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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544화 (542/1,050)

544화

점심 장사를 마무리한 강진이 홀을 정리하고 있을 때, 강두치 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장님.”

“아, 어서 오세…… 아?”

강두치를 보고 인사하던 강진은 그의 옆에 있는 강건희를 뒤늦게 발견했다. 강진이 의문 어린 시 선으로 강건희를 보자 강두치 또 한 그를 보고는 말했다.

“사장님을 보고 가고 싶다고 해 서……

귀찮다는 투로 말하는 강두치에 게 강진이 물었다.

“잠시 시간은 됩니까?”

“짧게 하세요.”

강진은 강건희에게 다가갔다. 그러곤 작게 고개를 숙였다.

“명복을 빌겠습니다.”

“상식이…… 잘 부탁드립니다.”

강건희가 고개를 숙이는 것에

놀란 강진이 손을 마구 내저었 다.

“이러지 마세요.”

강진의 만류에도 고개를 숙이고 있던 강건희는 한숨을 쉬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강두치를 보 았다.

“이제 가시죠.”

정말 짧은 인사였지만 약속은 약속이었다. 강두치가 VIP도 아 닌 사람에게 이 정도라도 시간을 만들어 준 것은, 그가 인사를 하

겠다는 사람이 강진이었기 때문 이었다.

강건희의 말에 강두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을 열었다.

스윽!

문을 열자 강진의 눈에 JS 금융 을 배경으로 서 있는 사람이 보 였다. 전에 본 JS 금융 인턴이었 다.

“모시고 가.”

강두치의 말에 인턴이 강건희를 보았다.

“가시죠.”

인턴이 손을 내밀자 강건희가 잠시 JS 금융을 보다가 강진을 보았다.

“상식이한테…… 미안했다고 전 해 주십시오.”

그러고는 강건희가 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띠링!

그리고 문이 닫히는 것과 함께 풍경 소리가 들리자 강진이 입맛 을 다셨다.

“다행히 귀신은 안 되셨구나.”

강진의 중얼거림에 강두치가 가 게를 둘러보다가 말했다.

“믹스 커피 한 잔 주십시오.”

“으에서 人} 온 커피 있는데 그 거 드릴까요?”

“아닙니다. 가끔은 이승 믹스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가 있어 요. 믹스 커피가 달달해서 피곤 할 때 마시면 당도 채워지고 좋 더군요.”

“가끔 그럴 때가 있죠.”

웃으며 강진이 카운터 한쪽에 있던 믹스 커피를 뜨거운 물에 타서 가져다주었다.

그러고 강진이 맞은편에 앉자, 강두치가 허공을 보며 말했다.

“저번에…… 귀신 사진하고 동 영상을 사람에게 보여줬더군요.”

뜨끔!

말 그대로 가슴이 뜨끔한 강진 이 조심스레 강두치를 보았다. 올 것이 온 것이다.

“그게......"

잠시 입맛을 다시던 강진은 한 숨을 쉬고는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강진의 사과에 강두치가 그를 보다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물었다.

“변명은 안 하십니까?”

강진은 재차 한숨을 쉬며 고개 를 저었다.

“두치 씨가 저에게 그동안 잘 해 주셨는데... 변명보다는 사

과를 하고 싶습니다. 변명은

강진은 입맛을 다시고는 슬며시 말했다.

“JS 잔고에 돈 빠져나갈 때 하 겠습니다.”

변명할 거리는 많다. 전에 신수 호가 김소희 변호하겠다고 했던 내용들을 잘 기억하고 있으니 말 이다.

이번 일을 굳이 변명하자면, 유 훈이 사진과 동영상 속의 사람을 자신의 여자친구가 아닌 다른 사

람으로 알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 할 수도 있었다.

긴장한 기색의 강진을 지그시 보던 강두치는 고개를 저었다.

“일단 앞으로는 조심하십시오.”

이번은 봐주겠다는 투에 강진이 슬며시 물었다.

“그럼 이번 일은?”

“호 그 친구가 해결했습니다.”

“신수호 씨가요?”

일 저지르시는 것 위에서 연락

왔었는데, 그 직후에 신수호가 연락을 하더군요. 그냥 두라고.”

“신수호 씨가요?”

강진이 놀란 눈으로 다시 한 번 같은 말을 하자, 강두치가 고개 를 끄덕이며 허공을 보았다.

“강진 씨가 여기 운영하는 것이 마음에 드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자신이 커버해 준다고, 그냥 두라고 했습니다. 귀신 상 대하면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는 말도 못 하는데 가끔은 이 런 짓도 해야 하지 않느냐고 하

면서요.”

강두치의 말에 그를 보던 강진 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신수호 씨가 저를 위해서 그렇 게 말을 많이 하셨다고요?”

평소 과묵하고 할 말만 하는 신 수호다. 그런데 자신을 위해 길 게 변명을 하디니…….

강진이 살짝 감동을 받은 듯하 자 강두치가 말을 덧붙였다.

“호가 말이 좀 적기는 해도 변 호사라 말을 해야 할 때는 잘합

니다.”

그러고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 며 말했다.

“어쨌든…… 앞으로는 주의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신경 쓰게 해서 죄송합니다.”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가 강진을 보았다.

“그리고…… 이번엔 조금 잘했 습니다.”

“네?”

“그 사람에게 사진이나 동영상 에 나오는 인물이 귀신과 관련이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지 않 습니까? 그리고 사진이나 동영상 에는 사람인 상대에게 뭔가 의미 를 전달하는 메시지나 내용이 없 는 그저 먹방일 뿐이었고.”

“ 아.”

“그래서 좀 쉽게 넘어간 겁니 다. 그렇지 않았으면 호라고 해 도 강진 씨 잔고에서 돈 좀 나가 야 했을 겁니다.”

말을 한 강두치가 커피를 다시 마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음에 또 이 렇게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저 승의 소식을 이승에 전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입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주의하겠다는 말에 강두치가 그 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안 하겠다는 소리는 안 하네.’

하지만 강두치는 별다른 소리를 더 하지 않았다. 이 일을 한 수

백 년 동안 강진처럼 귀신들을 돕다가 제재를 받았던 저승식당 주인이 한둘이 아니었던 것이다.

저승식당 주인들은 대부분 마음 이 착하고 선한 이들이다. 그런 이들이다 보니 불쌍한 귀신들의 사연에 쉽게 동화되고 도와주다 보니 이런 일이 한두 번씩 생기 는 것이다.

강두치가 고개를 저으며 몸을 돌리자, 그 뒤를 따르던 강진이 문득 그를 보았다.

“저기.”

강진의 부름에 강두치가 그를 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저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말씀하세요.”

“무당 있잖습니까.”

“ 무당?”

“무당은 귀신의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에게 전하잖습니까. 아! 물론 가짜 무당 빼고 진짜 무당 요.”

“그렇죠.”

“그럼 그들은 대가 같은 것 안 치르나요?”

강두치는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 가 싶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대가를 이미 치렀습니 다.”

“네?”

“보통 사람들이 무당을 어떻게 봅니까?”

“그야……

말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갸웃 거렸다. 무당이라고 하면 귀신을 보거나, 귀신과 대화를 하는 사 람들이 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무당에게 점 을 보러 갈 때 외에는 가까이하 지 않는다.

“아…… 대가라는 것이?”

강진이 보자 강두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외로움이라는 대가를 이미 치 르고 있습니다. 무당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가족과 연이 끊기는 이들도 꽤 많습니다. 그들도 자 기가 하고 싶어서 무당의 길을 들어선 것도 아닌데 말이죠.”

“아……

강진이 입맛을 다시자 강두치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미 대가를 치 르고 귀신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 이야기를 믿 고 안 믿고는 사람의 선택이지만 요.”

그러고는 강두치가 다시 몸을 돌렸다.

“자! 그럼 갑니다.”

걸음을 떼려던 강두치는 강진을 힐끗 보며 말했다.

“제가 회사에 속해서 자제하라 고 하지만…… 저는 사장님이 하 는 일 응원합니다.”

강진이 미소를 지으려 할 때, 강두치가 손가락을 들었다.

“물론 개인적으로입니다. 일은 일이라 다음에 이런 일 생기

면…… 저 인상 쓰고 옵니다.”

“아…… 알겠습니다.”

강진이 고개를 숙이자 강두치가 피식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복래 사장님이 후임은 잘 정하 셨네.’

저승식당은 배고프고 외로운 귀 신들을 위한 곳이다. 그런 곳의 사장이 외롭고 안쓰러운 귀신을 외면한다면…… 사장으로서의 자 격이 없는 것이었다.

물론…… 적당히 커버할 수 있

는 선에서 일만 벌인다면 말이 다.

강두치가 나가고 닫히는 문을 보며 강진이 작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렇지 않아도 강두치와 신수호 가 유훈의 일에 대해 말을 하지 않아서 조마조마하고 있던 참이 었다.

그런데 강두치가 이렇게 와서 말을 해 주고 나니 안도감이 들

었다.

강진은 허공을 보며 말했다.

“변호사님, 도와주셔서 감사합 니다.”

잠시 후 그의 핸드폰에 신수호 의 문자가 왔다.

스윽!

〈사고 치지 마십시오.)

신수호의 짧은 문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강두치가 가고 난 후, 강진은 조금은 홀가분하고 편한 마음으 로 TV를 보고 있었다.

“사고치고 수습이 돼서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혼날까 봐 걱정 좀 했지.”

“그러게 사고를 왜 쳐.”

강진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슬프잖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는 고개를 젓다가 문득 고개를 돌렸다. 잠 시간 한쪽 테이블을 보던 배용수 가 말했다.

“변 어르신 태블릿도 안 가져갔 는데…… 바둑은 어떻게 두시는 지 모르겠네.”

강진도 그가 보는 테이블을 보

았다. 그 테이블은 평소 변대두 가 앉아서 바둑을 두던 곳이었 다.

“내일 오신다고 했으니 그때 태 블릿하고 비닐장갑 챙겨 드리면 되겠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쇼핑백에 잘 챙겨 놔야겠다.”

이야기를 나눌 때, 황민성이 가 게 안으로 들어왔다.

“오셨어요?”

황민성이 들어오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일어나다가 그 뒤를 따라 들어오는 오 실장을 보고는 반갑 게 그를 보았다.

“오 실장님.”

강진이 반갑게 맞이해 주자 오 실장이 고개를 숙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여행 잘 다녀오셨어요?”

“네. 대표님이 배려해 주셔서 가족들과 함께 편히 쉬다 왔습니 다.”

“잘 하셨네요. 가끔 쉴 때도 필 요한 법이죠.”

강진의 말에 오 실장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는 하셨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상식이 올 거야. 오면 같이 먹 을게.”

“상식 씨…… 아니, 상식이 형 온대요?”

a "응."

흐.

자리에 앉는 황민성을 보며 강 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 끝나면 보통 가족들하고 식 사…… 아.”

강진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 덕였다. 보통 상이 끝나면 가족 들끼리 유품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식사라도 하고 헤어지거나 말이다.

하지만 강상식과 오성그룹 관계

를 생각한다면…… 그런 일은 있 을 수가 없었다.

“그럼 3일 동안 고생을 했을 테 니 몸보신 음식을……

“삼겹살 먹고 싶대.”

“삼겹살요?”

“냉동 삼겹살에 한잔한 뒤에 집 에 가서 푹 자고 싶다고 하더라. 아! 육개장 국수도.”

“냉동보다는 냉장이 더 좋지 않 아요?”

“가끔은 냉동 삼겹살이 먹고 싶 을 때도 있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야…….

“그럼 가서 냉동 삼겹살 사 올 게요.”

“괜찮아. 내가 사 왔어.”

황민성이 오 실장을 보자, 그가 검은 봉지를 내밀며 말했다.

“여기에는 냉장 삼겹살밖에 없 을 거라고 하시기에, 대표님과 오는 길에 사 왔습니다.”

검은 봉지를 받아든 강진이 그 안을 보았다. 안에는 냉동 삼겹 살과 파채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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