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491화 (489/1,050)

491 화

강진이 황민성 가족과 있을 때 이강혜가 다가왔다.

“이제 부모님들 모이실 거예 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모인다고요?”

“저희가 준비한 선물이 있거든 요. 그리고…… 배터리 문제도

있고.”

“선물과 배터리?”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이강혜 가 말을 이었다.

“이 프로그램이 배터리를 많이 사용하거든요. 그래서 풀로 충전 한 상태에서 해도 두 시간이면 배터리가 모두 끝나요.”

“배터리를 많이 먹는군요.”

“그걸 잘 해결해야 하는데, 배 터리 키우면 무게 때문에 불편해 서……

이강혜가 고개를 젓는 것을 보 며 강진이 물었다.

“아…… 그럼 선물은?”

“저희 팀원들이 고민을 많이 했 어요. 부모님들이 아이들과 하지 못해서 가장 아쉬운 것이 무엇일 까, 하면서요. 여러 곳에 의견을 구해 보니…… 밥이라고 하더라 고요.”

“식사요?”

이강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 마지막 식사 때 함께

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쉬울 거라 고 하더군요.”

“하지만 식사를 어떻게?”

이강혜는 강진을 데리고 정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자 옆 에는 식탁들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식탁 위에는 잡채, 불고 기, 김치찌개, 미역국, 계란말이 와 탕수육과 같은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

“음식이…… 많네요.”

“한국인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준비를 했어요.”

“이건…… 저에게 말씀하시면 준비를 했을 텐데.”

“이건 저희가 준비를 해야죠.”

식탁 위 음식들을 보던 강진은 정자 옆에 놓인 찬합을 들고 왔 다.

“제가 부모님들 드시라고 음식 을 준비했는데 이것도 놓을 수 있을까요?”

이강혜가 찬합을 보고는 다시 강진을 보며 물었다.

“저기에 놓인 음식들과 겹치는 것이 있나요?”

“불고기하고…… 계란말이, 잡 채는 겹치네요.”

“그럼 그 음식들만 바꿔 주세 요.”

“제가 갈비하고 나물, 그리고 생김치도 했는데.”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식탁 근 처에 있던 직원 하나를 불렀다.

직원과 무슨 말을 주고받고는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강진을 보

며 말했다.

“탁자에 놓인 음식 중에 없는 건 새로 놓지 마시고, 있는 것만 바꿔 주십시오.”

“왜요?”

“저 음식들도 모두 디지털 맵이 라 생각을 하시면 됩니다.”

“음식이요?”

강진이 의아한 듯 묻자, 이강혜 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해진 위치에 3D 작업을 미

리 해둔 음식을 놓아두면, 아바 타들도 그것을 집어 먹는 것처럼 보이게끔 설계해 놓았습니다. 그 리고 부모님들이 장갑을 낀 상태 에서 음식을 집어 아이들 밥그릇 에 놓거나 수저에 놓으면 그것도 구현이 되고요. 그래서 3D 작업 이 안 된 음식들은 놓아도 의미 가 없어요.”

“아……

강진이 감탄을 하자 이강혜가 쓰게 웃으며 말했다.

“물론 아이들 숟가락 위에 음식

을 놓아도…… 곧 바닥에 떨어지 기는 하지만, VR을 통해 먹는 것이 보일 거예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귀신이 음식을 먹는 것과 비슷 한가 보구나.’

그런 생각을 한 강진이 음식들 을 꺼내자 직원이 새 그릇을 가 져다주었다.

그에 강진이 음식을 담자, 직원 이 탁자에 있는 음식 그릇을 치

웠다.

그릇을 치우자 그 밑에 음식 이 름이 적혀 있는 게 보였다. 정해 진 위치에 정해진 음식을 놓아야 VR 기기가 인식을 하니 말이다.

음식을 세팅할 때, 가족들이 다 가왔다. 다가오던 가족들은 서로 를 보고는 살짝 멈췄다.

서로가 쓴 VR 기기를 보니 다 시 슬퍼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들도 어느 정도 알고 있 기에 애써 서로에게서 시선을 돌 렸다.

그런 가족들을 보던 이강혜가 직원에게 손짓했다. 그에 직원들 이 자신들이 컨트롤하는 아바타 에게 지시를 내렸다.

[엄마, 배고프다. 우리 밥 먹 자.]

[아빠, 배고프다. 우리 밥 먹 자.]

앞장선 아이들이 음식이 놓인 탁자로 다가가 의자를 잡아당기 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의자가 드르륵! 하며 저

절로 뒤로 당겨졌다. 그 모습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이강혜를 보 았다.

이강혜는 작은 목소리로 설명했 다.

“뒤에서 의자를 낚싯줄로 잡아 당긴 거예요. 의자 다리에 바퀴 가 달려 있거든요.”

“아……

강진이 감탄을 한 듯 그녀를 보 았다.

‘정말 세심하게 준비를 많이 하

셨구나.’

아이들이 손짓하자, 부모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의자에 앉았 다.

부모들이 모두 자리에 앉자 이 강혜가 앞으로 나섰다.

“식사를 하시면 좋을 것 같아서 준비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강혜가 직원에게 눈짓을 하 자, 직원이 노트북을 두들겼다.

타탓!

화아악! 화아악!

그러자 부모들의 눈에 다른 아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아…… 예림아.”

“ 영수야.”

“가은아.”

아이들끼리 친하게 지내서 서로 알고 지내던 아이들이다. 그리 고……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죽 어서 더 안쓰러운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아이들이 모두

보이는 것이다.

부모들이 일어나 다른 아이들에 게 다가갔다. 영수 엄마가 이예 림을 가만히 보다가 미소를 지었 다.

“예림아, 우리 영수 잘 데리고 있어줘.”

“그럼요. 제가 잘 데리고 있을 게요.”

“아줌마가…… 예림이가 영수하 고 같이 있어서…… 마음이 많이 놓여. 누나처럼..... 잘 살펴줘.”

“네.”

“영수야…… 우리 가은이 좀 잘 지켜줘. 너라도 있어서 이 아줌 마는 무척 안심이 돼.”

“제가 잘 살필게요.”

“가은아…… 이 예쁜 것. 어쩌 면 좋니.”

“이렇게 예쁜 아이를…… 하 아!”

아이들에게 말을걸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 셨다.

“어머니, 밥 먹어요.”

“먼저 밥부터 먹어요.”

아이들의 말에 부모들이 자리에 앉았다. 그들을 보던 이강혜가 강진에게 VR 기기를 내밀었다.

“아바타와 연동은 되지 않지만 아바타들을 볼 수 있어요.”

그에 강진이 VR 기기를 쓰자 아이들이 보였다. 물론 강진의 눈에는 아바타와 함께 있는 진짜 귀신들도 보였지만 말이다.

강진이 VR 기기를 쓰자 이강혜

와 다른 직원들도 VR 기기를 쓰 고는 밥을 먹는 식구들을 보았 다.

이예림의 아빠는 반찬들을 이것 저것 집어 딸의 밥그릇에 올려주 었다.

“예……림아, 많이 먹어.”

“이렇게 많이 주면 배 터지겠 다.”

“터지면 아빠가 꿰매 줄 테니까 많이 먹어.”

“알았어.”

웃으며 밥을 떠서 입에 넣는 이 예림의 모습에 예림 아빠의 눈에 서는 다시 눈물이 넘쳐흘렀다.

얼마나 눈물을 많이 흘렸는지 VR 기기 고글에 눈물이 고일 정 도였다. 하지만 그는 기기를 들 어 고인 눈물을 빼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딸이 밥 먹는 모습을 빤히 볼 뿐이었다.

한편 다른 부모들도 아이의 밥 그릇에 반찬을 올려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영수가 강 진을 보았다.

“아빠, 엄마도…… 밥 좀 드시 게 해 주세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정자 에서 노트북을 관리하는 직원에 게 다가갔다.

“부모님들에게도 반찬을 올려 주세요.”

강진의 말에 직원이 이강혜를 보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 씨가 해 달라는 대로 해 주세요.”

직원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진

을 보았다.

“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세요?”

직원이 묻자 강진이 영수를 보 았다. 그 시선에 영수가 그를 보 고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다가오 자, 강진이 직원을 보았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말은

강진이 영수의 손을 슬쩍 잡자, 그가 모니터를 보고는 입을 열었 다.

“앞으로도 밥 잘 챙겨 먹어. 맛

있는 것도 많이 먹고 그리고 늘 사랑하고 또 사랑해.”

영수의 말을 강진이 그대로 읆 자, 직원이 타자를 치고는 엔터 를 눌렀다.

그에 강진이 모니터를 보았다. 화면 속 영수가 엄마와 아빠의 그릇에 반찬을 올리며 말했다.

“앞으로도 밥 잘 챙겨 먹어. 맛 있는 것도 많이 먹고. 그리고 늘 사랑하고 또 사랑해.”

영수 아바타의 말에 멍하니 있

던 영수 엄마와 아빠가 뒤늦게 밥그릇을 보았다. 밥 위에는 영 수가 올려준 반찬이 있었다.

실제로는 맨밥일 뿐이었지 만.. 두 사람은 반찬이 놓여

있는 부분을 크게 한 숟가락 떠 서 입에 넣었다.

그렇게 맨밥을 입에 넣고 천천 히 씹은 영수 엄마가 환하게 미 소를 지었다.

“아들, 너무 맛있네.”

영수 엄마의 말에 영수가 화면

을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맨밥이…… 뭐가 맛있어.”

입맛을 다시며 영수가 화면을 보았다. 맨밥이든 뭐든 부모님들 은 맛있게 밥을 먹으며 자식들을 보았고, 아바타들 역시 맛있게 식사를 하였다.

그렇게 아바타와 부모님들의 식 사가 마무리되어 갈 때, 직원이 이강혜에게 말했다.

“배터리 잔량 십 분 정도 남았 습니다.”

직원의 말에 이강혜가 식사를 하는 부모들에게 다가갔다.

“식사 맛있게 하셨습니까?”

이강혜의 말에 사람들이 모두 그녀를 보았다.

“저기…… 이게 끝인가요?”

“조금 더 있고 싶은데.”

부모들의 말에 이강혜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배터리 문제가 있어서 곧 끝날 겁니다.”

“아……

예림이 아빠가 한숨을 쉴 때, 최가은 엄마가 급히 말했다.

“충전하면 되잖아요.”

“그렇지. 충전하면 되지 않습니 까?”

“그게…… 발열 문제도 있고 불 편하실 겁니다. 그리고…… 저희 가 준비한 것이 하나 더 있습니 다.”

“뭔가요?’’

최가은 엄마의 말에 이강혜가 직원들을 보자, 그들이 다가와 식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에 부모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 직원들이 식탁을 들고는 치웠 다.

그리고 이강혜가 직원들을 보 자, 직원이 노트북을 터치했다.

탓!

가벼운 소리와 함께 아바타들의 몸에서 희미한 빛이 나더니 모습 이 바뀌었다.

화아악!

빛과 함께 새로운 모습으로 나 타난 아바타를 보던 부모들의 입 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

“예림아……

“끄흑!”

영수는 깔끔한 슈트 차림에 흰 장갑을 끼고 있었고, 머리는 깔 끔하게 넘겨 부쩍 어른스러운 모 습이었다.

아니, 확실히 어른이 되어 있었 다. 키도 좀 더 컸고 전체적으로 건장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예림과 최가은은……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 다.

어깨를 살짝 드러낸 최가은과 이예림의 드레스는 마치 하얀 꽃 처럼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둘 역시 영수처럼 조 금은 나이가 든, 이십 대 중반 정도의 나이대로 변해 있었다.

“우리 딸…… 너무 예쁘네.”

“영수 너무 훤칠하네.”

부모들이 자신의 아들과 딸에게 다가가 훌쩍거리는 것을 볼 때, 영수가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다 가갔다.

그리고 최가은과 이예림 역시 자신들의 부모님에게 다가갔다.

아름다운 신부가 되어 자신들 앞에 서는 두 딸과 듬직한 신랑 이 되어 앞에 서는 영수의 모습 에 부모들은 눈물을 홀리면서도

환히 웃었다.

자신을 가만히 보던 영수가 입 을 열었다.

“사랑하는 엄마, 사랑하는 아 빠.”

“엄마 아빠.”

“엄마 사랑해, 아빠 사랑해.”

세 명이 자신들의 부모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먼저 전하고는 이야길 이어나갔다.

세 아이가 부모님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지금 아바타를 통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갑자기 내가 없어져서 엄마 아 빠 너무 놀라고 너무 힘들었지? 사실…… 나도 좀 놀라고 무서웠 어. 근데 내 걱정 너무 많이 하 지 마. 그냥 엄마 아빠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뿐이지, 나는 여 전히 엄마 아빠와 함께 있어.”

세 아이가 하는 말에 부모들은 말없이 눈물을 흘리며 아이들을 보았다.

그리고 아바타의 말에 우는 것

은 부모들만이 아니었다. 강진의 옆에서 모니터를 보며 아바타가 하는 말을 듣고 있던 아이들 역 시 울고 있었다.

자신들이 쓴 글이지만…… 차마 직접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었다.

“ 엄마.”

“흑흑!”

“사랑해요. 정말 사랑해요.”

늘 강한 모습만 보이던 이예림 도 눈물을 펑펑 흘리고 있었다.

스윽!

그럴 때 강진의 옆에서 목소리 가 들렸다.

“너희들이 있어야 할 곳은 이곳 이 아니니.”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강진의 눈에 놀람이 어렸 다.

어느새 김소희가 와 있는 것이 었다. 아니, 김소희뿐만이 아니었 다.

처녀 귀신들도 모두 모여 있었

다.

강진이 의아한 눈으로 그녀들을 볼 때, 김소희가 손을 들었다.

“너희가 있어야 할 곳으로 가거 라.”

김소희의 손길에 아이들의 몸이 두둥실 떠서는 아바타가 있는 곳 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아바타의 몸에 아이들이 흡수가 되었다.

지지직! 지직!

“어? 이거 왜 이래?”

“프로그램 검색해 봐.”

아이들이 아바타에 흡수되는 것 과 동시에 노트북 화면이 지지직 거리더니 전원이 나갔다가 들어 오기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멈춘 듯 가만히 있던 아바 타들이 눈을 떴다. 그러고는 가 만히 부모님들을 보았다.

“아들, 왜 그래?”

“예림아?”

“ 딸?’’

아바타들이 다소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 부모님들이 당황스 러워할 때, 이예림과 영수, 그리 고 최가은이 각자의 부모님을 보 았다.

“아빠”

“응? 그래, 괜찮은 거야?”

“게임 작작해.”

“응. ......"옹?”

“아니, 더 하고 싶었던 말 진짜 많았거든? 근데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딱 하나네.”

아빠가 의아한 둣 보자 이예림 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빠, 사랑해.”

이예림의 말에 아빠가 웃으며 딸을 보았다.

“아빠도 예림이 사랑……해.”

이예림이 피식 웃으며 손을 들 었다.

“살아 있을 때 많이 해 줄걸. 징그러워서 안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좀 그렇다.”

그러고는 이예림이 양손을 입에 모으고는 크게 외쳤다.

“아빠! 엄마! 사랑해!”

화아악!

그리고 아바타가 사라졌다.

“어? 예림아! 예림아!”

급히 딸이 서 있던 곳으로 다가 간 아빠는 주변을 한참 두리번거

리다가 멈춰 섰다.

그러곤 천천히 하늘을 올려다보 며 눈물을 쏟아냈다.

“예림아…… 아빠도…… 많이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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