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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564화 (562/1,050)

564화

이소연에게 새 비빔국수를 가져다 준 강진이 자리에 앉으며 김봉남을 보았다.

김봉남도 다른 직원들처럼 잔디밭 에 앉아 잔치국수와 비빔국수 두 그 릇을 놓고 먹고 있었다.

“입에 맞으세요?”

강진이 묻자 김봉남이 미소를 지었 다.

“강진이 음식 솜씨는 용수가 생각 이 나.”

김봉남의 말에 이진웅이 고개를 끄 덕였다.

“재료 손질할 때 보니 딱 용수 생 각이 나더군요.”

‘용수가 옆에서 하나하나 다 가르 쳐줬으니까요.’

웃으며 강진이 비빔국수를 한 젓가 락 집어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고 개를 끄덕였다.

‘맛있네.’

김치와 파김치, 깍두기 국물을 섞 어서 양념을 만들었다. 그래서 양념 에서 묘한 맛이 났다.

거기에 깍두기의 식감이 좋았다. 크지 않아서 적당히 한입에 씹혔고 아삭했다.

강진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비빔 국수를 맛있게 먹었다.

국수를 다 먹은 강진과 직원들은 잔디밭에 앉아 매실차를 마시고 있 었다.

커다란 물통을 두고 마실 만큼 따 라 마시는 직원들을 보며 배용수가 미소를 지었다.

“이러고 있으니 살았을 때 같네.”

강진이 보자 배용수가 말을 이었 다.

“날 좋을 때면 간식을 먹고 이렇게 햇볕 쬐면서 잡담도 하고 쉬었거든. 이 시간이 참 좋았는데.”

말을 하며 배용수가 한쪽을 보았 다.

그곳에는 주방 막내를 도와 여자와

남자 둘이 빈 그릇들을 정리하고 있 었다.

“물론 막내일 때는 저게 참 힘들었 는데.”

“막내들이 치우는 거야?”

“어딜 가나 막내가 힘든 법이지.”

“힘들겠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 이고는 한쪽을 보았다. 이진웅은 김 봉남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 옆에서 임수령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이소연이 이진웅 옆에 앉아 웃고 있었다. 그녀는 부 모님을 보다가 김봉남을 봤다가 잔 디밭에서 쉬고 있는 직원들을 보고 있었다.

귀신이 섞여 있긴 했지만, 무척이 나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잘 노네.’

그런 생각을 할 때, 김봉남이 이진 웅에게 물었다.

“요즘도 아침에 김밥하고 라면을 먹나?”

이진웅은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은 김밥하고 라면이 좋더군 요.”

이진웅의 말에 김봉남이 그를 보다 가 어깨를 두들겼다. 위로해 주고 싶지만…… 해 줄 말이 없었다.

이소연이 죽은 후로 시간이 꽤 지 났지만…… 자식 잃은 부모에게는 어떠한 말도 위로가 될 수 없으니 말이다.

잠시 침묵하던 김봉남이 다시 입을 열었다.

“라면 먹을 때 스프 다 넣지 말거 라. 짜.”

김봉남의 말에 이진웅이 웃었다. 그리고 그건 배용수도 마찬가지였 다.

“스프는 다 넣고 물은 조금 잡아야 라면이 맛있습니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 였다. 그의 말대로 라면을 맛있게 끓이려면 그래야 하니 말이다.

물론 김봉남이 이런 말을 한 이유 는 알고 있다. 짜게 먹으면 몸에 나

쁘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건강하게 먹으려면 라면을 먹을 이유가 없다. 라면은 맛있게 한 끼 때우려고 먹는 것이니 말이 다.

“라면 먹는 만큼 다른 몸에 좋은 것 잘 챙겨 먹겠습니다.”

그러고는 이진웅이 자리에서 일어 났다.

“족구나 한 판 하자.”

그에 남자 직원들 몇이 급히 일어 났다.

“좋죠!”

일어난 직원 중 한 명이 어디로 뛰어가더니 축구공을 몇 개 들고 왔 다.

직원이 축구공을 던지자 이진웅이 그것을 가볍게 발로 받아서는 톡 머 리 위로 올렸다가 가볍게 떨구어 손 으로 잡았다.

“강진이 공 좀 차?”

“잘은 못 하는데……

강진의 말에 이진웅이 웃었다.

“누구는 잘해서 하나. 같이 한 판 하자.”

강진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 이진웅이 공을 차 주자, 강진 이 그것을 가볍게 받아서는 발로 툭 툭 찼다.

그 사이 직원들 몇이 의자에 줄을 연결해서는 잔디밭에 놓았다.

그것을 라인으로 하려는 모양이었 다.

배용수는 이소연과 함께 이진웅과

강진이 팀을 먹고 족구를 하는 것을 구경했다.

“올려! 올려!”

이진웅의 외침에 강진이 공을 가볍 게 톡 치며 올렸다. 그에 이진웅이 발을 크게 올려서는 그대로 내리찍 었다.

탓!

공이 상대방 진영에 떨어진 채 굴 러가는 것을 보던 이진응이 웃으며 손을 들자 팀원들이 와서 하이파이 브를 했다.

“나이스 샷!”

“나이스!”

팀원들의 외침에 이진웅이 웃으며 자세를 잡았다.

한편, 아빠의 활약에 이소연은 제 자리에서 방방 뛰며 환호하고 있었 다.

“우리 아빠 최고!”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이소연 의 모습에 배용수가 웃었다.

“진웅 형 잘한다.”

“응! 우리 아빠 정말 잘한다.”

“진웅 형이 족구를 정말 좋아하 지.”

“맞아. 아빠 저거 좋아해. 늘 저거 했어.”

이소연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 덕였다. 이소연의 말대로 이진응은 족구를 정말 좋아했다.

배용수도 그와 자주 공을 찼다. 사 람이 많고 골대가 있는 곳에서는 축 구를 했고, 사람이 없고 골대가 없 는 곳에서는 족구를 즐겼다.

그래서 이소연도 이진웅이 족구를 하는 것을 자주 보았다. 운암정에 놀러 오면 아빠가 직원들과 족구를 늘 했었던 탓이다.

아빠가 즐겁게 공을 차는 것을 보 던 이소연이 웃다가 엄마를 보았다.

엄마가 웃으며 손뼉을 치거나 응원 을 하는 것을 보던 이소연이 웃었 다.

“우리 엄마도 즐거워 보인다.”

아빠, 엄마의 웃는 모습을 보는 이 소연의 얼굴에 미소가 진하게 어리

자 배용수가 그녀를 보았다.

‘가려는구나.’

이소연을 보던 배용수가 살며시 무 릎을 꿇고는 말했다.

“소연아.”

“옹?”

이소연이 보자 배용수가 말을 이었 다.

“엄마하고 아빠는 너를 잊은 것이 아니야. 엄마, 아빠는 늘 너를 생각 해. 알지?”

“알아. 엄마도 아빠도 아침마다 내 사진 보면서 말을 걸어.”

-소연아, 잘 잤니?

-소연아, 밥 먹자.

이소연이 웃으며 말하자 배용수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그녀의 손을 잡고는 임수령에게 다가갔다.

“엄마 안아주자.”

«으 « 흐.

이소연은 임수령에게 다가가 살포 시 안았다.

“엄마, 사랑해.”

잠시간 가만히 안아주고는 몸을 떼 어냈다. 그런 이소연의 손을 잡은 배용수가 이진웅을 보았다.

“아빠도 안아주자.”

이소연은 이진웅을 보다가 후다닥 뛰어갔다.

“아빠!”

공을 차는 이진웅에게 간 이소연이

그를 뒤에서 안았다.

“아빠! 사랑해!”

그 자세 그대로 올려다본 이소연이 말을 덧붙였다.

“앞으로도 웃으면서 살아야 해. 그 리고…… 나중에, 아주 나중에 나 보러 와. 그때는 내가 면도도 해 줄 게.”

이진응을 껴안은 이소연이 환한 미 소를 지었다.

“아빠…… 사랑해.”

화아악!

그와 동시에 이소연의 몸이 희미한 빛과 함께 사라지기 시작했다.

공으로 헤딩을 하려던 이진웅의 몸 이 순간 멈췄다.

퍽!

헤딩하지 않고 공에 그대로 맞은 이진옹의 모습에 사람들이 살짝 놀 란 듯 그를 보았다.

“형 괜찮으세요?”

“숙수님?”

팀원들의 말에 이진웅이 손을 저었 다.

“괜찮아. 괜찮아. 잠시 딴 생각 이……

말을 하던 이진웅은 문득 느껴지는 액체에 눈가를 손으로 닦았다.

“눈물?”

아프지 않은데……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계속 눈물이 흘 렀다. 이진웅이 눈을 닦는 것에 팀 원이 걱정스레 물었다.

“형 괜찮으세요?”

이진웅은 눈가를 닦다가 말했다.

“괜찮아.”

“눈……물 흘리시는 것 같은데.”

“그러게……. 갑자기 눈물이 나네.” 눈가를 벅벅 닦아낸 이진웅이 웃으

며 공을 잡고는 말했다.

“자, 다시 하자.”

그러고는 공을 힘차게 차올렸다.

펑!

펑!

다시 족구에 집중하는 이진웅을 보 던 강진이 슬쩍 임수령을 보았다.

임수령 또한 웃으며 눈가를 손으로 닦고 있었다. 그녀 역시 영문 모를 눈물을 흘리고 있던 것이다.

그런 두 사람을 보던 강진이 고개 를 저었다.

‘승천한 것을 느끼지 못할 텐 데…… 부모는 그런 겁니까?’

귀신을 느끼지 못할 것이 분명한 두 사람인데, 딸이 승천함과 동시에 눈물을 홀린 것이다.

* *  *

새벽 늦은 시간, 강진은 잠을 자고 있었다.

열대야가 생기네 마네 하는 시기였 지만, 강진의 식당은 잠자기 딱 좋

은 서늘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워낙 많은 귀신이 오고 가니 그 자체로 에어컨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잘 자고 있던 강진을 누가 툭툭 찼다.

“뭐야?”

강진은 눈을 비비며 일어나다가 배 용수가 앞에 있는 것을 보고는 고개 를 갸웃거렸다.

“왜 들어왔어?”

귀신들은 강진의 방에 들어오지 않

는다. 들어올 수 없어서가 아니라 강진의 사생활을 존중해서였다.

“나와 봐라. 옷 입고.”

강진이 의아한 듯 보았으나 배용수 는 답을 하지 않고 그대로 방을 나 섰다.

그 모습에 조금 불안함이 든 강진 이 옷을 입고 찬물로 얼굴을 대충 씻고는 밑으로 내려왔다.

띠링! 띠링! 띠링!

식당에 내려온 강진은 가게 문이 계속 흔들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나가 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가게 문을 열었다.

덜컥! 띠링!

문을 열고 나온 강진은 눈을 찡그 렸다.

“ 카스야.”

가게 문 앞에서 문을 흔든 것은

진돗개, 카스였다. 그 옆에는 여직원 들이 안쓰러운 눈으로 카스를 돌보 고 있었다.

강진은 가게에서 새어 나온 불빛을 통해 카스의 상태를 볼 수 있었다. 카스는 피를 홀리고 있었다.

“어떻게 해.”

“많이 아프지?”

강진은 몸을 숙인 뒤 조심스레 손 을 내밀었다.

손에 묻은 피가 따뜻한 것이 홀린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아니

면 몸의 열기로 따뜻한 걸 수도 있 고…….

몸과 머리에 붉은 피가 덕지덕지 묻어 있는 것에 강진이 놀란 눈을 할 때, 카스가 크게 짖었다.

멍!

카스는 뒤이어 강진의 바지를 조심 히 물어서는 당겼다. 마치 같이 가 자는 뜻 같았다.

그런 카스의 모습에 배용수가 입맛 을 다셨다.

“소리가 계속 들려서 나와 보니까

이러고 있더라고……

“아..

강진이 입맛을 다시자, 배용수가 한숨을 쉬며 카스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짖지 않고 문만 긁더라.”

강진은 카스와 시선을 맞추며 조심 히 물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거니?”

카스는 헥헥거리며 강진을 보았다. 눈이 살짝 충혈되고 입가에 거품이

있는 것이…… 많이 힘든 모양이었 다.

“할아버지…… 돌아가셔서 나 데리 러 온 거야?”

마치 답을 하듯 크게 짖자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그동안 한끼식당을 자주 와서인지 오는 길을 기억하고 찾아온 모양이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할아버지도 거리가 멀어서 택시를 타고 다녔으니 말이다.

잠시 카스를 보던 강진은 가게 안 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그러면서 배 용수에게 수건을 가지고 오라고 하 려 할 때, 이미 그는 한 손에 물그 릇과 수건을 가지고 오고 있었다.

물그릇을 받아든 강진이 카스의 앞 에 그것을 놓았다. 그에 카스가 강 진의 바지를 다시 물고는 끌었다.

그에 강진이 카스의 머리를 쓰다듬 었다.

“걱정하지 마. 일단 물부터 좀 마 시자. 그리고 몸도 좀 닦으면 형이 할아버지 보러 갈게.”

강진의 말에 카스가 그를 보다가 물그릇에 입을 가져다 댔다.

그러고는 정신없이 혀를 날름거리 며 물을 마시는 카스를 보던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목이 많이 말랐나 보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 이고는 수건으로 카스의 몸을 닦아 냈다.

상처가 있을 수 있기에 천천히 몸 을 닦던 강진이 배용수에게 수건을 내밀었다.

“나 전화 좀 할게.”

수건을 받아든 배용수가 카스의 몸 을 닦아주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 황민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진은 할아버지의 집이 어딘지 모 른다. 그래서 할아버지를 태워다 준 적이 있던 황민성에게 묻고자 전화 를 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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