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0화
토요일 점심 무렵, 강진은 서울 외 곽의 화장터에 있었다. 오늘이 오동 민의 삼일장이 끝나는 날이라 동행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오늘 점심 장사는 쉬는 쪽으로 했다. 혹시라도 오실 손님들 에게 미안하기는 하지만, 한끼식당 단톡방에 글을 올려 두었다.
그리고 하나 더, 카스 때문에 가게 를 하루 쉬기로 했다. 오늘은……
오동민과 완전히 이별하는 날인 만 큼 카스가 힘들어할 것이니 곁에 있 어 주려고 말이다.
“아빠!”
“후우!”
유가족들이 화장터에 들어가는 관 을 보며 한숨을 쉬거나 우는 것을 보던 강진이 카스의 머리를 쓰다듬 었다.
카스는 강진의 발아래 앉아서는 그 손길을 즐기고 있었다. 오동민의 관 이 화장터로 들어가고 있었지만, 카
스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고 있었다.
자신의 주인인 오동민이 바로 자신 의 눈앞에서 시선을 마주치고 있으 니 말이다.
오동민은 자신의 관이 화장터 안으 로 들어가는 것을 보지 않고 그저 바닥에 쭈그려 앉아 카스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었다.
그런 오동민의 손길을 카스는 가만 히 느끼고 있었다. JS 사료를 한 번 먹었을 때 오동민을 보았고, 두세 번 먹고 나자 이제는 오동민의 손길
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손길을 만끽 하고 있는 것이었다.
가만히 카스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오동민이 말했다.
“카스 좋은 가족 만나서 이 아빠는 마음이 좋아.”
오동민의 말에 카스가 그를 올려다 보았다. 그러고는 가만히 오동민의 얼굴을 향해 혀를 내밀었다.
그렇게 카스가 오동민의 얼굴을 핥 을 때, 강두치가 다가왔다.
“저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인사에 강두치가 작게 고개 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런 강두치 를 보며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제가 아는 분들 장례에는 두치 씨가 오시는 것 같은데?”
사람은 늘 죽는다. 그럼 JS 직원들 도 죽는 사람들을 맞이하러 다니는 일이 많을 텐데…… 자신이 아는 사 람의 죽음에는 꼭 강두치가 있는 것 같았다.
우연이라기엔 말이 되지 않는 일이 었다.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웃었다.
“지인 서비스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럼 제가 아는 분들이라 강두치 씨가 오시는 건가요?”
“맞습니다.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지인의 지인이 죽었는데 제가 나와 봐야죠.”
“감사합니다. 그리고……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웃으며 오동 민을 보았다.
“우리 오동민 고객님께서는 VIP는 아니지만 잔고가 꽤 있으시니 저승 길이 힘들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고는 강두치가 웃으며 말을 이 었다.
“처음 죽어봐서 잘 모르겠지만, 저 승도 돈이 있어야 지내기가 편하거 든요.”
“아…… 그렇습니까.”
“그럼요. 이승이나 저승이나 다 사
람이 사는 세상 아니겠습니까. 하하 하! 그래서 이숭이나 저승이나 돈이 최고입니다.”
강두치가 웃으며 손가락으로 동그 라미를 그리는 것에 오동민이 웃었 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은 안 심이 되는군요.”
“가서 보시면 이승하고 너무 비슷 해서 깜짝 놀라실 겁니다.”
웃으며 강두치가 카스를 보았다.
“녀석 똑똑하게 생겼네.”
한편, 강두치를 힐끗 본 카스가 이 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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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울음을 토하는 카스의 모습에 오동민이 놀라 급히 카스의 입을 손 으로 틀어쥐었다.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오동민이 당황스러워하자 강두치가 웃었다.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강두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으
며 말했다.
“가끔 주인과 유대감이 깊은 동물 들은 저희를 보면 이렇게 날카롭게 반응을 합니다. 본능적으로 자기 주 인 데려가려고 온 JS 사람이라는 것 을 아는 거죠.”
카스를 보며 이야기하던 강두치가 다시 오동민을 보며 말을 이었다.
“가끔 개 있는 집에 일하러 갔다가 개한테 물리는 직원들도 있답니다.”
“개가 물어요?”
개는 원래 무는 짐승이라 물릴 수
있다. 다만…… JS 직원을 개가 문 다는 것이 이상할 뿐이었다.
“요즘은 그런 경우가 많이 줄기는 했지만, 옛날에는 잡귀로부터 집을 지키는 것이 개였습니다.”
“그래요?”
“요즘 개들은 저희를 보기는 해도 물지는 못하지만, 주인을 지키려고 힘을 쓰다 보면…… 가끔 영물처럼 힘을 쓰는 경우가 있지요. 그래서 남의 집에 갔다가 개한테 물려서 절 뚝거리는 직원들이 있지요.”
그러고는 강두치가 카스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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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두치의 시선에 카스가 더욱 낮게 울음을 토했지만, 오동민의 손이 입 을 막고 있어 이빨을 드러내지는 못 했다.
괜히 잘못 입을 벌렸다가 오동민의 손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의 식한 것이다.
그런 카스를 보던 강두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화아악!
카스를 보던 강두치의 얼굴에서 표 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러자 카 스가 슬며시 고개를 숙였다.
끼잉! 끼잉!
작게 울음을 토한 카스는 꼬리를 엉덩이 사이로 숨기고는 오동민의 뒤로 가서 숨었다.
그 모습에 강두치가 웃으며 다시 표정을 풀었다.
“으르렁도 사람, 아니 존재를 봐 가면서 해야 하는 거다. 성격 나쁜
직원 만나면 바로 끌려가.”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 다.
‘하긴 귀신들이 저승사자처럼 보는 JS 금융 직원이니……
강두치를 두려워하는 카스를 보며 강진이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조심해야겠다.,
강진의 손길에도 좀처럼 진정을 못 하던 카스는 강두치의 시선을 슬그 머니 피했다.
오동민의 유골은 납골당에 안치되 고 있었다. 직원들의 손에 납골당 유리가 열리고 그 안에 안치되는 유 골함을 보던 강두치가 오동민을 보 았다.
“이제 가셔야 할 시간입니다.”
강두치의 말에 오동민이 한숨을 쉬 고는 옆을 보았다.
옆엔 황민성이 카스를 안은 채 서 있었다. 납골당에 카스를 데리고 들 어올 수 없었지만, 직원을 여러 차
례 설득한 끝에 안아서 들어오는 것 으로 합의한 것이다.
그리고 다행히 납골당에 온 다른 유가족들도 없었고 말이다.
카스에게 다가간 오동민이 그 머리 를 쓰다듬었다.
“카스야.”
오동민의 부름에 카스가 그를 보았 다.
“아빠 갈게.”
멍.
실내라 카스가 작게 입을 벌려 짖 자, 오동민이 미소를 지으며 그 얼 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 댔다.
그렇게 카스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 을 붙인 오동민이 살짝 머리를 문대 고는 말했다.
“이 좋은 세상 재밌게 잘 살다가 오렴……. 아빠가 무지개다리 너머 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할짝!
카스는 작게 혀를 날름거려 그의 얼굴을 핥았다.
그런데 카스의 입가가 푸르르 떨리 기 시작했다. 카스도 느끼는 것 같 았다.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말이다.
푸르륵! 푸르륵!
마치 오열을 하는 것처럼 입가에서 소리를 내는 카스를 보며 오동민이 한숨을 쉬고는, 황민성에게 고개를 숙였다.
“카스…… 정말 잘 부탁드리겠습니 다.”
오동민의 말에 옆에 있던 강진이
황민성에게 작게 속삭였다.
“어르신 가신다고.. 형한테 인사
하고 있어요. 카스 잘 부탁한대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카스를 보았 다. 왜 갑자기 떠는가 했더니 오동 민과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에 황민성이 작게 한숨을 쉬고는 오동민이 있을 거라 생각되는 곳으 로 고개를 숙였다.
“카스 제가 잘 키우겠습니다. 아 니…… 제 아들이라 생각하고 같이 잘 살겠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오동민이 고개를 숙 인 채 눈가를 닦았다. 그러고는 카 스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는 몸을 돌렸다.
“가시지요.”
오동민의 말에 강두치가 고개를 끄 덕이다가 가족들을 가리켰다.
유골함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가족들을 보던 강두치가 말했다.
“가족들하고는 괜찮으십니까?”
오동민은 침울한 얼굴의 자식들을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이들하고는 상중에 인사는 다 했습니다.”
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동민은 상중에 카스와 오랜 시간을 보냈지 만, 가족들하고도 오랜 시간을 보냈 다.
그리고…… 가족들을 다시 보면 발 길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아 서둘러 떠나려는 것이다.
카스와는 다른 의미로 말이다.
오동민이 안쓰럽고 미안한 얼굴로 가족들을 보자, 강두치가 고개를 끄
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가시지요.”
강두치가 앞장서자 오동민이 강진 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저승에 가시면 편의점이 있습니 다.”
“편의점?”
“거기 직원분한테 제가 보냈다고 말을 하시면 필요한 물건들 골라 주 실 겁니다. 그 물건 비싸도 사세요.”
오동민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라는 말이 무 슨 의미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 것 이다.
하지만 오동민은 곧 고개를 끄덕였 다. 무슨 이유가 있어 이야기했노라 생각한 것이다.
오동민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는 카 스를 보았다. 카스는 오동민을 물끄 러미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