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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478화 (476/1,050)

478화

진심으로 때를 밀라는 말에 강 진이 원희진을 보았다.

‘그걸로 되겠어요?’

말을 할 수 없어 눈빛과 시선으 로 의사를 표현하는 강진을 보며 원희진이 미소를 지었다.

“딸이 고생할까 봐 싫은 거예 요. 그런데 승환이가 어디 유미 고생시킬 남자인가요? 진심으로 말하라 하세요. 진심은 통하는

법이죠.”

원희진의 말에 강진이 불안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진심이라는 것이 통하는 세상 은 아닌 것 같은데.’

진심을 다해 아르바이트를 하니 사장이 호구 잡은 줄 알고 일만 더럽게 시킨 적도 있었으니 말이 다.

하지만…….

‘진심이라…… 통하면 가장 좋

기는 하겠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장인을 한 번 보고는 몸을 일으켰다.

“같이 가자.”

강진이 일어나는 것에 황민성이 일어났다. 강진이 장인에게 말을 걸러 가는 거라 생각을 한 것이 다.

“아니요. 생각이 바뀌었어요.”

“웅? 왜?”

“제 생각에는

강진이 힐끗 원희진을 보고는

황민성을 보았다.

“저런 분은 남의 말 안 들을 것 같아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장인을 보았다.

“하긴…… 내가 봐도 자기가 맞 다 생각하면 주위 말 하나 안 듣 는 그런 스타일로 보인다.”

원래라면 잘나가는 사람들이 원 승환의 장인 될 사람에게 가서 원 실장 좋은 사람이다, 돈 잘 번다, 우리와 친하다고 말하는

식으로 밀어 줄 생각이었다.

직업에 편견이 있다면, 좋은 직 업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말에 혹할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직접 보니 그런 스타일 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럼 어쩌려고?”

“진심을 다해야죠.”

“진심?”

“사람을 얻으려면 역시 진심만 한 것이 없죠.”

“그야…… 그런데.”

황민성이 입맛을 다시자 강진이 세신 룸으로 다가갔다. 강진이 오자 원승환이 그를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문을 열고 들 어간 강진이 말했다.

“저 백발 신사가 장인이시죠?”

“그걸 어떻게?”

“원 실장님이 계속 보시길래 알 았죠. 그런데 만나신 적은 있으 세요?”

“만난 적은 없고 사진으로만 뵈 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말을 하며 강진이 옆을 보았다. 옆에는 원희진이 그를 보고 있었 다.

강진의 시선에 원희진이 양손으 로 때를 미는 시늉을 보였다.

“시원하게!”

말 그대로 시원하게 외치는 원 희진을 보던 강진이 다시 원승환 을 보았다.

“장인어른께 진심으로 다가가면 서 원 실장님 하는 일이 어떤 것 인지 알려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 혼자서요?”

“진심으로 다가가면 통할 분입 니다.”

강진의 말에 원승환이 그를 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미가 그러더라고요. 나 반대 하는 것 빼고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아빠라고.”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아빠한테 서 유미 씨를 데려오는 겁니다. 정성을 다해 보세요.”

강진의 말에 원승환이 숨을 골 랐다.

“후우! 알겠습니다.”

“때도 아들처럼 시원하게 한 번 밀어주세요.”

강진의 말에 원승환이 목을 비 틀었다.

O rz = | O rz 드 | nr=r! -i——r=r!

몸을 비튼 원승환이 문을 열려 하자, 강진이 말했다.

“탕에 들어가야 하는데 옷 입고 가시게요?”

“아……

강진의 말에 원승환이 래시가드 상의와 수영복 바지를 벗었다.

원승환이 옷을 벗자 강진의 얼 굴에 살짝 감탄이 어렸다.

‘와.’

원승환의 몸은 헬스 트레이너라

고 해도 될 정도로 아주 탄탄했 다.

다만 헬스 선수와는 다르게 근 육이 너무 크지 않고 적당한 것 이 더 보기 좋았다. 특히 갈비뼈 옆에 자리 잡힌 근육은 정말 굉 장해 보였다.

게다가…….

“험!”

강진이 살짝 헛기침을 하며 슬 쩍 고개를 돌렸다. 몸 보다가 자 기도 모르게 너무 하체를 자세하

게 본 것이다.

그리고…….

‘몸만큼 굉장하네.’

입맛을 다신 강진이 원승환을 보았다.

“파이팅.”

강진의 말에 원승환이 숨을 크 게 뱉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러 고는 천천히 장인에게 걸음을 옮 기자 강진이 원희진을 보았다.

“그런데 진심은 통한다, 확실한

거예요?”

강진의 말에 원희진이 미소를 지었다.

“오늘 저 아저씨 옆에서 있었는 데 고민이 많더라고요. 때밀이만 아니면 괜찮을 텐데…… 왜 하필 때밀이어서는. 그런 말을 계속 입에 달고 있더라고요.”

“그래요?”

“때밀이에 편견이 좀 강하기는 한데…… 딸을 행복하게 해 줄 남자라는 것만 알면 직업에 대한

편견은 버릴 거예요. 저 아저씨 가 원하는 건 딸이 좋은 남자 만 나는 거니까. 그래서 지금 중요 한 건……

원희진이 원승환을 보며 말했 다.

“진심을 담아서 하는 대화예 요.”

‘때밀이만 아니면 괜찮다는 말 을 입에 달고 살았다는 건…… 때밀이라서 싫다는 거잖아.’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의 눈에

원승환이 장인에게 말을 거는 것 이 보였다.

그리고 원승환이 깊게 고개를 숙이자 장인의 얼굴이 굳어졌다.

‘소리라도 지르는 것 아냐?’

‘왜 네가 여기에 있냐!’라거나 ‘나를 속이고 여기에 데리고 온 거냐!’라는 식으로 소리를 지르 면 어쩌나 했는데, 장인은 소리 를 지르지 않고 뭔가 말할 뿐이 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슬며시 탕 쪽

으로 다가가 안으로 들어갔다. 탕 안에 있던 황민성과 강상식은 호기심과 우려감이 어린 눈으로 원승환을 보고 있었다.

“뭐라고 하고 온 거야?”

황민성의 물음에 강진이 원승환 을 보며 말했다.

“진심으로 부딪히라고요.”

“진심으로?”

“옷 홀딱 벗고 진심으로, 마음 과 마음으로 부딪히라고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원승환 쪽을 보았다.

“될까?”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사실 강진도 확신은 없 으니 말이다.

“근데 반응 안 좋은 것 같은 데?”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장인은 얼굴이 굳어 있고, 원승환은 고개를 숙 인 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반대하는 사윗감을 보게 될 줄은 몰랐을 테니까요. 아마 자신이 속아서 여기 왔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래도…… 나가지는 않네요.”

원승환은 공손하게 손을 모은 채였고, 장인은 그런 원승환에게 한숨을 쉬며 뭔가를 말하고 있었 다.

이야기를 하던 장인이 사우나를 둘러보았다.

“여기가 직장이라는 것을 안 것

같은데?”

“그런 것 같네요.”

사우나를 두리번거리던 장인과 강진 일행의 시선이 부딪혔다. 시선이 부딪히자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그에 장인이 의아한 둣 그를 보 다가 고개를 숙였다. 그에 황민 성과 강상식도 마주 고개를 숙였 다.

세 사람이 고개를 숙이는 것에 장인이 고개를 갸웃거릴 때, 원

승환이 뭐라고 말을 했다.

그에 장인이 한숨을 쉬고는 샤 워 부스에서 몸을 마저 씻기 시 작했다.

다 씻은 장인이 몸을 돌려 나가 려 하자, 원승환이 급히 몇 마디 말을 나누고는 탕을 가리켰다.

이대로 가지 마시고 탕에 몸이 라도 담그시라고 하는 모양이었 다.

그 말에 장인이 그를 보다가 고 개를 끄덕이고는 탕 안으로 들어

왔다.

스륵! 스륵!

물결을 가르며 탕에 들어오는 장인과 원승환에게 황민성이 슬 며시 말을 걸었다.

“원 실장님 아버님이세요?”

“아버님?”

장인이 당황스러워하자 황민성 이 말했다.

“원 실장님하고 닮으셔서 아버 님인 줄 알았는데 아니신가요?”

황민성의 말에 장인이 그를 보 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아…… 그렇군요. 아!”

황민성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

“MS 투자 운영하는 황민성입니 다.”

“MS 투자?”

장인이 의아한 듯 보다가 손을 내밀어 잡았다.

“저는 이군송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악수를 나눈 황민성이 강상식을 가리켰다.

“이쪽은 오성화학 강상식 이사 님입니다.”

“강상식 입니다.”

강상식이 손을 내밀자, 이군송 이 놀란 듯 그를 보다가 손을 잡 았다.

“안녕하십니까.”

황민성이 재계에서는 유명해도

일반인에게는 그리 유명하지 않 았기에 이군송은 그가 누군지 몰 랐다.

하지만 오성그룹 계열사인 오성 화학은 그도 알고 있었다.

오성그룹에서야 그리 중요한 계 열사는 아니더라도 일반인 눈에 는 오성화학도 대기업이었다.

둘이 인사를 나누자 강진이 말 했다.

“저는 저기 논현역에서 작게 식 당하고 있는 이강진입니다.”

세 사람과 인사를 나눈 이군송 이 조금은 불편한 눈으로 그들을 보았다.

“그런데 저를 보시던데?”

“원 실장님이 누구를 데리고 온 적이 없어서 누구신가 해서 보고 있었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이군송이 원승환 을 보았다. 그 시선에 원승환이 슬며시 말했다.

“저와 친하게 지내시는 손님들 입니다.”

원승환의 말에 이군송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황민성을 보 았다.

“무례하게 느껴지셨다면 죄송합 니다.”

“원…… 승환 씨와 친하신가 봅 니다.”

“친하지요. 저 말고도 여기 다 니는 회장님들 중에 원 실장님 싫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회장님?”

“여기 오시는 손님들 중에 K

자동차 회장님도 있고, 한송건설 회장님도 있고…… 어쨌든 회장 님들이 원 실장님 아주 좋아들 하시죠.”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 실장님한테 케어 받으면 몸 도 마음도 편해지는데 누가 싫어 하겠습니까?”

강상식의 말에 이군송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강상식은 칭찬으 로 한 말이지만…… 이군송 입장 에서는 때밀이라는 사실이 한 번

더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 이군송의 감정 기복을 느 낀 강진이 슬며시 말했다.

“여기 물이 참 좋지요?”

강진이 화제를 돌리자, 이군송 이 따뜻한 물을 느끼고는 말했 다.

“좋군요.”

그에 강진이 뭔가 더 말을 하려 할 때, 원희진이 말했다.

“이만 자리 피해주세요.”

원희진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사장님하고 이분들이 있으면 둘이서 진지한 대화가 되겠어요? 어서! 어서! 무브! 무브!”

원희진이 재촉하자 강진이 입맛 을 다시고는 이군송을 보았다.

“그럼 편히 쉬세요. 형, 우린 그 만 나가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멈칫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이제부터 좋은 이야기 해 주려

고 하는데 나가자고?’

황민성의 시선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젓고는 눈치를 주었다. 그에 황민성이 몸을 일으키자, 강상식도 살짝 당황스러운 눈으 로 그와 강진을 보고는 뒤를 따 랐다.

황민성은 탕을 나가던 중 원승 환의 어깨를 손으로 살짝 쥐고는 놓았다.

탕을 나온 세 사람은 샤워 부스 에서 가볍게 몸을 씻고 밖으로 나와 몸을 닦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나와도 되나?”

황민성은 자신이 말을 좀 거들 지 않고 나온 것이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우리가 예상한 것과는 좀 다르 신 분 같죠?”

“그런 것 같더라.”

황민성이 힐끗 사우나 쪽을 보 고는 말했다.

“생각보다는 괜찮은 사람 같아 서 마음이 좀 놓이기는 하는 데…… 괜찮은 사람이 편견을 가

지면 그게 더 무섭거든.”

직업에 편견을 가진 소인배를 생각했는데, 직업에 편견은 있더 라도 소인배는 아니었다.

오성화학 이사나, 회장들 이름 에도 놀라기는 했지만 별다른 반 응을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따뜻한 곳에서 몸 담근 채 이 야기를 하다 보면 원 실장님이 얼마나 좋은 남자인지 알 거예 요.”

“직업은 어쩌고?”

“제가 보니…… 직업에 대한 편 견은 있으신 것 같지만.”

강진이 황민성과 강상식을 보았 다.

“사위 될 사람 직업이나 이것저 것 따지는 것도 사실 당연한 것 아니겠어요?”

“그것도 맞기는 한데.”

“진심을 다해서 말하면 원 실장 님이 딸을 행복하게 해 줄 남자 라는 것을 알아주실 거예요. 그 리고 일단은 만나기는 했잖아요.

그것도 발가벗고.”

말을 하며 수건을 통에 넣은 강 진이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렸다.

그것을 보던 황민성이 힐끗 탕 쪽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 싸우든 화해를 하든…… 일단 만났으니 잘 되기를 바라야 겠네.”

자신의 생각과는 아주 많이 틀 어진 상황이기는 하지만, 황민성 은 강진을 믿었다.

강진이 이렇게 말을 했다면

‘어떻게 되겠지. 게다가 귀신도 있는 것 같고.’

강진이 가끔 허공을 보던 것을 떠올린 황민성이 몸에 묻은 물기 를 마저 닦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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