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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536화 (534/1,050)

536화

“……그야 저 어르신은 좋은 일 을 많이 하셨고, 고객님은 아닙 니다. 그럼 답이 된 것으로 알 고……

급하다는 듯 몸을 돌리는 강두 병의 모습에 강 회장이 입을 열 었다.

“바쁘다면야…… 아까 그 친구 에게 물어봐야겠군.”

강 회장의 말에 강두병이 멈춰

섰다. 그러고는 다시 몸을 돌렸 다.

“정말 바쁘니 빨리 물어보세요. 궁금한 것이 뭡니까?”

“VIP라는 것이 착한 일을 많이 하면 되는 건가?”

“맞습니다. 이승에서 착한 일을 하면 저승에서는 그것이 돈으로 환산돼서 저희 JS 금융에 저금이 됩니다. 반대로 이승에서 나쁜 일을 하면 그것 또한 환산돼서 잔금이 빠져나갑니다. 이승도 은 행에 저금한 돈이 많으면 VIP

대접을 받는 것처럼 저승에서도 저금을 많이 하면 VIP 대접을 받습니다.”

“그럼…… 내가 아까 그 영감보 다 JS 금융에 저금된 것이 적다 는 건가?”

“맞습니다.”

“아니…… 어째서?”

강 회장은 황당한 듯 말했다.

“어째서는 어째서겠어요. 고객 님께서 그렇게 사셨으니 그렇 죠.”

당연한 것 아니냐는 듯 말하는 강두병을 보며 강 회장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게 말이 되나. 이 병원만 해 도 우리 오성그룹에서 만들었고 매년 막대한 지원금을 투자하네. 그리고 그 돈으로 돈 없어서 치 료를 못 받는 이들이 치료를 받 네!”

강 회장의 말에 강두병이 고개 를 갸웃거렸다.

“그런데요?”

“이 병원에서 치료받고 회복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아나? 사람들 병이 낫도록 내가 돈을 냈으니 착한 일을 한 것이 아닌가. 내가 돈을 안 냈으면 그 들은 치료도 못 받고 죽었어!”

강두병은 그를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방금 고객님이 하신 말에 답이 있습니다.”

“ 답?”

“막대한 지원금을 투자했을 때,

이익을 바라고 하신 것 아닙니 까?”

“그건......"

강 회장은 우물쭈물했다. 병원 에 돈을 투자하는 것은 환자들을 위한 것도 있지만, 그 외에 여러 이익을 보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투자한 돈으로 저 소득층 환자들이 많이……

“환자들 치료하라고 내신 건 아 니잖아요.”

손을 내젓는 강두병의 모습에

강 회장이 눈을 찡그렸다.

“그럼 착한 일이 아니라고?”

“원인이야 어쨌든 결론적으로 착한 일은 맞죠. 하지만 이득이 없으면 투자를 하지 않으셨겠 죠?”

강두병의 말에 강 회장의 입술 이 움찔했다. 할 말이 없었다. 병 원에 투자해서 그 돈으로 돈 없 는 환자들이 혜택을 받고 치료를 받지만…… 오성그룹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결정한 게 맞기 때 문이었다. 말 그대로 투자였다.

강 회장은 급히 말했다.

“우리 그룹에서 일하는 직원만 몇 만이고, 그 가족들까지 하면 몇 십만이네. 그들의 생계를 내 가 책임졌으니 착한 게 아닌가?”

강두병은 재차 한숨을 쉬었다.

“그 사람들한테 공짜로 돈 줬습 니까?”

“그건......"

“그 사람들이 열심히 일을 하니 까 그쪽에서 월급 준 것 아닙니 까? 그리고 따지고 보면 그들이

열심히 일을 해서 그쪽 먹여 살 린 것 아닙니까?”

“나를 먹여 살려? 내 재산 이……

“그 재산도 직원들이 일을 해서 회사가 돈을 버니까 생긴 것 아 닙니까? 직원들 없이 회사가 굴 러가요?”

강 회장이 멈칫하자 강두병이 고개를 저었다.

“이래서 이승에서 돈 많은 고객 데리러 오면 말이 많아진다니

까.”

작게 투덜거린 강두병이 어깨를 으쓱였다.

“이제는 기부한 것 이야기하실 거죠? 기부 많이 했으니 착한 일 한 것 아니냐는?”

부자들을 많이 상대해 본 듯 강 두병이 말을 하자, 강 회장이 고 개를 끄덕였다.

“그래! 기부.”

강 회장은 손뼉을 치고는 말했 다.

“내가 기부한 돈만 수십억, 아 니 백억이 넘을 거야. 그 백억이 면……

강두병은 손을 들어 말을 끊었 다.

“물론 기부를 한 것은 좋은 일 이고 착한 일이라 저희 으에서도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내가 기부를 많이 했 어. 내 돈으로 대학 가고 공부한 학생들이 어디 한둘인 줄 알아?”

오성그룹에서 운영하는 장학 재

단을 떠올리며 웃는 강 회장을 보며 강두병이 마주 웃었다.

“맞습니다. 고객님 돈으로 학업 마친 학생들이 참 많죠.”

“그래. 그것도 다 착한 일이니 내 계좌에 돈이 많아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 VIP가 되고도 남 아야지.”

강 회장의 말에 강두병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젓고는 들고 있던 태블릿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무언가를 확인하던 강두

병은 말을 이었다.

“고객님의 계좌에는 돈이 많이 들어오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이 정도 돈이라면 충분히 VIP가 될 만합니다.”

“그렇지!”

“ 다만……

강두병은 말끝을 흐리고는 강 회장을 보았다.

“고객님 계좌에서는 들어오는 돈만큼 빠져나가는 돈도 많습니 다.”

“빠져나가는 돈?”

“돈이 들어오기만 하는 계좌가 어디에 있습니까? 공과금도 빠져 나가고 카드 값도 빠져나가 고……

말을 하던 강두병이 한숨을 쉬 었다.

“이승이나 저승이나 직장인 통 장은 돈 들어오는 속도보다 나가 는 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니까 요.”

자신의 월급 통장을 떠올리며

한숨을 쉰 강두병이 강 회장을 보았다.

“그래서 결론은......" 고객님께서 는 그냥 일반 고객이십니다. 통 장에 돈이 얼마 없어요.”

“내가…… 돈이 없다고?”

충격을 받은 듯 멍하니 있는 강 회장을 보며 강두병이 고개를 끄 덕였다.

“다행이라면 마이너스 통장이 아닌 것이죠.”

“내가…… 돈이 없어?”

정말 충격을 받은 것 같은 강 회장의 모습에 장은옥이 급히 다 가왔다.

“회장님.”

“내가…… 오성그룹 회장인 내 가?”

평생 돈을 쫓아온 강 회장으로 서는 돈이 없다는 것이 충격인 모양이었다.

그런 강 회장의 모습에 강두병 이 피식 웃었다.

“살아서 번 돈, 죽어서도 쓸 수

있을 줄 알았습니까?”

“난…… 좋은 일에 돈을 많이 썼는데? 왜 오에 돈이 없어. 좋 은 일을 하면 으에 돈이 생겨야 지.”

죽은 이후의 일에 대해서는 아 직 잘 모르지만, 평생 사업가로 살아온 그였기에 금전에 관해서 는 밝았다.

그래서 다른 것은 아직 몰라도, JS 금융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는 금세 파악한 것이다.

파악을 끝내고 생각해 보니 자 신은 돈으로 좋은 일을 많이 했 다.

자발적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사 회 시선이든 정부의 압박에 의해 서든 알게 모르게 사회 공헌을 위해 많이 기부한 것이다.

생각을 거듭하던 강 회장이 급 히 강두병을 보았다.

“교회!”

강 회장의 외침에 강두병이 그 를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강

회장이 말했다.

“저승이 정말 있고 자네와 같은 자들이 존재한다면 하나님도 존 재하는 것 아닌가?”

“의미는 조금 다르지만 있기는 하죠.”

강두병의 말에 강 회장이 밝아 진 얼굴로 말했다.

“나 교회에도 성금을 많이 했 네. 그 은행에는 돈이 없을지 몰 라도 그쪽에는 내가 한 성금이 있을 것 아닌가?”

“아! 교회…… 진작 이야기를 하시지.”

강 회장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그래그래. 이제야 말이 통하는군.”

“잠시 기다리세요. 가끔 관할권 이 얽히고 얽혀서 문제가 생기는 일이 있습니다.”

강두병은 태블릿을 꺼내 몇 차 례 터치를 했다.

“진작 이야기했으면 여기 올 일

도 없었고 일도 줄었는데……

강두병은 어서 기독교 쪽에 강 회장을 보내고 싶었다. 인턴으로 몇 년 일해 본 결과 부자 망자들 만큼 귀찮은 존재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는 말부터 가만 안 두겠다는 말까지…… 참 말도 많고 귀찮은 자들이었다.

그래서 부자 망자들은 JS 금융 에서도 가장 하급자인 인턴들의 몫이었다.

물론 부자 중에서도 VIP라 할 수 있는 이들은 등급에 따라 대 리부터 부장들이 직접 맞이하기 도 했지만, 그런 이들은 아주 드 물었다.

어쨌든 기독교 담당자들에게 연 락을 한 강두병이 답신을 받고는 미간을 찡그렸다.

〈문의하신 강건희 씨는 저희 관

할이 아닙니다.〉

강두병은 휙, 하고 고개를 들어 강 회장을 보았다.

“기독교 맞아요?”

“당연하지. 내가 천지교회 집사 야.”

자신이 다니는 교회 이름을 말 하는 강 회장을 보던 강두병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기독교에서 강건희 고객님 자 기 쪽 관할 아니라고 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지? 관할이 아 니라니?”

“기독교가 관할하는 건 기독교 신자들뿐입니다.”

“나는 기독교야.”

강 회장의 말에 강두병이 힐끗 태블릿 한쪽에 떠 있는 시간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제가 지금 바빠서 그러니 궁금 한 건……

강두병이 장은옥을 보았다.

“보니 이쪽 귀신분하고 아는 사 이 같은데, 궁금한 건 이쪽에게 물어보세요.”

“아니, 나를 두고 또 어딜……

“아유! 진짜 바빠요. 죽은 귀신 이 어디 당신 하나뿐인 줄 아 나.”

강두병은 강 회장을 대놓고 쏘 아보았다. JS 금융 친절함의 척 도는…… 망자가 가진 저축액인 만큼, 강 회장은 친절하게 대하 지 않아도 되는 고객인 것이다.

그러고는 강두병이 가려고 하자 강 회장이 급히 말했다.

“이대로 가면 나 아까 그 직원

한테……

“하든지 말든지.”

일 처리 늦어서 혼나는 것이나, 강 회장이 귀찮게 해서 혼나는 것이나…… 혼나는 것은 마찬가 지였다.

강두병은 몸을 돌리자마자 후다 닥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강 회장이 상당히 억 울한 눈으로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슬며시 말했다.

“기독교에 성금 많이 한다고 해

서 기독교 관할이 되는 건 아닙 니다.”

“무슨 소리야! 내가 교회에 낸 것이 얼마고 기부한 땅이 얼마인 데.”

“땅도 기부하셨어요?”

“건물 지을 땅이 없다고 해서 내가 기부를 했는데…… 그 많은 성금과 땅을 받은 기독교가 나를 버려?”

화가 잔뜩 난 듯 부들거리는 강 회장에게 강진이 말했다.

“기독교나 불교에서는 신자를 버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내가! 기독교 관할 이 아니야!”

“신자가 아니니까요.”

“무슨 소리야! 내가 교회 집사 라고!”

“집사든 목사든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살아서 교회에 낸 성금이 나 땅 같은 것도 상관이 없습니 다.”

“그럼 뭐가 상관이라는 거야?”

“정말 기독교를 믿느냐 안 믿느 냐입니다.”

“그럼 내가 기독교를 안 믿어서 기독교 관할이 아니라는 건가?”

“그럴 겁니다.”

“그럴 리가! 내가 얼마나 성금 을 많이 했는데!”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이야기 에 강진은 고개를 저었다. 우나 기독교 쪽에서 실수를 할 리는 없었다.

교회를 다니지만, 하나님을 믿

지 않는 그런 신도는 기독교 관 할이 아니다.

성금을 아무리 많이 내고 땅을 기부했다 해도 하나님을 믿지 않 는 이상…… 기독교 신자가 아닌 것이다.

그러니 강 회장은 무교로서 한 국 JS 관할인 것이다.

“강진아.”

돌연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강 진이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황 민성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에 강진이 두 귀신에게 작게 눈짓을 하고는 황민성에게 다가 갔다.

강진이 다가오자 강상식이 의아 한 듯 물었다.

“그런데 혼자 거기서 뭐 하고 계셨습니까? 뭔가 이야기하는 것 같던데.”

자신이 있던 곳을 보며 묻는 강 상식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귀 를 가리켰다.

강진의 귀에는 블루투스 이어폰

이 끼워져 있었다.

“아! 통화하셨구나.”

강상식이 싱긋 웃는 것에 황민 성이 말했다.

“상식 씨 올라가 봐야 한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강상식을 보았다.

“장례식 때 다시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원승환 씨도 인사 전해 달라고 했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강상식은 미소 지었다. 자신이 힘들 때 이렇게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는 게 더할 나위 없이 기뻤 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버지 장례식이 열리면 자신의 손님들도 올 것이다. 대 학이나 고등학교 동창들도 포함 해서 말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뭔가를 바 라고 오는 그들과 달리,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서 온 두 사람 덕에 기분이 좋은 강상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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