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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578화 (576/1,050)

578화

“저 아이 죽을 때 아빠도 같이 죽었어.”

“아……

강진이 놀란 눈을 하자, 감초 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장례식장에 가서 애 아빠 봤는 데…… 펑펑 울더라고. 눈 안 보 이는 마누라에 어린 새끼만 두고 가려니 가슴이 찢어진다고. 휴! 게다가 어디 그뿐인가? 자기 어

린 딸까지 같이 가게 생겼으니.”

그때가 떠올랐는지 감초 노인이 한숨을 쉬었다.

“그 이 정말 다리가 안 떨어졌 을 텐데……

“그런데 어떻게 가셨어요?”

그런 상황이라면 귀신으로라도 남아서 가족들을 지켜주고 싶을 것이었다.

강진의 물음에 감초 노인이 잠 시 있다가 입을 열었다.

“은실이가 납골당에 남편 유골 넣을 때 울면서 그랬거든. 당신 그동안 고생 많이 했다고…… 정 말 나 많이 아껴주고 사랑해 줘 서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고. 그 러니 이제는 편히 쉬고.... 편히

가라고. 그 말 듣고 애 아빠가 한참을 울다가 떠났지.”

감초 노인의 말에 강진이 입맛 을 다셨다.

‘남는 것보다…… 더 힘든 길을 걸어 가셨구나.’

애들 아빠는 남고 싶었을 것이

다. 하지만…… 아내의 말에 울 면서 간 것이다.

강진이 입맛을 다시는 사이, 옆 에 앉아 있던 배용수도 한숨을 쉬었다.

“아이고야……

그가 내뱉은 짧은 탄식엔 깊은 안타까움이 담겨 있었다.

그런 배용수를 힐끗 본 강진은 다시 감초 노인을 보며 물었다.

“그럼 생활은 어떻게 하시는 거 죠?”

“그러게. 눈이 안 보이시면…… 일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배용수의 중얼거림에 감초 노인 이 미소를 지었다.

“마을 사람들이 부업거리 같은 것 가져다주면 그거 하지.”

“부업거리요?”

“마늘도 까고, 봉투도 붙이고. 볼펜도 조립하고.”

“손 감각이 좋으신가 보네요.”

“손 감각이 좋아서 하겠나. 그

저 이가 없으면 잇몸인 게지.”

입맛을 다시며 송은실을 보던 감초 노인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나라에서 지원해 주는 것도 있어서…… 어떻게 살림은 꾸려 나가는 모양이야.”

“다행이 네요.”

“거기에 부부 둘 다 이 마을에 서 나고 자랐거든. 그래서 마을 어른들이 삼촌이고 고모고 이모 라…… 이것저것 챙겨주고 도와 주지.”

“마을 분들이 따뜻하네요.”

감초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마을 터가 좋아. 사람들 이 정이 있거든.”

“그런 것 같네요.”

이야기를 나누던 강진은 아이들 을 보다가 튀김을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보육원 아이들이 즐겁게 튀김과 음식을 먹는 것을 보던 강진은

마지막으로 튀김을 한 번 더 튀 겨내고는 선반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가스 불을 끄고는 감초 노인을 보았다.

“애들 여기에 못 다가오게 해 주실 수 있나요?”

“음식 못 먹게 하라고?”

“아니요. 여기 푸드 트럭 안에 요. 칼도 있고 기름도 있어서 위 험하거든요.”

“그 정도야 할 수 있지.”

감초 노인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귀신들은 사람을 막거나 하지 못 하지만, 확실히 감초 노인은 오 래된 귀신이라 이런 것도 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푸드 트럭을 노인에게 맡긴 강진은 반찬 통들을 챙겨서 는 보육원 주방으로 걸어갔다.

옛날 학교를 개조해서 만든 거 라 건물 안에는 취사할 만한 곳 이 없었다.

그래서 1층 교실을 개조해서 주

방으로 쓰고 있었다.

주방에서는 직원들이 아이들 먹 을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리고 그중에는 여학생들도 몇 있 었다.

“실례합니다.”

주방에 들어가기 전에 강진이 말을 하자, 아주머니 한 명이 그 를 보고는 웃으며 말을 걸었다.

“뭐 필요하세요?”

“통 좀 씻었으면 해서요.”

“이리 주세요. 제가 씻어 드릴 게요.”

아주머니가 다가와 손을 내밀자 강진이 통을 건네주었다.

“주방에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아서 부탁드리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들어오셔도 돼요.”

“그럼 제가 할게요.”

“들어오기만 하시고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웃으며 아주머니가 통을 싱크대 에 놓고는 설거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푸드 트럭 사장님 거예 요?”

“네.”

“푸드 트럭은 소득이 괜찮아 요?”

아주머니의 질문에 강진이 웃으 며 고개를 저었다.

“푸드 트럭은 음식 봉사 할 때

쓰려고 만든 거라 소득은 거의 없습니다.”

“어머…… 음식 봉사 하려고 푸 드 트럭을 만든 거예요?”

아주머니가 감탄한 듯 보자 강 진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좀 어렵게 살았거든요. 그래서 배고픈 것이 싫은데…… 음식 장사를 하다 보니 이런 쪽 으로 관심이 가더라고요.”

“그럼 어디 어디 가봤어요?”

“제가 보육원 출신이라 보육원

에 자주 가고, 전에는 소방서에 음식 봉사 한 번 했습니다. 그리 고…… 밤에 배고픈 분들 있는 곳에 식사 봉사하고요.”

“ 노숙자들요?”

아주머니의 말에 고개를 저으려 던 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셈이죠.”

집에서 자지 못하니 귀신도 노 숙자이기는 한 셈이었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이후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

눌 때, 여학생들이 다가왔다.

“저…… 안녕하세요.”

학생이 말을 거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강진의 존대에 여학생이 살짝 얼굴을 붉혔다가 슬며시 말을 했 다.

“저 서울 음식점에 취직하는 거 어렵나요?”

“음식점요?”

“여기 나가면 서울에서 취직하 고 싶어서요.”

여학생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음식점 서빙으로 일하는 건 어 렵지 않을 것 같은데…… 주방에 서 음식 만드는 건 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아……

여학생이 한숨을 쉬자 강진이 말했다.

“제가 보육원 출신이에요.”

“정말요?”

아주머니와 하는 이야기를 못 들어서인지 강진이 보육원 출신 이라는 것을 여학생은 모르고 있 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다 같은 보육원 출신이라는 것에 동질감을 느꼈는지 그녀의 얼굴에 어린 긴장감이 조금은 사 라졌다. 그런 여학생을 보고 강 진이 웃으며 말했다.

“근데 왜 서울이에요?”

“서울에서 살고 싶어서요.”

여학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서울은 기본적으로 방값이 비 싸요. 그건 알고 있죠?”

“네.”

“보육원 나오고 제가 가장 힘들 었던 건…… 서울 방값이었어 요.”

“아……

강진은 서울에서 살면 안 좋은 점들을 하나씩 이야기해 주었다.

그런 강진의 말을 여학생은 주 의 깊게 들었다.

그녀는 서울에서 살고 싶어서 서울에 있는 직장을 다니려 하고 있었다. 일을 하면 생활비는 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강 진이 하는 현실적인 조언을 들으 니 여러 생각이 드는 모양이었 다.

진지해진 여학생들의 표정을 보 고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셋이 동갑이에요?”

“네.”

“그럼 셋 다 서울에서 살고 싶 고요?”

여학생 셋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그나마 혼자보다는 셋이 같이 다니면 외롭지는 않겠네.’

셋이라고 해서 서울 생활이 편 하지는 않을 것이다. 돈을 벌 기 회가 많은 서울이지만, 가진 것 없는 사람에게는 쉽게 기회를 주 지 않는 곳도 서울이니 말이다.

그에 강진이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셋에게 내밀었다.

“혹시 서울에서…… 심심하거나 하면 찾아오세요.”

말은 심심하면 찾아오라고 했지 만, 도움이 필요하면 찾아오라는 것이었다.

“제가 알바를 많이 했던지라 일 은 힘들어도 사람이 좋은 일자리 는 좀 알거든요.”

“사람요?”

일은 힘들어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사람이 힘들면……

강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진짜 할 맛 안 나거든요.”

강진의 말에 여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여학생을 보며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서울 노원에 칼국수 맛집이 있 어요. 거긴 주방 일이 힘들어서 늘 사람 구하니까, 정말 일이 힘 들어도 열심히 할 수 있다 싶으 면 말해요. 소개해 드릴게요.”

“정말요?”

“정말이죠. 근데 각오해야 할 거예요. 거기 주방 전쟁터처럼 힘들거든요.”

“대신 사람이 좋은 곳이죠?”

여학생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 진이 노원에 있는 칼국수 가게를 떠올렸다.

“정말 좋은 분들이 있는 곳이에 요. 그리고 월급도 잘 주니…… 주방에서 일하면서 기반 잡고 음 식 공부를 좀 더 하세요. 아니면 거기에서 칼국수 비법 전수받는 것도 괜찮고요.”

“감사합니다.”

용무가 끝난 여학생들이 공손히 인사를 하고는 한쪽으로 가자, 아주머니가 웃으며 반찬통을 내 밀었다.

“애들한테 좋은 이야기 해 줘서 고마워요.”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여학생 들을 보다가 말했다.

“친한 친구끼리 사회 같이 나가 면 외롭지는 않겠네요.”

“그래도 시작은…… 많이 힘들

죠.”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봉사인지 아니면 직원인 지 모르겠지만 아주머니도 원생 들이 이곳을 나가면 힘든 생활을 시작하는 것을 잘 아는 듯했다.

“사회 초년생은 다 힘든 법이 죠.”

강진은 어느새 설거지가 다 된 통들을 주섬주섬 챙겼다.

“설거지 감사합니다.”

“ 뭘요.

아주머니에게 고개를 숙인 강진 이 주방을 보다가 말했다.

“오늘 점심은 김치 콩나물국인 가 보네요?”

“아침에 애들 튀김을 먹어서 점 심은 좀 칼칼하고 개운하게 준비 하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재차 감사 인사를 한 강진이 슬 며시 말했다.

“저기 그런데 밥을 좀 얻을 수 있을까요?”

“ 밥요?”

“여기에 좀 채워 주시면 감사하 겠습니다.”

“이따가 같이 여기서 드시지 않 고요.”

“날씨가 좋아서 밖에서 좀 먹고 싶어서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아주머니는 밥통에서 밥을 퍼서

는 반찬통에 담아주었다.

“음식 할 때 제가 좀 도와드릴 까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웃었 다.

“아니요. 애들 푸드 트럭에서 많이 먹어서 점심은 조금만 할 거예요.”

“알겠습니다.”

강진은 반찬 통을 들고 주방을 나왔다.

그대로 푸드 트럭으로 향한 강 진은 깨끗해진 반찬통에 김치와 튀김들을 싸기 시작했다.

“주방에서 밥 얻어 온 건가?”

감초 노인의 말에 강진이 튀김 들을 담으며 말했다.

“제가 밥은 따로 안 가져와서 요.”

“그 어묵꼬치도 좀 싸 줘.”

강진이 꼬치에서 어묵을 뽑아서 는 반찬통에 담고는 국물을 떠서 넣었다.

그렇게 모든 반찬을 챙긴 강진 은 반찬통 뚜껑을 닫은 뒤 감초 노인을 보았다.

“그런데 정말 이거 어떻게 가져 가시려고요?”

강진의 물음에 감초 노인이 손 을 스윽 내밀었다.

스윽! 스윽!

감초 노인의 손이 움직이자, 반 찬통들이 불투명하게 변하며 그 의 손에 들렸다.

“ 아.”

그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 였다. 귀신들이 밥을 먹을 때 그 릇을 드는 것처럼 감초 노인이 도시락을 챙긴 것이다.

‘하긴, 저렇게 하면 가져갈 수 있겠네.’

그동안 귀신들은 앉은 자리에서 음식을 먹었지, 음식을 가지고 가지를 않아서 생각을 못 했던 것이다.

“도시락 고맙네.”

감초 노인의 말에 강진이 고개

를 끄덕였다. 그에 감초 노인이 도시락을 들고는 사라졌다.

스르륵!

안개처럼 흩어지듯이 사라지는 감초 노인의 모습에 강진이 옆에 있는 배용수를 보았다.

그 시선에 배용수가 눈을 찡그 렸다.

“저런 거 못 한다니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 고는 통에 담은 튀김을 선반 위 에 올려놓았다.

귀신이 손을 댔다고 해서 상하 지는 않으니 그냥 먹으면 되는 것이다.

감초 노인이 가져간 음식들을 가장 앞에 둬서 애들이 빨리 먹 을 수 있게 한 강진이 새로 음식 들을 통에 담았다.

그렇게 튀김을 담은 통을 봉지 에 넣어 챙긴 강진은 푸드 트럭 에서 내렸다.

그러고는 송은실을 보았다. 송 은실은 차지혜가 음식을 먹는 것 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보이지 않을 텐데도 딸이 맛있게 먹는 것은 아는 모양이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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