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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550화 (548/1,050)

550화

“이럇 I”

강진은 싱그러운 햇살과 녹음이 우거진 숲에서 돼랑이를 타고 질 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배용수가 그 를 바짝 잡은 채 기분 좋은 얼굴 을 하고 있었다.

“오늘은 소리 안 지른다?”

“한 번 타 봤다고 많이 안 무섭

다! 그리고 어제는 어두워서 잘 안 보였는데 지금은 잘 보여서 그리 안 무섭다!”

“귀신이 밤눈이 그리 어두워서 야..

“귀신이라고 어둡고 음침한 곳 좋아할 거란 생각은 조선 시대에 나 해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앞을 보았다. 저녁에 오다가 해 가 뜬 날에 와서 보니 확실히 느 낌이 달랐다. 더 푸르고 더 시원 한 느낌이었다.

밤에는 어두워서 이 푸른 나무 들이 검고 무섭게만 느껴졌었다. 하지만 지금은 푸른 나뭇잎과 갈 색의 나무들이 잘 보이니 시야가 더 시원하고 좋았다.

게다가 어디를 돌아보아도 푸르 른 산이 보이니...... 경치도 죽였 다.

경치를 감상하며 미소를 짓던 강진이 웃었다.

‘만복 형과 달래 누나한테 줄 선물이 있어서 그런가? 오늘 유 난히 기분이 좋네.’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기분 좋게 돼랑이의 등에 몸을 맡겼 다.

마을에 도착한 강진은 공터에서 달래와 놀고 있는 만복을 볼 수 있었다.

전에 챙겨다 준 JS 비닐장갑을 손에 낀 두 귀신은 돌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여기 금에 닿았잖아!”

“아니야! 안 닿았어!”

“닿았어. 너 죽은 거야!”

“이미 죽었는데 또 어떻게 죽 어!”

두 어린 귀신이 다투는 것을 보 던 강진이 웃으며 돼랑이에서 내 렸다.

“두 분 뭐하세요?”

“돌 맞추기 하고 있어.”

“돌 맞추기요?”

“서울 촌놈은 이런 것 모르나?”

만복은 웃고는 돌을 가리켰다.

“돌을 들고 와서 상대 돌에 맞 춰서 넘어뜨리는 거야. 근데 달 래가 여기 금에 제 발이 닿았는 데 안 닿았다고 하잖아.”

“금에 발이 닿으면 죽어요?”

“죽지.”

만복의 말에 달래가 소리쳤다.

“안 닿았다니까! 봐, 금에 닿은 발자국도 없잖아!”

“귀신이 무슨 발자국이 있어!”

“어쨌든 안 닿았어. 베에!”

혀를 내미는 달래에게 만복이 성큼성큼 다가가자, 그녀가 후다 닥 도망을 쳤다.

그 모습에 강진이 피식 웃으며 바닥에 놓인 돌을 보고는 집으로 향했다.

집 문을 열자 할머니들이 늘 그 렇듯이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세상에…… 저년이 딸을 버리 고 간 거였네.”

“그럼 버린 딸 남편을 지금 낳

은 딸이 가로챈 거야?”

“세상 인연 무섭네.”

“세상 인연은 무슨. 드라마 인 연이니 그렇지. 저게 말이 되 나?”

“거참! 그냥들 봐!”

할머니들이 TV를 집중해서 보 고 있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저 왔습니다.”

강진이 인기척을 내자 할머니들 이 뒤늦게 그를 보았다. 집중해

서 드라마를 보느라 강진이 오는 줄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강진이 왔어?”

“며칠 전에 오고 또 왔네?”

“할머니들 보고 싶어서 왔죠.”

웃으며 강진이 TV를 보다가 물 었다.

“이건 아침 드라마 같은데 지금 보시네요?”

“요즘 시대가 얼마나 좋은데 아 침 드라마를 꼭 아침에 봐? 보고

싶으면 이렇게 받아서 보면 되는 걸.”

할머니가 TV 밑에 있는 셋톱박 스를 가리키자 강진이 웃었다.

“저보다 더 최첨단이시네요.”

“세상 참 좋아. 옛날에는 이런 거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말이 야.”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주머니에 서 종이를 꺼냈다.

“이것 좀 봐 주시겠어요?”

강진이 꺼낸 종이는 만복과 달 래 부모님의 몽타주였다.

“이게 누구야……

할머니들은 몽타주를 보다가 미 소를 지으며 강진을 보았다.

“우리한테 두 애 부모님 얼굴 묻더니…… 이걸 만든 거야?”

“좀 닮았나요?”

“많이 닮았네.”

한 할머니는 그림을 지그시 보 다가 손으로 만복 아빠의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하아…… 만복이 아빠가 만복 이 살리겠다고 짚 더미에 숨기고 총 맞았는데……

“그걸 기억해?”

“나 쓰러져서 멍하니 있는데 그 러고 있더라고……

고개를 저은 할머니가 만복 아 빠 얼굴을 보았다.

“자식이라도 살리겠다고 그리했 는데…… 아빠 죽는 것 보고 만 복이가 짚에서 뛰어나와서 총을

맞았지.”

“갑자기 뛰어나오지 않았으 면…… 그놈들도 사람이라 애는 안 죽였을 텐데.”

“에휴! 그때는 다 미쳐 돌아가 는 판이라…… 다 늙은 할망구들 도 죽였는데 애라고 안 죽였겠 어?”

고개를 젓는 할머니들의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육이오 때 부상 입은 군인들을 숨겨 줬 다가 다른 군인들에게 학살을 당 했던 이들이 바로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과 북으로 나누어져 있었지만 얼마 전만 해도 한민족이었는 데…….

고개를 저은 강진이 다른 그림 들을 가리켰다.

“이분들은요?”

“잘 그렸어. 딱 그이들 모습이 야.”

할머니들이 신기하다는 듯 그림 을 보자, 강진이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말씀하신 대로 밥 하고 김치 가져왔어요.”

“정말?”

“그럼 나가서 밥 먹고 보자고.”

“그러자고요.”

할머니들이 집을 나와 공터에 모이자 강진이 큰 통에 담아 온 밥을 꺼냈다.

거기에 김치와 반찬들을 꺼낸 강진이 한쪽에 있는 물가로 향했 다.

산꼭대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 는 산 중턱에 있는 이곳을 지나 다시 산 아래로 홀러내려가고 있 었다.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도 물은 깨끗했다. 자연적으로 흘러가는 물줄기라 인공적으로 손을 대지 않아도 그 맑음이 유지되고 있었 다.

물론 부유물은 잘 걷어내고 마 셔야 하지만 말이다.

스윽! 스윽!

강진은 손으로 위에 물을 걷어 내고는 물을 뜨기 시작했다.

그렇게 물을 떠서 돌아오니, 할 머니들은 이미 김치로 밥을 먹고 있었다.

“이렇게 오랜만에 먹으니 좋 네.”

“그러게요. 형님 많이 드셔요.”

“알았어.”

웃으며 밥을 먹던 할머니가 한 쪽을 향해 소리쳤다.

“만복아! 달래야! 와서 밥 먹어 라!”

할머니의 고함에 저쪽에서 두 귀신이 외쳤다.

“네! 가요!”

두 귀신이 뛰어와서는 자리를 잡고는 밥을 먹기 시작하자 강진 이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자신이 떠온 물을 가져왔다.

“물 말아 드실래요?”

“믈 아하

“김치에다가는 물에 만 밥이 맛 있잖아요. 아! 그리고 갈치도 구 워 왔어요. 갈치도 물 만 밥에 먹으면 또 맛있죠.”

“그래. 말아 줘.”

만복의 말에 강진이 그들이 먹 는 그릇에 물을 부어주었다.

그렇게 한 명 한 명 챙기던 강 진은 옆에서 엉덩이를 깔고 앉아 있는 돼랑이를 보았다. 그런 돼 랑이 옆에는 돼순이와 새끼 돼지 들이 바닥에 엉덩이를 붙인 채 밥 먹는 할머니들을 물끄러미 보

고 있었다.

질질! 질!

침을 흘리며 밥을 보고 있는 돼 지들을 본 강진이 말했다.

“오늘은 가방에 하나 가득 가져 왔으니까, 할머니들 다 드시고 나면 너희도 많이 먹어.”

푸쉬!

강진의 말에 돼랑이가 코로 숨 을 크게 토해내고는 고개를 끄덕 였다.

그런 돼랑이의 모습에 강진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어른들 이 식사하는 것을 보았다.

음식들을 모두 모아 솥에 부은 강진이 뒤로 물러나자 돼랑이 가 족들이 달려들었다.

우적! 우적!

솥에 머리를 박은 채 음식을 먹 는 돼랑이 가족을 보던 강진이 손을 털고는 만복과 달래에게 다 가갔다.

“식사 잘 하셨어요?”

“맛있게 잘 했어.”

만복은 배를 두들기며 말을 하 고는 슬쩍 달래 쪽을 보았다. 달 래는 강진이 人} 가지고 온 콜라 를 마시고 있었다.

오에서 사 온 콜라를 만족스럽 게 마시는 달래를 보던 강진이 배낭을 가지고 와서는 안에서 액 자를 꺼냈다.

액자는 JS 편의점에서 산 것으 로, 귀신도 만질 수가 있었다.

“이거 보세요.”

강진이 3개의 액자를 내밀자 만 복이 뭐냐는 듯 그것을 받아들었 다. 그러다 잠시 멍하니 첫 번째 액자를 보았다.

햇살에 반사되는 액자 유리 안 에는 그의 아빠…… 그리고 엄마 가 있었다.

“우리 엄마 여전히 예쁘네.”

액자를 보며 미소 짓던 만복은 엄마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 모습에 강진은 안도의 한숨

을 쉬었다. 만복이 한눈에 알아 봤다면 몽타주가 잘 나온 모양이 었다.

미소를 지으며 엄마와 아빠 그 림을 보던 만복이 액자를 넘겼 다.

그리고 그 밑에는 달래의 아빠 와 엄마 몽타주가 있었다.

“달래 아줌마하고 아저씨네.”

두 번째 액자를 보며 미소 짓던 만복은 마지막 액자를 확인하더 니 피식 웃었다.

“이건 뭐야?”

마지막 액자 속에는 달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머리가 짧고 긴 걸로 남녀를 구분하고, 키가 작고 큰 것으로 어른과 아 이를 구분해 놓은 아주 단순한 스케치였다.

“그냥…… 이렇게 지냈으면 좋 았을 것 같아서요.”

강진의 말에 만복은 다시 그림 을 보았다. 달을 보고 있는 자신 과 엄마, 아빠. 그리고 옆에 있는 소녀는 달래와 달래 가족들일 것

이다.

“보름달이 뜬 날에는 마당에서 감자나 옥수수를 삶아 먹으며 이 렇게 구경을 했었지. 여기는 산 속이라 딱히 볼 만한 것이 없거 드 ”

잠시 액자를 보던 만복이 강진 을 보았다.

“고마워.”

만복은 자신도 기억 안 나는 부 모님 얼굴을 어떻게 알고 그렸냐 는 것을 묻지는 않았다. 그저 강

진이 이렇게 신경 써 주는 게 고 마울 뿐이었다.

만복은 액자를 들고 달래에게 다가갔다.

“달래야.”

만복의 부름에 달래가 콜라를 옆으로 치웠다.

“안 줄 거야.”

“너 다 먹어라!”

그러고는 만복이 액자를 내밀었 다.

“ 자.”

“뭔데?”

만복이 보라는 듯 손을 흔들자 달래가 액자를 받았다.

“아…… 아빠.”

액자를 본 달래가 바로 알아보 는 것에 만복이 웃었다.

“아저씨하고 똑같이 생겼다. 그 치?”

“엄…… 마도 똑같아.”

달래가 울먹이기 시작하자 만복

이 슬쩍 뒤로 물러났다. 그녀만 의 시간을 주려는 것이다.

그런 만복의 모습에 강진이 미 소를 지었다.

‘속이 깊으신 형님이셔.’

평소에는 툴툴거리거나 조금 까 칠한 면이 있는 만복이지만, 속 은 무척 넓다.

생긴 것은 어리지만 남을 배려 할 줄 아는 것이다.

“아빠…… 우리 아빠 이렇게 생 겼었구나.”

기억이 나지 않았던 아빠의 얼 굴이지만, 그림을 보는 순간 아 빠라는 것을 안 달래였다.

몽타주 속 아빠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달래가 미소를 지었 다.

“우리 아빠 너무 잘생겼다. 살 아 있었으면…… 연예인 해도 되 겠다.”

달래는 액자 속 부모님에게 말 하듯 중얼거렸다.

“지금 시대가 너무 좋아. 먹을

것도 많고…… 재밌는 것도 아주 많은데…… 지금 우리 가족 있었 으면 놀이공원도 가고 했을 텐 데. 엄마가 싸준 도시락 가지고 학교도 가고.”

강진이 슬쩍 만복을 보자, 그가 웃었다.

“전에 TV 보니까 어린이날에 애들하고 부모님이 놀이공원에서 노는 것 봤거든. 그리고 살았으 면 달래 학교 다니고 싶다고 했 었고.”

“학교는 안 다니셨어요?”

“나 때는 학교 다니는 애들이

많지 않았어.”

나 때라는 말이 무척 어울린다 는 생각을 하며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지금이 세상 살기 좋은 때인 것은 맞는가 보네요.’

학교 다니는 것이 꿈인 귀신이 라…….

그러다가 강진이 만복을 보았 다.

“학교는 무리지만…… 놀이공원

은 갈 수 있잖아요.”

“놀이공원 가게?”

“형과 누나가 가고 싶다면야 제 가 시간 한 번 내야죠.”

강진의 말에 만복이 웃으며 달 래를 보았다. 어서 달래한테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그 녀가 아직도 액자를 보고 있어 섣불리 다가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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