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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548화 (546/1,050)

548화

마을 할머니들은 김치전을 먹고 있었다.

“김치전이 맛있네.”

한 할머니 귀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김치가 좋으니 김치를 사용하 는 음식은 뭐를 해도 다 맛있더 라고요.”

“잘 됐네.

강진의 말에 할머니 한 분이 웃 으며 말했다.

“다음에는 밥이나 좀 가져와.”

“ 밥요?”

강진은 되물으며 음식을 보았 다. 음식을 챙기면서 밥은 따로 챙기지를 않은 것이다.

“김치 쭈욱! 쭈욱! 찢어서 먹고 싶어서 그래.”

“그럼 지금 가서 가져올까요?”

“됐어. 번거롭게 뭘 그래.”

“번거롭기는요. 그냥 돼랑이 타 고 가면 금방인데요.”

“아니야. 다음에 올 때 가져와.”

할머니가 웃으며 김치전을 집어 먹는 것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어디까지 드셨어요?”

“위에 두 장은 빼도 돼.”

강진은 김치전 두 개를 덜어서 는 돼랑이 가족들을 보았다.

돼랑이 가족들은 할머니들이 먹 은 음식들을 먹고 있었다. 귀신

들이 먹는다고 음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 그것을 돼랑이 가 족이 먹는 것이다.

강진은 의젓하게 새끼들이 먹는 것을 보는 멧돼지 부부에게 김치 전을 한 장씩 입에 가져다 대 주 었다.

그러자 멧돼지 부부가 날름 김 치전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순 식간에 먹어버리는 멧돼지 부부 를 보며 강진이 웃었다.

“자기들도 먹고 싶을 텐데…… 너희도 부모는 부모구나.”

강진의 말에 돼랑이가 그를 보 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멧돼지 얼굴에 웃는 표정이 있 을까마는, 마치 우리 애들 이쁘 지 않냐는 듯 웃는 것 같았다.

‘웃는 돼지 얼굴이 정말 있는 건가?’

돼랑이를 보던 강진이 그런 생 각을 할 때, 만복이 다가왔다.

아득! 아득!

만복은 한 손에 초콜릿을 들고

있었다. 초콜릿을 씹으며 온 만 복이 말했다.

“이거 맛있다.”

만복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형 초콜릿 좋아하시잖아요.”

“그건 맞지. 근데 이건 달달하 면서도……

잠시 입맛을 다신 만복이 웃었 다.

“달달해.”

“달달하면서도 달달하면 진짜

맛있나 보네요.”

“맞아. 앞으로는 이 브랜드로 사 와. 조금 딱딱한 식감이 마음 에 들어.”

“알겠습니다.”

초콜릿 하나에 행복한 미소를 짓는 만복을 보던 강진이 달래를 보았다.

달래는 한쪽에 쪼그려 앉아 물 끄러미 하늘을 보고 있었다.

“근데 달래 누나는 콜라 안 드 시네요.”

콜라를 좋아하는 달래인데, 콜 라를 옆에 내려놓은 채 멍하니 있으니 말이다.

“요즘 저렇게 하늘을 자주 봐.”

“왜요?”

강진이 묻자 만복이 입맛을 다 시며 초콜릿을 뜯어 입에 넣었 다.

엄마 얼굴이 생각이 안 난대.”

“아

“육십 년이니…… 기억하는 것

이 더 이상한 일이지.”

고개를 저은 만복은 하늘을 보 았다.

“그래서 달 보라고 했어.”

“ 달요?”

“달 보면 가끔 엄마 얼굴, 아빠 얼굴 떠오를 때가 있거든.”

만복은 초콜릿을 입에 물고는 두 손을 동그랗게 모아서 달을 올려다보았다.

“자주는 아니고…… 가끔 두 분

얼굴이 보여.”

그런 만복을 강진은 가만히 지 켜보았다. 말을 하는 것을 들으 니…… 만복도 달에서 부모님 얼 굴을 보는 모양이었다.

“그…… 형도 두 분 기억 안 나 세요?”

“달래에게도 육십 년, 나에게도 육십 년…… 시간은 같이 흐르는 데 나라고 다르겠어?”

만복은 고개를 젓고는 웃으며 달래를 보았다.

“그래도 달래는 참 똑똑해.”

“왜요?”

“나는 옛날에 부모님 얼굴 기억 이 안 났는데 달래는 기억 안 난 다는 걸 얼마 전에 알더라고. 그 래서 알려 줬지. 달 보라고. 달 보다 보면 두 분 얼굴 보일 때가 있다고.”

달래를 보던 만복이 입맛을 다 셨다.

“근데 아직 안 보이나 보다.”

만복의 말에 강진이 달래를 지

그시 보았다.

“그 사진 같은 것은 없어요?”

“나 때 사진이 흔한 줄 알아?”

만복은 웃으며 두 손을 깍지 껴 서 뒤통수에 가져다 댄 채 뒤로 누웠다.

그러고는 입에 초콜릿을 물고 있던 만복이 달을 보다가 말했 다.

“근데……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것을 보던 거더라고. 그래서 나는 이제 달을 안 봐.”

씁쓸함과 외로움이 느껴지는 만 복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초콜릿 하나 더 드릴까요?”

만복은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그에 강진이 슬며시 한쪽에 있는 나무 밑에서 초콜릿을 가지고 나 왔다.

“더 없다며?”

“원래 서프라이즈 선물은 실망 했다가 받는 것이 더 큰 기쁨 아 니겠어요?”

그래서 오기 전에 슬쩍 한곳에 초콜릿을 하나 숨겨 놓은 것이 다.

갈 때 말하고 가면 만복이 좋아 할 거라 생각해서 말이다.

만복은 포장지를 뜯어서는 초콜 릿을 먹었다. 그 모습을 보며 잠 시 생각을 하던 강진이 핸드폰을 꺼냈다.

“형.”

“왜?”

“부모님 얼굴 안 보고 싶으세

요?”

“60년이면 두 분 얼굴도 잊어먹 는데…… 그리움은 더 커지네.”

만복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 진이 할머니들이 있는 곳으로 걸 음을 옮겼다.

한 할머니 옆에 자리를 잡은 강 진이 슬며시 말했다.

“저기, 만복 형하고 달래 누나 부모님 아세요?”

“알지. 만복이 아빠가 달래 아 빠하고 아주 친했지.”

“그렇지. 그래서 둘이 만복이하 고 달래 혼례 시키자고 했잖아.”

“두 사람이 참…… 친했는데.”

“만복이 엄마가 참 미인이었 지.”

할머니들이 한마디씩 하는 것에 강진이 힐끗 만복과 달래를 보았 다.

다행히 둘은 이쪽을 보고 있지 않았다.

“혹시 양가 부모님들 얼굴 기억 나세요?”

“흠……

서로를 보던 할머니 중 한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이 나네.”

“그래요?”

“응. 만복이 엄마가 무척 미인 이었어.”

“혹시 그 얼굴 표현해 주실 수 있을까요?”

“표현?”

“눈은 어떤지, 눈썹은 어떤지,

코는 어떤지?”

“기억이 나네.”

강진은 다른 할머니들을 보며 물었다.

“할머니들도 기억나세요?”

“나는 달래 아빠 얼굴이 기억 나.”

“나는 달래 엄마.”

할머니들의 말에 강진이 핸드폰 을 꺼내며 말했다.

“기억나시는 대로 이야기 좀 해

주시겠어요?”

할머니들은 양가 부모님의 인상 착의를 말해주기 시작했다. 그것 을 강진은 핸드폰에 메모했다.

돼랑이가 산에서 물어온 산삼을 보며 강진이 웃었다. 밥을 먹다 어디 갔나 했더니 산에 가서 산 삼을 캐어 온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 아기 멧돼지들 이 입에 도라지를 물고 오고 있 었다.

물론 아기 멧돼지라고 해도 어 지간한 개 정도의 크기로 많이 자라 있지만 말이다.

“나 주려고 캐온 거야?”

강진의 말에 돼랑이가 작게 고 개를 끄덕이고는 물고 온 산삼을 뱉었다.

툭!

강진은 그것을 손으로 툭툭 쳐 서 흙을 털어내고는 다른 멧돼지 들이 물고 온 도라지도 챙겼다.

그러고는 만복과 달래를 보았

다. 두 귀신은 강진이 간다고 하 자 배웅을 하러 나온 것이다.

“그럼 며칠 있다가 또 올게요.”

“다음에는 먹을 것 좀 많이 싸 와라. 돼랑이 녀석, 애들 먹인다 고 많이 못 먹었어.”

“알겠어요.”

그렇지 않아도 찬합 하나에 쇼 핑백에 가져온 음식으로는 이 많 은 멧돼지가 배부르게 먹기 힘들 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등산 가방이 물건 많이 들어간

다고 하던데…… 등산 가방을 하 나 사야겠다.’

등산 가방에 음식들을 가득 채 우면 애들도 간에 기별은 갈 것 이다.

그런 생각을 한 강진이 물건들 을 챙겨서는 돼랑이를 보자, 돼 랑이가 등을 댔다.

그에 강진이 올라타다가 주위를 보았다.

“선생님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말했다.

“아까 산에 올라가시더라?”

“혼자?”

강진이 달빛을 제외한 빛이라고 는 전혀 보이지 않는 강원도 산 속을 보자 배용수가 웃었다.

“설마 귀신이 산에서 길을 잃겠 냐, 얼어 죽겠냐? 아니면 절벽에 서 굴러서 떨어져 죽겠어?”

걱정할 것을 걱정하라는 듯 말 하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고개 를 끄덕였다.

가끔 귀신이 귀신이라는 것을

잊고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것이 다.

가게에 안 오는 것이 며칠 되면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하는 걱정 도 들고 말이다.

그런 강진을 보며 배용수가 말 했다.

“선생님이 혹시 자기 늦으면 먼 저 가라고 했어. 자기는 산에서 약초 구경 좀 하다가 간다고

“나한테 이야기를 안 하고 왜 너한테?”

“너는 아까 할머니들하고 이야

기하고 있었잖아.”

“아……

“내일 점심 되기 전에 네가 불 러드려라. 여기서 산 아래까지 걸어서 내려가려고 하면 시간 오 래 걸리겠더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돼랑이의 등에 올라 탔다.

“가서 부를게.”

“그래.”

배용수의 말에 돼랑이가 문득 그에게 엉덩이를 툭 밀었다. 그 리고 돼랑이의 엉덩잇짓에 배용 수의 몸이 주축 뒤로 밀려났다.

일반 동물이라면 귀신인 배용수 를 못 건들겠지만…… 영수가 되 어가는 듯한 돼랑이라 배용수를 건드리는 것이다.

“타라는 것 같은데?”

“ 나도?”

푸후!

거친 숨을 토해내는 돼랑이의

모습에 배용수가 강진을 보자, 강진이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고는 배용수가 훌쩍 뛰어 올라타자, 강진이 말했다.

“나 잘 잡아라. 떨어지지 말고.”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그 허리를 잡았다.

“나도 한 번은 타 보고 싶었는 데 좋네.”

강진은 돼랑이의 등을 툭툭 쳤 다.

“으럇 r

마치 말을 탄 것처럼 강진이 소 리치자 돼랑이가 번개처럼 앞으 로 튀어나갔다.

“으아악!”

처음 타 보는 돼랑이의 격동적 인 움직임에 배용수가 비명을 지 르자, 강진이 웃었다.

“꽉 잡아라! 형 달린다! 으럈!”

강진이 돼랑이의 목털을 움켜쥐 자, 돼랑이가 더욱 거칠고 빠르 게 앞으로 뛰어나갔다.

“야! 너무 빨라!”

“괜찮아, 괜찮아! 너 자빠진다고 팔이 부러지겠냐? 그냥 즐겨!”

강진의 외침에 기분 좋음을 느 꼈는지 돼랑이가 더 빨리 앞으로 나아갔다.

그에 강진은 기분이 좋았다. 처 음 탔을 때는 많이 무서웠는데 몇 번 타다 보니 이것도 나름 스 릴 있고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돼랑이가 빠르고 격하게 움직이기는 하지만 강진이 떨어

지지 않게 조심하기는 하니 믿으 면 될 일이었다.

* * *

점심 장사를 마칠 때쯤, 최광현 이 후배들하고 같이 들어왔다.

“오셨어요?”

“음식점 사장 하는 동생이 맛있 는 음식 해 준다고 하는데 와야 지.”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자리를 가리켰다.

“앉으세요. 오늘 점심은 소금 돼지고기 볶음하고 김치찌개 두 종류인데…… 당연히 두 개 다 드리겠습니다.”

최광현과 후배들이 자리에 앉자 강진이 음식을 준비했다.

손님들이 가고 빈 가게에 강진 은 최광현과 따로 자리를 한 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최호철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자 최광현이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 를 끄덕였다.

“하긴…… 이 끔찍한 사건들 계 속 수사하는 것도 힘이 들겠지. 게다가 호철 형은 귀신들한테 직 접 사연까지 들으니 힘들 거야.”

“교수님은 뭐라 하세요?”

“교수님은 대충 짐작하고 있는 모양이야. 기다리면 알아서 올 테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하더라.”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그렇게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형 요즘 한기 느껴 지거나 하지 않으세요?”

“하하. 안 그래도 요즘 개도 안 걸린다는 감기 걸리려고 하는지 좀 그렇기는 해. 근데 네가 그런 걸 어떻게 알아?”

최광현이 웃는 것에 강진은 조 금 안심이 되었다. 귀신을 봤다 면 이렇게 웃고만 있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봤으면 얼굴이 하얗게 돼서 바 들바들 떨고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주머 니에서 종이를 꺼냈다.

“형 그 몽타주 하는 분들 좀 아 시죠?”

“몽타주? 알고 있지. 근데 왜?”

“이거 몽타주 만들 수 있어요?”

강진이 종이를 주자 최광현이 그것을 받아 보았다. 그 종이에 는 만복과 달래 부모님의 얼굴에 대한 특징들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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