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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580화 (578/1,050)

580화

강상식은 회사 비서를 통해 전 화 상담 센터의 관리자와 통화를 했다.

상담 일에 대한 것을 묻고 자리 하나를 이야기한 강상식은 통화 를 마무리했다.

그 모습에 황민성이 물었다.

“뭐래?”

“사장이 직원 하나 뽑으라는데

알겠다고 하죠.”

“사장 되자마자 직원 특채하는 거냐?”

황민성이 웃으며 상식이 웃었다.

하는

말에

직원

저희

“전화 상담 센터 는 것이 특채라면 사들 반은 잘라야겠네요.”

하나 회사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그럼 되는 건가요?”

“눈이 안 보인다고 하니 조금

난감해하기는 하는데…… 컴퓨터 다룰 줄 알고 재택 근무 하는 쪽 으로 하면 되지 않겠냐 하니 알 겠다고 했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피식 웃었다.

“그쪽 담당자도 당황했겠다.”

“아무래도 그럴 테죠.”

고개를 끄덕이던 강상식이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본사에서 교육을 받아 야 한다고 하던데…… 서울에 오

기는 힘드시지 않을까?”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컴퓨터 잘하신다고 하니까 원 격 교육 받으면 되지 않겠어요?”

“음…… 그건 또 그렇네.”

고개를 끄덕인 강상식은 송은실 에게 걸음을 옮기려다가 황민성 을 보았다.

“형은?”

“너네 회사 직원 뽑으러 가는데 나까지 갈 일이 있냐. 갔다 와.”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고 움직 이려 하자, 황민성이 말했다.

“그리고……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그를 돌아보았다.

“미사여구는 필요 없다.”

“네‘?”

황민성은 송은실 쪽을 보며 말 했다.

“너는 그냥 도우려는 거겠지만,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동정일 수

도 있어.”

“그건…… 그렇죠.”

“처음에 말 꺼내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거지?”

“그것도…… 그렇죠.”

강상식은 최대한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게 이야기를 하다가 일 자리를 제안할 생각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해. 네 가 상대를 도우려 한다는 생각 말고 그저 일자리를 제안하는 거 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강상식은 잠시간 생각하다가 고 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가.”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진과 함께 송은실 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강진과 강상식을 보던 조 순례가 슬며시 황민성의 손을 잡 았다.

“좋은 동생들이 생겼구나.”

“좋은 녀석들이죠.”

그러고는 황민성이 조순례를 보 며 말했다.

“제가 이상하게 인복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예전에…… 어머니 속 썩일 때 도 좋은 동생들이 있었거든요.”

물론 황민성 입장에서 좋은 동 생들이었고, 동네나 학교에서는 꼴통 중에 꼴통들이었다.

“병만이 생각나는구나. 그 녀석 우리 가게 떡볶이를 그렇게 좋아 했는데.”

자신의 뒤를 따라다니던 동생 중 하나를 기억하는 조순례의 모 습에 황민성이 웃었다.

“그 돼지 자식은 지금 전라도 진안에서 고깃집 하고 있어요.”

“그래? 연락하고 지내?”

“제가…… 그 안 좋은 시기에 자기도 이쪽 일 하고 싶다고 찾 아왔었어요.”

“그랬어?”

“그래서 혼 좀 내고는 제주도에 서 고깃집 하는 형님한테 맡겼어 요. 지금은 자기가 따로 가게 열 어서 고깃집 하더라고요.”

“한 번 보고 싶네. 떡볶이 해 준다고 한 번 놀러 오라고 해.”

자신의 손을 쓰다듬는 조순례를 보던 황민성은 예전에 자신을 따 르던 동생들을 떠올렸다.

자신이 타일러서 은퇴시킨 애들 도 있지만, 자신이 먼저 은퇴해

서 소식을 모르는 동생들도 있었 다.

‘녀석들도 은퇴할 때가 됐을 텐 데.’

자신을 따르던 동생들이지만, 손을 씻기로 마음먹은 이후 연락 은 하지 않았다.

그쪽 생활을 아직도 하고 있는 동생들과 연락을 하게 되면, 알 게 모르게 그쪽에 손을 담그게 될 테니 말이다.

그래서 동생들의 생활이 어떠한

지 잘 알지 못했다. 잠시 동생들 을 떠올리던 황민성은 강진과 강 상식을 보았다.

그 둘은 송은실과 이야기를 나 누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일부러 인기척을 내며 인사를 건넨 강상식은 곧장 본론을 꺼내 들었다.

“혹시 재택 근무 생각 있으십니 까?”

“네?”

앞뒤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 가는 강상식의 말에 송은실이 의 아한 듯 목소리가 들린 곳을 보 았다.

“저희 회사엔 고객 상담 센터가 있습니다. 이 부서에서 일하실 경우 집에서 전화로 고객의 이야 기를 듣고 불만 사항 체크하고 상담하면 됩니다. 불만을 가진 고객과의 전화 상담이라 스트레 스가 꽤 있는 정신노동이긴 합니 다.”

강상식의 설명에 송은실이 의아 한 듯 소리가 들린 곳을 보다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집에서 일을 할 수 있어요?”

“네. 출퇴근하지 않고 집에서 전화 상담 업무를 보시면 됩니 다.”

“그……

“엄마 잠깐만.”

차지혜가 튀김을 내려놓고는 강 상식을 보았다.

“회사가 어떤 회사인데요?”

차지혜가 눈을 빛내며 묻자 강 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오성화학이라고 아니?”

“오성화학?”

“그 샴푸하고 비누, 치약 같은 곳 만드는 곳인데.”

물론 오성화학이 만드는 것은 그것보다 더 많다. 하지만 일반 인에게 친숙한 제품은 이쪽이라 이것으로 설명을 한 것이다.

“비누에 오성이라고 써져 있는 것 본 적 있어?”

“어? 있어요. 우리 집 비누 그 거 쓰는데?”

“그거 만드는 회사야.”

“와! 그럼 우리 엄마 거기서 일 하면 비누하고 치약도 줘요?”

“그럼. 치약도 주고 비누도 주 고……

강상식이 송은실을 보았다.

“월급도 드립니다.”

월급이라는 말에 송은실이 그를 보았다. 그녀는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에 차지혜가 말했다.

“월급은 얼마인데요?”

“그……

말을 하려던 강상식이 입을 다 물었다. 상담 센터 직원들 월급 이 얼마인지 모르는 것이다.

“월급이 얼마인지는 저도 자세 히 모르겠지만, 일반 직장인들에 비해 작지는 않을 겁니다. 저희

회사가 다른 건 몰라도 직원 복 지와 월급에 대해서는 잘 챙겨 주거든요.”

“ 진짜요?”

차지혜가 다시 묻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물론이야.”

강상식의 말에 송은실이 멍하니 있다가 말했다.

“하…… 할게요.”

송은실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천천히 생각해 보시고 내일쯤 제가 다시 연락을 드리겠습니 다.”

“아니요. 저 할게요.”

단호하게 말하는 송은실의 모습 에 강상식이 재차 고개를 끄덕였 다.

“스트레스가 많은 업무입니다. 괜찮으시겠어요?”

송은실은 차지혜의 어깨를 손으 로 만지며 말했다.

“아무리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해도…… 일을 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우리 애 옷 사 주고 맛있는 것 人} 줄 수 있으면 저 참을 수 있어요.”

잠시 말을 멈춘 송은실이 미소 를 지었다.

“저는 참는 것을 아주 잘해요.”

송은실의 말에 강진과 강상식의 얼굴에 안타까움이 어렸다. 참는 것을 아주 잘한다는 말이…… 무 척 슬프고 짠하게 느껴진 것이 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컴퓨터를 다룰 줄 안다고 하시던데요?”

“네. 할 줄 알아요.”

“저기 죄송한데…… 컴퓨터는 어떻게?”

“남편이 저 혼자 있으면 심심하 다고 시각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 는 컴퓨터 교육을 받게 해 줬어 요. 그래서 컴퓨터를 배웠어요. 아! 저 점자도 읽고 찍을 수 있 어요.”

자신이 할 줄 아는 것을 더 말

하는 송은실의 모습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군요.”

이야기를 하던 송은실은 주머니 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저 핸드폰으로 인터넷도 할 줄 알아요.”

송은실이 꺼낸 핸드폰을 본 강 상식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핸드폰이 좀 특이하게 생겼기 때 문이었다.

일반 액정이 있고 밑에 좀 큰

바가 달린 형태였다.

“핸드폰이 좀 일반적이지 않네 요?”

“이건 시각 장애인들 위한 점자 핸드폰이에요.”

송은실이 핸드폰을 만지자 밑에 바에서 돌기들이 튀어나왔다. 그 돌기들을 손으로 스윽 흩자 돌기 들 모양이 다시 변했다.

“이렇게 하면 손으로 뉴스를 읽 거나, 내가 쓴 글을 읽을 수 있 어요.”

“이런 핸드폰이 있었네요. 본 적이 없는데.”

“L 전자에서 만든 건데…… 따 로 광고는 안 하고 알음알음 파 는 상품이에요.”

“아……

이강혜 회사에서 만들었다는 말 에 강진이 핸드폰을 새삼스러운 눈으로 보았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전용 단말 기면 돈이 안 될 텐데…… 대단 하시구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핸드폰 개발도 적자가 되는 경우가 많은 데, 이건 시각 장애인만을 대상 으로 하니…… 100% 적자가 날 상품이었다.

그런데도 이런 상품을 만들어서 판다는 것은 말 그대로 시각 장 애인들을 생각한 것이었다.

강진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핸 드폰을 보자, 차지연이 말했다.

“예전에는 저기 핸드폰 뒤에 저 바 같은 것을 꽂아서 썼어요.”

강진이 보자, 차지연이 말을 이 었다.

“이만한 것을 꼽아서 썼는데, 눈이 안 보이는 분들이 그것을 잃어버리거나 못 찾는 경우가 많 아서 저렇게 핸드폰하고 일체형 으로 새로 만들었대요.”

차지연의 말에 강진이 핸드폰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핸드폰에 꽂아서 쓰는 부 속품이면 따로 떨어져 있을 때 찾기가 쉽지 않았겠다.’

눈이 안 보이는 분들이니 정해 진 장소에 물건들을 두고 찾아 쓰겠지만, 사람이라는 것이 실수 를 할 때가 있으니 잘못 두면 찾 기 어려웠을 것이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하며 핸드 폰을 볼 때 강상식이 말했다.

“전화번호 알려주시면 저희 직 원에게 전달하겠습니다. 그럼 내 일 중에 전화가 갈 겁니다.”

“감사합니다.”

송은실이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

자 강상식이 직원에게 문자를 보 냈다.

“와! 그럼 우리 엄마 이제 일하 는 거예요?”

차지연이 환하게 웃으며 외치는 것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 고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에 차지연이 웃으며 차지혜를 보았다.

“지혜야! 엄마 일할 수 있대!’’

차지연이 좋아서 폴짝폴짝 뛰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두 소녀를

보았다.

강진과 강상식이 다가오자 황민 성이 물었다.

“어떻게 됐니?”

“잘 됐어요. 일하고 싶으셨대 요.”

“기분 안 나쁘시게 잘 했지?”

“다행히 기분 안 나빠하시더라 고요.”

“잘 됐구나.”

조순례가 웃으며 하는 말에 강 진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런데…… 참는 것을 아주 잘 한다는 말 많이 아프네요.”

“무슨 말이야? 참는 것을 아주 잘한다니?”

황민성이 되묻자 강상식이 방금 나눈 대화를 이야기해 주었다.

이야기를 들은 조순례는 안쓰러 운 눈으로 송은실 쪽을 보고는 말했다.

엄마는 늘 참으니까.”

황민성이 보자 조순례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엄마는 늘 참으니까.”

조순례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아까 송은실이 이야기할 때도 마음이 아팠는데…… 조순 례의 말을 들으니 그 말을 듣고 아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엄마라서……

엄마라서 참는 것이 익숙한 것 이다. 아이를 위해 참고, 가정을 위해 참고…… 그저 참는 것이

다.

그리고 앞으로는 일을 하면서도 참을 것이다. 아이에게 맛있는 것을 사 주고, 옷을 사주기 위해 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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