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0화
저승식당 영업은 이승으로 따지면 무료 봉사였다. 귀신들이 먹는다고 돈을 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 다.
그러니 파는 만큼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귀신들이 음식 을 먹으면 그만큼 JS 금융에 저금이 차곡차곡 되지만, 이승 돈으로 따지 면 마이너스인 것이다.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선영
을 보았다.
“그래서 어때요? 플러스예요? 마이 너스예요?”
“정확하게 사장님이 술과 식재 돈 주고 산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3,520,150원 플러스예요.”
강선영의 말에 강진이 안도를 하며 웃었다.
“그래도 많이 남았네요.”
“인건비 생각하면 적자예요.”
“아……
강진은 직원들을 보았다. 요리사 한 명에 일 돕는 직원이 셋이다.
이들에게 인건비를 이승의 돈으로 줬다면 강선영의 말대로 적자가 나 도 진작 났을 것이다.
그렇다고 월급을 안 주는 것은 아 니다. 저승식당 수입이 JS 금융으로 들어온다면, 귀신 직원들 월급 역시 JS 금융을 통해 빠져나가니 말이다.
물론…… 단가가 이승보다 조금 적 기는 하지만 말이다.
‘용수가 사람이었으면 우리 가게
망했겠네.’
강진이 예전에 중국집에서 배달 알 바를 할 때 요리사 월급이 450만 원이었다.
그것도 많은 축이 아니었고, 실력 에 따라 더 오르기도 하니 배용수 정도면 육백도 아깝지 않았다.
그런데 가게 수입이 삼백오십이 니…….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피식 웃 으며 강선영을 보았다.
“그래도 결국은 플러스인 거죠?”
“그건 그렇죠.”
“그럼 됐어요.”
“괜찮겠어요? 단가 오백 원만 올려 도 한 달에 팔십 정도는 수입이 늘 텐데요?”
“저는 지금이 만족스러워요.”
강선영이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 을 했다.
“예전에는 학기 중에도 아르바이트 하고, 휴학해서도 아르바이트를 했 어요. 쉬는 날 없이 매일 일을 했 죠. 그렇게 번 돈으로 학비 내고,
고시원비 내고 생활비 하면…… 남 는 것이 없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통장에 돈이 남아 있어요. 그러니 얼마나 좋아요.”
강선영은 그를 보다가 피식 웃었 다.
“사장님은 욕심이 없으시네요.”
“무슨…… 제가 얼마나 욕심이 많 은데요. 저 돈 엄청 좋아해요. 그래 서 지금 너무 좋아요. 통장에 돈도 있고.”
강진이 웃는 것에 배용수가 그 어
깨를 툭 쳤다.
“그래. 현실에 만족해야 사람이 살 지. 욕심내면서 살면 만족 못 한다. 좋은 마인드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은 고개를 끄덕 이고는 직원들을 데리고 걸음을 옮 겼다.
전에 한 번 와 본 적이 있어서인 지 강진은 익숙하게 건물 안으로 들 어갔다.
강진이 들어서자마자 여직원이 다 가왔다. 그녀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
이고는 물었다.
“예약하셨습니까?”
“아뇨. 혼자 왔습니다.”
“그럼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직원은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더니 전에 강진이 앉았던 곳과 같은 곳으 로 안내했다.
그녀는 의자를 빼 준 뒤 뒤로 물 러나고는 메뉴판을 내밀었다.
그에 강진이 물었다.
“혹시 음식 남으면 싸 가도 되나
요?”
“물론입니다.”
직원이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답하 자 강진도 미소로 화답하고는 주문 을 했다.
“그럼 잔칫상 5인상으로 주시겠어 요?”
강진의 말에 여직원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다가 말했다.
“잔칫상 5인 말입니까?”
“네.”
재차 확인한 직원은 그를 보다가 메뉴판을 펼쳤다. 그러고는 잔칫상 이라 적힌 메뉴를 가리켰다.
“잔칫상은 잔칫날 먹는 상이라는 의미로, 두 사람이 2인을 시켜도 다 먹지 못할 만큼 푸짐하게 나오는 코 스입니다.”
직원의 설명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 이고는 말했다.
“오늘 저만 오기는 했는데…… 같 이 먹고 싶었던 분들이 있거든요. 살아 계시다면 한 번은 이런 곳에서 식사 대접을 하고 싶어서 그렇습니
다.”
‘살아 계시다면’이라는 말에 직원 이 안쓰러운 눈으로 강진을 보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자리를 옮 겨 드리겠습니다.”
“자리요?”
“음식이 많아서 이 테이블에는 다 올라오지 못합니다.”
직원은 강진을 한쪽에 있는 원형 테이블 쪽으로 안내했다.
“기다리시면 음식 준비해 드리겠습
니다.”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 앉자 그제야 직원이 자리를 떠났다. 직원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강진은 슬쩍 일어나 의자들을 인원대로 빼 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앉으세요.”
강진의 말에 직원들이 그가 빼 놓 은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5인분 너무 많은 거 아니냐?”
배용수가 놀란 눈을 한 채 묻자, 강진이 웃었다.
“우리가 5인인데 5인을 시켜야지.”
“우리야 너 먹는 것 조금씩 먹기만 해도 되는데. 2인만 시키지 그랬 어?”
귀신들이 먹는다고 양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2인만 시켜도 강진 혼자 다 못 먹을 터였다.
“됐어. 그동안 우리 직원들 고생했 으니 내가 사는 거야.”
“그래도……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는 것에 강진 이 재차 웃었다.
“오늘만 이렇게 해 보자. 한 번쯤 은 직원들을 위해 이 정도는 해 주 고 싶어.”
강진의 완강한 태도에 배용수는 한 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직원 들을 보았다.
“그럼 너무 실망하지는 말아요.”
“실망요?”
“우리 운암정 음식이야 정말 맛이 있지만, 귀신 입맛에는 강진의 손맛 이 더 맛있을 겁니다. 그러니 먹어 보고 맛없다고 막 실망하고 그러지
마세요.”
배용수가 우려하는 것이 뭔지 안 강진이 웃었다.
“돈보다 맛없다고 하는 게 더 걱정 이었냐?”
“조금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때, 음식들 이 나오기 시작했다. 음식들은 한 번에 상에 펼쳐졌다.
잔칫상이라고 한 만큼 갈비와 잡 채, 거기에 소고기뭇국과 여러 음식 들로 상이 가득 찼다.
화려한 잔칫상의 모습에 강진이 감 탄을 한 눈으로 배용수를 보았다.
“이거 엄청나네.”
“말 그대로 잔칫상이잖아.”
배용수는 웃으며 젓가락을 들어 김 치를 집어 먹었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었다.
“ 맛있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과 직원들도 음 식을 먹기 시작했다.
음식은 정갈하면서도 맛이 있었다.
양념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좋은 식 재를 쓴 느낌이 드는 좋은 음식이었 다.
‘확실히 떡갈비 정식하고는 다르 네.’
일전에 먹었던 정식하고는 나오는 반찬부터가 차원이 달랐다.
어느 정도 배가 차기 시작한 강진 이 음식들을 보았다. 손을 댄 음식 보다 손을 안 댄 음식이 더 많은 듯했다.
‘확실히 잔칫상은 뭐가 달라도 다 르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은 산적 꼬 치를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미나 리나물과 고기와 맛살이 들어 있는 꼬치를 먹을 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 렸다.
“강진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강진이 고개 를 돌렸다. 그러다 자리에서 곧장 일어났다.
“형님.”
강진을 부른 것은 운암정에서 일을 하다가 호텔 셰프로 간 이진웅이었 다.
이진웅 옆에는 이소연이 그의 옷과 옆에 있는 여성의 옷을 마주 잡고 있었다.
물론 잡는다고 잡히는 것은 아니지 만…… 이소연을 보던 강진이 여성 을 보았다.
‘아내분이신가?’
여성을 본 강진이 슬며시 물었다.
“형수님?”
“그래. 맞아.”
이진웅은 몸을 살짝 틀고는 강진을 가리켰다.
“이쪽은 용수 친구인 이강진. 이쪽 은 내 아내 임수령.”
이진웅이 간략히 소개하자 강진이 임수령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강진입니다.”
강진의 인사에 임수령이 그를 보았 다.
“용수 씨 친구세요?”
“네.”
이진웅은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나 일하는 호텔 근처에서 식당을 하고 있더라고.”
“식당요?”
“용수한테 음식 배워서 하고 있 대.”
배용수의 이름에 임수령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용수 씨 이름 들으니 보고 싶네 요. 우리 소연이 무척 예뻐했던
말을 하던 임수령은 슬며시 이진웅 의 눈치를 살폈다.
지금이야 괜찮아 보이지만, 딸이 죽었을 당시에 그는 사람 모습이 아 니었다. 그래서 혹여나 이진웅이 상 처를 받을까 봐 눈치를 보는 것이 다.
그런 임수령의 모습에 이진웅이 쓰 게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나는 괜찮아.”
임수령은 그제야 안도의 미소를 지
었다. 그런 임수령의 손을 이진웅이 살짝 강하게 쥐었다.
딸이 죽고 폐인이 되다시피 했던 그는 매일 술을 마시다가 딸 방에서 울며 잠들었었다. 그땐 그만큼 힘들 어서 그랬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을 해 보면…… 자신만 힘든 것이 아니라 아내인 임 수령도 힘들었을 것이었다.
그런데 임수령은 마음껏 슬퍼하지 도 못했다. 자신이 미친놈처럼 슬퍼 하니…… 자신을 챙기느라 마음껏 슬퍼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진웅은 늘 임수령에게 미안한 마음 을 가지고 있었다.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시선을 마주 하는 사이,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이 소연이 웃었다.
“헤!”
그런 이소연의 모습에 배용수가 웃 으며 그 머리를 쓰다듬고는 자신의 자리로 데리고 왔다.
“소연아, 여기서 밥 먹자.”
“우리 아빠 엄마는?”
이소연이 묻자 배용수가 웃고는 강 진을 보았다.
“합석하자고 해.”
그러고는 배용수가 직원들을 보았 다.
“저는 서서 먹을게요.”
배용수의 말에 이혜미가 웃었다.
“합석하자고 하세요. 어차피 음식 많이 남잖아요. 그리고 저희도 많이 먹었어요.”
귀신들의 말에 강진이 그들을 보았
다.
‘미안해서 그렇죠.’
강진의 시선에 담긴 의미를 읽은 이혜미가 괜찮다는 듯 웃으며 배용 수를 보았다.
“그리고 우리 주방장님이 같이 자 리하고 싶어 하잖아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 다가 이진웅을 보았다.
“합석하시겠어요?”
“손님들하고 온 모양인데……
잔칫상을 보며 하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저 혼자 왔어요.”
“혼자 왔어? 이건 5인상인데?”
“여기 왔으면 좋겠다 싶은 분들이 있어서요. 아! 한 자리는 용수 자리 입니다.”
이진웅은 빈자리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인들 추모하는가 보구나.”
“추모하는 것까지는 아니고요. 저
하고 가족처럼 지내던 사람들이 생 각나서요. 오월은 가정의 달이잖아 요.”
그러고는 강진이 자리를 가리켰다.
“그런데 생각보다 음식이 많이 나 와서 이걸 어떻게 다 싸가나 걱정하 던 중이었어요. 그러니 같이 해요.”
강진의 말에 이진웅이 임수령을 보 았다. 어떻게 할지 묻는 시선이었다.
잠시 생각하던 임수령은 고개를 끄 덕이고는 자리를 보았다.
“용수 씨 자리도 있다는데 같이 해
요.”
임수령의 말에 이진웅이 고개를 끄 덕이고는 한쪽에 놓인 의자를 빼서 그녀를 앉히고는 그도 자리에 앉았 다.
그러고는 탁자 옆에 놓인 버튼을 눌렀다.
띠리링!
신호와 함께 직원이 다가왔다.
“장 실장님, 오랜만이에요.”
강진에게 서빙했던 여성이 아닌,
삼십 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여성 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이 숙수님 오랜만에 오셨네요. 자 주 좀 오세요. 직원들 숙수님 보고 싶어 해요.”
직원이 웃으며 인사를 하자, 이진 웅이 자신과 아내를 가리키며 말했 다.
“밥하고 국 좀 주시겠어요?”
이진웅의 말에 직원이 빈자리에 놓 인 밥과 국을 한 번 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주방 식구들한테는 저 왔 다는 이야기 하지 마세요. 숙수님에 게도요.”
“주방 분들 긴장하셔야겠네요.”
“긴장은요. 평소 하던 대로 음식 내면 되는 거죠.”
“그랬다가 마음에 안 드시면 주방 들어가시는 것 아니세요?”
“평소처럼만 내오면 제가 주방 들 어갈 일은 없을 거예요.”
직원은 고개를 숙이고는 몸을 돌렸 다. 직원이 가자, 임수령이 웃으며 말했다.
“손님으로 왔으면 손님으로 드세 요.”
“손님으로 왔으니 손님의 평가를 해 주려는 거지.”
미소 지은 이진웅은 젓가락을 들어 김치와 나물들을 하나씩 집어 먹었 다.
“작년 김장이 잘 됐나 보네. 김치 가 아삭아삭하면서 숙성이 잘됐
네.”
“여기서도 맛을 평가하세요?”
“직업병이기도 하고…… 나 없는 사이에 주방이 잘 돌아가나 확인하 는 거지.”
“숙수님이 계시잖아요.”
강진의 말에 이진웅이 웃으며 고개 를 끄덕였다.
“숙수님이 주방을 총괄하시지만, 모든 음식을 숙수님이 모두 만들 수 는 없지. 그래서 나 같은 보조가 있 어야 하는 거고.”
“그래서, 마음에 드세요?”
이진웅은 음식을 잠시 보다가 미소 를 지었다.
“평소대로의 맛이야.”
이진웅의 말에 배용수가 웃었다.
“평소대로의 맛이 바로 운암정의 맛이죠.”
그렇게 말한 배용수는 이소연의 입 에 고기를 넣어 주었다. 그에 이소 연이 눈을 찡그렸다.
“난 라면 먹고 싶어!”
이소연의 말에 배용수가 피식 웃었 다. 이러고 있으니 예전 운암정 회 식 때가 떠오르는 것이다.
그때도 배용수는 반찬 투정하는 이 소연을 부모 몰래 데리고 나간 뒤, 휴대용 버너를 이용해 라면을 끓여 주고는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