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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537화 (535/1,050)

537화

“강상식.”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던 강상식의 얼굴이 살짝 굳 어졌다.

로비에는 일단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강진이 그쪽을 보자 황 민성이 작게 속삭였다.

“오성그룹 일가야.”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오성그룹

사람들의 면면을 보았다. 총수가 죽어서인지 모든 가족들이 모인 듯했다.

그들은 강상식을 한 번 보고는 말없이 걸음을 옮겨 로비를 나섰 다.

그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 다. 그들의 시선과 행동을 보 니…….

‘강상식 씨를 사람 취급도 안 하는구먼.’

그냥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이

다. 강진이 그들의 행동에 눈을 찡그릴 때, 마혼 정도 되어 보이 는 남자가 다가왔다.

“황 대표, 오랜만이네.”

자신을 알아보는 오성그룹 사람 을 황민성이 보았다.

“강 대표님.”

황민성이 고개를 숙이자, 강 대 표가 다가오다가 강상식을 보고 는 말했다.

“안 보이나 싶더니 여기 있었구 나.”

강 대표는 강상식을 힐끗 보고 는 황민성에게 말했다.

“다음에 한 번 보자고.”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황민성의 답에 고개를 끄덕인 강 대표가 다시 강상식을 보았 다.

“형이 한 제안, 잘 생각해 봐.”

강상식이 눈을 찡그리자 강 대 표가 웃으며 말했다.

“오성화학이 우리 계열사 중에

서는 작지만 그래도 너한테는 크 다. 괜히 말아먹고 후회하지 말 고 잘 쳐 줄 테니 주식 넘겨. 형 이 지방에 자리 하나 내 줄 테니 넌 거기서 월급이나 받으면서 살 아. 그게 어울려.”

강 대표의 말에 강상식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직원 월급이 대표 월급만 하겠 습니까?”

강상식이 이렇게 말을 할 줄 몰 랐던지, 강 대표는 눈을 둥그렇 게 뜨더니 이내 콧방귀를 뀌었

다.

“흥!”

강 대표가 몸을 돌리려 하자, 강상식이 말했다.

“그런데 다들 어디 가시는 겁니 까?”

“유언장도 개봉했는데 더 있을 이유 없잖아.”

“하지만 할아버지가……

“우리가 너처럼 할 일 없는 사 람도 아닌데, 그룹 일 처리해야

할 거 아니냐.”

강 대표의 말에 강상식이 입을 다물었다. 그런 강상식을 보던 강 대표가 강진을 보았다.

“식당 주인?”

“저를 아십니까?”

강진이 묻자 강 대표가 피식 웃 으며 강상식을 보았다.

“너하고 어울리는 친구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가는 강 대 표의 모습에 강진이 인상을 썼

다.

“뭐래는 거야?”

강진의 중얼거림에 강상식이 입 맛을 다셨다.

“미안합니다.”

강진이 보자 강상식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큰형이…… 저에 대해 조사를 한 모양입니다.”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웃었 다.

“잘 됐네.”

“네?”

“너를 조사했다는 건 위협이 될 거라 생각하는 것 아냐. 무시당 하는 것보다는 낫지.”

살짝 웃으며 말을 하는 황민성 이 강 대표의 뒷모습을 노려보았 다.

웃으며 말했던 것과 달리, 황민 성의 속은 부글거렸다. 동생들에 게 함부로 했으니 말이다.

강 대표를 노려보던 황민성이

말했다.

“오성화학 주식 넘기래?”

말을 편하게 놓는 황민성의 모 습에 강상식의 표정이 약간 밝아 졌다.

“네.”

황민성은 잠시 생각을 하는가 싶더니 말했다.

“상속받은 주식이 31퍼센트?”

“그걸 어떻게?”

“대주주들하고 너하고 친한 것

도 아니니, 너 혼자 경영권 방어 하려면 네가 가진 주식에 그 정 도 주식은 더해져야 할 테니까.”

“맞습니다.”

“이사가 아니라 대표라 불러야 겠네.”

강상식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이자, 황민성이 마주 끄덕이 며 말했다.

“어떻게 할 거야? 넘길 거야?”

“할아버지가 물려준 겁니다. 그 리고…… 앞으로 잘할 자신도 있

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물었다.

“다른 식구들은 다 간 모양인데 어떻게 할 거야?”

“……한 번도 불러 보지는 못했 지만 아버지입니다. 아버지 옆에 있겠습니다.”

그러고는 강상식이 손을 내밀었 다.

“가족들이 모두 가서 저라도 올 라가 봐야겠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악수를 했다.

“밥은 먹었어?”

“생각 없습니다.”

“그래. 그럼 이따 보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는 강상식에게 강진이 물었다.

“도시락 좀 싸 다 드릴까요?”

“지금은 아무것도 못 먹을 것 같습니다.”

“힘드시겠지만, 달달한 음료라 도 챙겨 드세요.”

“고맙습니다.”

강상식이 웃으며 몸을 돌릴 때 강진이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강상식이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다음부터는 말 놓으세요. 형이 잖아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은 그를 보

다가 손으로 눈가를 지그시 눌렀 다. ‘형’이라는 말…… 피를 동생 들에게조차 한 번도 듣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울어?’

강진이 놀라 볼 때, 강상식이 눈가를 손으로 닦았다.

“이거 참……

그러고는 머쓱한 듯 웃으며 강 진을 보았다.

“그래. 고맙다.”

“장례식 끝나고 한잔해요.”

“그래. 형이 정말 좋은 곳에서 한 잔 살게.”

“그 좋은 곳이 제 가게였으면 하네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피식 웃 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 렸다.

강상식이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것에 장은옥이 그 뒤를 따르며 강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녀의 소원이 강상식에게 소주 한 잔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생기 는 것인데…… 그럴 만한 좋은 형과 동생이 생긴 걸 두 눈으로 본 것이다.

연신 고개 숙여 인사하던 장은 옥이 강상식의 뒤를 따르자, 강 건희가 그 뒤를 따라갔다.

그는 처음과는 달리 조금은 시 무룩하고 힘이 빠진 얼굴이었다. 아마도 자신이 돈이 없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강상식이 가는 것을 보던 황민

성이 강진에게 물었다.

“회장님

옆에

계시던?”

강진이 었다.

보자

황민성이 재차 물

“ 회장님

귀신

있었냐고.”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아까 는 것 했지.”

네가 귀신하고 이야기하

같더라고. 그래서 혹시나

입맛을 다신 황민성이 말했다.

“귀신이 되신 건가?”

“그건 아직 몰라요. 장례식 끝 나고 나야 귀신이 될지 승천을 하실지 알아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황 민성이 시간을 확인하고는 말했 다.

“가자.”

“근데 형 몇 시간 못 잘 것 같 은데 괜찮겠어요?”

“잠 많이 잔다고 안 피곤한 건 아니더라. 어서 가자.”

황민성은 강진을 데리고 병원

밖으로 나왔다.

황민성이 잡아 준 택시로 가게 에 돌아온 강진은 2층으로 올라 갔다.

그러다 먹고 마시던 자리가 깨 끗하게 치워져 있는 것을 발견하 곤 뒤를 따라 올라온 배용수를 보았다.

“치웠네?”

“할 일도 없고.”

작게 답을 한 배용수가 물었다.

“상식 씨는 어때?”

“아버지 상 당한 아들이 다 같 지, 뭐.”

입맛을 다시는 강진의 모습에 배용수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장례식장은 그래서 싫어.”

강진은 중얼거리는 배용수를 가 만히 보았다. 강상식에게 갈 때 자신은 거기 가기 싫다며 남았던 걸 보니…… 장례식장을 정말 싫 어하는 모양이었다.

“밥 먹으러는 잘 가더니만, 장 례식장 싫어해?”

“밥 먹으러 가는 장례식장하고 조문하러 가는 장례식장하고 같 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용수가 강상식과 직 접적으로 인사를 하거나 대화를 나눈 적은 없지만, 몇 번 봤고 그 사정을 알기에 아예 모르는 사람이라 할 수가 없었다.

옷을 갈아입는 강진을 보며 배 용수가 말했다.

“그럼 쉬어라.”

“손님 한 분 받아야 해.”

“손님?”

“강두치 씨가 식사 좀 챙겨 줬 으면 한다는 VIP가 있어. 곧 오 실 거야.”

편한 옷으로 갈아입는 강진을 보던 배용수가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 자도 세 시간 정도밖에는 못 잘 텐데?”

“일곱 시에 일어나면 세 시간은

잘 수 있으니 괜찮아.”

강진은 1층으로 내려와서는 강 두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통화를 하고 난 후, 강두치가 VIP 노인 귀신과 가게에 들어오 자 강진이 웃으며 그들을 맞이했 다.

*  * *

저녁 장사를 마무리한 강진은 식당에서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넥타이를 이리저리 만지는 강진 의 모습에 이혜미가 고개를 저으 며 다가왔다.

“제가 해 드릴게요.”

“고맙습니다.”

강진이 넥타이를 목에 걸고 서 자 이혜미가 넥타이를 잡고는 묶 기 시작했다.

‘민성 형이 매어 준 넥타이, 푸 는 게 아니었는데.’

어제는 황민성이 대신 묶어주었 다. 그런데 집에 도착하고 자기

도 모르게 잡아당겨서 풀어 버린 것이다.

이혜미 덕에 넥타이를 제대로 맨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그 는 주방에서 음식들을 통에 담고 있었다.

“다 됐어?”

“반찬들은 다 담았어.”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한쪽에 놓인 반찬통들을 들어서는 뒷문으로 옮겼다.

그렇게 뒷문으로 나온 강진이

푸드 트럭 문을 열어서는 반찬들 을 안에 실었다.

오늘은 오성병원 인근에서 출장 영업을 할 생각이었다. 가서 강 상식 음식도 좀 해 주고, 장례식 장에 있는 귀신들도 좀 먹이고 말이다.

“ 가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와 여자 귀 신들이 푸드 트럭에 올라탔다. 귀신들이 모두 타자 트럭 뒷문을 닫은 강진이 오성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부응!

오성병원으로 향하며 강진은 라 디오를 틀었다.

[금일 오후 4시에 오성그룹 강 건희 회장이 타개했습니다. 강건 희 회장은…….]

라디오에서는 강건희의 장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원 래는 어제저녁에 사망을 했지만, 오성그룹은 오늘 오후 네 시에 죽은 것으로 알린 것이다.

사망 시간을 조작하는 것은 분

명 불법이지만, 오성그룹에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

오성병원 주차장에 차를 세운 강진에게 황민성이 다가왔다.

“왔어?”

“기다리셨어요?”

“한 오 분?”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승환 씨는요?”

“씨가 뭐냐? 형 동생 하기로 했

으면서.”

“바로 고치기가 쉽지 않네요. 차차 고쳐야죠.”

강진이 웃자 황민성이 말했다.

“승환이는 자기가 오는 건 민폐 인 것 같다고 따로 인사드리겠 대.”

“민폐요?”

“자기 같은 사람이 여기 조문 오면 급이 안 맞을 것 같다는 거 지.”

“무슨 그런 생각을……

“여기 조문객 중에 손님이 있을 테니…… 신경 쓰일 수 있지.”

호텔 사우나 세신사가 오성그룹 회장 장례식에 오기에는 격이 안 맞다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었다.

재계에서 유명한 회장, 사장들 이 직접 조문하는 자리에 원승환 이 서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래도…… 좀 그러네요.”

“사람마다 사정이 있는 거니

까.”

그러고는 황민성이 푸드 트럭을 보았다.

“그럼 여기서 출장 영업 하는 거야?”

“병원에서 귀신 장사 영업할 수 는 없고, 인근 골목 쪽으로 해야 죠.”

“장소는 아직 안 구했어?”

“장례식장 가면 이 근처 귀신들 있을 거예요. 이따가 용수한테 부탁해서 여기 장사할 만한 곳

어딘지 물어보려고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주위를 보았다.

“ 용수는?”

강진은 푸드 트럭 캡을 손바닥 으로 쳤다.

“나오세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푸드 트 럭 캡을 뚫고 내려왔다.

“형.”

배용수가 인사를 하자 강진이

그것을 말해주었다. 그에 황민성 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강진을 보 았다.

“가져왔어?”

강진은 입맛을 다시고는 주머니 에 서 사탕을 하나 꺼내 건네며 황민성을 걱정스럽게 보았다.

“근데…… 정말 드시게요?”

황민성은 사탕을 받으며 사탕 봉지에 쓰여 있는 글자를 보았 다.

〈발설 복숭아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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