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8화
강진은 부모님의 사진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무 슨 생각이 들었는지 친구 목록을 빠르게 확인했다.
목록을 쭉 내리던 강진은 엄마 의 프로필을 발견했다.
‘엄마.’
손으로 이름을 누르자 그러자 엄마의 계정이 나타났다.
화면 맨 위에 떠 있는, 환하게 웃고 있는 엄마 사진을 본 강진 이 미소를 지었다.
‘엄마.’
미소를 지으며 엄마의 얼굴을 보던 강진이 천천히 화면을 내렸 다.
엄마가 남긴 글과 엄마의 사진 을 기대하면서 화면을 내렸지만 많은 내용은 없었다.
대부분은 아들인 강진을 찍은 것이었고, 엄마 본인의 사진은
몇 장 되지 않았다.
‘내 사진만…… 왜 이리 많아. 자기 사진이나 좀 올리지.’
속으로 중얼거리며 엄마의 페이 스를 보던 강진이 사진 하나를 눌렀다.
엄마가 친구들하고 놀러 갔을 때 찍은 사진인 듯했는데…… 그 밑에 댓글이 달려 있었다.
〈김가영: 희숙아 보고 싶다.〉
〈김가영: 오늘 네 생각이 나서 잠깐 들어왔어.〉
〈김가영: 오늘 보고 싶네.〉
영수의 페이스에 친구가 글을 남겼던 것처럼 엄마 친구인 분이 가끔 들어와서 댓글을 남기는 모 양이었다.
‘김가영?’
엄마 친구인 것 같기는 한 데…… 강진은 그녀가 누군지 잘 몰랐다.
하지만 기분이 좋았다. 엄마를 잊지 않고 보고 싶어 하는 사람 이 자신 말고도 더 있다는 것이 말이다.
댓글을 보던 강진이 엄마 사진 을 한 번 더 보고는 아빠 계정에 들어갔다.
그런데…… 아빠의 페이스에는 엄마 페이스보다 더 내용이 없었 다.
친구로 되어 있는 계정들도 몇 개 되지 않았고 올려놓은 사진도 몇 개 되지 않았다.
‘하긴, 아빠가 이런 거 할 사람 은 아니지.’
사진이 많지 않은 것이 아쉽기 는 하지만…… 그래도 강진의 얼 굴에는 미소가 어렸다.
엄마 아빠 사진을 이렇게라도 가지게 됐고, 이제는 기억에도 희미한 부모님의 얼굴을 선명하 게 보았으니 말이다.
강진이 기쁨과 함께 아쉬움을 느낄 때, 최가은이 그를 보고는 말했다.
“부모님 사진이 많이 없어요?”
“그렇네.”
강진이 아쉬워하자 최가은이 핸 드폰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
“그 싸이나라라고 알아요?”
“싸이나라?”
“지금은 SNS 하면 페이스하고 스타가 가장 유명하지만, 옛날에 는 싸이나라라고 있었대요. 그때 젊은 사람들은 다 그거 했다고 하니까 부모님들 계정도 있지 않 을까요?”
최가은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핸드폰으로 싸이나라를 검색했다.
검색 결과를 본 강진은 눈을 찡 그렸다.
‘이거 망한 사이트 아냐?’
검색과 함께 나온 뉴스에 ‘싸이 나라,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같 은 내용이 몇 개 보인 것이다.
강진은 찜찜한 마음으로 싸이나 라 홈페이지 주소를 클릭했다. 곧 홈페이지가 뜨자 ‘다행히 없
어지지는 않았구나.’ 하며 안도했 다.
그에 강진이 싸이나라에 아이디 를 만들고는 엄마의 이름을 검색 했다.
그러자 수십 명이 동명이인이 떴다.
‘이거 검색 조건 따로 없나?’
생년월일로 검색할 수는 없는지 방법을 찾아보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일단 엄마 계정은 일 끝나고
찾자.’
강진이 핸드폰을 내려놓자 최가 은이 그를 보았다.
“응? 왜 더 안 보세요?”
“동명이인이 많아서 영업 끝나 고 찾아야겠어. 그리고 지금은 너희들 이야기 먼저 하자.”
강진의 말에 최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사진은 페이스에서 내려 받으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동 영상도 있으니 그거 쓰면 될 것
같고.”
“근데 동영상에 음성은 많이 안 나오는데 그걸로 될까?”
이예림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그럼 음성 파일만 따로 받아야 하나?”
그에 최가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데 저희 음성은 어떻게 하 실 생각이세요? 동영상에는 음성 이 그리 많이 안 담겨 있을 텐 데?”
자신들이 올린 동영상이 몇 개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노는 것을 찍은 것이라 음성이 많지는 않았 다.
“음…… 그냥 지금 우리 찍으면 되는 것 아니에요?”
“맞네. 지금 우리 살아 있는 것 하고 똑같잖아요. 지금 우리 찍 고 음성 녹음하면 되겠네.”
이예림도 그러면 되는 것 아니 냐는 듯 보자, 강진이 고개를 저 었다.
“형이 몇 번 귀신들 돕는다고 여기서 동영상 찍은 적이 있거 든?”
“동영상요?”
“유언이나 이승에 남은 사람들 에게 말을 전하려고 말이야.”
“우리처럼요?”
“너희는 캐릭터를 통해서 간접 적으로 하는 거고, 그분들은 직 접적으로 한 거지.”
아이들이 여전히 모르겠다는 듯 보자 강진은 설명을 덧붙였다.
“지금 너희들 찍어서 부모님한 테 보여드리면 굳이 캐릭터를 만 들지 않아도 너희가 하고 싶었던 말을 전할 수 있잖아.”
“아! 맞네. 우리 지금 찍어서 동영상 보내면 굳이 캐릭터를 만 들 이유가 없잖아요.”
이예림의 말에 영수가 강진을 보았다.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있는 거군요.”
영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
덕였다.
“돈이 많이 들어.”
“돈요?”
“죽은 사람이 이승에 뭔가를 남 기는 거니까. 돈이 많이 들더라 고.”
설명을 듣던 영수가 “아.” 하더 니 말했다.
“그 JS 돈 말하는 거군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아마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 녹화를 켜고 그들을 가리키자, 문이 열렸다.
띠링!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신수 호가 잔뜩 굳은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
“강진 씨.”
굳은 얼굴만큼 굳은 목소리에 강진이 슬며시 핸드폰을 내려놓 았다.
그런 강진을 보던 신수호가 의
자를 하나 가져다가 옆에 놓고는 앉았다.
“위험한 일 하지 마십시오.”
“그냥 혹시나 해서요.”
“그 혹시나에 애들이 신용불량 자가 됩니다.”
신수호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말했다.
“제 생각이 맞았군요.”
“귀신이 이승에서 영향력을 행 사하려면 그에 맞는 대가가 필요
합니다. 그리고 그 대가는 싸지 않습니다.”
스윽!
신수호가 아이들을 보았다.
“특히 이 아이들은 돈도 별로 없습니다. 주의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강진의 답에 신수호가 그를 보 다가 아이들을 한 번 보고는 몸 을 일으켰다.
“캐릭터 만들기 전에 부모님께
말하고 인사 먼저 드리십시오.”
“알겠습니다.”
신수호가 몸을 돌려 가게를 나 가려 하자, 강진이 말했다.
“식사하고 가시죠.”
“재판이 있습니다. 그럼.”
신수호가 문을 열고 나가는 것 을 보던 강진이 아이들을 보았 다.
“왜 영상 찍을 수 없는지 알겠 지?”
“아…… 네.”
영수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신수호가 나간 문을 보았다.
“그런데 저분은 사람인 것 같은 데?”
“사람이야.”
“사람인데 어떻게?”
이 자리에 없던 사람이 여기 상 황을 아는지 의아한 것이다.
“반쯤은 저승에 걸쳐 있는 분이 라 그래.”
강진의 말에 이예림이 슬며시 말했다.
“근데요.”
그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옷이 왜 그래요?”
“옷?”
“무슨 위아래 다 하얀색으로 슈 트를 맞춰 입어? 완전 촌스럽지 않아요?”
이예림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 다가 급히 정색했다. 지금 이 대
화를 모두 신수호가 들을 테니 말이다.
“그래도 그 옷 이태리 장인이 만든 거래.”
“에이! 옷이 비싸다고 최고인가 요? 시장에서 파는 옷이라도 나 한테 어울리면 그게 멋진 거죠.”
정색한 채로 문 쪽을 힐끔 본 강진이 급히 고개를 돌렸다.
“일단 너희 부모님들을 찾아뵙 고 말을 해야 할 것 같다.”
강진의 말에 영수가 고개를 저
었다.
“그건 일단 저희 캐릭터 만들어 지고 난 후에 만나주셨으면 해 요.”
“왜?”
“말을 먼저 하면 기대를 하실 텐데 혹시라도 캐릭터가 이상하 게 만들어지면 엄마하고 아빠 실 망하실 것 같아요. 만들어지면 저희가 먼저 보고…… 말해 주세 요.”
“그럼 그렇게 하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이예림이 영수를 보았다.
“근데 음성 파일은 어떻게 해?”
“그러게.”
“예전에 사용하던 핸드폰에 뭐 녹음 같은 것 하지 않았어?”
“오빠는 핸드폰에 자기 목소리 녹음해 놨어요?”
이예림이 되려 묻자 강진은 자 신의 핸드폰을 보다가 입맛을 다 셨다.
자기도 따로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하지 않은 것이다.
“저기……
영수가 슬며시 말문을 열자, 강 진이 그를 보았다.
“제 목소리는 제 컴퓨터와 핸드 폰에 저장이 되어 있어요.”
영수의 말에 이예림이 의아한 듯 보았다.
“네 목소리를 왜 저장했어?”
“그 암기 과목 공부할 때 내가
한 번 읽고, 그것을 들으면서 공 부하면 잘 외워지거든. 그래서 집에 가면 내 공부했던 파일들 있을 거야.”
“오! 너 공부를 그렇게 했어?”
“들으면서 외우니까 괜찮더라 고.”
“왜 우리한테는 말 안 해 줬 어?”
이예림이 눈을 찡그리자 영수가 웃었다.
“나보다 성적 좋은 애들한테 내
가 무슨 공부 방법을 알려 주 냐.”
“하긴…… 네가 우리보다 못하 기는 했지.”
두 사람의 말을 듣던 강진이 이 예림과 최가은을 한 번씩 보며 물었다.
“그럼 영수 목소리는 됐고, 너 희 둘은?”
“그것도 제 컴퓨터에 있어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예림과 최가은이 휘둥그레 뜬 눈으로 영
수를 보았다.
“우리 목소리가 왜?”
“네 컴퓨터에 있어?”
다그치듯 묻자 영수가 급히 손 을 저었다.
“우리 노래방 자주 갔잖아.”
“노래방?”
“노래방에서 노래 녹음했잖아.”
“아…… 그걸 아직도 가지고 있 어?”
“지울 틈이 있었나.”
영수가 입맛을 다시는 것에 두 귀신도 입맛을 다셨다. 하긴 죽 었으니 지울 시간도 없었을 것이 다.
“노래라……
노래에서 음성을 딸 수 있나 강 진이 생각을 할 때, 영수가 말했 다.
“잔잔한 발라드도 많아서 음성 딸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단 물어보면 되겠지.”
그러고는 강진이 영수와 아이들
을 보다가 소주잔을 들었다.
“한 잔씩 하자.”
강진의 말에 영수가 잔을 들고 는 웃었다.
“신경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니야.”
그러고는 강진이 자신의 핸드폰 을 보았다.
‘너희들 덕에 나도 부모님 사진 을 얻었어.’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이
렇게 생생한 부모님 사진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핸드폰을 보던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영업 끝나면 엄마하고 아빠 찾 아봐야지.’
* * *
강진은 잔뜩 피곤한 얼굴로 호 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있었
다.
어제 저승식당 영업을 끝낸 뒤 싸이나라에서 부모님 계정을 찾 아 수십, 아니 수백 명의 이름을 클릭했다.
그리고 결국 엄마와 아빠의 계 정을 찾을 수 있었다. 아빠 계정 에서는 엄마와 데이트하는 사진 도 몇 장 볼 수 있었다.
다만 아빠는 공개 계정이라 친 구가 아니더라도 내용을 볼 수 있었는데, 엄마 계정은 비공개라 친구가 아니면 내용을 볼 수가
없었다.
‘유명한 사람들이나 비공개로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자동 차에서 내렸다.
“아이고! 죽겠다.”
강진은 입맛을 다시며 목을 비 틀었다.
우두둑! 우두둑!
강진은 무척 피곤했다. 밤새도 록 엄마 아빠 계정을 찾고, 찾은
후에는 사진을 계속 봤으니 제대 로 자지 못했다.
몸이 피곤하니 원승환에게 받았 던 마사지가 생각이 나서 잠깐 눈 붙이고 일어나자마자 사우나 를 온 것이다.
그리고 피곤한 것도 있지만 원 승환을 만나려는 이유가 따로 있 었다.
원승환이 잘 되어야 원희진이 승천을 할 것 같으니 인연을 만 들어 두려는 것이다.
‘직업에 귀천이 어디에 있다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엘리베이터 에 탄 강진이 사우나가 있는 층 을 눌렀다.
우웅!
엘리베이터가 부드럽게 올라가 는 것을 느끼며 강진은 문득 중 얼거렸다.
‘그런데 마사지 비싸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