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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557화 (555/1,050)

557화

스윽!

강진이 가져다준 커피를 받으며 여 자가 한숨을 토했다.

“감사합니다.”

여자의 인사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 이고는 물었다.

“그럼 남편분은 이제 괜찮으신 거 죠?”

“네. 다행히 응급 처치가 잘 돼서

수술이 잘 됐다고 해요. 하지만 얼 마 동안은 중환자실에 있어야 한대 요.”

“그래도 사셨으니 다행입니다.”

안도의 한숨을 쉬던 여자는 눈을 찡그렸다.

“그 씹어 먹을 놈.”

갑자기 욕을 하는 여자의 모습에 강진이 놀라며 물었다.

“그날 사고 낸 차 음주 운전 한 건 아세요?”

“아…… 그때 차에서 술 냄새가 나 기는 했습니다.”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여자가 고 개를 연신 끄덕였다.

“혈중 알코올이 무슨 면허 취소 급 이 나왔다고…… 기도 안 차. 나쁜 놈! 술 마실 거면 집에서 혼자 먹 지. 왜 차를 몰고 나와서 애꿎은 사 람을 다치게 해. 하마터면 우리 애 아빠…… 흑흑!”

여자가 다시 울기 시작하자 강진이 티슈를 뽑아 주었다. 그 티슈로 눈 물을 닦은 여자가 한숨을 토하고는

말했다.

“이번 일로.. 남편이 얼마나 소

중한지 깨달았어요. 그리고 우리가 잘못하지 않아도 사고가 날 수 있다 는 것도요.”

“가족은 누구나 소중하죠. 어쨌든 걱정 많이 하셨는데 다행입니다.”

강진의 말에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 고는 그를 보았다.

“그날 택시 기사님도 와서 도와주 셨다고 하던데…… 혹시 그분 연락 처 아세요?”

“저 모르는데……

“아…… 인사를 드리고 싶은데

“제가 저희 가게 한번 오시라고 하 셨으니, 그분 오시면 대신 말씀 전 하겠습니다.”

“아뇨. 제가 꼭 하고 싶어요.”

고개를 저은 여자는 주머니에서 명 함을 꺼냈다.

“혹시라도 오시면 저에게 연락을 주시거나 연락처 좀 알려 주세요.”

“알겠습니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강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하는 여 자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 다.

“남편분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여자는 옅게 미소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곤 몸을 돌려 가게를 나섰다.

그런 여자를 보던 강진이 명함을

보았다. 명함에는 정수기 코디라는 직함과 함께 여자의 이름이 적혀 있 었다.

강진이 명함을 보던 사이, 배용수 가 웃으며 다가왔다.

“그 사람 살았나 보네.”

“정말 다행이야.”

강진은 기분이 좋았다. 죽은 사람 만 상대를 하다가…… 죽을 뻔한 사 람을 살렸으니 말이다. 만약 그 사 람이 귀신이 돼서 만났으면 이런 감 정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었다.

그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정말…… 다행이야.”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웃을 때, 가게 입구 쪽에서 누군가의 목 소리가 들려왔다.

“뭐가 다행이라는 거야?”

뒤를 돌아본 강진은 황민성과 강상 식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 형.”

“그런데 뭐가 다행이야?”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도로

쪽을 보았다.

“얼마 전에 여기에서 사고가 있었 거든요.”

“아…… 강남 도로 사고가 여기였 어?”

강상식이 뉴스를 들은 적이 있는 듯 도로 쪽을 보자, 황민성이 강진 을 보았다.

“그래서?”

강진이 웃으며 그날 있었던 이야기 를 해 주자, 황민성이 웃었다.

“우리 강진이가 귀…… 험!”

잠시 헛기침을 한 황민성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사람도 구했구나.”

귀신도 구하고 사람도 구했구나, 라는 말을 강상식이 있어 돌린 것이 다.

“구했다기보다는…… 구하러 올 사 람들을 기다린 거죠. 저는 그냥 119 에 바로 전화한 것밖에는 없어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저었 다.

“그 전화로 그 사람이 산 거지. 말 들으니 정말 심각한 응급 상황이었 나 본데 그럴 때는 1분 1초가 급한 것 아니겠어?”

“그건 상식이 말이 맞지. 강진이가 빨리 전화를 했으니 1초라도 119가 빨리 온 셈이고 그래서 사람이 산 거지.”

두 사람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 했다.

“식사하셨어요?”

“먹기는 했는데 불편해서 좀 더 잘

먹으러 왔다.”

말을 하며 황민성과 강상식은 자리 에 앉았다.

“식사를 불편하게 하셨어요?”

황민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위 를 두리번거릴 때, 강진이 한쪽을 슬쩍 가리켰다.

그에 황민성이 웃으며 살짝 손을 들었다. 강진이 가리킨 곳에는 배용 수가 있었다.

황민성의 인사에 배용수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뭐 드시고 싶은지 빨리 물어봐.” 눈짓으로 답을 한 강진이 말했다.

“그럼 일단 메뉴부터 받을게요.” 황민성은 아까부터 들고 있던 봉지

를 내밀었다.

“이거나 끓여.”

강진은 그 봉지를 받아 열어보았 다.

“라면이네요?”

“이번에 새로 나온 라면이라고 해

서 한 번 사 봤어.”

앵그리 오동통 면이라 써진 라면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식사하시지 그래요?”

“라면 무시하는 거야?”

“누가 라면을 무시했다고 그러세 요.”

“하하. 그냥 라면에 밥 말아 먹고 싶어서 가져왔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라면을 주방 에 가져다 놓고 나왔다. 배용수가 알아서 끓일 테니 말이다.

“그런데 점심을 왜 불편하게 하셨

어요?”

“상식이 회사 대출 문제로 은행장 좀 만났거든.”

“ 대출요?”

“상식이네 가족이 본격적으로 오성 화학 먹으려고 압박을 하더라고. 대 출 연장을 막아 버렸어.”

“아…… 그래서요?”

“그래서는…… 대출 갚아버리고 주 거래 은행 바꿨지.”

“대출을 갚아요? 한두 푼이 아닐 텐데?”

다른 회사도 아니고 오성화학이면 대출 금액이 꽤 클 터였다.

“회장님께서 돌아가기 전에 나한테 돈을 맡겨 둔 것이 있어. 상식이 힘 들 때 도와주라고 하시면서 준 돈이 지.”

말을 하던 황민성은 강상식 모르게 눈을 찡긋해 보였다.

‘아......"

강건희 회장 장례식 때 황민성은

그와 따로 이야기를 나눴었다. 강상 식이 받아야 할 유산이 있다면 더 받아내겠다면서 말이다.

아마도 그때 알려지지 않은 유산에 대한 것을 알아낸 모양이었다.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한숨을 쉬 며 말했다.

“아버지가 형한테 비자금 운영을 맡겼을 줄은 몰랐습니다.”

“너 힘들 때 도와주라고 맡기신 거 지. 하지만 그 돈은 없는 돈이라고 생각하고 사업해. 괜히 그 돈 생각

하면서 사업하다가는 그 돈까지 날 아가니까.”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뭐가 고마워?”

“그 비자금 유언장에도 없었고, 아 마도 형들이나 다른 사람들도 모르 는 것 같은데……

“내가 안 먹고 말을 해 줘서 고맙 다는 거야?”

“그게…… 보니 깨끗하게 세탁이 다 된 거라 형이 써도 탈 없을 것 같던데.”

“동생 아버지가 나 믿고 맡긴 건데 내가 먹을 수 있나. 그리고 그 돈 없어도 나 고기반찬 매일 먹을 돈은 있고.”

황민성이 싱긋 웃을 때, 배용수가 소리쳤다.

“라면 다 됐어!”

그에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냄비에 담긴 라면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이렇게 가져가?”

“식구끼리 뭘 덜어 가. 그냥 가서

덜어 먹는 거지.”

말을 하며 배용수가 밥을 사발에 담아서는 쟁반에 올렸다. 그에 강진 이 배추김치와 총각김치까지 챙기고 는 홀로 나왔다.

“라면 나왔습니다.”

“오! 맛있겠다.”

강상식이 입맛을 다시는 것에 황민 성이 문득 그를 보았다.

“너도 라면 좋아하냐?”

“그럼요. 저도 어렸을 때는 자주

먹었어요.”

황민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젓가 락을 들었다.

“자! 달려들자.”

황민성이 먼저 라면을 크게 집어 그릇에 담아서는 후루룩! 먹자 강상 식과 강진도 라면을 덜어 먹었다.

후루룩! 후루룩!

후루룩!

세 사람이 조용히 라면을 먹을 때,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아까 은행장 얼굴 보기 좋던데 요?”

“네가 설설 기면서 부탁하면 어떻 게 거절해야 하나, 하면서 웃으며 나왔을 텐데…… 후! 오성화학 주거 래 은행이라는 자리를 놓게 생겼으 니 죽을 맛이겠지.”

오성화학이 1년 동안 은행에 거치 하는 돈은 천문학적이다. 거기에 오 성화학 주거래 은행이라, 오성화학 직원들이 모두 계좌를 가지고 있다.

그 말은 그 거래 계좌들 역시 휴 면 계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다. 그러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후! 대출금을 한 번에 갚을 줄은 생각을 못 했을 겁니다.”

강상식이 고소하다는 듯 웃고는 라 면을 먹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 다가 입맛을 다셨다.

“그나저나 네 아버지가 정말 대단 하기는 하시다.”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그를 보았 다. 그에 황민성이 김치를 하나 입 에 넣곤 씹으며 말했다.

“비자금 수준이…… 와…… 난 상 상도 못 했다.”

강상식은 입맛을 다셨다. 확실히 비자금의 수준이 대단하기는 했다.

게다가 이건 강건희가 강상식을 위 해 준비한 스위스 비자금도 아니었 다.

오성그룹이 위기에 처할 경우 쓸 수 있도록 따로 준비해 놓은 비자금 이었던 것이다.

강건희가 그것을 인출하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황민성은 그것을 이번

에 사용해 버린 것이다.

그러니 엄청날 수밖에 없었다. 오 성그룹을 위기에서 구할 수준의 비 자금이었으니 말이다.

다만 비자금이라는 것이 좋은 목적 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 회사의 돈 을 빼돌려서 하는 것이라 강상식은 입맛이 조금 썼다. 쓰기는 잘 썼지 만, 좋은 돈이 아니니 말이다.

그런 강상식의 모습에 강진이 말했 다.

“앞으로 돈 많이 벌어서 좋은 일

많이 하세요.”

“그래야지.”

고개를 끄덕인 강상식이 라면을 후 루룩 먹고는 국자로 국물을 떴다.

“라면 맛있네요.”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 덕였다.

“이 라면 맛있네.”

두 사람이 맛있게 먹는 것에 강진 도 고개를 끄덕였다.

강상식과 황민성은 만족스러운 얼 굴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확실히 식사는 편하게 해야 맛있 어.”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 다.

“점심에 어디 가셨는데요?”

“이 근처 일식집.”

“일식집…… 맛있었겠네요.”

“맛은…… 있지. 근데 잘 안 들어 가더라고.”

웃으며 말을 한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그나저나 그 택시 기사 멋지네.”

“그렇죠?”

“택시 하시는 분들은 시간이 돈인 양반들인데, 사고 났다고 곧장 후속 조치해 주고 기다렸다가 가고.”

“그러게요. 다른 사람들은 구경만 하던데…… 멋진 분이세요.”

“언제 한 번 오시면 나 불러라. 술 한 잔 같이 해도 좋겠다.”

“알겠습니다.”

웃으며 황민성이 커피를 주욱! 마 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다시 일하러 가 볼까.”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도 마시던 커 피를 주욱 마셨다. 그러고는 강상식 이 일어나자, 황민성이 그를 보았다.

“직원들한테 은행 바꾸기로 한 것 이야기 잘 하고, 어지간하면 오늘 중으로 주거래 은행들 바꾸라고 해. 그래야 은행장이 아…… 내가 괜한 짓을 했구나, 하지.”

“알겠습니다.”

강상식은 기분 좋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엿 먹이려고 한 은 행장의 뒤통수를 후려칠 수 있다고 하니 기분이 좋은 것이다.

“그럼 간다.”

말을 한 강상식이 가게를 나가려다 가 문득 강진을 보았다.

“그리고 나 없는 동안 새로운 멤버 구했다면서?”

“멤버요?”

“그 무슨 추나 하시는 분?”

“아..

“시간 한 번 잡아. 너하고 형이 그 분하고 형 동생 하기로 했다는데 나 도 봐야지.”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우리 아는 사람은 형도 알아야 하 는 거예요?”

“당연하지!”

“그럼 형이 시간을 먼저 내요.”

“ 내가?”

“그 형이 추나를 엄청 잘하거든요. 가서 추나 받으면서 안면 트고, 그 다음 한잔하는 거 어때요?”

“승환 씨만큼 잘하려나?”

“승환 형 마사지는 몸을 부드럽고 편하게 만들어 주면, 훈이 형 추나 는 몸에 활력을 넣어주죠.”

“호오! 그래. 알았다. 다음에 너 갈 때 형도 예약 잡아 줘.”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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