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501화 (499/1,050)

5()1 화

아침 일찍 눈을 뜬 강진은 배용 수가 차려 놓은 콩나물 김칫국에 밥을 한 숟가락 말아 먹었다.

얼큰한 콩나물국을 떠먹으며 강 진이 미소를 지을 때, 배용수가 밥그릇에 수란을 담아 내밀었다.

“ 고맙다.”

먹기 딱 좋아 보이게 익은 부들 부들한 흰자와 그 안에 살짝 익 어 있는 노른자를 보며 미소를

지은 강진이 수저로 노른자를 떠 서는 입에 넣었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노른자의 맛 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인 강진은 후루룩 남은 수란을 먹고는 마저 밥을 먹었다.

“잘 먹었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TV를 보 다가 말했다.

“오자명 의원 나온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을 닦 으며 TV 를 보았다. TV 에서는

오자명이 자신의 이름이 써진 잠 바를 입고 선거 운동을 하는 것 이 나오고 있었다.

“TV 로 보니까 정말 국회의원 같네.”

“하긴, 여기 올 때 모습만 보면 그냥 동네 할아버지인데 말이 야.”

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술 좋아하는 동네 할아버지 지.”

TV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던 강

진과 배용수는 뒤이어 나오는 뉴 스를 보았다. 뉴스에서는 이번 총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 었다.

그런데 오자명에 대한 내용은 딱히 없었다. 오자명의 선거 유 세 모습만 화면으로 가져다 쓴 모양이었다.

화면이 바뀌어 오자명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강진이 그릇들을 쟁 반에 담아 주방으로 가져다 놓았 다.

“이리 주고 가세요.”

“그럼 부탁할게요.”

이혜미에게 설거지를 부탁한 강 진이 쇼핑백을 챙겨 홀로 나왔 다.

오늘도 유기된 동물들에게 밥을 챙겨 주러 가려는 것이다. 사료 와 물을 챙긴 강진이 가게를 나 섰다.

정자에서 유기견들에게 사료를 챙겨줄 때, 이강혜가 걸어왔다.

“강진 씨.”

이강혜가 웃으며 말을 거는 것 에 그녀를 본 강진이 웃으며 일 어났다.

“오셨어요?”

“그럼 와야죠.”

이강혜가 손수레를 놓고 정자에 와서 아이들을 보고는 말했다.

“이제 날씨가 따뜻해서 애들도 지내기가 좀 낫겠어요.”

“다행이죠.”

“그러고 보니 애들 광고는 언제

되는 건가요?”

“일단…… 정식 광고는 핸드폰 출시될 때쯤 나갈 거고, 그 전에 유트브로 먼저 방영을 할 생각이 에요.”

“유트브요?”

“요즘은 유트브를 사람들이 많 이 보니까요. 게다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접근할 수 있으니, 이슈만 된다면 광고 효과가 더 있겠죠.”

이강혜가 웃으며 동물들을 보다

가 말을 이었다.

“다큐멘터리처럼 영상을 공개할 생각이에요.”

“다큐멘터리로요?”

“기술적인 것은 오픈하지 않겠 지만, 이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 과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을 인터뷰한 걸 편집해서 삼십 분가 량씩 삼 회 정도로 낼 생각이에 요. 물론 그전에 유가족들에게 먼저 보여 드리고 허락을 받아야 겠지만요.”

“계약 어제 하셨으니 이미 허락 받은 것 아닌가요?”

“계약은 했지만…… 유가족들의 마음에 들어야죠. 괜히 그분들에 게 또 상처를 줄 수는 없으니까 요. 최대한 그분들의 의견을 반 영해서 제작할 생각이에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웃었다.

“종교 뭐 믿으세요?”

갑작스러운 물음에 이강혜가 의 아하다는 듯 그를 보았다.

“종교요?”

“네.”

“일단은 기독교요.”

“일단은? 무늬만 기독교세요?”

이어지는 물음에 이강혜가 웃으 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지는 않는데 믿기는 하는 그 런 느낌이랄까요.”

“아…… 그럼 무교시네요.”

“정확하게는 그런 셈이죠. 강진 씨는 종교가 어떻게 돼요?”

“저는 무교이기는 한데……

“한데?”

이강혜가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한국 전통 신앙을 좀 많이 믿 는 편입니다.”

“한국 전통 신앙요?”

“그 무당이라든가, 귀신이라든 가요.”

“아…… 귀신을 믿으시는구나.”

살짝 놀란 둣한 이강혜를 보며

강진이 피식 웃었다.

‘안 믿을 수가 없죠. 귀신이 내 가장 친한 친구인데.’

무당을 제외하고 강진만큼 귀신 을 믿는 사람은 세상에 또 없을 것이다.

귀신을 실제로 보기도 하고, 그 들과 이야기하는 데다 음식까지 팔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강진의 종교는…… 저승 교라고 할 수 있었다. 신이 있는 지는 몰라도 죽어서 착한 일 하

면 복 받고, 나쁜 짓 하면 지옥 에 떨어진다는 것을 믿고 있으니 말이다.

강진이 배용수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

“어쨌든 사장님은 죽으면 좋은 곳에 가실 겁니다.”

“그런가요?”

“혹시라도 안 좋은 곳에 가신다 고 해도 제가 꼭 찾아드릴게요.”

“후! 제가 지옥에 갈 거라는 거 예요?”

“그건 아니고요.”

강진이 보기에 이강혜는 지옥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사람과 동물에게 세심한 사람이 라면 나쁜 일을 하지 않을 것이 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좋네요. 안 좋은 곳에 있으면 강진 씨만 기다리면 되는 거잖아요?”

“그렇죠. 제가 꼭 도와드릴게

요.”

싱긋 웃는 강진을 보던 이강혜 가 문득 고개를 돌려 공원 쪽을 보며 말했다.

“공원에 할아버지가 진돗개 데 리고 오시는 것 아시죠?”

“오동민 할아버지요? 사장님도 인사 나누셨어요?”

“애가 너무 귀여워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강혜가 고개를 저었다.

“사연 들으신 모양이군요.”

“자주 뵙다 보니…… 에휴!”

고개를 다시 저은 이강혜가 조 금은 밝아진 얼굴로 웃으며 말했 다.

“그런데 황민성 씨가 카스 입양 하겠다고 하셨다면서요?”

“어떻게?”

“방금 전에 만났거든요. 어제 강진 씨와 같이 오신 분이 입양 하기로 했다고 말씀하더라고요. 정말 다행이에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고개를 갸웃거 렸다.

“그런데 왜 오셨지?”

오동민이 이곳에 카스를 데리고 오는 건 어느 정도 부유하면서 행복해 보이는 가족에게 아이를 입양을 보내기 위함이었다.

전자는 강아지를 키우는 데에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었고, 후 자는 화목한 가정에 가야 카스가 행복하게 지낼 것 같으니 말이 다.

그런데 이제 황민성에게 보내기 로 했으니 굳이 공원에 나올 이 유가 있나 싶은 것이다.

강진의 물음에 이강혜가 웃었 다.

“카스가 목줄 물고 와서는 쳐다 보더래요.”

“아! 나가자고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똑똑하지 않아요? 시간을 볼 줄 아는 것도 아닌데 늘 나가

는 시간대가 되니 알아서 목줄 가지고 와서 왜 안 가냐고 쳐다 보다는 게요.”

“그러네요.”

“황민성 씨가 입양한다고 해서 오늘은 안 나올 생각이었는데, 카스가 그렇게 목줄을 물고 와서 쳐다보고 있으니…… 나오실 수 밖에 없었대요.”

“후! 카스한테 끌려 나오신 거 군요.”

“그렇죠.”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은 이강혜 가 고개를 숙여 정자 밑을 보았 다.

애들은 밥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사라진 뒤였다.

“그럼 이제 가시죠.”

이강혜가 정자 밖으로 나오자 강진은 사료와 물을 사료 통에 더 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광고 나오면 저도 좀 보여주세 요.”

“알겠어요. 그리고 이번에 도와

주셔서 고마워요.”

“사장님이 도와주셔서 저야말로 감사하죠.”

웃으며 강진이 공원 쪽을 보았 다.

“저는 할아버지한테 인사하고 들어갈게요.”

“그래요. 그럼 먼저 갈게요.”

이강혜는 걸음을 옮겨 공원을 나섰다.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강진

은 오동민이 있는 곳으로 갔다.

평소와 같이 카스와 함께 있는 오동민에게 간단하게 인사를 한 강진은 점심에 와서 꼭 식사 챙 겨 가라는 말을 하고는 가게로 돌아왔다.

* *  *

11시가 되어갈 무렵, 강진은 점 심 재료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늘 한끼식당 점심은 얼큰한 짬뽕과 짜장, 그리고 작자소육을 준비했다.

어제 총각 귀신들 덕에 먹어 봤 는데, 꽤 맛이 좋았다. 겉은 바삭 하고 속은 촉촉한 수육 느낌이었 는데, 밀전병에 싸 먹으면 그게 또 맛이 좋았다.

그래서 오늘 점심 특별 메뉴로 준비를 한 것이다. 새롭게 접한 음식인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맛보게 해주기 위함이었다.

재료 준비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될 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 다.

띠링!

동시에 들리는 풍경 소리에 강 진이 고개를 내밀었다. 문을 열 고 들어오는 것은 오동민이었다.

“오셨어요?”

강진이 웃으며 맞이하자 오동민 이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이 신신당부를 하는데 안 올 수가 있어야지요.”

“혹시 면 좋아하세요?”

“면 좋아합니다.”

오동민의 말에 강진이 뭐라 하 기도 전에 배용수가 급히 말했 다.

“야! 환자한테 면은 무슨!”

강진은 아차 싶었다. 오늘 짬뽕 이 맛있게 돼서 권하려 했는데, 배용수의 말대로 환자가 먹기에 는 자극적인 데다 면은 소화에도 안 좋았다.

그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말

했다.

“오늘 점심에 짬뽕하고 자장면 을 해서 좀 드셔 보시라고 하려 했는데…… 몸에 안 좋을 것 같 네요.”

“저 자장하고 짬뽕 둘 다 좋아 합니다. 포장해 주시면 공원 가 서 맛있게 먹겠습니다.”

“그래도 몸에 안 좋으실 텐데 요.”

강진의 말에 오동민이 웃었다.

“이래도 한 세상이고 저래도 한

세상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저 같은 경우는……

오동민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 다.

“후! 먹고 싶은 것 참아가며 하 루 이틀 더 살아서 뭐 하겠습니 까? 맛있는 것 맛있게 먹고 스트 레스 안 받는 것이 오히려 더 오 래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오동민의 말에 강진이 작게 탄 식을 토했다.

“아……

“그렇게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의사 선생님도 술 외에는 먹고 싶은 것 가리지 말고 잘 먹으라 고 하셨습니다.”

“의사가요?’’

“하고 싶은 것, 맛있는 것 먹으 면서 편히 지내라고 하더군요.”

자기 죽음에 관한 이야기인데도 오동민은 기분이 좋은 듯 편하게 말을 했다.

“음식 냄새가 맛있게 나는군 요.”

“괜찮으시겠어요?”

“그럼요.”

오동민의 말에 그를 보던 강진 이 가게 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문 옆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있 는 카스를 보고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그…… 괜찮으시면 저희 가게 뒷골목에서 드시겠어요?”

“골목요?”

“면 음식은 만들어서 바로 먹어 야 맛있죠. 가게 안에서 드시면

가장 좋겠지만……

강진이 카스를 보고는 그 머리 를 쓰다듬었다.

하0}! 하0}!

자신의 손길에 카스가 머리를 들이밀고 이리저리 흔들자 강진 이 웃으며 말했다.

“카스 여기에 세워두고 혼자 식 사하시면 마음이 안 좋으실 것 같고…… 저희 가게 뒤에 공간이 있거든요. 거기에서 드시면 될 것 같아요.”

“저야 아무래도 상관이 없습니 다.”

오동민의 말에 강진이 주방을 향해 외쳤다.

“짬뽕하고 자장면하고 작자소육 조금씩 해 줘! 그리고 카스 먹을 것도 좀 해 주고!”

“알았다!”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오동민을 보았다.

“이쪽으로 오세요.”

강진이 앞장서서 건물 옆에 난 골목으로 들어가 가게 뒤로 나왔 다.

가게를 관통해서 가면 금방이지 만…… 안내견도 아닌 개를 식당 에 들이는 것은 어려웠다.

아무리 강진이 카스를 예뻐한다 해도 말이다.

가게 뒤에 주차된 푸드 트럭 뒤 쪽으로 간 강진이 한쪽에 놓은 조립 식탁을 꺼내 펼쳤다.

처음에 이 조립 식탁으로 출장

영업을 했었는데, 공간이 부족해 져 그 뒤론 쓰지 않고 이렇게 세 워 놓고 있었다.

조립 식탁을 깔고 의자를 놓은 강진이 행주를 가져다가 닦았다.

먼지로 까맣게 변하는 행주를 보고 얼굴이 붉어진 강진이 말했 다.

“이거 안 쓴 지가 좀 돼서 먼지 가 좀 많네요.”

“닦아서 쓰는 건데 괜찮습니 다.”

오동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행주를 더 가져다가 식탁 을 닦아내고는 뒷문을 열었다.

“음식 가져다드릴게요.”

“고맙습니다.”

웃으며 오동민이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카스의 머리를 쓰다듬 었다. 한편 카스는 침을 홀리며 주방 쪽을 보고 있었다.

냄새가 맛있게 나니 침이 저절 로 흘러내리는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이 쟁반

을 들고 다시 나왔다. 쟁반엔 짬 뽕과 자장면, 그리고 작자소육이 작은 그릇에 조금씩 담겨 있었 다.

“맛있게 드세요.”

그러고는 쟁반 한쪽에 있는 돼 지 등뼈를 카스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이건 카스 거.”

멍!

카스가 신이 나 크게 짖고는 뚫 어지게 등뼈를 보았다. 뜨거운 물에 살짝 담갔다가 꺼낸 게 다

인 돼지 등뼈였지만, 영양도 좋 고 치석 제거에도 좋았다.

강진이 돼지 등뼈를 쟁반에 담 아 주자, 카스가 신이 나 돼지 등뼈를 양발로 잡고는 뜯기 시작 했다.

아드득! 아드득!

카스가 맛있게 등뼈를 먹는 것 을 흐뭇한 눈으로 보던 오동민이 짬뽕 국물을 후루룩 먹고는 미소 를 지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