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4화
세 사람이 자리에 앉자 강진이 황민성에게 잠시 기다리라 하고 는 원승환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인사에 원승환의 여자 친구인 이유미가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저희 가게가 생긴 것은 이래도
꽤 소문난 맛집입니다.”
“오빠가 블로그 보여줬어요. 아 주 맛있게 보이던데요?”
“감사합니다. 그럼 주문을 받을 건데…… 음식 어떻게 해 드릴까 요?”
강진의 말에 이유미가 말했다.
“블로그 보니까 여기 오색 찹 스테이크하고 단호박 찹 스테이 크가 인기가 좋던데요.”
“잘 보셨습니다. 그 두 개가 여 성 분들에게 인기가 좋습니다.
그럼 두 메뉴하고……
강진이 원승환을 보았다.
“승환 씨는 혹시 좋아하는 것 있으세요?”
“저는 아무거나 다 좋아합니다.
“그럼 좋아할 만한 음식으로 내 오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원승환이 급히 말 했다.
“저는 유미하고 같이 스테이크 먹으면 될 것 같은데……
“물론 메뉴 두 개만 하셔도 양 은 차시겠지만…… 다른 음식은 제 서비스라고 생각해 주세요. 제가 초대를 했는데 그 정도 서 비스는 드려야죠.”
싱긋 웃으며 강진이 원승환에게 말했다.
“아! 그리고 혹시 자취하세요?”
“자취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번에 자취생에게 좋은 음식 몇 가지를 연구했거든요. 그거 한 번 드셔 보세요. 만들기
도 간편한데 맛도 좋더군요.”
“간편해요?”
“네. 드셔 보시고 맛있다고 하 시면 정식 메뉴로 하려 합니다.”
“그럼…… 감사히 먹겠습니다.”
원승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숙이고는 주방에 가서는 주문을 넣었다.
“오색 찹 스테이크 단호박 찹 스테이크, 그리고……
강진이 원희진을 보았다.
“아시죠?”
“네.”
원희진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도 고개를 끄덕이 고는 황민성에게 다가갔다.
“형은 저녁 뭐로 해 드릴까요?”
“지금 뭐가 맛있어?”
“오늘 오징어 좋아서 오징어볶 음 밀고 있어요.”
“그럼 오징어볶음하고 소면 좀 삶아서 줘.”
“알았어요.”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주방에 있는 배용수에게 주문을 넣었다.
“오징어볶음에 소면도 같이.”
“오케이.”
주문 전달을 마친 강진이 다시 황민성에게 다가갔다.
“집에다 전화하셨어요?”
“네 가게에서 밥 먹고 간다고 했어.”
황민성이 사뭇 진지해진 눈으로
강진을 보았다.
“오늘 대강금속에서 사람 왔다 갔다면서?”
“어? 어떻게 아셨어요?”
“아는 사람을 통해서 연락이 왔 더라고. 대강금속 사장이 나한테 사과하고 싶어 한다면서.”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눈을 찡 그렸다.
“형한테요?”
“응.”
“ 진짜......"
짜증 섞인 목소리에 황민성이 물었다.
“왜?’’
“저한테 와서도 형한테 사과하 고 싶다고 만나게 해 달라 하더 라고요.”
“그래서?”
“사과받을 사람은 형이 아니라 오 실장님이라고 분명히 이야기 했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눈을 찡 그렸다.
“그런데도 나한테 연락이 온 거 네?”
“그래서, 사과받으셨어요?”
황민성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그쪽에 사과받을 일이 뭐 가 있다고 받아. 그런 일로 연락 하지 말라고 했지.”
“그래서요?”
“그래서는 무슨…… 그냥 전화
끊은 거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다가 말했다.
“그런데 직접은 아니지만 형하 고 연락이 닿기는 했네요?”
“한국 땅이 얼마나 좁은데. 다 리 몇 개만 지나면 연락 안 되는 사람이 없어. 형도 다리 몇 개 건너면 대통령한테 연락은 닿 아.”
“그렇기는 해도…… 그런 식으 로 대통령한테 연락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뭐 그렇기는 하지.”
황민성은 입맛을 다시며 강진을 보았다.
“형이 요즘 어때 보이냐?”
“네?”
“네가 보기에 형 예전하고 비교 해서 어떻게 좀 달라졌어?”
“형 처음 봤을 때와 비교하면야
많이 다르죠.”
“그래?”
“처음에는 손님과 식당 주인으 로 봤잖아요. 그리고 지금은 친 한 형이고.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 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 말고 분위기나 느낌 있잖아.”
“대강금속한테 연락 온 것 때문 에 그러세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는 거래만 했었거든. 딱 히 사적인 부탁이나, 사적인 감 정 교류 같은 건 안 했단 말이 야. 그리고 그런 것을 나한테 시 도하려고 한 사람도 없었고.”
그리고는 황민성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핸드폰을 들어 보였다.
“근데…… 요즘 이런 전화가 가 끔 오네.”
전에도 사적인 전화가 가끔 오 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사업에 관련된 전화들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지극히 사적 인 전화였다. 그래서 황민성은 오늘 살짝 충격을 받은 상태였 다.
많이 친하지도 않은 중소기업이 었다. 그저 기술력이 좋아서 투 자했는데 이런 전화가 올 줄은 상상도 못 한 것이었다.
작년이었다면 이런 전화는 어림 도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황민성은 거래처와 미팅 시 그쪽 에서 제시한 사업 계획서가 마음 에 안 들면 그 앞에서 찢어 버린
다.
그래서 거래처들은 황민성을 무 서워하고 어려워했다. 그리고 자 신을 어려워하는 사람들과 그 분 위기가 황민성은 마음에 들었다.
자신을 어려워하는 만큼 그들이 가져오는 사업 계획서도 더 완벽 해질 테니 말이다.
황민성의 마음이 왜 그런지 이 해를 한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형이 요즘 좀 부드러워지기는 했죠.”
“그래‘?”
“예전에는 조금 날이 선 듯한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아니잖아 요.”
“그런가?”
황민성이 입맛을 다셨다. 그런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래도 저는 지금 모습이 좋네 요. 형이 부드러워진 만큼 형 마 음에 여유가 생겼다는 것일 테니 까요.”
“그건…… 그렇지.”
말을 한 황민성이 웃었다. 맞는 말이기는 했다. 작년 자신은 일 에 지치고 어머니에 대한 걱정과 죄송함에 마음이 피폐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았 다. 일은 즐겁고 어머니는 많이 좋아지셨다.
거기에 아내와도 사이가 그 어 느 때보다 좋고 말이다.
그러다가 황민성이 원승환을 보 았다.
“그런데 네가 초대를 한 거야?”
“네. 친하게 지내면 좋을 것 같 아서요. 아! 그리고 오늘 아침에 형 카드로 목욕탕에서 마사지 받 았어요.”
“그래? 잘했네.”
“액수가 좀 되는 것 같던데
“그 정도는 괜찮아. 편하게 받 아.”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대신이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오늘 식사와 술값은 제가 내겠습 니다.”
“후! 뽕을 뽑으려면 많이 먹어 야겠다.”
“많이 드세요.”
강진의 말에 웃던 황민성이 다 시 원승환을 보고는 슬며시 물었 다.
“혹시......"
황민성이 무얼 묻는 것인지 알 아챈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령은 아니신데 고모님이 같이 계시더라고요.”
“아…… 그래서 네가 초대를 했 구나.”
“그런 것도 있고……
강진이 원승환을 보고는 작게 말했다.
“저분도 오 실장님하고 비슷하 더라고요.”
“오 실장님?”
“여자 친구 부모님이 반대하신
대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눈을 찡 그리며 말했다.
“세 신사라서?”
“그런 모양이에요.”
“ 진짜......"
황민성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세상 참 힘들다.”
“그러게 말이에요.”
고개를 저은 강진이 문득 황민
성을 보았다.
“형 요리할 줄 모르죠?”
“요리?”
“네.”
“내가 요리할 일이 뭐가 있었 나.”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간단한 요리 레시피 몇 개 배웠거든요. 나중에 집에 가 서 형수님하고 어머니 좀 해 주
세요.”
“내가 요리를?”
황민성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웃 었다.
“정말 간단한 거라 어린아이도 할 수 있을 정도예요.”
“얼마나 간단한데?”
황민성의 물음에 강진이 액젓 소 불고기의 레시피를 말해 주었 다. 그것을 듣고 있던 황민성이 황당한 듯 말했다.
“설탕하고 액젓만 넣으면 된다 고?”
“마늘하고 파도 넣어야죠. 양파 도 넣고.”
“그건 그렇다 치고…… 근데 그 게 정말 끝이야?”
“네.”
“맛은 있고?”
“요리하는 사람들에게는 호불호 가 좀 있을 것 같지만…… 그래 도 일반적인 입맛을 가진 사람들 은 맛있어할 겁니다.”
“요리라……
황민성이 중얼거릴 때, 차달자 가 강진에게 말했다.
“사장님, 음식 나왔어요.”
아무래도 강진의 손님인 듯하니 서빙을 그가 하게끔 하는 것이 다.
그에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 쟁 반에 담긴 음식들을 보았다.
“음식 종류가 많아서 양은 좀 줄였어. 가격도 줄여서 받아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쟁반을 들고 홀로 나 왔다.
그리고 그 뒤를 원희진이 웃으 며 따라왔다.
“음식 나왔습니다.”
쟁반을 식탁에 놓고 음식들을 하나씩 내리자, 이유미의 얼굴에 감탄이 어렸다.
“와, 너무 예뻐요.”
이유미가 오색 찹 스테이크와 단호박 찹 스테이크를 보고 미소
짓는 것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음식이 좀 많아서 양은 좀 줄 였습니다. 물론! 양이 줄어든 만 큼 음식값도 줄어드니 제가 바가 지 씌운다는 생각은 하지 마시고 요.”
“에이,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 요. 아! 근데 이건 얼마예요?”
이유미가 스테이크를 가리키는 것에 강진이 말했다.
“원래 정가는 만 원인데요. 지 금은 양이 줄어서 칠천 원만 받
으면 될 것 같습니다.”
“가격 정말 좋네요.”
강남 논현에서 찹 스테이크를 칠천 원에 먹을 수 있을 줄은 몰 랐던 이유미가 웃으며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사진을 찍자, 강진이 원 승환을 보았다.
“이건 액젓 소 불고기, 이건 명 란 계란말이입니다.”
강진의 말에 원승환이 음식을 보며 말했다.
“이거 저 좋아하는 건데.”
“그러세요?”
“예전에 우리 막내 고모가 해 줬거든요. 만드는 방법도 쉬워서 저도 가끔 해 먹고 있습니다.”
웃으며 원승환이 명란 계란말이 를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었다.
“명란이 씹히는 것이 맛있네 요.”
“색감도 예쁘죠.”
강진의 말에 원승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명란젓을 터뜨려 계란 과 섞어서 그런지 군데군데 노란 명란이 보이는 것이 무척 보기가 좋았다.
거기에 붉은 당근이 들어가서 색감이 더 살았다.
“그럼 맛있게 드세요.”
고개를 숙인 강진이 주방에 들 어가 배용수를 보았다.
“형 먹을 건?”
“담기만 하면 돼.”
“그리고 저기 음식 나간 것 좀 남았지?”
“그렇지 않아도 민성 형도 좀 드셔 보라고 따로 담았어.”
말을 하며 배용수가 액젓 소 불 고기와 명란 계란말이가 담긴 접 시를 쟁반에 올렸다.
뒤이어 오징어볶음도 올리고 그 옆에 소면도 놓자 강진이 쟁반을 들고는 황민성에게 다가갔다.
“음식 나왔습니다.”
“음, 맛있겠다.”
황민성이 미소를 지으며 음식들 을 보았다.
보기만 해도 입맛 도는 오징어 볶음과 검은깨가 살짝 뿌려져 있 는 소면이 참 맛있어 보였다.
액젓 불고기와 명란 계란말이를 번갈아 보던 황민성이 젓가락으 로 계란말이를 하나 먹고는 고개 를 끄덕였다.
“명란만 계란에 풀어서 하라는 말이지?”
“네. 명란 껍질 살짝 뜯어서 칼
등으로 밀어내면 속살이 나오거 든요. 그걸 계란에 풀어서 하시 면 돼요. 계란 말기 힘드시면 그 냥 막 휘저어서 드셔도 되고요. 아! 시금치 톡톡 뜯어서 넣고 볶 아도 맛이 괜찮을 거예요.”
강진이 조리 방법을 설명해 주 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액젓 소 불고기를 먹었다.
그러고는 웃었다.
“그 간단한 거로 이런 맛이 나 와?”
“ 괜찮죠?”
“괜찮네.”
웃으며 황민성이 음식을 먹자 강진이 원승환 쪽을 보았다. 원 승환과 이유미도 맛있게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렇게 잘 어울리는데…… 그 냥 허락해 주시지.’
속으로 중얼거리던 강진은 다른 손님이 자신을 찾자 급히 자리에 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