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9화
“엄마, 어묵 맛있어. 먹어 봐.”
자신의 손에 쥐어지는 꼬치에 송은실이 미소를 지었다.
“엄마는 괜찮아. 딸 많이 먹어.”
“같이 먹어. 먹고 저기에 또 있 으니까 또 가져오면 돼.”
딸의 말에 송은실이 어묵 꼬치 를 손으로 더듬거리고는 끝을 확 인했다.
따스한 어묵이 손에 닿자, 송은 실이 그것을 입에 가져갔다.
“그래. 참 맛있네.”
“푸드 트럭 아저씨 자주 왔으면 좋겠다.”
딸의 말에 송은실이 웃을 때, 목소리가 들렸다.
“자주 온다는 약속은 못 하지 만, 자주 오도록 노력은 해야겠 다.”
아까 들었던 푸드 트럭 사장의 목소리에 송은실이 목소리가 들
린 곳을 보았다.
“음식이 아주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강진은 웃으며 차지혜를 보았 다.
“튀김 맛있어?”
“네! 당근이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어요.”
차지혜가 야채 튀김에 있는 당 근을 가리키는 것에 강진이 재차 웃었다.
“지혜는 당근 싫어해?”
“좋아해요. 근데 이렇게 먹으니 더 맛있어요.”
차지혜의 말에 강진이 봉지를 탁자에 놓았다.
“튀김하고 어묵 좀 쌌어. 나중 에 집에 가서 더 먹어.”
“와! 감사합니다.”
차지혜가 웃으며 배꼽 인사를 하는 것에 강진이 웃었다.
“애가 참 이쁘네요.”
강진의 말에 송은실이 미소를 지었다.
“마음도 무척 예쁘답니다.”
송은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은 문득 주위를 두리번거렸 다.
차지연이 안 보이는 것이다. 조 금 더 주위를 둘러보던 강진은 카스의 등에 올라타서 놀고 있는 차지연을 볼 수 있었다.
“ O 럇 I O 럇 I”
11 —— 才、• * —— 才、•
차지연이 아이라고는 해도 아홉
살이라 아주 작지는 않다.
그런데도 카스는 차지연을 태운 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놀아주 고 있었다.
‘하긴, 귀신이라 무게가 안 느껴 지니 상관없나?’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강 상식이 공을 차며 다가왔다.
“강진아.”
강상식의 부름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이따가 점심 먹고 축구하기로 했는데 같이 하자.”
“축구요?”
“여기 애들하고 한 판 하기로 했어.”
“좋죠.”
“아! 그리고 이따가 희섭이 올 거야.”
희섭이라는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희섭? 장희섭요?”
"응."
흐.
“희섭이 훈련해야 하는 것 아니 에요?”
“유스 팀은 주말에는 자율이 야.”
자율이라는 단어에 강제라는 단 어가 들어가는지 아닌지 모르겠 지만, 일단 유스 팀은 평일에만 훈련이고 주말은 쉬는 모양이었 다.
“여기 애들 중 몇이 축구 좋아 하는데 희섭이를 알더라고.”
강상식은 말을 하는 동안 발로 공을 툭툭 차서 공중에 띄우더니 그것을 손으로 잡았다.
“희섭이가 우상이더라.”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공을 차 는 학생들을 보았다.
‘같은 보육원 출신이라 그런가 보네.’
같은 보육원 출신인데다 요즘 활발하게 활약하는 장희섭이니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모양이 었다.
게다가 돈 없다고 시합도 못 나 가던 스토리까지 있으니 더욱 친 근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강 상식이 말했다.
“그래서 아까 희섭이하고 전화 연결해 줬는데... 이야기하더니
와 보고 싶어 하더라고.”
“바쁜데 형이 말해서 오는 것 아니에요?”
강상식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 다.
“자기가 우상이라는 말 듣고는 오고 싶어 안달을 내더라고. 아! 그리고 지가 먼저 여기에 오면 안 되냐고 부탁을 했어.”
“그렇다면야…… 그런데 어떻게 와요?”
레드윙 유스팀은 수원에 있다. 같은 경기도 권이라 그리 멀지는 않아도 오기 쉬운 거리가 아니었 다.
“거기 직원한테 말해서 태워 오 라고 했어. 아! 희섭이 유니폼도 몇 벌 가져오라고 했다. 애들 주
려고.”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말했다.
“그런데 그쪽 구단하고는 아직 관계 좋은가 봐요?”
오성그룹 계열사인 오성화학 사 장이지만, 아버지 돌아가시고 난 후에는 적과 다름없이 되어 버린 상황이다.
형제 가족들이 강상식의 오성화 학을 먹고 싶어 하니 말이다. 그 런 상황인 만큼 오성그룹 소속
구단인 레드윙에는 강상식의 입 김이 통하지 않을 것이었다.
“아! 이야기 안 했구나. 내가 레드윙 구단주야.”
“형이요?”
“희섭이하고 애들 유스에서 활 약하는 것 보고, 아버지가 나한 테 레드윙 구단주 맡겼거든.”
“그게 그렇게 쉽게 바꿀 수가 있는 거예요?”
“돈 주는 사람이 바꾸라고 하면 바꾸는 거지.”
어려운 일 아니라는 듯 웃는 강 상식의 모습에 강진이 일단 고개 를 끄덕였다.
“잘 됐네요.”
축구를 좋아하는 강상식이니 레 드윙 운영에도 관심을 가지고 잘 할 것이었다.
강진의 축하 인사에 강상식이 입맛을 다셨다.
“근데 생각보다 운영비가 많이 들어가네.”
“운영비를 형이 지불하는 거예
요?”
“전에야 그룹 차원에서 운영했 지만…… 지금은 누가 주겠어?”
“아……
“지금은 그룹 후원 거의 잘리 고, 오성화학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어. 그래서 형 열심히 돈 벌어 야 한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다가 송은실을 가리켰다.
“이쪽은 송은실 여사님, 그리고 이쪽은 따님인 차지혜 양이요.”
강진의 소개에 강상식이 고개를 숙이려다가 멈칫했다. 송은실이 눈이 안 보이는 것을 안 것이다.
하지만 강상식은 곧 미소를 지 으며 고개를 숙였다.
“강상식 입니다.”
“송은실 입니다.”
송은실이 인사를 하자 강상식이 차지혜를 보았다.
“이쁘게 생겼네.”
“감사합니다.”
강상식의 말에 차지혜가 배꼽 인사를 했다. 그런 차지혜를 보 던 강진이 강상식을 보았다.
“형, 공 주세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공을 툭 하고 던져주자, 강진이 그 공을 발로 차고는 앞으로 나갔다.
강상식이 자신의 뒤를 따라오자 강진이 공을 발로 짚고는 그를 보았다.
“형네 회사에 재택 근무 같은 것 없어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힐끗 송 은실을 보았다.
“저분 일 드리게?”
“딸하고 둘이 사는데…… 눈이 안 보이시니 일을 하기도 어렵 고. 사정이 딱하셔서요.”
“둘이 살아?”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상식 이 송은실을 보다가 말했다.
“우리 그룹……
말을 하던 강상식이 입맛을 다
셨다.
“그룹 차원에서는 안 되겠다.”
“ 그룹요?”
“오성 그룹 사회 복지 재단이 있거든. 그곳에서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한 여러 사업을 기획하 고 추진하는데…… 거기 사촌 동 생이 관리하거든. 그 녀석도 나 싫어하니 그쪽 도움은 어렵겠 다.”
“아......"
강상식은 안타깝다는 둣 송은실
을 보았다. 그 또한 송은실을 진 심으로 돕고 싶었다.
딸과 같이 있는 송은실을 보며 강상식은 조용히 말했다.
“그나저나 눈이 안 보이시 면…… 애 키우기 힘들었을 텐 데.”
“그렇죠. 애를 늘 보면서 키워 도 다치는 것이 일상인데……
“어머니가 참 대단한 것 같아.”
잠시 송은실을 보던 강상식은 장은옥을 떠올렸다. 어렸을 때라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자신 을 어릴 때부터 키운 장은옥이니 갓난아이였던 자신을 그렇게 키 웠을 것이다.
그런데 송은실은 눈이 안 보이 니 얼마나 힘든 육아를 했을지 감이 오지 않았다.
잠시 송은실을 보던 강상식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고개를 끄 덕였다.
“전화는 받으실 수 있잖아.”
“그렇죠.”
강진의 답에 강상식이 잠시 뭔 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그럼 우리 회사 고객 상담 팀 에 자리를 마련하면 될 것 같은 데.”
“고객 상담?”
“전화로 고객의 불만 듣고 설명 하는 거니…… 정신 노동이라 스 트레스가 있기는 하지만 집에서 하기에는 이만한 것이 없는 것 같아서.”
“근데 집에서 할 수 있어요? 그
거 회사에서 하는 걸 텐데? 그리 고 전화 상담 업무도 컴퓨터를 쓸 줄 알아야 할 텐데요?”
“아! 그렇구나.”
거기까진 미처 생각을 못 한 듯 머뭇거리던 강상식은 주위를 두 리번거렸다. 그러다 한쪽에서 어 머니 옆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 는 황민성을 발견하고는 그에게 다가갔다.
“형.”
황민성이 바라보자 강상식은 방
금 있었던 일을 그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황민성은 송은실 쪽을 보았다.
“힘들겠구나.”
조순례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이 안 보이는 상태 에서 애를 키우는데 얼마나 힘들 었을까 생각을 하니 짠했다.
“그래서 도와주고 싶다고?’’
“후원을 해 줄 수도 있겠지 만…… 일자리를 알아봐 주는 것
이 더 좋지 않을까요?”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는 물고 기를 잡는 법을 알려드리는 것이 낫지.”
황민성은 송은실 쪽을 보다가 말했다.
“고객 상담실은 전화 업무만 하 는 것이 아니라서 아무래도 안 될 거야.”
그런가요?”
강상식의 물음에 황민성이 고개 를 끄덕였다.
“요즘 같은 시기에 컴퓨터 못 다루면 어렵지.”
“그래서 말인데 혹시 일을 할 만한 다른 자리가 있을까요?”
강상식의 물음에 황민성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애를 키우셔야 하니…… 출퇴 근은 어렵고 재택근무를 해야 겠 네.”
“그렇죠.”
“확실히 전화 업무만 한 것이 없기는 하네.”
잠시 생각하던 황민성은 강상식 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왜 웃으세요?”
“남을 도우려고 머리 쓰는 네가 기 특해서.”
“저야 뭐…… 강진이가……
민망한 둣 중얼거리는 강상식을 보던 황민성이 웃으며 강진을 보 았다.
“네 생각은 어때?”
“전화 업무가 가장 나이스인 것 같기는 한데…… 형 말 듣고 보 니 컴퓨터가 걸리네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세 사람이 이야기를 나 누던 찰나, 카스가 조순례의 곁 으로 다가왔다.
헥 헥 헥!
뛰어다녀서 지친 듯 혀를 내놓 고 숨을 쉬는 카스를 보며 조순
례가 국그릇에 물을 받아서는 앞 에 내려놓았다.
그릇이 바닥에 닿기가 무섭게 허겁지겁 물을 마시는 카스를 보 던 강진이 위에 타고 있는 차지 연을 보았다.
차지연은 재밌다는 듯 카스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런 차지연을 보던 강진이 문 득 그녀의 손을 잡았다.
“왜요?”
강진이 슬쩍 옆을 가리키자, 차
지연이 카스의 머리를 쓰다듬고 는 내려왔다.
그런 차지연을 데리고 강진이 옆으로 가서는 말했다.
“혹시 어머니 잘하시는 것 있 어?”
“우리 엄마요?”
“아저씨가 어머니 일자리를 좀 알아봐 주려고 하는데.”
강진의 말에 차지연이 웃었다.
“우리 엄마 일하고 싶어 해요.”
차지연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어머니 하실 수 있는 것 뭐 있어?”
“우리 엄마 컴퓨터 잘해요.”
차지연의 말에 강진이 놀란 눈 으로 그녀를 보았다.
“엄마가 컴퓨터를 할 줄 아셔?”
“그럼요. 우리 엄마 컴퓨터 되 게 잘해요. 이렇게 생긴 키보드 로 글도 쓰고…… 읽기도 하고 그래요.”
차지연이 손으로 네모난 뭔가를 만들어 보였다.
“그게 뭔데?”
“저도 잘 모르는데 눈이 안 보 이는 사람들이 손으로 글을 읽고 쓰게 해주는 기계래요. 우리 엄 마 그걸로 블로그도 운영해요.”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말에 강진 이 그녀를 보다가 웃었다.
“왜 웃어요?”
“아저씨가 참…… 편견이 없다 고 생각을 했는데…… 이제보니
편견 덩어리였다.”
강진은 차지연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어 주고는 황민성과 강상 식에게 다가갔다.
“형!”
밝게 웃으며 다가오는 강진의 모습에 황민성과 강상식이 그를 보았다.
“아주머니 컴퓨터 잘 다루신대 요.”
“응? 그게 무슨……?”
황민성이 의아한 듯 그를 보다 가 피식 웃으며 강진이 있었던 곳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 였다.
“제가 편견 덩어리였더라고요.”
“무슨 소리야?”
“몸이 불편한 사람은 그런 일을 할 수 없다는 편견요.”
“아......"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입맛을
다시며 머리를 긁었다.
“그건 나도…… 상식이도 마찬 가지인걸. 그래도 다행이네. 그럼 상식이가 일자리 제안하면 되겠 다.”
말을 하며 황민성이 강상식의 어깨를 툭쳤다.
“가서 제안드려라.”
강상식은 얼떨떨한 얼굴로 둘을 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뭔지 모르겠지만 둘만 뭔가 아 는 것 같은데…… 서운해요.”
분위기를 보니 강진이 뭔가 했 고, 그게 뭔지 황민성은 아는 듯 했다.
그런데 자신은 모르니 서운한 것이다.
“나중에 강진이하고 더 친해지 면 그때 알아둬.”
“지금도 친한데……
“친해도…… 너 알면 자다가 오 줌 싼다.”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갸웃거렸다가 천천히 끄덕였다.
“그럼 다음엔 꼭 이야기하기로 해요.”
그러고는 귀에 끼고 있는 블루 투스 이어폰을 손으로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