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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528화 (526/1,050)

528화

원승환의 목소리에는 호의가 가 득 차 있었다. 강진이 해 준 조 언 덕에 여자친구와 잘 돼서 장 인어른에게 결혼 승낙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럼 제가 원 실장님…… 아 니, 승환 씨에게 한잔하자고 해 도 반갑게 허락해 주실 건가요?”

[소주요? 아! 제가 좋은 곳 아 는데 같이 가시죠. 제가 오늘 거

하게 쏘겠습니다.]

“저희 가게는 싫으세요?”

[싫을 리가 없죠. 다만 사장님 편하게 드시라고 권한 거였습니 다.]

“저는 제 가게가 가장 편하더라 고요.”

[그럼 사장님 가게에서 드시죠. 저도 사장님 음식 좋아합니다.]

원승환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 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쏘는 건 나중에 여자친구분한 테 쏴 주세요. 오늘은 저희 가게 에서 지인들하고 소주 한잔했으 면 하는데 괜찮으세요?”

[저는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지 인이라면?]

“승환 씨도 아시는 분들이에요. 민성 형하고 강상식 씨.”

[잘 됐네요. 제가 그 두 분한테 도 술 한 번 사고 싶었는데. 그 럼 오늘 술값은 제가 내겠습니 다.]

황민성과 강상식…… 고객인 두 사람에게 같이 술 마시자고 권하 기 어려웠다. 하지만 고객이기 이전에 그 둘도 원승환에게 인간 적으로 다가와 주었다.

그리고 강진처럼 자신의 연애를 도와주었고 말이다. 그래서 원승 환은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술 자리에 참가할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자리에 한 분 더 오실 거예요.”

[제가 아시는 분인가요?]

“아시는 분은 아닌데, 승환 씨 도움이 조금 필요합니다.”

[제 도움요? 어디 몸이 안 좋으 십니까?]

“그건 아닙니다. 그분이 추나 선생님이라 승환 씨만큼 몸에 대 해 잘 아세요.”

[추나?]

“제가 그분하고 좀 친해져야 하 는데, 아무래도 몸 만지는 쪽으 로 같은 분야이니 승환 씨가 있 으면 대화하기 좋을 것 같아서

요.”

강진의 말에 원승환이 피식 웃 었다.

[그럼 제 역할은 분위기 띄우는 거 군요.]

“이런 것 부탁드려서 죄송합니 다.”

[아닙니다. 그분하고는 어떤 사 이신가요?]

“그렇게 친근한 사이는 아닌 데…… 오늘 그분이 제 가게에서 술 먹고 뻗어야 할 일이 있거든

요.”

[술 먹고 뻗는다라…… 후! 제 가 또 술 잘하는 것을 어떻게 아 시고 이런 딱 맞는 일을 부탁하 시네요. 알겠습니다. 제가 술 한 번 거하게 잡수게 해 드리겠습니 다.]

원승환이 자신 있게 하는 말에 강진은 잠시 조용히 있다가 물었 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는 안 물어 보세요?”

[누군가를 도와주려는 것 아닌 가요?]

원승환의 담담한 목소리에 강진 이 잠시 핸드폰을 보다가 웃었 다.

“맞습니다.”

[그럴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럼 이따가 뵙겠습니다.]

원승환이 더는 상황을 묻지 않 고 전화를 끊자, 배용수가 말했 다.

“승환 씨는 결혼 진행이 참 잘

되는 모양이다. 목소리가 밝네.”

“원승환 씨가 어떤 분인지만 알 면 딸 안 줄 이유가 없지. 돈 잘 벌지, 착하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서로 사랑하지.”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 했다.

“그런데 유부초밥 사서 할 거 야?”

“시중에 파는 유부초밥 좋아한 다잖아.”

“자존심 상하네. 내가 해도 되

는데.”

사실 유부는 쉬운 음식이다. 두 부를 삼각형 모양으로 썬 후 기 름에 튀기고 나서 양념에 재우거 나 졸이면 유부가 된다.

거기에 유부 배를 가르고 취향 대로 양념한 밥을 넣으면 유부초 밥이 완성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음식을 시중 제품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에 입 맛을 다신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 다.

“하지만 손님이 원하는 음식이 가장 맛있는 음식이지.”

“맞는 말이지. 자기 입에 맛있 다고 손님에게 강요하는 건 잘못 이니까.”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손을 저 었다.

“갔다 와.”

강진은 지갑을 챙겨서는 가게를 나섰다.

“유부와 참치 김치찌개라……

작게 중얼거린 강진은 마트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재료를 모두 사 온 강진은 배용 수와 함께 유부초밥을 만들다가 힐끗 핸드폰을 보았다.

그 모습을 본 배용수가 물었다.

“상식 씨한테 연락 없어?”

“응. 문자도 안 보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의아한 듯 핸드폰을 보았다.

“바빠도 네 전화는 바로바로 받 던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상식에게 전화를 자 주 하는 편은 아니지만, 일이 있 을 때 전화를 하면 바로바로 전 화를 받았다.

그만큼 강진을 정말 좋아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강상식 주위에 는 서로 이용하려는 지인들만 있 는데, 강진은 그런 사이가 아니 다 보니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강진 덕에 좋은 일을 몇 번 하다 보니 남을 돕는 것이 즐 겁다는 것도 알았고 말이다.

핸드폰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일이 바쁜가 보지.”

“하긴. 보기에는 그래도 오성화 학 이사면 높은 사람이지.”

오성그룹에서 좀 천덕꾸러기 취 급을 받는 강상식이지만, 그래도 오성그룹 사람이다.

거기에 오성화학도 오성그룹에

서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실 속 있는 회사로 대기업에 속하고 말이다.

그런 회사의 이사이니 바쁠 수 밖에 없었다.

“아쉽기는 하지만 강상식 씨와 는 다음에 봐야겠다.”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배 용수가 유부에 양념을 한 밥을 넣을 때, 가게 문이 열렸다.

띠링!

그에 고개를 내민 강진은 황민

성이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 다.

“오셨어요?”

황민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냉 장고에서 맥주를 하나 꺼내더니 수저로 딱! 하고 땄다.

“무슨 일 있으세요?”

오자마자 맥주를 따는 것에 강 진이 의아한 둣 보자, 황민성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날씨 덥다.”

벌써요?”

“사월 중순밖에 안 됐는데 해 뜬 날에는 여름 같아.”

덥다는 듯 손부채질을 한 황민 성이 컵에 맥주를 따라서는 시원 하게 들이켰다.

꿀꺽! 꿀꺽!

단숨에 맥주를 마셔 버리는 황 민성을 보던 강진이 냉장고에서 멸치볶음을 가져다주었다.

그에 황민성이 손으로 멸치볶음 을 집어 먹고는 말했다.

“그 친구는?”

“형이 조금 일찍 오셨죠.”

황민성은 시간을 한 번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이 조금 일찍 끝났어.”

입맛을 다시는 황민성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미팅이 마음에 안 드셨나 보네 요?”

“ 반반.”

“반은 마음에 드셨어요?”

“수익성은 별로 안 되는데…… 사업은 마음에 들더라고.”

“무슨 사업인데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사업이지 만, 돈은 되지 않는 사업이야.”

“그런 사업도 있어요?”

“있지.”

말을 하던 황민성은 고개를 저 었다.

“머리 아프다. 그 이야기는 그 만하자.”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뭔지 몰라도 사회적으 로는 필요한 사업인 모양이었다.

황민성이 지원하는, 불량 학생 들 가르치는 학교처럼 말이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 이 저녁 손님들이 하나둘씩 들어 오기 시작했다.

손님이 들어오자 강진이 그들에 게 다가가 주문을 받았다.

“어서들 오세요. 음식 뭐로 드 릴까요?”

손님들에게 음식을 모두 내어 줄 즈음, 문이 열리며 유훈이 안 으로 들어왔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다가갔다.

“어서 오세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사람의 대화에 유부초밥에 맥주를 먹고 있던 황민성이 힐끗 유훈을 보았다.

‘귀신이라……

황민성은 유훈의 주위를 살펴보 았다. 하지만 저승 음식을 먹지 않은 터라 귀신이 있어도 볼 수 없었다.

다만 강진이 유훈의 뒤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이는 것을 보아 하니 그곳에 귀신이 있는 모양이 었다.

‘살아 있을 때 아파서 먹을 것 을 먹지 못했다 했지.’

속으로 중얼거리며 강진의 시선 이 향한 곳을 보던 황민성이 유 부초밥을 집어 먹었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유훈은 강진이 가리키는 곳으로 가서 앉았다. 그곳은 황민성의 바로 옆 테이블이었다.

“그럼 음식 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진이 주방으로 가려 할 때, 다시 문이 열렸다.

띠링!

풍경 소리에 고개를 돌린 강진 은 원승환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

다.

“승환 씨.”

“제가 좀 늦었습니다.”

“아닙니다. 이리 오세요.”

강진이 그를 데리고 7} 황민성 자리로 안내를 했다.

“황 사장님.”

원승환이 작게 고개를 숙이자, 황민성이 웃으며 자리를 가리켰 다.

“승환 씨 혼자 오셨어요?”

‘어? 내가 온다는 거 못 들으셨 나?’

원승환이 의아한 듯 그를 보자, 황민성이 슬쩍 눈짓을 보내고는 웃으며 말했다.

“나도 혼자 왔는데 괜찮으면 합 석해서 드시죠.”

“아……

원승환은 황민성이 왜 이렇게 말하는지 곧장 눈치챘다. 사람을 많이 상대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 는 만큼, 상대의 의도를 바로 읽

어낸 것이다.

“혼자 온 사람끼리 합석해서 소 주 한 잔 나누면 좋지요.”

“제 말이 그 말입니다.”

황민성이나 원승환이나 모두 이 자리에 온 이유를 알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유훈에게 다가가 술 을 마시게 하는 것 말이다. 그래 서 미리 밑밥을 까는 것이다.

황민성의 말에 원승환이 자리에 앉자, 강진이 슬며시 그에게 엄 지를 들어주었다.

그에 황민성이 작게 웃고는 유 부초밥을 가리켰다.

“오늘 유부초밥이 맛이 좋네요. 드셔 보세요.”

“감사합니다.”

원승환은 유부초밥을 하나 집어 먹고는 미소를 지었다.

“맛있네요.”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은 유부초 밥을 하나 집어 들면서 슬쩍 유 훈 쪽을 보았다.

유훈은 황민성이 먹는 유부초밥 을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 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보니 시선 이 가는 모양이었다.

그에게 일부러 들리게 말도 한 것도 있고 말이다. 유훈이 이쪽 을 보자 황민성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

“유부초밥이 아주 맛있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유훈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유부초밥 시켰습니다.”

“잘 선택하셨습니다. 여기 음식 맛이 아주 좋습니다.”

웃으며 황민성이 슬며시 말했 다.

“저는 황민성이라고 합니다. 여 기 단골이지요.”

“유훈입니다.”

두 사람이 통성명을 하자 원승 환이 살며시 고개를 숙이며 말했 다.

“두 분이 인사를 하니 저도 해 야 할 것 같네요. 저는 원승환입

니다. 단골이라고 하기는 그렇지 만, 여기 사장님이 제 은인입니 다.”

“은인요?”

유훈이 의아한 듯 보자, 원승환 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 원래는 태권도 상비군 출 신입니다.”

“상비군이면 국대?”

“국대 2군이죠.”

원승환이 작게 웃으며 의자를

비틀어 유훈을 보며 말을 이었 다.

“그러다가 부상당해서 운동 그 만뒀는데……

원승환이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하자, 유훈이 그 이야기를 유심 히 들었다.

그러다 자신이 세신사라 장인어 른이 결혼을 반대했다는 말에 안 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이런…… 그저 열심히 사시는 것뿐인데.”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장인어른 입장에서는 딸이 좋은 남자 만나기를 바라니까요. 원망 은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요?”

“그래서 실의에 차 있는데 여기 사장님이 저에게 좋은 조언을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조언대로 하니 장인어른께서 저희 결혼을 허락해 주셨습니다.”

“어떤 조언을 해 주셨기에?”

유훈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

았다. 세신사라는 직업이 싫어 반대하던 어른이 결혼을 허락하 게 한 조언이 궁금한 것이다.

원승환은 미소 지으며 답했다.

“정성껏 밀어 드려라.”

“정성껏 밀어 드려라?”

“때를 정성껏 밀어 드리면서 제 직업에 대해 알려 드리고 진심을 다해 말을 하라고 하더군요.”

그러고는 원승환이 유훈을 보았 다.

“진심은 통하다는데 정말 그 말 이 맞았습니다.”

“그렇군요. 결혼 허락받으신 것 축하드립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어지지 못했 던 유훈은 원승환을 진심으로 축 하했다.

그리고 그 진심을 느낀 원승환 이 미소를 짓다가 황민성 앞에 있는 잔을 보았다.

그에 황민성이 웃으며 남은 맥 주를 마시고는 잔을 주자, 원승

환이 그 잔을 받아 유훈에게 내 밀었다.

“맥주 한 잔 시원하게 드세요.”

“고맙습니다.”

원승환이 맥주를 따라주면서, 세 사람은 자연스럽게 합석해 술 을 마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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