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467화 (465/1,050)

466화

“꿈같은 일일 것 같네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잠시 기 기를 보았다. 자신도 VR을 통해 둘둘이를 다시 만났을 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동영상과 사진으로 3D 작업을 한 둘둘이는 울음소리와 모습이 생전의 것과 너무 닮아 있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린 이강혜는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이 이

기술을 접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 각에 잠겼다.

그리고 잠시 기기를 보던 이강 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회사가 좋은 기술을 만들 었네요.”

이강혜의 중얼거림을 들은 강진 이 물었다.

“그 친구의 부모님에게 이런 꿈 을 이뤄 드리고 싶은데 될까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입을 열 었다.

“연예인이라면 3D 스캔을 해서 자료를 만들지만…… 죽은 사람 이라면 생전 사진과 동영상을 통 해 자료를 만들어야 해요. 제 둘 둘이도 찍어 놓은 사진과 동영상 으로 3D 캐릭터를 만들었으니까 요.”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하던 이강 혜가 말을 이었다.

“일단 저희 연구팀에게 확인을 해 보고 진행해 봐야 할 테지 만…… 충분한 사진과 동영상 자 료가 있다면 가능할 것 같습니

다.”

“감사합니다.”

이강혜의 눈이 문득 반짝였다.

“ 아.”

“왜 그러세요?”

강진이 묻자 이강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친구 부모님에게 아들 사진 하고 동영상 있으면 받아오세요. 제가 테스트할 겸 만들어……

말을 하던 이강혜가 입맛을 다

시며 입을 다물었다. 만든다는 표현이 무례하다는 느낌이 든 것 이다.

그에 잠시 뭐라고 말을 해야 하 나 생각하던 이강혜가 한숨을 쉬 었다.

“뭐라고 말을 해야 무례하게 안 느껴질지 모르겠네요.”

“무슨 마음인지 아니 편하게 말 씀하세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 죽은 아들 분의 캐릭터를 만들게요.”

“어려운 일일 것 같은데 감사합 니다.”

“쉬운 일은 아니죠. 하지만 강 진 씨 말대로 다른 분들에게 마 음의 위로가 될 수 있는 프로젝 트예요. 저희 회사 이미지에도 좋은 일이니 너무 감사해하지 마 세요. 저도 이익 보고 장사하는 기업인이니까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미소를 지을 때, 그녀가 다시 말했다.

“그리고 캐릭터만 만들면 되는 일이니 반절은 이미 작업이 끝난 것과 같아요.”

“시작이 반이라는 건가요?”

“그런 의미도 있지만……

이강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 다.

“공원 디지털 맵은 이미 만들어 져 있어요.”

“공원 디지털 맵요?”

“그 친구 캐릭터화해서 우리 둘

둘이 동선에 걸어 놓으면 공원에 서 구현하는 것 그리 오래 걸리 지 않을 거예요.”

“아…… 진짜요?”

“물론 우리 둘둘이 마킹하던 프 로그램은 수정해야겠지만, 공원 산책을 하는 노선으로 VR을 만 들면 될 것 같아요.”

이강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 진에게 말했다.

“그리고 사진과 동영상, 특히 목소리 나오는 동영상이나 음성

파일이 있으면 좋겠어요.”

“사진하고 동영상은 캐릭터 영 상에 필요하니 이해가 되는데 음 성 파일은 왜요?”

“대화를 하면 좋잖아요.”

“대화요?”

대화가 가능하냐는 강진의 물음 에 이강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 있는 사람과 하는 대화는 어렵겠지만, 정해진 패턴으로 하 는 대화 정도는 가능해요.”

“음성 파일로요?”

“요즘 세상이 얼마나 좋은데요. 음성 데이터만 있으면 그걸로 충 분히 대화하는 것처럼 목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그러고는 이강혜가 핸드폰을 향 해 말했다.

“오케이 L.”

이강혜의 목소리에 핸드폰이 반 응을 했다.

[부르셨어요?]

“나 심심해.”

[심심하시면 노래를 틀어 드릴 까요?]

“노래 말고 다른 건 없어?”

[유트브를 틀어 드릴까요?]

핸드폰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이 강혜가 강진을 보았다.

“이렇게요. 자음과 모음만 다 모이면 음성을 만들어 낼 수 있 어요.”

그러다가 이강혜가 잠시 턱을

쓰다듬었다.

“아니면…… 우리 오케이 L 인 공지능으로 대화 프로그램을 설 정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대화 프로그램요?”

“지금 핸드폰에 있는 오케이 L 의 음성을 아드님 음성으로 바꾸 는 거죠.”

“아……

강진이 놀랍다는 듯 이강혜를 보자,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 이다가 말했다.

“식사 마저 하세요.’’

이강혜가 밥을 마저 먹기 시작 하자, 강진이 VR 기기를 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이제 영수하고 애들 부모님한 테 어떻게 말을 하느냐네.’

잠시 생각을 하던 강진이 VR 기기를 만지작거렸다. 한편, 밥을 먹는 이강혜도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오케이 L 음성을 사랑하는 사 람 목소리로 대체하는 서비스도 괜찮을 것 같은데?’

음성 데이터를 모아야 하니 개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서비스겠지 만…… 유료화해서 서비스하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 다.

게다가 기업 이미지도 좋아질 테고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로 된 인공지능 오케이 L…… 좋은 마케팅이란 생각이 들었다.

* * *

저승식당 영업시간에 강진은 영 수와 이예림, 최가은과 자리를 하고 있었다.

영수와 애들은 전국 일주하겠다 고 여행을 하고 있었는데, 강진 이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것이다.

상추에 삼겹살을 올려서 맛있게 먹는 귀신들을 보며 강진이 물었 다.

“여행 많이 했어?”

“네. 동해 쪽으로 쭈욱 내려가 는데 좋더라고요.”

영수의 말에 이예림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행은 역시 바다지.”

옆에 있던 최가은은 입맛을 다 셨다.

“비키니 한 번 입어 봤어야 하 는데……

“네가?”

“비키니?”

이예림과 영수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이예림의 놀람에 는 ‘네 주제에?’라는 의미가 있 었고, 영수의 놀람에는 살짝 호 기심이 담겨 있었다.

그런 두 귀신의 모습에 최가은 이 눈을 찡그렸다.

“왜, 나는 비키니 입으면 안 돼?”

“안 될 것은 없지만…… 흘러내 릴까 봐 그렇지.”

이예림이 웃으며 손으로 속옷을 올리는 흉내를 내자, 최가은이 눈을 찡그렸다.

“나…… 그 정도는 아니야.”

“농담이야.”

말을 한 이예림이 영수를 보았 다.

“그리고 너는 꽤 좋아하는 것 같다?”

“아…… 아니야.”

“하긴, 여자 참 좋아할 때지.”

영수는 부끄러운 듯 머리를 숙 였다. 그런 영수를 보던 이예림 이 웃으며 말했다.

“너 사실대로 말해 봐. 너 여탕 갔었지?”

“아니 무슨 소리야. 안 갔어!”

“정말 안 갔어?”

“ 진짜야!”

당황해서 소리치는 영수를 보던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영수 그만 놀려라.”

“재밌잖아요.”

“아무튼 그래서, 어디까지 내려 갔어?”

“삼척요.”

“많이 못 내려갔네?”

“우리나라에 볼 곳이 많더라고 요.”

이예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VR 기기를 식탁에 올렸 다.

“너네 VR이라고 알아?”

“가상현실요?”

“아네?”

“저희 죽기 전에도 이런 게임 나왔으니까요.”

이예림이 기기를 집어 들며 말 했다.

“전에 아빠하고 VR 게임 하러 가 봤는데 그때는 좀 어질어질하 던데. 지금은 많이 발전했나?”

게임을 좋아하는 이예림이 거침 없이 기기를 머리에 쓰고는 착용 크기를 조절했다.

전에 해 본 적이 있어서 설명을 해 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착용 을 했다.

“머리 큰 것 봐. 줄여도 줄여도 끝이 없네.”

이예림이 기기의 크기를 조절하 며 하는 말에 강진이 눈을 찡그 렸다.

“네 머리가 작은 거지. 내 머리 는 평균이고. 그리고 남자하고 여자하고 같냐?”

“말이 그렇다는 거죠.”

사이즈 조절을 마친 이예림에게 강진이 장갑을 내밀었다.

“장갑도 껴.”

“와…… 이건 장갑으로 조정하 나 보네요.”

이예림이 장갑을 끼자 강진이 어플을 켜서는 VR 기기에 연결 했다.

“와…… 기술 많이 발전했네. 눈도 안 피곤하고 와! 글씨 떠다 니는 것 봐. 이걸로 히어로 영화 보면 죽이겠는데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고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이예림의 모 습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애들이 이런 건 빠르 지.’

최가은과 영수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예림을 보고 있었다. 그런 셋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일단 가지고 놀고 있어.’’

자리에서 일어난 강진이 귀신들 을 살피다가 한쪽에서 음식을 먹 고 있는 이혜미와 여자 귀신들에

게 다가갔다.

여자 귀신들과 최호철도 삼겹살 을 먹고 있었다. 오늘 저녁 메뉴 는 삼겹살을 메인으로 낸 것이 다.

“형은 오랜만에 오네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복 수사 중이었거든.”

“잠복요?”

“신림에 발발이가 하나 나타났

거든.”

“발발이요?”

“여자한테……

최호철이 이혜미와 여자 귀신들 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

“나쁜 짓하는 놈 있어.”

“아…… 그럼 그놈은?”

“신림 인근 귀신들한테 협조 부 탁해서 그놈 흔적 찾고 있어.”

“목격자 귀신은 없나 봐요?”

“특이하게 아직 없네. 그래서

여자들 많이 사는 고시원하고 반 지하 쪽에 귀신들 잠복해 있어.”

“그래도 귀신들이 형 부탁을 잘 들어주나 보네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피식 웃 으며 말했다.

“심심하기도 하고, 귀신들도 나 쁜 놈들은 싫어하니까. 게다가 여자한테 나쁜 짓 하는 놈 잡는 거라 여자 귀신들도 많이들 도와 줘.”

이야기를 듣고 입맛을 다시던

강진이 말했다.

“형이 그동안 잡은 놈들이 꽤 많은데…… 아직도 나쁜 놈들이 많네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게 말이다. 잡아도 잡아도 바퀴벌레처럼 계속 나오네.”

“바퀴벌레라…… 후! 으에서 질 좋은 바퀴벌레 약이라도 하나 사 와야겠네요.”

“그거 뿌려서 다 잡을 수 있다

면 많이 사 와라.”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자 귀신들을 보았다.

“할 말이 있습니다.”

강진의 말에 여자 귀신들이 그 를 보았다.

“뭐 진지한 이야기야? 자리 비 켜줘?”

“아니에요.”

그러고는 강진이 영수 쪽을 보 았다.

“저 기기 보이시죠?”

“VR 기기잖아요.”

강진이 영업시간 전에 가지고 놀던 것을 여자 귀신들도 봐서 알고 있었다.

강진은 아까 이강혜와 나눈 이 야기를 해 주었다. 그에 여자 귀 신들이 서로를 보고는 강진을 보 았다.

“그 이야기를 해 주시는 이유 는.. ”

“여러분들의 캐릭터와 부모님을

만나게 해 드리고 싶어서요.”

“아……

이혜미가 입을 가렸다. 그런 이 혜미와 여자 귀신들을 보며 강진 이 말을 이었다.

“아까 제가 해 보니 가상현실이 기는 하지만 현실하고 느낌이 비 슷하더군요. 잘 만들면…… 부모 님께서 여러분들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그를 보 다가 고개를 저었다.

“저는…… 괜찮아요.”

그에 여자 귀신들이 그녀를 보 았다.

“혜 미야?”

이혜미는 한숨을 쉬며 재차 고 개를 저었다.

“엄마하고 아빠…… 저를 보면 다시 슬퍼하실 거예요. 두 분 우 는 모습……

이혜미가 한숨을 토했다.

“경찰서에서 너무 아프게 봤어

요.”

“경찰서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볼 때, 최호철이 말했다.

“그놈 잡혀 왔을 때 피해자들 부모님들이 모두 왔었거든.”

“아……

강진이 작게 탄식을 토했다. 기 억 속 한 장면이 떠올라서였다.

임상옥 교수와 함께 경찰서에 들어갈 때, 입구에서 들어가겠다

고 소리를 지르며 울던 피해자 가족들의 모습 말이다.

‘그때 그분들 중에 이분들의 가 족이 계셨구나.’

생각을 해 보면 당연한 일일 것 이다. 죽은 딸의 범인이 잡혔다 는데 어느 부모가 안 오겠는가?

강진이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시자, 이혜미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나는요……

그녀는 떨리는 입술로 천천히

말했다.

“엄마와 아빠한테서.. 잊어졌

으면 해요. 더는…… 나 때문에 울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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