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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546화 (544/1,050)

546화

한창 점심 장사로 바쁜 강진은 손님들이 일어나자 그릇들을 치 웠다.

그러고는 탁자를 행주를 닦고는 가게 문을 열었다. 손님들이 나 갈 때마다 자신도 밖으로 나가서 대기하는 손님이 있는지 확인을 하는 것이다.

띠링!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던 강진

의 얼굴에 반가움이 어렸다.

“어르신.”

가게 앞에는 오자명과 이유비가 서 있었다.

“어서 오세요. 그리고! 당선 축 하드립니다.”

강진의 말에 오자명과 이유비가 웃었다.

“이 사장이 이렇게 반갑게 말을 해 주니 당선된 보람이 있구먼.”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전에 한 번 떨어졌잖습니 까. 그때 사람들이 내 앞에서 죄 지은 사람처럼 눈도 못 마주치는 데…… 낙선한 것보다 그게 더 힘들더군요.”

“그래? 난 떨어져 본 적이 없어 서 그런 것 잘 모르겠네.”

오자명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 진이 웃으며 말했다.

“어쨌든 두 분 다 당선이 되셔 서 제가 기분 좋게 인사드릴 수

있어 좋네요. 들어오세요.”

강진을 따라 오자명과 이유비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 를 보좌관들이 따라 들어왔다.

이유비의 뒤에는 처음 보는 중 년의 사내가 따라오고 있었다. 아마도 도영민이 오자명에게 가 면서 수행 비서가 새로 온 모양 이었다.

빈자리에 알아서 앉는 사람들에 게 물을 가져다준 강진이 물었 다.

“도영민 씨는 안 보이시네요?”

강진의 물음에 오자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 비서는 지금 지역구에 있습 니다.”

“선거 끝났는데 같이 안 올라오 셨어요?”

“선거 끝났다고 지역구를 비워 둘 수 있나요? 지역구 후원자들 하고 친분도 쌓아야 해서 도 비 서는 앞으로 좀 더 있을 겁니 다.”

오자명은 슬쩍 주위를 보고는 물었다.

“전에 여사님은 안 계신 듯합니 다?”

차달자를 찾는 오자명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며칠 전에 고향에 내려가셨어 요.”

“하긴, 나이 먹으면 고향만 한 곳도 없죠.”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식사는 어떻게 하시겠어요?”

오자명은 손님들이 먹는 것을 보았다. 오늘 점심은 매콤한 오 징어 덮밥과 돼지고기 덮밥이었 다.

거기에 밑반찬과 맑게 끓인 된 장국을 같이 먹고 있었다.

“오징어가 맛있어 보이네요. 저 는 오징어 덮밥으로 먹겠습니 다.”

네 사람이 각자 먹을 것을 주문 하자 강진이 살며시 말했다.

“서비스로 김치찌개도 드릴게 요.”

“점심시간에는 정해진 메뉴만 하는 것 아닙니까?”

“점심시간 곧 끝나서 메뉴 급히 뽑을 것도 없는걸요. 그리고 저 희 가게 단골 분들에게 좋은 일 이 생겼는데 그 정도는 축하 의 미로 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그 렇지 않아도 선거하면서 사장님 김치찌개가 얼마나 먹고 싶던 지.”

“그럼 맛있게 해 드리겠습니 다.”

“고마워요.”

강진은 다른 손님들 반찬도 확 인하면서 주방으로 들어갔다.

“기다리던 두 분 오셨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목소리 듣고 이미 알았다. 김치찌개 드신다고 하지?”

“2인분만 해 줘.

“네 명 들어오는 것 같던데요?”

“점심 메뉴하고 곁들여 드실 거 야.”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배용수가 냄비에 고기를 툭툭 넣었다.

촤아악! 촤아악!

살짝 냄비에 들러붙기 시작하는 돼지고기를 젓가락으로 휙휙 젓 는 배용수에게 강진이 웃으며 말 했다.

“저 두 분 와서 좋은가 보다?”

“현실에서 보기 힘든, 국민을 위해 할 일 찾아서 하시는 분들 이니까. 저런 분들이 정치인이 되면 우리나라 얼마나 살기 좋겠 어. 그래서 보기가 좋아. 잘 해 드리고 싶어.”

“그리고 좋은 분들이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 음이 가는 좋은 분들이라는 것이 다.

“맛있게 해 드려라.”

“맛있게는 무슨…… 늘 해 드리

는 게 제일 맛있는 거지.”

배용수는 맛술을 넣어 고기를 풀어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은 접시에 오징어와 제육을 담아서 는 홀로 가지고 나왔다.

점심시간이 마무리될 무렵, 홀 에는 마지막에 들어온 오자명 일 행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강진이 빈 그릇들을 정리해 주 방에 가져다 놓자, 오자명이 말

했다.

“마무리 다 하신 것 같은데 여 기 잠시 앉으시죠.”

오자명의 권유에 강진이 의자를 끌어 옆에 앉았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환하게 웃었다.

“하하하! 그 인사는 여러 번 들 어도 질리지가 않아요.”

“막걸리 한 잔 드릴까요?”

“하하하! 지금은 제가 몸을 많 이 사려야 할 때라서 일 끝나고 먹겠습니다.”

“몸 사릴 때요?”

“총선 끝나고 다음 임기 시작하 는 한 달 동안 몸 안 사리면 안 좋은 일로 뉴스 나올 수 있거든 요. 당선되고 나니 끝! 당선된 오자명 의원, 일과 중 음주! 이 런 기사가 나오면 아주 곤란합니 다.”

“전에는 아침에도 술을 드시던 데?”

“하하하! 국회의원 일하는 시간 에 밤낮이 있습니까? 밤에 일하 면 아침에 쉬기도 하는 거지요.”

오자명이 능구렁이처럼 넘어가 는 것에 강진이 웃었다. 그에 오 자명이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

“허! 사장님, 내 말을 안 믿는 겁니까?”

“그럴 리가요.”

“그래도 술 마시고 국회 들어간 적은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강진의 답에 웃던 오자명이 물 었다.

“전에 그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습니까?”

“전에 그 아이들이라면?”

“그 월급 못 받은 학생 말입니 다.”

최종훈 형제 이야기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 몸이 많이 좋아지셔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종훈 학생은 아직도 일하고 있 고요?”

“이름도 기억하세요?”

“제가 국회의원 무소속으로 3 선, 아니 이제 4선이군요. 어쨌 든 4선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사람 이름을 잘 잊어먹지 않아서입니다.”

“형님이 사람 이름은 정말 기가 막히게 외우시죠.”

이유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오자명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잘 지내나 보군요.”

“좋은 분이 방과 후에 할 수 있 는 아르바이트도 소개해 주셔서 낮에는 학교 다니고 저녁에는 일 하고 있습니다.”

“후우!”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한숨을 쉬었다.

“왜 한숨을 쉬세요?”

기특한 일이라 웃으며 말했는데 한숨을 쉬니 의아한 것이었다.

“학생은 공부하는 것이 일인 직 업인데…… 아침에도 일하고 저 녁에는 가장의 일까지 하니 미안 하군요.”

“아……

강진은 입맛을 다셨다. 그냥 기 특해서 가볍게 한 말인데 오자명 이 심각하게 받아들이니 말이다.

“그게 어르신 잘못은 아니지 않 나요?”

“잘못이죠. 일 안 하고 노는 어 른들이야 자기 인생 그렇게 살다

죽으라고 하면 되지만, 학생은 학생답게 살 수 있도록 어른이 도와야 하니까요.”

“전에 도와주신 것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강진의 말에 오자명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했다.

“그래서 내가 이번에 생각을 했 습니다.”

“생각? 어떤 생각요?”

“미성년자 임금 미지급하는 사 업장에 대한 규제 법안입니다.”

“아…… 그런데 그건 노동청에 도 있을 텐데요?”

임금 미지급에 대한 규제야 이 미 법으로 만들어져 있으니 말이 다.

오자명은 고개를 저었다.

“애들이 그걸 몰라서 월급을 못 받겠습니까? 인터넷 몇 번 두들 기면 바로 나오는 건데.”

“그건 그렇죠.”

“문제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번 거롭다는 겁니다. 애들 입장에서

는 알기도 어렵고.”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오자명 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그걸 최대한 번거롭지 않게 하면서, 미지급된 월급은 국가에서 선지급해 주고 나중에 사업주한테 받아 내는 그런 법안 을 생각하는 중입니다.”

“말만 들어도 좋을 것 같은 데…… 쉽지 않겠는데요.”

“그래요?”

“종훈이처럼 진짜 힘든 애들도

있지만…… 요즘 애들 중에는 법 악용하는 데 머리 뚫린 애들도 많거든요.”

이야기를 듣던 이유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선지급해 주니 공돈이라 생각해서 일도 제 대로 안 했는데 월급 못 받았다 할 수 있는 애들도 있을 것 같은 데?”

강진과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웃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해 봤지. 법 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이 그 폐해니까.”

“형님 또 어록 나오시네요.”

이유비의 말에 오자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한쪽 면 만 보고 법을 만들면 선의로 만 든 법이 오히려 악법이 될 수도 있어. 그래서 법을 막 만들어내 고 그러면 안 돼. 내가 제일 싫 어하는 것이 언론에서 막 떠들어 대는 시류에 편승한답시고 급하

게 법안 발의하는 국회의원들이 야.”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 니 찬물부터 한잔 드세요.”

이유비는 갑자기 흥분해 언성을 높이는 오자명에게 물을 건넸다. 찬물을 쭉 들이켠 오자명은 다소 진정된 듯 평소의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자네나 이 사장 말대로 악용하 는 애들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 은 알바하다가 월급 떼인 아이들 을 돕고 애들 갈취하는 사장들

혼내자는 것만 생각해 놓은 겁니 다.”

“아…… 이제 만들어 나가실 거 군요.”

“맞습니다.”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좋은 생각입니다. 누가 문제를 제기해야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니…… 형님이 이런 법안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는 것이 알 려지면 애들 월급 안 주려던 사

장들도 한 번은 더 생각하겠죠.”

오자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잔 을 한 번 보았다. 말을 하다 보 니 술이 당기는 모양이었다.

그 모습에 한명현이 고개를 저 었다.

“안 됩니다.”

“알아. 알아.”

입맛을 다시며 물을 따라 마신 오자명이 말했다.

“어쨌든 이번 임기 때는 임금

체불에 관한 것을 잘 다듬어 볼 생각이야.”

오자명의 말에 이유비가 웃다가 말했다.

“임금 체불이라고 하니 2년 전 지역구 임금 체불 사장이 생각나 는군요.”

“2년 전?”

“내 지역구 사장인데 월급이 석 달이 밀렸더라고요. 그래서 찾아 갔지요. 왜 직원들 월급을 안 주 냐고 물으니 하는 말이, 이번에

새로 공장 부지 사면서 자금이 막혀서 그렇다면서 곧 해결하겠 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따끔하게 한마디 했지요. 사업이 잘 돼서 공장을 새로 지 으려고 하는 사람이, 돈 잘 벌게 공장 굴려 준 직원들 월급 지급 을 미루면 되겠습니까? 그리고 사장님이 자금이 막혀서 그렇다 는 말 몇 마디로 상황을 설명하 는데...

잠시 말을 멈춘 이유비가 입을

열었다.

“임금을 못 받은 직원들은 월급 에 대해 묻는 아내에게 설명해야 하고, ‘아빠, 나 저거 가지고 싶 어.’ ‘저거 먹고 싶어.’ 하는 금쪽 같은 아들하고 딸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사장님의 그 짧은 몇 마 디와 사장님 회사에서 일하는 그 수많은 가장의 몇 마디…… 국민 의 편을 들어줘야 하는 국회의원 인 제가 지금 누구의 편을 들어 줘야 하겠습니까?”

이유비의 말에 강진의 뒤에서

작게 손뼉 치는 소리가 들렸다.

강진이 슬쩍 보니, 배용수가 주 방 입구에 기대어 선 채 손뼉을 치고 있었다.

“와…… 대박 멋있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작게 고 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 직원들, 월급은 받 았습니까?”

강진이 묻자 이유비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이놈의 사장이 있는 돈, 없는 돈 전부 땅에다 투자했더군요.”

“그럼 못 받은 건가요?”

“못 받았으면 이야기를 꺼낼 이 유가 없죠. 받았습니다.”

“없는 돈을 어떻게?”

강진이 보자 이유비가 미소를 지었다.

“제가 국회의원이잖습니까. 내 가 남 사업 ‘사적’으로 잘 되게 해 주는 건 불법이라 어렵지만, 남 사업 ‘공적’으로 못 되게 하는

건 일도 아닙니다.”

“그게 무슨?”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이유비 가 싱긋 웃었다.

“일이라는 건 원리와 원칙에 따 라 진행이 되면…… 특히 새로운 공장을 지으려는 회사 입장에서 는 무척이나 갑갑한 일이 되지 요. 특히 국회의원이 현미경 들 이대고 있으면 공무원들도 더 자 세하게 보게 되는 법이죠. 그렇 게 한 달 하니 없다는 돈도 어디 서 툭 하고 나오더군요.”

이유비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원리원칙이 무섭군요.”

“그래서 문제 생길 때마다 사람 들이 원리원칙을 따지는 것 아니 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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