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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588화 (586/1,050)

588화

배용수가 사무실 문을 뚫고 들 어가는 것을 보던 강진이 황민성 을 보았다.

“들어갔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문을 보 았다.

“이제 기다리면 되겠네.”

강진도 다시 문을 볼 때, 배용 수가 나왔다. 생각보다 빠르게

나오자 강진은 의아해하며 물었 다.

“어때?”

“화 당하는 쪽이 신인성이더 라.”

그러고는 배용수가 말을 이었 다.

“그런데 친구끼리 일하는 거라 하지 않았어?”

“그런데 왜?”

“화내는 놈, 지가 완전 윗사람

인 것처럼 화를 내던데?”

배용수의 말을 강진이 전해 주 자, 황민성이 입맛을 다셨다.

“친구끼리 사업을 했다 해 도…… 돈을 많이 내는 쪽이 일 단 서열이 위기는 하지. 게다가 이 사무실도 돈 많이 내는 쪽 아 버지가 임대를 해 주는 거니까.”

“건물주 자식이라는 거네요?”

“그런 셈이지. 그렇다 보니 입 김도 더 큰 거고.”

황민성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친구끼리는 돈거래도, 사업도 같이 하면 안 되는 거 야.”

그러고는 황민성이 사무실 문을 두들겼다.

톡톡톡!

“들어가자.”

노크를 함과 동시에 사무실 안 이 조용해졌다. 그러다 잠시 후 문이 열렸다.

문을 연 남자는 황민성과 강진, 그리고 뒤에 선 오 실장과 고경

수를 의아한 둣 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황민성을 위아래로 한 번 훑어본 그의 얼 굴에 미소가 어렸다.

‘이야…… 이게 다 얼마야?’

황민성이 입고 있는 옷부터 시 계, 벨트, 구두까지…… 중형차 한 대 값은 충분히 나올 것 같았 다.

“어서 오십시오. 들어오세요.”

반갑게 문을 열고 옆으로 서는 남자를 보며 배용수가 말했다.

“방금 화내던 놈".”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한 번 보고는 황민성과 함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사무실 안에는 젊은 남자 넷이 있었다. 자신들을 보는 남자 넷 을 보며 문을 열어준 남자가 명 함을 꺼내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여기 오성스 타 대표 임방혁입니다.”

황민성은 명함을 받자마자 뒤로 내밀었다. 그에 고경수가 급히

나서 명함을 받았다.

그 모습에 임방혁의 얼굴에 살 짝 미소가 어렸다.

‘역시 뒤에 둘은 비서구나.’

분위기상 뒤에 있는 둘은 비서 로 보였다. 두 사람을 체크한 임 방혁은 강진을 보았다.

‘그런데 애는 뭐지?’

뒤에 있는 둘은 앞에 있는 돈 많아 보이는 남자의 비서인 것 같은데…… 남자와 비서 사이에 서 있는 이는 뭐하는 사람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옷도 평범한 청바지에 가벼운 티셔츠 차림이라…… 황민성과 어울리는 급으로 보이지 않았고 말이다.

임방혁이 두 사람을 살필 때, 강진과 황민성은 그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신인성을 살피고 있었다.

신인성은 방금 다툼 때문인지 얼굴이 살짝 굳어져 있었다. 하 지만 강진과 황민성의 시선에 급 히 표정을 풀고는 작게 고개를

숙였다.

그와 거의 동시에 임방혁이 웃 으며 말했다.

“저희 회사에는 어떤 일로 오셨 는지요.”

“아……

강진이 답을 하려던 찰나, 임방 혁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

“아차차! 손님이 왔는데 서 있 게 했네요. 일단 이쪽으로 앉으 시죠.”

임방혁은 사무실 가운데에 있는 원형 테이블을 가리켰다. 그러고 는 신인성을 보며 말했다.

“인성아, 여기 시원한 음료수 좀 줘.”

신인성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는 사무실 한쪽에 있는 냉장고에 서 음료수를 꺼내다가 강진과 황 민성을 보았다.

“음료 뭐로 드릴까요?”

“인성아, 뭐가 있는지를 먼저 말씀드려야지.”

신인성의 말을 끊는 임방혁의 모습에 강진이 냉장고 쪽을 보다 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커피?’

냉장고 옆에는 커피를 갈고 내 리는 기구가 놓여 있었다. 요즘 엔 직접 원두를 갈아서 커피를 내리는 사람들이 많으니 이상할 것이 없지만…… 일반 사무실에 서는 이러한 도구들을 보기가 어 려웠다.

보통은 믹스 커피거나, 돈을 좀 더 들여 액상형 커피 머신을 두

니 말이다.

게다가…….

‘저 봉투…… 소 사장님이 마시 는 브랜드 같은데?’

커피 머신 옆에 있는, 붉고 푸 른색이 겹쳐져 있는 커피 봉투는 소월향의 가게에서 본 그것이었 다.

“뭐 마실래?”

황민성의 물음에 커피 봉투를 보던 강진이 말했다.

“여기는 직접 커피를 내려서 마 십니까?”

강진의 물음에 임방혁이 웃으며 말했다.

“저희 직원이 커피 직접 내리는 것을 좋아해서요.”

직원이라는 말에 신인성의 얼굴 이 살짝 굳어졌다. 자신은 직원 이 아니라 동업자인 것이다.

“저도 저 브랜드 좋아합니다.”

강진이 커피 봉투를 가리키자, 임방혁이 힐끗 황민성을 보았다.

그 시선에 황민성이 말했다.

“그럼 저희 저 커피로 부탁드리 겠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임방혁이 신인성 을 보았다.

“인성아, 커피 네 잔. 아니 다섯 잔.”

신인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커 피 원두를 기계에 넣어서 갈기 시작했다.

드르륵! 드르륵!

손으로 직접 갈아내는 신인성을 보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소 사장님 같네.’

원두를 가는 신인성의 모습에서 소월향이 보였다. 소월향의 가게 에서는 늘 커피향이 났다.

그리고 가끔은 그 자리에서 원 두를 갈아 커피를 내려주곤 했 다.

‘아빠의 싫은 모습도 닮는 것이 아들이라고 하더니……

강진은 예전에 대학 친구 중 한

명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아빠가 술 마시고 양말을 벗지 도 않은 채 소파에서 자고 있으 면 그게 그렇게 보기 싫었다 고……. 그런데 어느 날 술 마신 뒤 자고 일어났는데, 엄마가 ‘너 는 어떻게 아빠하고 똑같냐.’고 말을 해서 보니 자신도 양말을 신은 채 소파에서 자고 일어났다 는 이야기였다.

그런 것을 보면 확실히 자식은 부모를 닮아가는 것 같다. 좋은 모습이든 나쁜 모습이든 말이다.

‘하긴…… 자라면서 본 게 두 분의 모습이니 안 닮을 수가 없 지.’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임 방혁이 슬며시 자리에 앉았다.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오성스 타 대표 임방혁입니다.”

말을 하며 임방혁이 황민성을 보았다. 자기소개를 다시 한 이 유는 그쪽이 누구냐는 의미도 있 었다.

황민성은 그 의도를 알고 있음

에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다가 강진을 보았다.

“임 사장님이 자기소개 했으니 너도 소개해야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제가요?’

황민성이 대표로 나설 줄 알았 는데 자기 보고 나서라 하니 얼 떨떨했다.

강진의 소리 없는 물음에 황민 성은 고개를 살짝 끄덕일 뿐이었

다. 그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갸 웃거렸다.

‘사업가 모드가 되셨네?’

싸늘한 황민성을 보던 강진이 임방혁을 보았다.

“저는 강남 논현에서 식당 하는 이강진입니다.”

“아! 강남에서 식당을 하시는구 나.”

임방혁은 대단하다는 듯 강진을 보았다.

‘사람은 겉모습만 봐서는 모른 다고 하더니.’

임방혁이 그런 생각을 할 때, 강진이 말했다.

“작게 하고 있습니다.”

“작아도 강남 논현인데요. 대단 하십니다.”

웃으며 이야기하던 임방혁은 황 민성 뒤에 서 있는 고경수와 오 실장을 보았다.

“두 분도 앉으시죠.”

“괜찮습니다.”

오 실장이 정중하게 거절을 하 고는 같은 자세로 서 있자, 임방 혁은 더는 권하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앞에 있는 남자가 생각보다 더 거물일 것이라 추측 했다.

‘하긴, 비서 한 명도 아니고 둘 이나 데리고 다니는 사람인 데..

비서 둘의 인건비만 해도 월 육, 칠백은 나갈 테니 말이다.

“그런데 저희 회사에는 어떤 일 로 오셨는지요?”

“일 이야기는 저쪽 분 오시면 하겠습니다.”

강진이 신인성을 보며 하는 말 에 임방혁이 의아한 듯 말했다.

“저한테 이야기하셔도 되는데.”

“아닙니다. 저쪽 분 오시면 이 야기하겠습니다.”

강진이 강경히 답하자 임방혁이 문득 신인성을 보고는 물었다.

“혹시 인성이 소개받고 오신 겁 니까?”

강진이 말없이 신인성을 보는 것에 임방혁이 입맛을 다시고는 황민성을 보았다.

“그런데 이 분은 소개가 없으신 데……

임방혁의 말에 황민성이 슬쩍 손을 들자 오 실장이 명함을 꺼 내서는 내밀었다.

명함을 받아 든 임방혁은 이름

을 보고는 벌떡 일어났다.

“황민성 사장님.”

임방혁이 놀라는 것에 황민성이 작게 말했다.

“황민성입니다.”

임방혁은 급히 고개를 숙였다.

“MS 투자 황민성 사장님 이야 기는 저희 아버지에게 들었습니 다. 저희 아버지는……

임방혁이 급히 말을 하려 하자, 오 실장이 작게 손을 들었다.

“저희 사장님은 번잡한 것을 싫 어하십니다.”

“아……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커피 나오면 하시죠.”

“아…… 알겠습니다.”

임방혁은 고개를 숙이고는 신인 성에게 급히 다가갔다.

두 사람이 뭔가 이야기를 나누 는 것을 보던 강진이 황민성에게 작게 속삭였다.

“너무 거만한 컨셉 아니에요?”

소개조차 오 실장이 대신하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피식 웃었다.

“이쪽 바닥은 거만해 보여야 뭔 가 더 있어 보이고 대단해 보이 거든.”

“아……

“어쨌든 그런 컨셉이니 너무 이 상하게 보지 마라. 그리고 이 컨 셉 은근히 피곤해.”

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

는 사람이 보면 진짜 거만하다 하겠지만…… 강진이 아는 황민 성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는 강진이 말한 대로 그런 컨 셉을 잡고 행동할 뿐이었다.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던 찰 나, 향긋한 커피 향이 사무실 안 을 채우기 시작했다.

“커 피입니다.”

신인성이 잔을 내려놓는 것을 보며 임상혁이 말했다.

“너는 날씨도 더운데 뜨거운 걸

내 오냐? 시원하게 아이스커피를 내와야지. 얼음 넣어 드릴까요?”

임방혁의 말에 커피 잔을 보던 강진이 신인성을 보았다.

“저는 날씨가 더워도 커피는 따 뜻한 걸 마십니다. 그래야 커피 향이 좋거든요.”

강진의 말에 신인성이 웃었다.

“저와 취향이 비슷하시네요. 저 도 커피는 따뜻하게 마십니다. 사장님 말대로 커피는 따뜻해야 향이 좋거든요.”

신인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소 사장님하고 취향이 비슷하네.’

소월향도 커피는 따뜻하게 내주 었다. 신인성이 말한 것과 똑같 이 커피는 따뜻해야 향이 좋다면 서 말이다.

신인성의 답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은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 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 사장님 커피 맛이네.’

같은 브랜드의 커피를 써서인 지, 아니면 신인성의 커피 타는 모습에서 소월향을 떠올려서인지 는 모르겠지만 커피 맛은 비슷했 다.

커피를 마신 강진이 미소를 지 을 때 임방혁이 신인성을 툭 쳤 다.

그 손길에 신인성이 그를 보고 는 고개를 돌려 강진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저를 찾아오신 것 같은 데……

신인성의 물음에 강진이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강남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 강진입니다.”

“그러시군요.”

대답하며 명함을 받아든 신인성 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그는 잠시 명함을 보다가 강진을 보았 다.

“저......" 혹시......"

말을 멈춘 채 입맛을 다시던 신 인성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식당 옆에 핸드폰 가게 있지 않습니까?”

신인성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그걸 어떻게 아세요?”

강진의 말에 신인성이 잠시 있 다가 말했다.

“핸드폰 가게 사장님 식사하러 가끔 오시나요?”

‘어? 이걸 어떻게 아는 거지?’

자신의 가게가 조금 유명해졌다

고 하지만, 자신의 가게 옆에 핸 드폰 가게가 있다는 것까지 유명 하지는 않다.

‘혹시 와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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