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7화
강진은 귀신들과 함께 펜션 쪽을 보았다. 펜션 앞마당에는 상들이 펼 쳐져 있고 조문객들이 음식을 먹고 있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꽤 왔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조문객들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식이 셋이니 그쪽 문상객들이겠 지.”
이야기를 나누며 펜션으로 향할 때 입구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JS 직원 들을 볼 수 있었다.
“여기에도 직원들이 있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JS 직원 이 그를 보고는 지친 얼굴로 다가왔 다.
“이강진 사장님?”
처음 보는 직원이지만 자신을 아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이강진입니다.”
강진의 인사에 직원이 손을 내밀었 다.
“JS 시설 관리국 출장 영업 팀 강 오름입니다.”
악수를 나눈 강진이 강오름을 보다 가 물었다.
“그런데 시설 관리국 분들이 출장 도 다니세요?”
“펜션이지만 삼 일 동안은 장례를 치르는 곳이니까요. 그러니 저희가 관리를 해야죠.”
잠시 펜션을 보던 강오름이 강진을
보았다.
“옛날에는 집마다 장례를 치러서 이렇게 출장 영업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장례식장이 있어서 출장 영 업을 잘 안 하죠.”
“그런데 많이 피곤해 보이시네요?”
강진의 물음에 강오름이 한숨을 쉬 었다.
“제주도에서 장례를 집에서 치른 곳이 있어서 거기 일 마치고 바로 이곳으로 온 겁니다.”
“바로요?”
“요즘은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경 우가 얼마 안 되지 않습니까? 그래 서 저희 출장 영업팀 규모가 작습니 다. 일이 없을 때는 정말 없는 데…… 이상하게 출장 한 번 잡히면 또 연달아 출장이 잡힙니다.”
“힘드시겠어요.”
“알아주시니 감사합니다.”
강오름이 재차 한숨을 쉬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출장이라 는 것이 사실 힘든 일이다.
고정적으로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분들은 익숙한 곳에서 하는 거지만, 출장 영업은 늘 새로운 곳에서 일을 해야 하니 말이다.
“이따 여기 앞에서 저희 저승식당 출장 영업 할 거거든요. 그때 음식 좀 드세요.”
강진의 말에 강오름이 미소를 지으 며 최호철을 보았다.
“그 이야기 저기 최호철 씨에게 들 었습니다. 오늘 여기에 저승식당 출 장 오픈하신다고요.”
“들으셨어요?”
“그래서 말인데…… 혹시 오늘 메 뉴가 뭔지요?”
간절한 얼굴로 눈빛을 빛내는 강오 름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아! 드시고 싶은 것이 있으시군 요.”
“피곤해서 소주에 돼지 삶은 것 좀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김치하고 요.”
“알겠습니다.”
강오름은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렸 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강오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숙이 고는 펜션으로 향했다. 그런 강진의 뒤를 따르던 배용수가 물었다.
“그 수육용 고기 안 챙겼는데 어떻 게 하려고?”
“민성 형이 여기 펜션에 음식 할 사람하고 식재 보냈다고 했어. 그럼 돼지고기 앞다리살이나 목살 정도는 있겠지.”
“아......"
이야기를 나누던 강진과 배용수는
활짝 열려 있는 펜션 문 안으로 들 어갔다.
안으로 들어간 강진은 입구에 있는 조문객 방명록에 이름을 적고는 봉 투를 넣었다.
그리고 신발을 벗고 들어가자 거실 창문 앞에 놓인 영정과 위패를 볼 수 있었다.
“어서 오세요.”
강진이 영정을 볼 때, 오동민이 다 가왔다. 오동민이 고개를 숙여 인사 하는 것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숙이
고는 다시 영정을 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영정 앞에 앉아 있 는 카스를 보았다.
카스는 옷자락이 깔린 바닥에 배를 깔고 앉은 채 오동민의 사진을 올려 다보고 있었다.
“카스는 좀 어때요?”
강진의 물음에 오동민이 한숨을 쉬 며 카스를 보았다. 그런 오동민을 보던 강진이 주위를 보다가 말했다.
“그런데 카스 관 옆에 있다고 했는 데? 관이 여기에 있는 건가요?”
“아! 관은 이 근처 장례식장에 있 습니다. 아무래도 날씨도 그렇고 제 가 이틀 정도 그러고 있었다 보니 상태가 안 좋아서요. 여기에 옮기면 냄새가 날 것 같아서 관만 그쪽에 있습니다.”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오동민 이 말을 이었다.
“황민성 씨에게 감사하다고 전해 주십시오. 저희 애들을 설득해 주셔 서…… 정말 고맙습니다.”
“ 설득요?”
“처음에 애들이 장례식장에 카스를 들이는 것에 대해서 안 좋게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카스를 자식처럼 여 기는 건 맞지만…… 아무래도 손님 들 맞이할 때 카스가 있는 건 아니 겠다 싶어서요.”
“그럴 수 있죠.”
장례식장에 개를 들인다는 건…… 아무래도 사회 통념상 맞지 않으니 말이다.
“그걸 황민성 씨가 시간 내 와 주
셔서 설득해 주셨습니다.”
“그렇군요.”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주위를 보았다.
“민성 형은요?”
“여기 자리 잡아 주시고 일이 있어 서 가셨습니다.”
오동민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 였다. 황민성은 바쁜 사람이니 여기 에 계속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일단 조문하고 자제분들에게 인사
하겠습니다.”
“ 이쪽으로……
오동민이 영정 쪽을 가리키자 강진 이 고개를 숙이고는 안으로 들어갔 다.
강진이 들어오자 상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 작게 목례를 한 강 진이 영정에 두 번 절을 하고는 상 주를 보았다.
스륵!
그때, 카스가 몸을 일으켜서는 강 진에게 다가와 그의 다리에 머리를
비볐다.
“카스 이리 와.”
상주가 급히 카스를 데려가려 하 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카스도 문상 온 사람에게 인사하 는 것일 테니 그냥 두세요.”
강진의 말에 상주가 죄송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다가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었다.
“혹시 전화 주신 분?”
“네. 아침에 통화한 이강진입니다.”
강진의 말에 상주가 고개를 숙였 다.
말없이 고개를 깊이 숙이는 상주의 모습에 강진도 마주 고개를 숙였다.
다시 고개를 든 상주가 한숨을 쉬 며 말했다.
“정말…… 감사하고. 송구하다는 것밖엔 할 말이 없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상주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카스를 보았다.
“감사하다는 말은 저 말고 카스에 게 해 주세요. 카스가 아니었다 면…… 저도 어르신이 돌아가신 것 을 몰랐을 겁니다.”
상주는 작게 한숨을 토하며 카스를 보았다. 카스는 머리에 고깔 모양의 보호대를 차고 있었다.
몸에 난 상처에 약을 발랐는데, 그 것을 핥지 못하도록 고깔 보호대를 착용해 놓은 것이다.
“카스가…… 저희보다 낫습니다.”
상주의 말에 강진은 말을 하지 않
았다. 그저 카스를 내려다볼 뿐이었 다.
“그……
강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 었다.
“어르신 아프신 것 혹시 모르셨나 요?”
강진의 말에 상주가 입술을 깨물었 다.
“알았어야 했는데…… 몰랐습니 다.”
강진은 오동민을 보았다.
“애들이 알아도 딱히 할 것도 없 고…… 그냥 모르는 것이 낫겠다 싶 어서 말을 안 했습니다.”
오동민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 다. 자식 걱정할까 봐 아픈 것을 숨 겼던 것이다.
강진은 재차 고개를 숙였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강진의 말에 오동민이 고개를 마주 숙였다.
그렇게 한 차례 더 목례를 한 강 진이 카스를 보았다.
“카스 밥 좀 먹었습니까?”
“물만 좀 먹었습니다.”
“제가 카스 좋아하는 사료를 챙겨 왔습니다. 제가 좀 데리고 나가서 먹이고 오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강진은 몸을 숙여 카스를 부드럽게 안아 들었다.
가자고 해도 안 나갈 것 같아 안
아 든 것이다. 강진의 손길에 카스 는 힘없이 몸을 맡겼다.
영양 링거를 맞았다도 해도 사료를 먹지 않아서 힘이 없는 모양이었다.
카스를 데리고 펜션을 나온 강진은 근처를 지나가던 직원을 불러 세웠 다.
“일회용 국그릇 좀 주시겠어요?”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직원이 일회용 국그릇을 가지고 오며 말했다.
“이 정도면 될까요?”
“고맙습니다.”
직원이 가져다준 2개의 국그릇을 챙긴 강진은 마당에 깔려 있는 상에 서 물을 하나 챙기고는 구석으로 갔 다.
구석에서 주위를 한 번 살핀 강진 은 주머니에서 검은 봉지를 꺼냈다.
검은 봉지에는 JS 편의점에서 사 온 사료가 담겨 있었다. JS 포장지 를 사람들이 볼 수도 있어 일부러 검은 봉지에 넣어 온 것이었다.
국그릇 하나엔 물을 담고 다른 하 나에는 사료를 담은 강진이 카스를 보았다.
“밥 먹자.”
강진의 말에 카스가 물끄러미 사료 를 보다가 펜션 쪽을 보았다.
밥 생각이 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너도 상주라고…… 밥은 생각이 없나 보구나.”
카스의 머리를 쓰다듬은 강진이 사 료가 든 그릇을 내밀었다.
“이거 먹으면 할아버지 볼 수 있 어. 이거 먹고 할아버지 잘 보내드 리자.”
강진의 말에 카스가 그를 보았다. 진짜냐고 묻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 시선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 다.
“그럼. 형이 너한테 거짓말하는 것 봤어?”
강진의 말에 카스는 슬며시 사료로 입을 가져다 댔다.
아드득! 아드득!
사료를 씹던 카스는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으의 음식은 떨어진 입맛도 돌아오 게 할 정도로 맛있다. 그리고 그건 사료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거의 3일 동안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아 무척 굶주렸던 게 지금에야 터진 것 이다.
아드득! 아드득!
맛있게 사료를 먹는 카스를 보며 오동민이 미소를 지었다.
“잘 먹는구나.
오동민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이거 먹으면 카스가 어르신을 볼 수 있습니다.”
“ 나를요?”
“이건 저승 음식이라서 먹으면 귀 신을 더 잘 보게 되거든요.”
“아! 그럼 정말 카스가 나를 볼 수 있는 겁니까?”
오동민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 였다.
아드득! 아드득!
카스가 정신없이 사료를 먹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그 머리를 쓰다듬었 다.
순식간에 사료를 다 먹은 카스는 물을 홀짝홀짝 마시고는 머리를 들 었다. 그런 카스의 꼬리가 맹렬하게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휙휙휙!
좌우로 빠르게 꼬리를 흔들던 카스 가 오동민에게 달려들었다.
머
크게 짖으며 오동민을 향해 뛰어간 카스의 몸이 그를 뚫고 지나갔다.
멍?
당황스러운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카스를 보며 오동민이 미소 지었다.
“카스야, 아빠다! 아빠!”
오동민이 웃자 방금까지 당황스러 워하던 카스가 그 주위를 뛰며 뒹굴 기 시작했다.
“하하하! 그래. 아빠다! 아빠!”
자신을 보며 너무 좋아하는 카스의
모습에 오동민이 웃으며 연신 손을 흔들었다.
그에 카스가 벌떡 일어나서는 다시 그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카스의 몸은 다시 오동민을 뚫고 지나갔다.
멍?
다시 의아해하는 카스를 보며 강진 이 입맛을 다셨다.
‘돼랑이는 접촉도 되던데…… 먹은 양이 적어서 그런가? 아니면 시간이 얼마 안 돼서 그런가?’
그런 생각을 할 때 오동민이 웃으
며 손을 내밀었다.
“앉아.”
착!
오동민이 만져지지 않는 것에 의아 한 듯했지만, 아빠가 보이고 말을 거니 카스는 신이 났는지 앉은 채 꼬리로 바닥을 마구 쓸었다.
그러고는 헥헥거리며 오동민을 올 려다보았다. 그에 오동민이 손을 내 밀어 카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카스야.”
멍!
자신의 손길을 느끼려는 듯 머리를 손에 가져다 대는 카스를 보며 오동 민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오동민의 손길에 카스가 크게 짖었 다.
멍! 멍! 멍!
신이 나서 짖는 카스를 보던 강진 이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이제 영업 준비해 볼까?”
몸을 일으킨 강진이 오동민을 보았 다.
“이따가 11시 되면 저기 제 푸트 트럭으로 오세요.”
“알겠습니다.”
카스와 노느라 정신없는 오동민을 보던 강진은 펜션에 파견 나온 직원 들에게 목살과 앞다리살을 좀 얻은 뒤 자신의 푸드 트럭으로 걸음을 옮 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