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482화 (480/1,050)

482화

강진은 직원들과 함께 TV에 연 결한 핸드폰의 단톡을 보고 있었 다.

강진은 직원들에게 도시락에 대 한 의견을 물었고, 직원들은 강 진이 하고 싶으면 하자는 의견이 었다.

그래서 며칠 동안 강진은 단톡 을 통해 손님들에게 아침 도시락 장사에 대한 설문 조사를 했다.

결과는 괜찮았다. 대부분의 손 님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오늘 그 의견들을 토대 로 한끼식당 사람, 귀신 직원들 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차연미가 나무젓가락으로 화면 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희 손님들 반응은 도시락 판 매에 대해 긍정적인 것 같습니 다. 그리고……

차연미가 핸드폰을 터치하자 TV 화면이 바뀌며 단톡 캡처본

몇 개가 떠올랐다.

“손님들 중에 특별한 도시락을 원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가족 여행이나, 연인들을 위한 특별한 도시락 판매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전날 미리 예약 주문 하고 그 다음날 아침에 받는 서 비스도 했으면 좋겠어요.〉

차연미의 말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어떻게 생각해?”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화면을 보다가 말했다.

“손님들에게 좋으면 나도 나쁘 지 않지.”

그에 차연미가 배용수를 보며 말했다.

“손님들이 좋아하시면 당연히 좋지만, 판매를 하는 입장에서는 손이 한 번이라도 더 가는 이벤 트성 상품이라 수익 면에서는 딱 히 좋을 것이 없다 생각합니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한 번에 많은 음식을 만들어서 포장해 파 는 것이 좋죠.”

“돈 벌려는 것도 있지만…… 음 식을 먹고 손님들이 행복해한다 면 이런 이벤트 도시락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강진의 말에 차연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럼 여기에서 중요한 건

차연미가 핸드폰을 다시 터치하

자 화면에 새로운 글이 떠올랐 다.

〈도시락의 가격!〉

화면을 보며 강진이 웃었다.

“이런 것도 준비하셨어요?”

“하는 김에 만들어 봤어요. 어 쨌든 중요한 건 도시락의 가격입 니다.”

“한 사천 원 정도면 되지 않을

까요?”

도시락이라 해도 원가 생각한다 면 사천 원 정도면 될 것이다. 그리고 사천 원이라고 해도 편의 점에서 파는 음식보다 더 맛있을 것이다.

“저도 사천 원 정도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다만……

“다만? 무슨 문제가 있나요?”

“저희 가게 식당에서 먹으면 오 천 원인데 도시락이 사천 원이면 손님 중 일부가 비]싸다 생각할

우려가 있습니다.”

“천 원 싼데요?”

“천 원이 싸기는 하지만, 도시 락은 반찬이 한정적이잖아요. 근 데 여기서 먹으면 무한 리필 수 준으로 챙겨 주잖아요.”

“그건…… 그렇죠.”

제육과 같은 메인으로 나가는 반찬만 아니라면 달라는 대로 준 다.

그리고 메인인 반찬도 줄 때 조 금 주는 것도 아니고 많이 주

니…… 대부분 모자람 없이 풍족 하게 먹고 가는 것이다.

“도시락 통은 크기가 한정되어 있으니 아무리 잘 넣어줘도 가게 에서 먹는 것처럼 풍족하게 먹을 수는 없어요. 가게에서 먹던 것 생각하고 도시락을 사 가면 실망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 리 천 원이 싸다고 해도 말이 죠.”

“확실히…… 사람 마음이 그렇 게 느낄 수가 있겠네요.”

“이게 저희 가게가 원래 가격을

싸게 받은 것에 대한 일종의 부 작용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 습니다.”

차연미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문득 물었다.

“그런데 연미 씨 이런 것 잘하 시네요?”

차연미는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처럼 도시락 판매를 설명하고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답했다.

“제가 대기업에서 일을 얼마나 잘한다고 인정을 받았는데요.”

“그러세요?”

“이런 말 하면 제가 꼰대 같아 보이지만, 저 때는 여자가 회사 에서 인정받기 진짜 어려웠어요. 그게 싫어서 일 진짜 열심히 해 서 제 동기 중에서 제가 대리 가 장 빨리 달았어요.”

강진이 대단하다는 듯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핸드폰은 언제 이렇게 배우셨 어요?”

캡처한 이미지를 따로 모으고,

그것을 이렇게 자료로 만들어서 보여주는 것이 대단하다고 느낀 것이다.

게다가 차연미가 살아서 회사 다닐 때는 컴퓨터가 없어서 타자 기로 일을 했을 텐데, 이렇게 자 료를 만드니 대단한 것이다.

“인터넷 들어가면 다 있는걸요. 그리고 어렵지도 않아요.”

웃으며 차연미가 말했다.

“일단 손님들 반응은 괜찮아요. 그 사장님 다니던 회사 쪽에서도

수요가 꽤 있을 것 같아요.”

“그거야 제가 한다고 하니 사신 다고 하는 거지, 막상 해 보면 다를 수 있죠.”

강진의 말에 차연미가 고개를 저으며 핸드폰을 터치했다.

“저희 점심 장사 때 오시는 손 님들 수가 보통 110명, 많으면 130명가량 되십니다.”

“그렇게 많나요?”

“그리고 손님들 중 오십 명 정 도가 가게에 왔다가 자리가 없어

서 되돌아가십니다.”

“되돌아가는 분도 그렇게나 많 았나요?”

“제가 점심시간에 밖에서 일일 이 다 세어 봤습니다. 이것도 12 시가 넘은 뒤 온 손님은 세지 않 은 숫자입니다.”

“그래서 점심시간에 밖에 계셨 군요.”

강진의 말에 차연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 식당이 12시가

넘으면 만석이라는 인식이 손님 들한테는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차연 미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12시가 넘으면 그리 많이들 오지 않으세요.”

“직장인들한테 줄 서서 기다리 는 건 부담이니까요.”

직장인 생활을 짧게라도 해 본 강진이 말하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면 되돌

아가는 손님들이나, 만석일까 봐 오지 않은 손님들도 도시락 고객 이 될 수 있습니다.”

강진이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 를 끄덕이다가 턱을 쓰다듬었다.

“사천 원이라…… 비싼 것 같지 는 않은데 우리 가게 식대가 오 천 원이라…… 손님들이 비싸다 고 생각할까 봐 걱정이네요.”

“저도 그게 걱정이에요.”

말을 한 차연미가 강진을 보았 다.

“제 생각에는…… 안 하는 것이 낫지 않나 싶어요.”

“안 해요?”

“한다면 손님들이 좋아하실 것 도 같지만…… 뒷말을 할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천 원이라.’’

강진이 중얼거리자 차연미가 말 을 덧붙였다.

“우리 가게 음식이 싼 이유는 건물 임대료가 안 나가는 것과 신수용 씨가 식재를 무상으로 주

는 덕분이에요. 하지만 신수용 씨에게 언제까지 무료로 식재를 받을 수는 없어요. 그분도 사업 하시는 분이니까요.”

차연미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신수용 씨 등골 빨아서 나 좋 은 일 하고 있었네.’

신수용뿐만 아니라 신수귀의 등 골도 빨고 있었다. 두 사람은 무 상으로 식재와 술을 지원해 줬으 니 말이다.

그들이 무상으로 술과 음식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강진이 가진 것이 너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자리 잡을 때까지 기간 을 넉넉하게 5년 잡고 지원을 해 준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 는 다르다.

장사는 어느 정도 잘 되고 있 고, 그동안 돈도 많이 모았고 말 이다.

진작 제대로 된 가격을 치르고 물건을 받았어야 했다.

‘이거 내가 너무 염치가 없었 네.’

호의가 계속되니 권리인 줄 안 다는 말…… 자신이 딱 그 짝이 었다. 어느새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에 강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 가 배용수를 보았다.

“용수야.”

“응?”

“이번 달부터는 식재하고 술값 계산하고 쓰자.”

“그게 가장 좋기는 하지. 근데 너 돈 나가야 하는데 괜찮겠어?”

“그동안 장사해서 번 돈도 있 고, 그리고 장사 잘 되는데 식재 돈 내고 쓴다고 망하겠어? 얼마 라도 남겠지. 앞으로는 네가 주 방에 들어오는 식재 파악해 줘. 그리고 한끼식당 식재 사용량하 고 저승식당 식재 사용량도 파악 해 주고.”

“슬 ° ?아

배용수의 물음에 이혜미가 손을 들었다.

“술은 제가 셀게요.”

“그럼 부탁드릴게요.”

“네!”

그러고는 강진이 차연미를 보았 다.

“연미 씨, 숫자 계산도 잘하세 요?”

“당연하죠.”

“그럼 일일 매출하고 식재 사용 량과 술, 그런 것들 정산 좀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차연미의 말에 강진이 잠시 생 각을 하다가 말했다.

“도시락은 일단 저희 한 달 매 출 보고 결정하도록 하겠습니 다.”

일단 들어오는 돈과 나갈 돈 생 각해 보고 도시락을 팔지 말지 결정한다는 게 강진이 낸 결론이 었다.

강진은 핸드폰을 꺼내 신수용에 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식재 필요한 것 있어요?]

“용 사장님이 늘 잘 챙겨 주셔 서 식재야 떨어질 일이 없죠. 늘 신선한 식재료 잘 챙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야 저희 어머니 가게 잘 이끌어 주시니 기분이 좋을 뿐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 탁드리겠습니다.]

신수용의 말에 강진이 작게 한 숨을 쉬었다.

‘나는…… 가게를 팔 생각만 했 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지 만…… 신수용에게 이런 말을 들 으니 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에 강진이 한숨을 토하고는 입을 열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오 년 후에 한끼식당 팔 생각이 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알고 있습니 다. 그리고…… 이 사장님 손에

서 오 년이면 이미 저희 어머니 가게가 아니라 이 사장님 가게라 봐야죠.]

그러고는 신수용이 피식 웃었 다.

[세상에 영원한 것이 어디 있겠 습니까? 저는 그저, 이 사장님이 다른 곳으로 가게를 옮기더라도 좋은 식당을 이어갔으면 할 뿐입 니다. 가게 이름 이어가 주시면 더 감사하고요.]

신수용의 말에 강진은 잠시간 침묵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람 일이란 것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저는 가게 를 팔고 옮길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십니까?]

“가족들이 사는 집을 쉽게 파는 사람은 없죠.”

[가족이라...... 그것도 그렇군 요.]

“그리고…… 앞으로는 식재 제 대로 돈 내고 구매하려고 합니 다.”

[제가 약속한 5년까지 아직 시

간이 남았는데, 왜 굳이?]

“저희 가게도 어느 정도 영업이 되고, 공짜 좋아하면 저승에서 안 좋을 것 같아서요.”

[후! 그러시다면야 편한 대로 하세요. 저야 돈 받고 물건 팔면 좋죠.]

“그래서 말인데요. 그동안 저희 가게에 주신 식재들 장부가 있으 신가요?”

[물론 있습니다.]

“그거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식재 값을 내면서 영업을 하려면 저희 가게 운영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야 할 것 같아서요.”

[제가 지금 충남에 내려와 있어 서 지금은 어렵고, 내일 아침에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아! 그리고 내일은 주꾸미입니다. 알 밴 놈 으로 잘 골라 가져다드릴 테니 장사 잘 하세요.]

“감사합니다.”

통화를 끝낸 강진이 신수귀에게 도 전화를 걸어 감사 인사를 전 했다.

그러곤 전화기를 내려놓다가 문 득 차달자를 보았다.

“이모님 저승식당 하실 때 사람 상대로도 영업하셨죠?”

“시장 바닥에서 하는 거라 새벽 부터 영업을 했죠.”

“새벽부터요?”

“새벽에 일찍 나오는 언니들하 고 오빠들 아침은 챙겨야 하니까

요.”

“언니 오빠들요?”

“시장에선 나보다 나이 많으면 오빠고, 언니였죠. 어리면 동생이 고.”

말을 하던 차달자가 미소를 지 었다.

“새벽에는 간단하게 선지해장국 을 했어요. 국수 좀 삶아서 넣어 주면…… 정말 좋아들 하셨는 데.”

“그래요?”

“우리 언니들이 국수를 좋아했 거든요. 선지해장국에 국수 하나 말아서 먹는 걸 참 좋아들 하셨 는데.”

차달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녀를 보았다.

“서문시장 한 번 가실래요?’’

“ 괜찮아요.”

“그…… 서문시장에 있는 저승 식당이 아니라, 그곳에 계신 이 모님 지인들 뵙고 싶지 않으세 요?”

차달자는 머뭇거리다가 한숨을 쉬었다.

“보고 싶기는 한데…… 염치가 없어서요.”

“염치요?”

“제가…… 인사도 없이 떠났거 든요.”

“그래도 보고 싶지 않으세요?”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잠시 멍 하니 허공을 보았다. 그러고는 옅게 미소 지었다.

“고향은…… 늘 보고 싶죠•”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