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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507화 (505/1,050)

507화

엘리베이터가 층마다 멈추자 강 진이 중얼거렸다.

“느리기는 느리네요.”

“직원 전용이 아닌 이상은 층마 다 사람들이 계속 누르니까요.”

이야기를 나눌 때, 젊은 여성 한 명이 할머니를 태운 휠체어를 밀며 다가왔다.

그리고…….

할머니 뒤에서 중년의 남자 귀 신이 웃으며 손을 들었다.

“허 의원!”

중년 귀신의 부름에 허연욱이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하하하! 나야 할 일 없이 우리 여보 옆에 붙어 있는데 늘 안녕 하지요.”

중년 귀신이 할머니의 어깨를 손으로 쓰윽! 쓰윽 쓰다듬자, 허 연욱이 웃으며 말했다.

“늘 보기 좋습니다.”

“하하하! 그런가요?”

중년 귀신이 웃는 것을 보던 허 연욱이 강진을 가리켰다.

“이쪽은 전에 제가 말을 한 저 승식당 이강진 사장님입니다.”

허연욱의 말에 중년 귀신이 강 진을 보았다.

“오! 그쪽이 저승식당 사장이구 만!”

강진은 인사를 대신해 작게 고

개를 숙였다. 옆에 할머니도 있 고 여자분도 있는데 아는 척을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허 선생한테 이야기는 많이 들 었는데 이렇게 보내는구먼.”

그에 허연욱이 말했다.

“사람이 있어서 어르신께 말을 못 거는 것이니 이해해 주십시 오.”

“하하하! 그것도 그렇구먼. 어쨌 든 신기하네. 사람이 귀신을 다 보고 말이야! 하하하!”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웃음을 터뜨리는 중년 귀신의 모습에 강 진이 작게 웃었다.

‘원희진 씨하고 비슷하시네.’

얼마 전에 승천을 한 원희진도 무척 밝았는데, 이 중년 귀신도 무척 밝은 것이다.

“하하하! 오늘 우리가 운이 좋 네요. 벌써 일 층입니다.”

중년 귀신이 엘리베이터 층수를 보며 말하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은 꽤 기다렸지만, 중년 귀신 일행은 운 좋게도 오자마자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이다.

띵!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내렸다. 모두 내 리자 강진이 열림 버튼을 누르고 는 아가씨를 보았다.

“먼저 들어가세요.”

“감사합니다.”

강진이 옆으로 비키자 그녀가 휠체어를 밀며 안으로 들어갔다.

“하하하! 젊은 친구가 매너가 있고만! 좋아! 아주 좋아!”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엘리베이 터 안으로 들어가는 중년인을 보 며 웃은 강진이 이번엔 차달자를 보았다.

“들어가세요.”

차달자가 엘리베이터에 타자 강 진이 그 뒤를 따라 탔다.

‘확실히 희진 씨하고 비슷하네.’

원희진에 비해 목소리가 조금 더 크기는 하지만, 듣는 사람이

다 기분 좋을 정도로 활기찬 톤 이 비슷했다.

강진이 웃으며 중년인 귀신을 볼 때, 엘리베이터가 일 층에서 멈췄다.

스르륵!

여자가 휠체어를 밀면서 내리 자, 허연욱이 말했다.

“우리도 접수해야 하니 내려야 합니다.”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달자와 함께 엘리

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러자 중년인 귀신이 강진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젊은 친구는 어디가 안 좋아서 온 건가?”

휠체어를 안 따라가고 자신에게 붙어 말을 거는 중년인 귀신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딱히 몸이 안 좋은 것은 아닌 데요. 여기 추나 하시는 분이 무 척 잘하신다고 해서 이모님 모시 고 와 본 겁니다.”

“아! 추나 받으러 왔구나.”

고개를 끄덕인 중년인 귀신이 말을 덧붙였다.

“요즘은 추나도 보험이 돼서 가 격도 싸니 받을 만하지.”

“그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의료 보험이 좋 지.”

그러다가 중년인 귀신이 강진을 보았다.

“아! 나 장병두야.”

“이강진입니다.”

“하하하! 만나서 반가워!”

장병두가 손을 내밀자 강진이 슬쩍 주위를 보고는 악수를 했 다.

강진이 손을 맞잡자 장병두가 웃었다.

“이게…… 사람 손이구먼.”

귀신이 되어 만지는 사람의 손 이란 참으로 묘했다. 사람의 손 을 잡아 본 것이 정말 오랜만인 만큼 더더욱 그러했다.

자신의 손을 물끄러미 보는 장 병두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저승식당에는 와 보신 적 없으 세요?”

“우리 이쁜이가 저승식당을 가 지 않으니 나도 갈 일이 없지.”

“이쁜이?”

강진의 물음에 장병두가 웃으며 휠체어에 탄 할머니를 보았다.

“우리 이쁜이.”

“할머니를 이쁜이라고 부르세

요?”

“하하하! 지금이야 늙었지만, 젊 었을 때는 우리 동네에서 제일 이쁜 처자였지. 그래서 내가 ‘이 쁜이, 이쁜이.’하면서 얼마나 쫓 아다녔는지. 하하하!”

기분 좋게 웃는 장병두를 보던 강진이 작게 말했다.

“저승식당 오셔서 식사하시면 좋을 텐데……

“괜찮아. 괜찮아. 나는 밥 먹는 것보다 우리 이쁜이 보고 있는

것이 더 좋아! 하하하!”

연신 웃음을 터뜨리는 장병두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그런데 웃음이 참 많으시네 요.”

“웃으면 복이 와요! 라는 말도 모르나! 하하하!”

다시 크게 웃으며 장병두가 할 머니에게 걸음을 옮겼다.

“이쁜이!”

할머니를 부르며 걸어가는 장병

두의 모습에 강진이 피식 웃었 다.

“성격이 무척 밝으시네.”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무척 밝은 것 같네요.”

조금 시끌시끌한 성격이라 호불 호가 갈릴 것 같지만, 강진이나 차달자나 이런 성격을 싫어하지 않았다.

서로를 보며 웃은 강진이 접수 처로 가다가 차달자에게 말했다.

“대기표 뽑아 올게요.”

차달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휠 체어에 탄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장병두와 이야기를 해서인지 할 머니와 담소라도 나누고 싶은 모 양이었다.

할머니에게 가서 말을 거는 차 달자를 보며 강진이 피식 웃었 다.

‘내 오지랖은 저승식당 주인들 기본 사양인가?’

자신도 귀신이 붙어 있는 사람

에게는 안면이 없어도 말을 거는 데, 차달자도 그렇게 하는 것이 다.

하지만…… 남이 보기에 오지랖 이지, 강진이나 저승식당 주인들 에게는 이유가 있는 오지랖이었 다.

귀신들이 먼저 말을 걸고 이야 기를 하니 말이다. 대강이 엄마 일자리 알아본 것도 주위에서 보 기에는 오지랖이지만, 임호영이 이야기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일 을 할 계기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대기 표를 뽑아서는 차달자에게 다가 갔다.

차달자는 휠체어를 탄 할머니와 이야기를 하다가 강진이 다가오 자 웃으며 말했다.

“저희 가게 사장님이세요.”

차달자의 말에 휠체어에 탄 할 머니와 그 뒤에 있는 아가씨가 강진에게 작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할머니의 인사에 강진이 마주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식당을 하신다고요.”

그 사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 는지 할머니는 강진이 식당 사장 인 것을 알고 있었다.

“네.”

“사장님이 무척 좋으시네요. 가 게에서 일하는 분 모시고 병원에 도 같이 오시고.”

할머니가 웃으며 하는 말에 강

진이 차달자를 보았다.

“저에게는 가족이시니까요.”

가족이라는 말에 할머니가 따뜻 한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참 좋은 분이네요.”

“아닙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할머니를 보았 다.

“그런데 어디 많이 안 좋으신가 보네요.”

“나야 나이 먹어서 그런 거지,

딱히 아픈 곳은 없어요.”

그러고는 할머니가 뒤에 있는 아가씨의 손을 토닥였다.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다고 우 리 인영이가 나들이 삼아 데리고 오는 거예요.”

강진이 보자 아가씨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에 강진도 다시 고개를 숙일 때, 차달자가 말했 다.

“언니가 그러는데 여기 노인들 을 위한 맞춤 의료 서비스가 있

대요.”

“그래요?”

“물리 치료도 하고 침도 놓고 부항도 하고 좋다네요.”

차달자의 말에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여기가 그런 치료를 잘 해요. 그래서 저 같은 노인들이 많이 와요.”

“그렇군요.”

그러고는 강진이 차달자를 보았

다.

“이모님도 앞으로 여기로 오시 면 되겠어요. 동년 분들이 계셔 서 이야기할 상대도 있으시고 좋 네요.”

차달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할 머니가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그런데 동생은 아주 건강하네. 아직도 일을 다니고 말이야.”

“일을 해야 살죠.”

차달자의 말에 할머니의 얼굴에 안쓰러움이 어렸다.

‘사정이 많이 안 좋은가?’

차달자는 이야기를 나눌 때 자 신이 세 살 정도 어리다고 했었 다. 그런데도 아직 일을 한다니 사정이 딱한 것이다.

물론 차달자의 사정은 할머니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지만 말이 다. 집만 해도 몇 억, 아니 십억 은 넘을 대저택에 사는 것이 차 달자이니 말이다.

할머니가 안타까운 눈으로 보는 것에 차달자가 웃으며 고개를 젓 다가 말했다.

“일할 수 있어서 저는 좋아요.”

“그럼 다행이고…… 하긴 사람 이 일을 해야 안 늙지, 일을 안 하면 빨리 늙어 버려.”

아가씨가 자기 차례가 된 듯 접 수대로 향하며 강진에게 말했다.

“잠시 할머니 좀 부탁드릴게 요.”

“다녀오세요.”

강진의 말에 아가씨가 먼저 접 수대로 가서는 접수를 했다. 그 것을 보며 할머니가 강진을 보았

다.

“사장님은 추나 받으러 오셨다 면서요?”

“네.”

“그럼 동생은 나하고 같이 실버 헬스 케어 서비스 접수하고, 사 장님은 추나 받고 오면 되겠어 요.”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 말인가 요?”

“그거 접수하면 물리치료하고 침, 부항, 마사지까지 묶어서 받

아요.”

차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요.”

“그런데 추나가 시원하다고 하 는데……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웃었다.

“추나도 마사지 같은 거예요. 그리고 사장님처럼 젊은 사람들 이나 추나 받으면서 우두둑! 우 두둑! 하지 우리 같은 노인들은 그렇게 받으면 뼈 부러져요.”

“아……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은 접수대 에서 울리는 벨 소리를 듣고 번 호를 확인했다. 어느새 자신의 차례였다.

아가씨가 접수를 마치고 몸을 돌리는 것에 강진이 말했다.

“저희 이모님도 실버 헬스 케어 프로그램 접수하려 하는데 같이 움직여도 될까요?”

“그렇게 하세요.”

고개를 숙인 아가씨가 할머니에

게 다가가자 강진이 접수대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처음 왔는데요.”

“여기 주소하고 주민번호 작성 해 주세요.”

강진이 주머니에서 종이를 하나 꺼내 보면서 차달자의 신상명세 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자신의 것도 작성을 한 강진이 서류를 내밀었다.

“여기요.”

강진이 서류를 건네자 직원이 정보를 입력하고는 말했다.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

“할머니는 실버 헬스 케어 서비 스 받으러 오셨고, 저는 추나 좀 받으려고요. 유 선생님이라는 분 에게 받고 싶은데.”

강진의 말에 직원이 웃으며 말 했다.

“죄송하지만 유 선생님은 환자 예약이 가득 차서요. 오늘은 못 받으셔요.”

“그래요?”

“저희 병원에 유 선생님 말고도 추나 잘하시는 분들 많으니 그분 들에게 받으셔도 됩니다. 연결해 드릴까요?”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네. 그럼…… 여기요. 삼 층에 가셔서 이 종이 내미시면 됩니 다.”

“할머니는요?”

“일단 초진은 받으셔야 하니 삼 층에 같이 가셔서 설명 들으시면

됩니다.”

직원의 말에 강진이 종이를 챙 겨서는 차달자에게 다가갔다.

“저희는 진료를 먼저 받아야 한 다는 것 같은데요?”

강진의 말에 차달자가 그를 볼 때, 아가씨가 말했다.

“삼 층 가셔서 간단한 진료 받 고 엑스레이 찍은 후에 추나하고 물리치료 시작할 거예요.”

“아…… 그럼 따로 가야겠네 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니 나는 동생 기다렸다가 같이 치료받을 게요.”

“시간 좀 걸릴 텐데 괜찮으시겠 어요?”

“괜찮아요. 오랜만에 말 통하는 동생 만나서 재밌고 좋아요.”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엘리 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 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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