이 사장이 도울 길을 잘 찾
을 것이니.”
김소희의 말에 오미진이 주방을 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가르침 감사합니다.”
“음식 맛이 좋네.”
김소희의 말에 오미진이 장명준 을 데리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두 귀신이 들어오자 강진이 말 했다.
“일단 두준이 음식 뭐 좋아해 요?”
“두준이는 차돌박이 된장국을 좋아합니다.”
“차돌박이 된장국요?”
어린애가 좋아할 맛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며 강진이 냉동고 에서 차돌박이를 꺼냈다.
“두부하고 버섯 넣고 고추장하 고 고춧가루 넣어서 좀 얼큰하게 먹는 것 좋아해요. 아! 물은 좀 많이 잡아서 국처럼요.”
오미진의 설명에 강진이 웃었 다.
“두준 학생이 민성 형하고 인연 이 있나 보네요.”
“네?”
“민성 형 어머니도 차돌박이 된 장국을 좋아하시거든요. 어머니 가 말을 하신 레시피 들으니 민 성 형 어머니 레시피하고 비슷하 네요.”
처음 조순례를 만나러 갔을 때 강진이 해 준 음식이 바로 차돌 박이 된장국이었다.
“그래요?”
“인연이네요.”
웃으며 강진이 냉장고에서 쌀뜨 물이 담긴 통을 꺼냈다. 쌀뜨물 은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를 끓일 때 외에도 여러 곳에 사용할 수 있으니 쌀을 씻으면 이렇게 통에 받아서 냉장고에 넣어두곤 했다.
쌀뜨물을 냄비에 붓고는 차돌박 이 된장찌개를 끓일 재료를 준비 했다.
“두준이 아르바이트는 어떻게 하고 왔어요?”
“제 친구한테 부탁하고 왔습니 다.”
강진이 장명준을 보았다.
“명준 씨 친구요?”
“저 죽고 친구가 가끔 두준이 살펴주고 있습니다. 지금 하는 아르바이트도 그 녀석이 소개해 준 겁니다.”
“좋은 친구네요.”
강진의 말에 장명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녀석이 있어서 조금은 안심 이 됩니다. 두준이한테는 친형 같은 녀석이거든요.”
장명준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다른 좋아하는 것은 없습니 까?”
강진이 묻자 오미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주 맵게 볶은 오징어볶음 좋 아합니다.”
“알겠습니다.”
강진이 냉장고에서 오징어를 꺼 냈다. 그 사이 배용수가 슬며시 다가왔다.
“이분들이 드실 음식은 내가 할 테니까 너는 손님들 드실 음식 만들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두 귀신 을 보았다.
“두 분 좋아하시는 음식 있으세 요?”
“저희도 된장국하고 오징어볶음 좋아합니다.”
두 귀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맛있게 해 드릴게요.”
말을 한 강진이 오징어를 손질 하고 다른 재료들도 다듬기 시작 했다.
촤아악! 촤아악!
오징어에 양념이 골고루 배도록 잘 볶은 강진이 완성된 볶음을 접시에 담았다.
스으윽!
맛있게 볶아진 오징어를 보며 미소를 지은 강진이 옆을 보았 다.
옆에서는 오미진과 장명준이 배 용수가 JS 식재로 볶아준 김치햄 볶음밥을 먹으며 된장국을 떠먹 고 있었다.
“어떻게, 맛있으세요?”
“네. 아주 맛이 좋습니다.”
“매콤한 것이 아주 맛있습니 다.”
두 귀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이제 홀에서 드시죠.”
강진이 쟁반에 음식들을 챙겨 홀로 나왔다.
그러곤 황민성과 장두준 테이블 에 음식을 놓았다.
“내가 좋아하는 거로 차렸는데 마음에 들지 모르겠어요.”
“맛있어 보입니다.”
장두준의 말에 최영만이 신이
난 얼굴로 말했다.
“두준이가 된장국을 좋아해요. 그리고 오징어볶음도 엄청 좋아 하는데.”
최영만이 강진을 보았다.
“형이 어떻게 두준이 입맛을 딱 맞췄네요.”
“그래요? 나도 좋아하는 음식이 거든요.”
그러고는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 다.
“어머님이 좋아하는 차돌박이 된장찌개를 이 친구도 좋아하나 보네요.”
황민성이 미소를 지으며 차돌박 이 된장찌개를 보았다.
강진의 말대로 조순례도 차돌박 이 된장찌개를 좋아한다. 잠시 차돌박이 된장찌개를 보던 황민 성이 장두준을 보았다.
“우리 어머니도 차돌박이 된장 찌개를 좋아하시는데 학생도 좋 아하나 보네요?”
“저희 아버지가 술 먹고 난 다 음 날에 어머니가 해장으로 끓여 주시던 음식이에요.”
장두준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수저를 들었다.
“된장하고 차돌박이가 들어가서 해장에도 좋죠. 배고플 텐데 식 사부터 합시다.”
황민성이 먹기 시작하자 장두준 과 최영만도 음식을 먹기 시작했 다.
그 모습에 오미진이 미소를 지
었다.
“우리 아들 참 잘 먹네.”
“황소 한 마리도 잡아먹을 나이 잖아요.”
장명준의 말에 오미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를 보았다.
“우리 큰아들……
장명준을 보는 오미진의 얼굴에 는 슬픔이 가득했다. 작은아들은 이렇게 밥을 먹고 있는데, 큰아 들은 자기처럼 귀신이 되어 이렇 게 있는 것이다.
그런 오미진의 시선에 장명준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괜찮아요.”
“하지만……
“ 괜찮아요.”
다시 한 번 웃어 준 장명준이 오미진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런 두 귀신의 모습에 장명준이 장두 준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자신의 손길을 느끼지 못하고 음식을 맛있게 먹는 동생의 머리 를 쓰다듬으며 장명준이 한숨을
쉬었다.
“나는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 고…… 두준이도 있지만, 두준이 는 혼자잖아요. 저는 정말 괜찮 아요.”
귀신인 자신보다 더 안쓰럽고 걱정이 되는 것이 동생이었다.
그런 두 귀신을 보던 강진이 김 소희에게 작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저분들과 합석을 좀 하겠습니다.”
“그리 하게.”
김소희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강진이 말했다.
“같이 드시죠.”
“나는 많이 하였네. 음식 내오 게.”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주방으로 가서는 음식들을 더 가지고 나왔 다.
강진이 음식을 깔자 김소희가 오미진과 장명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리 와서 음식 좀 하게나.”
“감사합니다.”
오미진이 장명준을 데리고 식탁 에 다가오자, 김소희가 강진을 보았다.
“나는 차 한 잔 주게.”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찻잔에 차를 한 잔 타서는 가지고 나왔 다.
그리고 김소희가 앉은 자리에 놓고는 슬쩍 황민성 쪽을 보았 다.
황민성은 밥을 먹으며 장두준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럼 집에서 혼자 사십니까?”
“지금은 작은 월세방에서 살고 있습니다.”
“혼자서 요?”
“네.”
“음…… 혼자 힘들겠네요.”
“주위에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 셔서 그리 힘들지는 않습니다.”
두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 오미진이 한숨을 쉬며 말했
다.
“집은 팔아서 애 아빠 병원비로 들어가고 있어요.”
작게 중얼거린 오미진이 다시 한숨을 쉬었다.
“죽을 거면 그냥 죽어버리지. 모진 목숨 잡고 있으면 애만 힘 든데…… 나쁜 사람.”
“ 엄마.”
오미진의 말에 장명준이 그녀를 보았다. 그 시선에 오미진이 말 을 멈췄다.
오미진이라고 왜 모를까? 남편 이 그 질긴 목숨을 놓지 않고 어 떻게든 잡고 있는 게 장두준에 대한 걱정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 다.
“식사하시죠.”
강진이 작게 속삭이자, 오미진 과 장명준이 음식을 먹기 시작했 다.
두 사람이 음식을 먹는 것을 볼 때, 강진의 귀에 풍경 소리가 들 렸다.
띠링!
그에 강진이 고개를 들어 문 쪽 을 보았다.
‘응?’
그곳엔 창백한 얼굴에 환자복을 입은 귀신이 서 있었다.
다른 귀신들과 달리 조금은 더 희미한 모습을 한 중년의 귀신은 멍하니 서 있다가 장두준에게 다 가갔다.
“여보.”
“아빠.”
귀신을 본 오미진과 장명준이 일어나서는 그에게 다가갔다.
‘아버지구나.’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하며 장두 준의 아빠를 보았다. 그는 멍하 니 장두준의 뒤에 서서는 물끄러 미 보고 있었다.
“여보.”
“아빠, 이렇게 계속 빠져나오면 몸에 안 좋아요. 어서 돌아가세 요.”
오미진과 장명준의 말에도 그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 저 멍하니 장두준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에 강진이 의아해할 때, 김소 희가 입을 열었다.
“자네 왔는가.”
김소희의 말에 남자가 그녀를 보았다. 멍하니 자신을 보는 그 를 보며 김소희가 입을 열었다.
“인사하게. 앞으로 자네 아들을 도와주고 버팀목이 되어 줄 황민
성이네.”
김소희의 말에 남자가 황민성을 멍하니 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숙 였다.
그러자 김소희가 재차 입을 열 었다.
“앞으로 자네 아들에게 좋은 형 이 되어 줄 이강진이네.”
김소희의 말에 그가 강진을 보 았다. 그러곤 멍하니 강진을 보 던 남자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 아......"
그는 뭔가 말을 하고 싶은 듯했 지만 온전한 단어를 내뱉지 못했 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은 작게 고개를 숙였다.
자신을 향해 고개 숙인 강진을 보고 살짝 놀라던 그는 곧 인자 한 미소를 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