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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517화 (515/1,050)

517화

강진이 창백한 얼굴로 자신의 뒤를 바라보고 있자, 유훈이 의 아한 듯 말을 걸었다.

“이강진 씨?”

“아…… 네.”

“누구 아시는 분이라도 보셨어 요?”

유훈이 뒤를 돌아보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럼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네.”

강진의 말에 유훈이 태블릿으로 그의 차트를 보고는 말했다.

“전에 한 번 추나 받으셨네요?”

“네.”

태블릿에 있는 강진의 기록을 확인한 유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간단한 교정 스트레칭을 먼저 하고 추나 하겠습니다.”

유훈은 요가 매트에 강진을 눕 히고는 스트레칭을 도와주었다.

스트레칭을 하는 와중에 강진은 힐끗 옆을 보았다. 여자 귀신은 아직도 다가오고 있었다.

‘천천히 오는 것이 이렇게 무섭 게 보일 줄은 처음 알'았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은 유훈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스트레칭이 기는 하지만, 평소 움직이는 각 도보다 조금 더 움직여야 하다 보니 유훈의 도움이 있어야 했 다.

“끄응! 끄응!”

강진이 동작을 하면, 유훈이 살 짝 힘을 주어 당기거나 밀면서 스트레칭을 도와주었다.

그런 유훈의 손길에 몸이 풀리 는 것을 느끼며, 강진이 슬쩍 눈 을 떴다.

다가오던 여자 귀신은 살짝 고 개를 숙인 채 멈춰 있었다.

마치 더 다가올 수 없다는 듯 말이다.

‘왜 안 오지?’

멀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가깝다 고도 할 수 없는 거리였다. 그에 강진이 의아하게 여자 귀신을 볼 때, 그녀는 강진을 보더니 흠칫 놀랬다.

그러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는 몸을 돌렸다. 마치 자신의 모습 이 부끄럽다는 듯 말이다.

그 모습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 다.

‘내가 누군지 아시는구나.’

저승식당 주인에게는 고유의 기

운이 있다. 그래서 귀신들은 저 승식당 주인을 알아본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저승 식당에 와 본 귀신들이 그렇다는 것이지, 그렇지 않은 귀신들은 모른다.

귀신들도 자신들이 보고 배운 것만 알지, 못 보고 모르는 것은 말 그대로 모르는 것이다.

그녀는 강진이 어떤 존재인지 알았다. 그래서 더 다가오지 못 하고 몸을 돌린 것이다. 자신의 모습이 무섭다는 것 또한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에 강진이 배용수에게 눈짓을 주었다. 그 시선에 배용수가 고 개를 끄덕이고는 여자 귀신에게 다가갔다.

“몸에 긴장 푸세요.”

강진은 배용수에게 신호를 주느 라 약간 경직되었던 몸을 천천히 풀었다.

그러자 유훈이 천천히 강진의 몸을 좌우로 꺾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쟤는 아가씨

보다 더 무섭게 생긴 귀신들하고 도 친하게 지내요.”

배용수가 여자 귀신을 다독이려 고 하는 말을 들으며 강진은 속 으로 중얼거렸다.

‘거기서 왜 아가씨보다 더 무섭 게 생긴 귀신이란 말을 해. 그냥 귀신하고 친하게 지낸다고 하지.’

여자 귀신을 안심을 시키려고 한 말이겠지만, 그녀가 무섭게 생기기는 했다는 의미가 담긴 말 이기도 한 것이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여 자 귀신이 비틀거리며 몸을 돌려 강진을 보았다.

강진이 먼저 작게 미소를 지으 며 눈인사를 하자, 여자 귀신도 고개를 숙이고는 입을 열었다.

“크…… 으으윽! 아…… 안 녕……. 아아아아. 세…… 쓰스 스…… 요……

몸이 굳어지는 병이라더니 성대 와 입도 굳었는지 여자 귀신은 말을 하는 것도 무척 힘들어 보 였다.

여자 귀신의 목소리를 들은 강 진은 절로 움찔거렸다. 정말 공 포 영화에서 나올 것만 같은 그 런 목소리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강진은 그녀가 무섭 다기보다는 안쓰럽고 가엽다고 생각했다.

‘많이 고통스러웠을 텐데.’

귀신이 되어서조차 저럴 정도면 살았을 때는 얼마나 힘들고 고통 스러웠을지, 강진은 상상할 수조 차 없었다.

스윽!

그러고는 강진이 유훈을 보았 다.

‘연인이었습니까? 아니면…… 아내?’

승천도 하지 못한 채 저렇게 고 통스러운 모습으로 유훈의 곁에 있는 여자가 너무 안쓰러웠다.

그리고 그건 허연욱도 마찬가지 였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부탁을 했을 테고 말이다.

이 안쓰러운 사람을 도와달라고

말이다.

‘선생님도…… 너무 착하시네.’

자기도 승천을 못 하면서 다른 귀신을 돕고 싶어 하니 말이다.

“생각할 것이 많으신가요?”

“네?”

“몸이 편안해도 마음이 불편하 면 몸이 경직되는 법이라서요.”

“아......" 네.”

“그냥 몸을 편안히 하시고 생각 도 되도록 하지 마세요. 명상까

지는 아니더라도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 멍한 시간도 현대인에 게는 필요합니다.”

“알겠습니다.”

“편하게, 그냥 편하게 계세요.”

그에 강진이 여자 귀신에게 작 게 고개를 숙이고는 눈을 감았 다. 일단 유훈의 말대로 생각을 끊고 그의 손에 몸을 맡겼다.

우두둑! 우두둑!

강진은 발가락에서도 소리가 나 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 유훈 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발가락에 서 소리가 났다.

‘허 선생님이 추천하실 만하네.’

전에 받았던 추나 선생님도 확 실히 잘하고 시원하게 해 줬지 만…… 유훈의 추나는 더 시원했 다. 뼈 소리가 나도 통증 없이 시원했다.

원승환의 세신과 마사지가 온몸 의 피로함을 풀어 버린다면, 유 훈의 추나는 근육을 풀고 뼈마디

에 활력을 주는 느낌이었다.

편안함은 원승환의 세신이 좋 고, 몸에 활력이 도는 것은 유훈 의 추나가 좋았다.

둘의 스타일이 정반대이기는 하 지만 받고 나면 기분이 무척 좋 다는 것은 같았다.

기분 좋은 얼굴로 있는 강진을 보며 유훈이 말했다.

“끝났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진의 말에 유훈이 태블릿을 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럼.”

그는 곧장 자리를 떠났다. 케어 를 더 해 주고 싶지만, 예약 손 님들이 있어서 곧장 다음 손님을 맞이하러 가야 했다.

침대에서 나온 강진이 신발을 신고는 목을 비틀었다.

평소라면 우두둑 소리가 날 만 도 한데 추나를 받아서인지 부드 럽게 고개가 돌아갔다.

‘확실히…… 좋네.’

몸에 활력이 도는 듯한 기분에 미소를 짓던 강진은 베드 앞에 놓인 의자에 배용수가 여자 귀신 과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 다.

그에 강진이 고개를 돌려 유훈 이 간 곳을 보았다.

유훈은 치료실 입구에서 태블릿 을 보며 다른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바쁘시 네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바로 다 른 환자를 맞이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유훈을 보던 강진은 다시 여자 귀신을 보았다. 배용수와 뭔가 이야기를 하던 그녀는 자신을 보 고 있었다.

그 시선에 강진이 웃으며 슬며 시 옆에 앉았다.

“아……

강진이 앉자 여자 귀신은 슬그 머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최

대한 얼굴을 가리려고 하는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인사에 여자 귀신이 작 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동작도 힘든지 움직임이 툭툭 끊 어졌다.

“저는 저승식당이라고 귀신분들 을 위한 식당을 하는 이강진입니 다. 만나서 정말 반갑습니다.”

강진이 밝게 인사하자 여자 귀 신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조

금은 시간이 걸리게 고개를 돌린 여자 귀신이 자신을 보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제가 무섭게 생겼나 요?”

여자 귀신이 의아하다는 듯 보 자, 강진이 말을 덧붙였다.

“자꾸 저를 안 보셔서요.”

그러고는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 다.

“내가 무섭게 생겼어?”

“아니…… 너는 그냥 못생겼 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눈을 찡 그렸다.

“너 거울은 보냐? 누구보고 못 생겼대?”

“귀신이 거울에 비치는 것 봤 냐?”

“아, 그래서 제 주제를 모르는 구나.”

“그럼 거울 보는 너는 주제를 알고? 전혀 아닌 거 같은데.”

두 남자가 만담하듯이 하는 말 에 여자 귀신이 피식 웃었다. 물 론 그 웃는 모습이 조금은 더 무 섭지만 말이다.

어쨌든 웃는 여자 귀신을 보며 강진이 배용수에게 눈을 찡긋하 자, 배용수가 엄지를 세웠다.

‘잘 했어.’

‘후! 이 정도쯤이야.’

“그런데 성함이?”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을 때, 가장 우선되는 것이 서로의 이름

을 아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귀신과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강진은 귀 신이든 사람이든 만나게 되면 서 로 이름을 나누었다.

“이…… 임…… 지…… 으…… 은…… 입……

“임지은 씨구나. 만나서 반갑습 니다.”

“아…… 느…… 네.”

입이 잘 움직이지 않아서 발음 이 다소 뭉개졌지만, 귀를 기울

이면 알아듣지 못할 정도는 아니 었다.

임지은을 보던 강진이 물었다.

“혹시 돌아가실 때 나이가 어떻 게 되세요?”

“스물여섯입니다.”

귀를 기울이며 임지은이 하는 이야기를 들은 강진이 고개를 끄 덕였다.

“그러시구나. 저는 올해 29살입 니다.”

“네.”

그러고 임지은이 입을 다물자, 강진은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냈 다.

“이거 하나 드시겠어요?”

“사탕을요?”

“귀신이 먹는 사탕이라 맛이 좋 습니다.”

강진은 여자 귀신을 만나면 주 려고 사탕을 가져왔다.

다른 음식이나 음료를 가져올

수도 있었지만, 몸이 굳어 고통 스러운 상태라면 음식을 먹는 게 힘들 터이니 사탕을 챙긴 것이었 다.

사탕은 빨아 먹으면 되고, 사람 들의 눈을 피해서 먹기도 좋으니 말이다.

“저는…… 음식을 먹기가…… 불편해요.”

임지은의 반응을 예상했던 강진 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건 그냥 입에 넣어서 빨아

드시면 되는 거라 먹기 안 불편 하실 겁니다.”

“저는......"

임지은이 불편한 얼굴로 사탕을 보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말 했다.

“혹시 복숭아 좋아하세요?”

“좋아……했어요.”

“그럼 저 믿고 입에 살짝 넣어 만 보시겠어요?”

임지은이 보자 강진이 말을 덧

붙였다.

“이건…… 정말 행복한 맛입니 다.”

강진의 말에 임지은이 그의 손 에 들린 사탕을 보았다. 병이 심 했을 때에는 물도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음식에 대한 두 려움이 있었다. 여전히 망설이는 임지은을 보며 강진이 사탕을 조 심스레 내밀었다.

“그리고 두려워하지 마세요. 귀

신은 통증을 느끼지 않아요.”

배용수도 고개를 끄덕이며 다가 왔다.

“저를 보세요.”

그는 고개를 돌리기 힘든 임지 은을 위해 일부러 강진의 옆에 멈춰 섰다.

임지은의 앞에 모습을 보인 배 용수가 자신의 얼굴에 홀러내리 는 피를 손으로 만졌다.

“ O ”

그 모습에 임지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자신도 무서운 얼굴이 지만, 피를 철철 홀리는 배용수 의 모습도 무척 무서운 것이다.

“이렇게 보여도 안 아파요.”

배용수의 말에 임지은이 잠시 있다가 말했다.

“저는…… 아파요.”

임지은의 말에 배용수가 그녀를 보다가 강진을 보았다.

강진이나 배용수나 귀신이 아프 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몇

년을 고통스럽게 병에 시달린 임 지은은 그 고통을 잊을 수가 없 는 것이다.

그런 임지은을 보며 강진이 고 개를 끄덕였다.

“지은 씨가 음식을 먹기 좀 불 편하실 거 같아서 시작을 사탕으 로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 직 좀 어려운 모양이네요.”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강진은 웃으며 사탕을 주머니에

넣었다.

‘천천히 하자. 천천히……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임지은 을 보았다. 그에 임지은이 물끄 러미 시선을 맞추자, 강진이 웃 으며 말했다.

“저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 없으 세요?”

“이 야기?”

“귀신분들은 보통 저를 보면 이 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거 든요.”

강진이 운을 뗐지만, 임지은은 그저 말없이 그를 볼 뿐이었다.

사실 임지은은 강진과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조차 고통스러웠 다. 말을 하려면 입을 벌려야 하 는데, 그 작은 움직임조차 힘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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