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462화 (460/1,050)

461 화

점심 장사를 마친 강진은 테이 블을 정리하는 여자 귀신들을 보 다가 핸드폰을 꺼냈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강진의 모습에 배용수가 말했다.

“민성 형한테 물어보려고?”

“형이 안 했을 것 같은데…… 물어는 봐야 할 것 같고.”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민성 형이 설마 남의 밥그릇 깨겠어?”

“그렇지?”

“근데 물어는 봐.”

강진이 보자 배용수가 말을 이 었다.

“의심해서 묻는 것이 아니라 의 심 안 하려고 묻는 거라 생각하 면 편히 물어도 되잖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리 심각한 이야기도 아닌 것 같았 다.

그에 강진이 황민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진아.]

늘 그렇듯이 반갑게 받아주는 황민성의 목소리를 들으며 강진 이 말했다.

“형, 혹시 대강금속에 뭐 했어 요?”

강진의 말에 잠시 말이 없던 황

민성이 뒤늦게 입을 열었다.

[대강금속? 네가 대강금속을 어 떻게 알아?]

“전에 대강금속 이름 들었거든 요.”

[음…… 그런데 내가 뭐 했어?]

자신이 뭐를 했냐고 묻자 강진 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모르시는구나.”

[왜?]

“오늘 저 일하던 태광무역 직원

분들 오셨는데 이번에 그쪽에서 부품 수출 건을 맡았더라고요. 원래 부품 납품하던 곳에서 거래 를 끊었다고 하면서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었다.

[형이 거기 밥줄 끊었을까 봐 전화한 거야?]

“형이 오 실장님 많이 아끼시 니…… 혹시나 해서 전화드렸어 요.”

[후! 형도 마음 같아서야 우리 실장님 무시한 그놈의 회사 공중

분해 시켜 버리고 싶지. 근 데…… 사장도 아니고 거기 다니 는 사람이 한 일인데 회사를 날 려 버릴 수는 없잖아.]

“그렇죠.”

[게다가 중소기업이라고 해도 거기 일하는 직원들도 있는 데…… 그 사람들 밥그릇까지 뺏 을 수는 없잖아.]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 한숨에 황민 성이 웃었다.

[왜, 형이 그 집 밥그릇 부셨을 까 봐 걱정했어?]

“조금요.”

[형도 밥그릇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아는 사람이야.]

“그러면서 계약서는 잘 찢으시 던데요.”

강진의 농에 황민성이 피식 웃 었다.

[그거야 되지도 않는 사업서 들 이미니까 그런 거고. 야I 그리고 내가 그거 찢었으니 그쪽 밥그릇

이 지켜지는 거야. 괜히 이상한 사업 추진했다가 손해 보면 그 집 밥그릇하고 내 밥그릇하고 두 개 다 부서지는데 일찍 마음 접 게 하는 것이 나은 것 아니냐.]

“그건 그러네요.”

강진이 답을 하자 황민성이 한 숨을 쉬었다.

[마음 같아서야 그 회사 상무라 는 놈 밥줄 끊기게 하고 싶지. 사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야.]

“그래요?”

[그 회사 작기도 오지게 작은 회사야. 대기업 하청에서 또 하 청을 받고, 거기에 또 하청을 받 는 회사라 전화 한 통이면 거기 당장 흔들 수도 있어. 두 달만 흔들면 회사 문 닫는 건 일도 아 니야. 하지만…… 그럴 수는 없 잖아. 거기 일하는 사람들도 누 군가의 배우자고 부모인데. 가장 들 밥그릇은 지켜줘야지.]

“그건 그렇죠.”

[그리고 기분이 나쁘기는 하지 만 미리 알아서 똥 피했으니 오

실장님이나 그 딸이나 이득인 거 지. 그런 집에 시집갔으면 따님 도 얼마나 힘들었겠어. 그래서 소개팅이나 좀 알아봐 주려고.]

“소개팅요?”

[세상에 남자가 어디 한둘이냐. 세상에 나쁜 놈도 많지만, 좋은 사람도 많잖아. 그래서…….]

말꼬리를 늘리던 황민성이 천천 히 말을 꺼냈다.

[오 실장님 딸이 올해 스물일곱 이고 아버지 닮아서 성격도 좋고

미인인데…….]

은근한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혹시 저요?”

[한 번 만나 볼래? 오 실장님도 너라면 마음에 들어 하실 것 같 은데.]

“이강혜 사장님도 그렇고 제 주 위 분들이 왜 이리 여자를 소개 시켜 주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혹시 외로워 보여요?”

[짝을 만들어 주려는 거지. 그

리고 너 여자 생기면 우리 부부 하고 같이 더블데이트도 하고 얼 마나 좋냐.]

“그러면 좋기는 하겠지만…… 지금은 여자 만날 때가 아닌 것 같아요.”

[여자 만나는 데 때가 어디 있 어? 그냥 좋은 여자 있으면 만나 는 거지.]

“저는 괜찮아요.”

[지가 싫으면 싫은 거겠지.]

황민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말했다.

“그리고 오 실장님 여행 멀리 가셨어요?”

[동해 가셨어.]

“동해요?”

[동해 바다가 시원하기는 하지. 회도 맛있고.]

“그럼 언제 오세요?”

[글쎄. 마음 좀 편해지면 오시 라고 기약 없이 휴가를 드렸는 데…… 근데 왜?]

“오시면 저희 가게에서 가족 분 들 식사 대접 좀 해 드리고 싶어 서요.”

[그러면 좋지. 내가 실장님한테 말 전할게.]

“네.”

그걸로 통화를 끝낸 강진이 안 도의 한숨을 쉬고는 가게를 둘러 보았다.

자신이 통화를 하는 사이 직원 들이 홀을 깨끗하게 정리해 놓았 고, 주방에서는 설거지를 하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가게 안을 구석구석 살펴보던 강진은 변대두가 바둑을 두는 것 을 보고는 물었다.

“매일 그렇게 두시는데도 재미 있으세요?”

“매일 두지만, 매일 다른 사람 하고 두니 둘 때마다 새롭지요.”

싱긋 웃은 변대두가 문득 강진 을 보았다.

“그……

변대두의 시선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무슨 하실 말씀 있으세요?”

강진의 시선에 변대두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사람들이 한 번 보자고 하는 데……

“사람들이요?”

“바둑을 두면서 친해진 사람들

이 있어요.”

“혹시 정모하기로 하신 건가

요?”

“정모까지는 아니고, 그냥 몇몇 사람끼리 만나서 바둑이나 한 번 두자고 해서.”

“그래서 나가기로 하셨어요?”

강진의 말에 변대두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내 꼴이 이런데 어떻게 나가겠 어요.”

“그건…… 그렇죠.”

“근데 한 번 보고 싶기는 하네

요.”

변대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이다. 인터넷 상에서 바둑을 두는 사이기는 하 지만, 그래도 상대가 누구인지 궁금하기는 할 것이다.

게다가 한 시간 동안 수 싸움을 하는 사이다 보니 상대가 더 궁 금할 것이다.

“언제 만나기로 하셨는데요? 장 소는 아세요?”

“데려다줄 건가요?”

환하게 웃는 변대두를 보며 강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 통째로 시간 뺄 수는 없 고, 잠시 가서 사람들 보고 바둑 두는 거 구경하는 정도면 괜찮겠 죠.”

강진의 말에 변대두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인데 괜찮겠어요?”

“ 오늘요?”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다가 물었다.

“오늘 정모인데 지금 말씀하신 거예요?”

“이 사장도 바쁜데 괜히 신경 쓰게 하고 싶지가 않아서 그랬 지.”

“다음부터는 필요한 일이 있거 나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말씀 하세요.”

강진이 변대두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저는 어르신이나 다른 분들이 이곳에 계신 동안은 최대한 편하

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지냈으 면 좋겠어요.”

강진의 말에 변대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장은 복 받을 거야.”

“그럼요. 저는 복 많이 받을 거 예요.”

그러고는 변대두가 화면을 보며 바둑을 두었다.

“잠시만 기다려줘요. 이거 곧 끝나요.”

변대두의 말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나 좀 나갔다 올게.”

“그래.”

둘이 이야기 나누는 것을 들었 기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 는 말했다.

“옷은 갈아입고 가라.”

“왜? 더러워?”

강진이 자신의 옷을 내려다보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음식 냄새 날 거다.”

“아......"

그에 강진이 웃으며 2층에 올라 가 옷을 갈아입고 내려왔다.

“위치가 어디예요?”

“여기서 그리 멀지 않습니다. 반포 한강 공원입니다.”

“정말 안 머네요.”

차 안 막힐 때 10분이면 도착하 는 공원이었다. 강진이 차 열쇠 를 챙겨 뒷문으로 나가려 하자,

차달자가 말했다.

“저도 같이 가요. 어르신하고 바둑 두시는 분들 어떤 분인지 저도 궁금하네요.”

“그러세요.”

“그럼 나도 같이 갈래.”

차연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세요.”

그러고는 강진이 주방에서 일하 는 여자 귀신들을 보았다.

“혹시 한강 보고 싶으신 분?”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모두 그 를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피 식 웃고는 가게 문을 잠근 뒤 다 시 뒷문으로 향하며 말했다.

“푸드 트럭 타고 가면 불편하겠 지만 다 타고 갈 수 있을 겁니 다.”

그러고는 강진이 여자 귀신들을 보았다. 여자 귀신들은 빠르게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설거지는 갔다 와서 하고, 지

금 바로 가죠.”

“거의 다 했어요.”

공원에 빨리 가려고 여자 귀신 들이 정신없이 손을 움직이며 설 거지를 하는 것에 강진이 잠시 있다가 말했다.

“오 분만요.”

그리고는 주방 옆에 세워 둔 나 무 판을 펼쳤다.

탓! 탓! 탓!

나무 판 이음새를 연결하고 펼

쳐 간이 문을 만든 강진이 위에 명함을 올리고는 손잡이를 당겼 다.

화아악!

강진은 그 안으로 구르듯이 들 어갔다.

서둘러 오로 들어선 강진은 편 의점으로 뛰어가서는 간단한 간 식거리를 샀다.

그리고 다시 문을 열고 나오자 자신을 기다리는 귀신 직원들을 볼 수 있었다.

“뭘 사 온 거야?”

“오늘 날씨도 좋고 공원에도 가 니까, 가서 소풍처럼 이것 먹자.”

강진이 봉지를 들어 보였다. 봉 지 안에는 JS 편의점에서 사 온 김밥과 음료수 그리고 군것질거 리들이 담겨 있었다.

“사람들이 볼 텐데?”

귀신들이 음식을 집어 먹으면 사람들의 눈에 보일 수 있으니 말이다.

“안 보이게 잘 먹어야지. 그리

고 의외로 사람들 주위에서 뭐 하는지 관심 없어. 가자!”

강진이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 자, 차달자와 귀신 직원들이 후 문으로 가게를 나섰다.

한강 반포 공원에 도착한 강진 은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평일 이라 그런지 주차장은 한가했다.

주차를 마친 강진이 차에서 내 려 푸드 트럭을 열었다.

덜컥!

푸드 트럭 캡이 열리자 그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귀신들이 보 였다.

“좁으셨죠?”

강진의 말에 변대두가 웃으며 차에서 내렸다.

“괜찮았어요.”

웃으며 변대두가 내리고 그 뒤

를 귀신들이 따라 내렸다.

이 좁은 조리 칸에 귀신 일곱이 타고 있었으니 좁았을 텐데 귀신 들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아! 좋다!”

“가게에서 조금만 나와도 이렇 게 좋네.”

“난 한강 공원 처음 와 봐요.”

여자 귀신들이 웃으며 경치를 구경하는 것을 보며 강진이 미소 를 지었다.

“앞으로는 날씨 좋을 때 가끔 이렇게 나오기로 하죠.”

“정말요?”

“그럼요.”

강진이 웃으며 음식이 담긴 봉 지를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에 는 돗자리를 챙겨서는 걸음을 옮 겼다.

걸음을 옮기며 강진이 변대두를 보았다.

“정모하시는 분들은 어디에 계 세요?”

강진의 물음에 변대두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말했다.

“주차장에서 나오면 바둑 두는 사람들 있을 거라고 하던데…… 태블릿 좀.”

변대두의 말에 강진이 잔디에 봉지를 내리고는 안에서 태블릿 을 꺼내 켰다.

그러자 변대두가 슬며시 태블릿 펜을 집어서는 터치를 하자 쪽지 가 나타났다.

〈반포 한강 공원 주차장에서 나 오셔서 주변 보시면 편의점 있을 겁니다. 편의점에서 한강 쪽으로 쭈욱 보시면 의자들 있는데 거기 에서 간단하게 모일 겁니다.

자신이 드실 음료수만 챙겨 오 시면 됩니다.〉

쪽지를 읽은 강진이 주위를 보 았다. 그러자 주차장 옆에 있는 편의점을 볼 수 있었다.

그에 강진이 앞을 보자 쪽지 내

용대로 사람들이 벤치에서 바둑 을 두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긴가 보네요.”

강진의 말에 변대두가 환하게 웃으며 그쪽으로 뛰어갔다. 마치 신이 난 아이처럼 뛰어가는 변대 두를 보며 미소 짓던 강진이 차 달자를 보았다.

“저 근처에 돗자리 깔면 될 것 같네요.”

“그렇게 해요. 저는 어르신한테 가 볼게요.”

“네.”

차달자가 변대두에게 가자, 그 뒤를 차연미와 이호남이 따라갔 다. 그에 강진이 다른 귀신들을 데리고 잔디가 좋고 한강이 잘 보이는 곳에 돗자리를 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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