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571화 (569/1,050)

그 시선에 오동민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카스야…… 나중에 보자. 나중 에…… 아빠가 제일 먼저 너 보러 올게.”

오동민의 말에 방금까지 푸르륵! 푸르륵! 떨고 있던 카스가 몸에 힘 을 주었다.

“어! 어!”

갑자기 몸에 힘을 주는 카스의 행 동에 황민성이 놀랄 때, 카스가 황 민성의 손을 뒷발로 딛고 일어서서 는 어깨에 앞발을 올렸다.

그렇게 황민성의 몸을 의지해 몸을

일으킨 카스가 오동민을 향해 크게 짖었다.

멍! 멍! 멍!

이때까지와는 전혀 다른 짖음에 가 족들이 놀라 이쪽을 보았다.

하지만 카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 속 크게 짖었다. 마치 오동민에게 자기 잘 지내고 있을 테니 조심히 잘 가라고, 자기 걱정은 하지 말라 는 듯 기운차게 말이다.

멍! 멍! 멍!

“카스야, 다음에 보자!”

오동민은 그런 카스에게 웃으며 손 을 흔들어 주고는 강두치와 함께 문 을 열고는 나갔다.

화아악!

그와 동시에 오동민의 모습이 사라 졌다.

멍…….

오동민이 보이지 않자 카스의 짖는 소리가 작아졌다.

스르륵!

이윽고 입을 다문 카스가 황민성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카스 짖는 것이 멈추자 직원이 급 히 다가와 주의를 주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황민성이 연신 사과를 하며 오 실 장을 보자 그가 급히 몸을 돌려 지 갑을 꺼낸 뒤 직원에게 다가왔다.

“정말 죄송합니다. 고인께서 키우 던 애인데…… 아무래도 고인 가시 는 길에 잘 가라고 하는 것 같습니 다. 정말 죄송합니다.”

오 실장이 사과했음에도 직원은 눈 을 찡그렸다. 이미 고인이 키우던 개라는 말에 데리고 들어올 수 있도 록 배려해 줬기 때문이었다.

한마디 더 하려던 직원은 순간 멈 칫했다. 자신의 손에 종이가 들어오 는 것이 느껴진 것이다.

그에 직원이 슬쩍 손바닥 안을 보 고는 미소를 지었다. 십만 원짜리 수표 한 장 때문이었다.

직원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지금 다른 유가족들이 없어서 다

행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짖으면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 다.”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는 오 실장의 모습에 직원이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돈을 받은 것도 있지만, 이렇게 계 속 사과를 하니 더는 말을 하지 않 는 것이다. 게다가 카스가 짖는 것 도 멈췄고 말이다.

그 사이, 상주가 다가왔다.

“잠시 나가시죠.”

상주의 말에 강진과 황민성이 납골 당을 나섰다. 밖으로 나온 황민성은 카스를 내려놓았다.

스륵!

땅에 내려선 카스가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아마도 방금 납골당을 나간 오동민이 어디로 갔는지 찾는 것 같 았다.

5기화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카스를 물끄 러미 보던 상주가 황민성을 보았다.

“죄송하지만 카스 잘 부탁드리겠습 니다.”

자신이 키우지 못하는 것이 미안한 지 정중히 사과하며 부탁하는 상주 의 모습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 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가족처럼 잘 키우겠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상주가 한숨을 쉬고 는 카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신의 손길에도 주위를 두리번거 리는 카스를 보던 상주가 길게 한숨 을 내쉬었다.

그도 마음 같아선 아버지가 키우던 카스를 키우고 싶지만, 사는 곳이 아파트인 데다 집안에 사람이 없는 시간이 많아서 데려다 키우기에는 카스에게나 자신에게나 힘든 일이었 다.

데려가도 낮 동안에는 늘 혼자 있 어야 하니 말이다. 잠시 카스를 보

던 상주가 손에 들린 작은 가방을 내밀었다.

“이건 아버님 조의금입니다. 카스 를 키우다 보면 돈이 필요한 일이 있을 겁니다. 사료가 됐든 병원비가 됐든 이걸로 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 주셔도 되는데요.”

황민성의 말에 상주가 고개를 저었 다.

“저희 아버지도 이걸 바랄 것 같습 니다. 그래서 형제들하고 상의해 서…… 사장님한테 조의금을 맡기기

로 한 것입니다. 부디 카스를 위해 써 주십시오.”

상주가 머리를 숙이는 것에 황민성 이 그를 보다가 가방을 받았다.

“이 돈 카스를 위해서만 쓰겠습니 다.”

고개를 끄덕인 상주가 카스를 보았 다. 그러고는 머리를 쓰다듬다가 말 했다.

“너한테 정말 미안하구나. 그리고 앞으로 잘 살아.”

상주의 말에 카스가 그를 보고는

크게 짖었다.

멍! 멍!

마치 미안해하지 말고 걱정하지 말 라는 듯 말이다. 그런 카스를 보던 상주는 황민성과 강진에게 고개를 한 번 숙이고는 몸을 돌려 납골당으 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상주를 물끄러미 보던 카스가 다시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강진이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르신 이제 가셨어.”

강진의 말에 카스가 물끄러미 주위

를 한 번 더 보다가 바닥에 엉덩이 를 붙였다.

그런 카스를 보던 강진은 한 가지 특이점을 발견했다. 어느새 카스의 눈썹이 살짝 은색 빛을 띠는 것이 다.

‘카스도 JS 영향을 받나 보네.’

영수가 돼 가는 듯한 카스를 보던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저희 가게 가서 식사라도 하시겠 어요?”

“일단 병원 가서 카스 약 바르고

우리 집으로 가자. 카스 집에서 좀 쉬게 해야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카스를 보았 다. 카스는 아직도 목에 고깔 모양 의 보호대를 차고 있었다.

그에 강진이 카스를 볼 때, 오 실 장이 차를 끌고는 다가왔다.

그에 강진이 뒷좌석 문을 열자 카 스가 납골당을 한 번 보고는 뒷좌석 에 올라탔다.

강진이 뒤따라 뒷좌석에 타려 하 자, 황민성이 그를 잡았다.

“형이 카스 옆에 있을게.”

“그러세요.”

강진이 앞에 타자 황민성이 뒤에 올라탔다.

병원에서 카스의 건강 상태를 확인 한 강진은 황민성의 집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강진은 마당에서 이쪽 을 보고 있는 이원익과 장춘심에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오 실장이 없으면 그냥 아는 척을 하겠지만, 있으니 이렇게 인사를 하

는 것이다.

“오랜만에 왔네.”

이원익이 웃으며 말을 걸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오 실장을 보 았다.

그가 있어서 말을 하기 불편하다는 의미였다.

그런 강진의 행동에 이원익이 고개 를 끄덕이며 카스를 보았다. 어느새 차에서 내린 카스가 몸을 부르르 떨 고는 집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제 카스도 여기가 자기의 집이라

는 것을 아는 모양이었다.

‘영수가 돼서 그런가?’

전에도 똑똑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 었다. 그런 생각을 할 때, 오 실장 이 고개를 숙였다.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오 실장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 았다.

“오늘하고 내일은 일정 없으니 집 에 가서 쉬세요.”

“알겠습니다.”

오 실장은 고개를 숙이고는 마당 한쪽에 세워진 자전거에 올라탔다.

“자전거를 타고 가세요?”

자전거를 타고 가는 오 실장의 모 습에 강진이 의아한 듯 묻자, 황민 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집 가까운데 차 끌고 왔다 갔다 하기 그렇다고 자전거를 사시더라 고. 운동도 할 겸 타고 다니시더라.”

“하긴, 이 동네 경치 좋아서 자전 거 탈 만하겠어요.”

고개를 끄덕이며 집 안으로 들어갈

때, 이원익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

“오늘은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 을 모양이야.”

강진이 보자 이원익이 마당을 가리 켰다. 평소 이원익과 장춘심이 밥을 먹는 마당 탁자에는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

이원익의 말대로 고기를 구워 먹으 려는지 삼겹살과 목살, 그리고 껍데 기가 놓여 있었다.

“오셨어요?”

김이슬이 웃으며 나오는 것에 강진

이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인사에 김이슬이 고개를 끄 덕이다가 카스를 보고는 한숨을 쉬 며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버지 가서 슬프겠지만…… 앞으 로 우리 집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보 자.”

“멍!”

김이슬의 말에 카스가 대답하듯 크 게 짖었다. 자기는 괜찮다는 듯이 말이다.

그 사이 황민성은 한쪽에 있는 수 돗가에서 손을 씻었다.

“강진이도 와서 손 씻어라.”

“알겠습니다.”

강진이 와서 손을 씻자 황민성이 수건을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 든 강진이 물기를 닦는 사이 장 여사가 조순례를 휠체어에 태우고 나왔다.

“강진이 왔구나.”

조순례가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자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어머니, 몸은 괜찮으세요?”

“요즘이야 늘 몸이 좋지.”

조순례는 휠체어 옆에 걸려 있는 옥난을 보았다.

“이게 정신을 맑게 해 준다고 하던 데……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정신 을 잃는 날이 그리 없어.”

조순례의 말에 강진이 옥난을 보았 다. 휠체어 옆에는 옥난을 걸 수 있 는 걸이가 붙어 있었다.

“이거 따로 제작을 하신 건가요?”

강진이 묻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 였다.

“어때? 괜찮지?”

“옥난을 걸 수가 있어서 들고 다닐 필요가 없네요.”

“맞아. 난을 최대한 어머니 옆에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내가 아 무리 어머니 옆에서 옥난을 들고 다 녀도 거리가 떨어지잖아. 그래서 휠 체어에 설치를 해 봤어.”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웃는 황민성 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하셨네요.”

강진의 말에 재차 웃은 황민성이 불판에 연결되어 있는 장치의 전원 을 켰다.

치이익! 치이익!

고기가 익어가는 소리에 강진이 물 었다.

“그런데…… 숯불이 아니네요?”

분위기는 숯불 바비큐를 할 것 같 은데 전기 불판을 쓰니 말이다. 강 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숯불도 괜찮기는 한데…… 숯으로 굽다가 타고 검은 연기 나면 그게 다 발암물질이라고 하잖아.”

“그런 이야기가 있죠.”

“그리고 숯불에다 하면 맛은 있는 데 고기가 잘 안 익고 타는 부분도 있어서 어머니하고 먹을 때는 전기 불판에 구워.”

“그렇군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민성이 불판에 고기를 올리고는 집게를 내 밀었다.

“네가 구워라.”

강진은 집게를 받아들곤 고기를 굽 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조순례가 웃었다.

“동생 불러 놓고 부려 먹는 거니?”

조순례의 말에 황민성이 웃었다.

“이 녀석은 좀 부려 먹어도 돼요. 내가 요즘 이 녀석 덕에 일을 얼마 나 많이 하는데요.”

황민성의 농 섞인 말에 강진이 웃 었다.

“그럼요. 요즘 형이 저 때문에 고 생 많이 하시죠. 그러니 편히 앉아 서 드세요.”

황민성은 거 보라는 듯 어깨를 으 쓱이고는 고기를 옆에 놓으며 강진 에게 작게 속삭였다.

“네가 구워야 귀신들이 더 맛있는 것 맞지?”

‘아! 귀신들 맛있게 먹으라고 한 거구나.’

황민성의 말에 강진은 힐끗 주위에 있는 귀신들을 보았다.

조순례의 옆에는 정주현이 있었고, 테이블에는 이원익과 장춘심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미 밥과 젓가락 이 놓여 있었고, 자리도 비워져 있 었다.

마치 그 둘이 앉을 자리라는 듯 말이다.

강진이 두 귀신이 앉아 빈자리를 보자 황민성이 작게 속삭였다.

“요즘 날씨 좋아서 가끔 밖에서 밥 을 먹어. 그럴 때는 저 두 자리는

비워 두지만 음식은 놓지. 이왕 같 은 울타리에 사니 같이 먹자고 말이 야.”

“형수님이나 다른 분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그냥 집안 귀신한테 공양하면 좋 은 일이 생긴다는 미신이 있다고 둘 러댔어.”

“아…… 그걸 믿으세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피식 웃었 다.

“어머니야 내가 거짓말을 해도 믿

어 주실 거고, 이슬 씨야 나를 이해 해 줄 테고…… 장 여사님이야 어머 니 일에 관한 것 아니면 그리 신경 쓰지 않으시니까.”

“아! 그렇군요.”

“이쪽은 대충 익은 것 같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익은 고기들 을 접시에 덜어 식탁에 올렸다.

“자! 식사들 하시죠.”

그에 조순례가 먼저 젓가락을 들고 는 말했다.

“식사들 하세요.”

조순례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식사 를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김이슬이 사료 그릇을 슬며시 식탁 밑에 놓았 다.

“카스야, 밥 먹자.”

카스가 사료에 다가와 냄새를 맡고 는 먹기 시작했다.

그런 카스를 보며 강진은 조금 안 도가 되었다. 혹시라도 도영민이 없 다고 밥을 안 먹거나 힘들어하면 어 쩌나 걱정을 했던 것이다.

‘그래. 앞으로도 밥 잘 먹고…… 잘 지내.’

카스를 보던 강진이 미소를 지을 때, 조순례가 그에게 쌈을 내밀었다.

“강진아.”

“감사합니다.”

강진이 손을 내밀자, 조순례가 웃 으며 말했다.

“그냥 입 벌려. 엄마가 하나 넣어 주려고 그래.”

그에 강진이 웃으며 입을 벌리자,

조순례가 그의 입에 쌈을 넣어주었 다.

“맛있네요.”

강진의 말에 조순례가 웃으며 쌈을 싸서는 황민성의 입에도 넣어주었 다.

황민성이 웃으며 쌈을 받아먹고는 자신도 하나 싸서는 어머니의 입에 넣어주었다.

“많이 드세요.”

“그래. 너도 많이 먹고.”

조순례는 이번엔 김이슬에게 쌈을 싸서 주었다.

“우리 며느리도 많이 먹어.”

“어머니도 많이 드세요.”

그들의 다정한 모습을 보며 웃던 강진은 불판에서 익어가는 고기를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맛있다.’

강진은 기분이 좋았다. 고기가 맛 있어서인 것도 있지만 지금 이 분위 기가 좋았다.

어머니 같은 조순례가 있고 형 같 은…… 아니, 형인 황민성이 있다. 그리고 형수도 있고…….

‘개도 있네.’

정말 평화로운 가족이 가볍게 점심 을 먹는 그런 분위기였다. 이 가족 같은 분위기에 기분이 좋아진 강진 은 미소를 짓다가 아차 싶었다.

‘아차!’

뭔가 빠졌다는 것을 느낀 강진이 작게 입을 열었다.

“배용수, 배용수, 배용수.”

화아악!

배용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강진이 다른 직원들도 불렀다.

화아악! 화아악! 화아악!

귀신들이 나타나자 배용수가 주위 를 보다가 말했다.

“민성 형 집이구나.”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가족이 모여서 식사하는데 우리 가족이 없으면 안 되죠. 식사들 하

세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웃었다. 가 족이라는 말이 무척 듣기 좋은 것이 다.

“가족이라…… 좋네.”

배용수는 강진의 어깨에 자신의 팔 을 둘렀다.

“그렇지. 가족 식사 자리인데 당연 히 우리를 불러야지.”

“당연하지. 넌 내 마누라잖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

다.

“그런 소리 좀 안 하면 안 되냐?”

“왜, 마누라 포지션 마음에 안 들 어?”

강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야…… 너 아파.”

“나? 나 안 아픈데?”

“아니야. 너 아파.”

배용수가 머리를 손가락으로 두들 기는 시늉을 하고는 말했다.

“너 정말…… 많이 아프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웃었다.

“마누라, 이게 병이면 치료 안 하 련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는 한숨을 쉬다 가 고개를 젓고는 젓가락을 집어 든 뒤 탁자 한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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