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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589화 (587/1,050)

589화

강진이 자신을 의아한 눈으로 보자 신인성이 급히 고개를 저었 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무 슨 일로 오셨는지요?”

말을 돌리는 신인성을 보며 강 진이 입을 열었다.

“저희 가게 홍보 전단지를 좀 만들려고 합니다.”

“전단지?”

강진의 말에 임방혁이 의아한 듯 강진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강 진이 그를 보고는 말했다.

“일 이야기는 이쪽 분과 하면 될 것 같은데.”

“제가 회사 대표라 일 적인 건 저를 통하셔야 하는데...

임방혁은 슬며시 말꼬리를 흘리 며 황민성의 눈치를 보았다.

그 모습에 황민성이 슬쩍 손가 락으로 탁자를 두들기자 오 실장

이 알아서 나섰다.

“잠시 이쪽으로……

“네?”

“잠시 이쪽으로……

오실장은 다시 같은 이야기를 하며 임방혁을 데리고 한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보던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신 인성을 보았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습 니다.”

신인성이 보자, 황민성이 물었 다.

“우리 강진이 가게 옆에 핸드폰 가게가 있다는 것 어떻게 아셨습 니까?”

“……그냥 알게 됐습니다.”

작은 목소리로 답하는 신인성을 보며 황민성이 말했다.

“가게에 와 봤습니까?”

“가 본 적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아셨습니까?”

황민성의 물음에 신인성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어쩐지 제가 취조받는 것 같습 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 이것저것 물 으니 신인성도 기분이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에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의도는 아닙니다. 그냥 궁금해서 그렇습니다. 제 동생 가게 옆에 핸드폰 가게가 있는 것을 어떻게 아는지 해서요. 기

분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황민성의 사과에 잠시 그를 보 던 신인성이 한숨을 쉬고는 말했 다.

“거리뷰로 봤습니다.”

“거리뷰?”

황민성이 의아한 듯 중얼거릴 때, 강진의 눈은 반짝였다.

‘호오!’

거리뷰는 자신이 어딘가를 가야 할 때 미리 위치를 알기 위해 사

용하는 서비스다. 아니면 그곳이 보고 싶거나 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할 일 없이 전국 각지를 거리뷰 로 보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그 말은…….

‘핸드폰 가게를 거리뷰로 보다 가 내 가게를 봤다는 거구나.’

자신의 가게를 알지 못하는 사 람이니…… 자신의 가게를 거리 뷰로 봤을 이유가 없다.

‘이 사람도…… 어머니를 그리

워하고 있었구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강진이 신인성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저는 핸드폰 가게 소월향 사장 님과 친합니다.”

강진이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 내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빠른 감이 있지만…… 황 민성도 신인성이 하는 말을 통해 눈치챘다.

자신들이 생각한 계획들이 시작 부터 틀어진 것을 말이다.

“형.”

황민성을 부른 강진이 슬쩍 사 무실 직원들을 보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경수를 보 았다. 그 시선에도 멀뚱히 보고 만 있던 고경수는 뒤늦게 무슨 의미인지 깨닫고 급히 오 실장에 게 다가가 작게 귓속말했다.

그에 오 실장이 임방혁에게 웃 으며 말했다.

“잠시 나가서 차라도 한 잔 하 시죠.”

“여기서 드셔도 되는데.”

“잠시면 됩니다. 그리고…… 저 희 사장님이 원하시는 일입니 다.”

“사장님이 요?”

임방혁은 의아한 듯 신인성과 이야기를 나누는 황민성 쪽을 보 았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희 사장 님 성격이 조금 까칠하셔서 일 이야기를 할 때 누가 듣는 것을 안 좋아하십니다.”

오 실장이 손으로 뭔가를 찢는 시늉을 하자 임방혁이 고개를 끄 덕였다.

그도 황민성이 사업 기획서를 찢는다는 이야기는 들은 것이다.

그리고 임방혁이 아는 황민성은 거물이었다. 그런 거물이 원한다 는데 거절을 할 이유가 없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신인성 과 이야기가 잘 되기만 한다 면...

‘혹시 우리 회사에 투자를 할

수도?’

허황된 꿈이지만 이뤄지면 좋을 뿐이었다. 그에 임방혁이 직원들 을 보았다.

“나가서 커피 한 잔씩 하자.”

“지금?”

“그래. 나가자. 나와.”

임방혁의 말에 직원들이 신인성 을 보았다. 무슨 일인지 잘 모르 지만 신인성과 관련된 일이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하나둘 사무실을 나서는 직원들 과 함께 밖으로 나가던 임방혁은 신인성을 보았다.

‘그런데 인성이를 아는 것 같은 데…… 대체 무슨 일이지?’

임방혁과 친구들이 사무실을 나 가는 것을 보던 신인성이 강진을 보았다.

“혹시…… 어머니가 보내셨습니 까?”

신인성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소 사장님께서 보내신 것이 아 닙니다.”

“그럼 어떻게 저를?”

“안타까워서요.”

강진의 말에 신인성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신인성을 보던 강진이 입을 열었다.

“거 리뷰로 저희 가게, 아니…… 핸드폰 가게 보셨던 거죠? 핸드 폰 가게에 있는 어머니를요.”

신인성이 말을 하지 않자 강진 이 새 화두를 꺼냈다.

“애를 낳으셨다는 이야기 들었 습니다.”

“어머니가…… 그러시던가요?”

“어머니 핸드폰 메인 화면이 손 주 사진입니다.”

강진의 말에 신인성이 작게 한 숨을 쉬었다.

“제 SNS에서 다운 받으셨나 보

네요.”

신인성의 말에 강진이 눈을 찡 그렸다.

“손주 사진 신인성 씨가 보낸 것이 아니었습니까?”

“저를 찾아오신 것을 보면…… 저와 어머니 사이는 아시는 것 같네요.”

“들었습니다.”

강진의 말에 신인성은 잠시 있 다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어머니와 연락은…… 제가 고 등학교 졸업하고 집을 나가면서 한 적이 없습니다.’’

신인성의 말에 강진이 뭐라 말 을 하려 할 때, 황민성이 그의 손을 잡았다.

‘말하게 둬.’

황민성의 시선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신인성을 보았다.

말없이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던 신인성이 입을 열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잠시 말을 멈춘 신인성은 한숨 을 쉬며 말을 이었다.

“제가 나쁜 놈이고…… 어머니 한테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요.”

신인성의 말에 강진이 그를 지 그시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신인성이 눈을 손으로 감쌌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무당 인 것이 참 신기하고 대단해 보 였습니다.”

‘신기? 대단?’

무당을 싫어하는 사람의 입에서

나올 만한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친구들이 나를 사기꾼 자식이라고 놀렸습니다. 세상에 귀신이 어디에 있고 다른 사람 길흉화복을 아는 사람이 어디에 있냐고요. 그래서 아니라고, 우리 엄마는 진짜 무당이고 진짜 안다 고 많이 싸웠습니다.”

강진과 황민성이 말없이 듣고 있자 신인성이 재차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나와 친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만이 제가 무당 아들이라 는 것을 신경 쓰지 않고 친한 친 구로 대해줬습니다. 그래서 저희 집에 한 번 데리고 갔었습니다. 엄마도 제가 처음 데려온 친구라 고 먹을 것도 주고 잘 해 주었습 니다.”

“아들 친구면 엄마에게는 또 다 른 아들이죠.”

강진의 말에 신인성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을 이었다.

“어쨌든 친구가 잘 놀고 가는

데…… 엄마가 작게 중얼거렸습 니다. 지금도 기억이 나요.”

“어머니가 뭐라고 했는데요?”

“안쓰러워서 어쩌누…… 라고 하셨어요.”

“안쓰러워요?”

“그래서 뭐가? 하니 엄마는 그 냥 고개를 저으셨어요. 내가 계 속 뭐가 안쓰럽냐고 물으니 답을 해 주셨습니다. 친구 엄마가 새 엄마인데 구박을 많이 한다는 것 이었습니다. 그러니 친하게 지내

고 혹시 배고파하면 집에 데려오 라고 했습니다.”

신인성이 한숨을 쉬며 말을 이 었다.

“그래서 다음 날 제가 친구에게 너네 엄마 새엄마야? 라고 물었 는데…… 친구 얼굴이 하얗게 질 리더군요. 그거 어떻게 알았냐고 묻기에 우리 엄마가 말을 해 줬 다고 하니…… 그때부터 그 친구 가 저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무당이고 가짜 사기꾼이라고요.”

신인성은 고개를 숙인 채 읊조

렸다.

“제 실수였습니다. 밝은 척하던 녀석이지만…… 그게 상처였는데 제가 그것을 드러낸 것이니까 요.”

“그래서…… 화를 낼 대상을 어 머니로 하신 겁니까?”

강진의 물음에 신인성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는…… 그랬습니다. 내 잘 못이 아니라 그걸 알려 준 엄마 의 잘못이다. 엄마가 무당이라서

잘못이었다. 내 잘못은 아니다.”

신인성이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툭툭 치기 시작했다.

“그때…… 잘못은 제가 했는데 죄는…… 엄마가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 후로 어머니를 계속 미워하신 겁니까?”

강진의 물음에 신인성이 잠시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날 이후 애들은 더 저를 멀 리했습니다. 그럴 수밖에요. 저와 유일하게 친하게 지내던 친구조

차도 저를 멀리하고 싫어하고 저 에 대한 악소문을 퍼뜨리니…… 애들은 더 저를 멀리했습니다.”

“그놈이 잘못했네.”

황민성의 중얼거림에 신인성이 고개를 저었다.

“잘못은 제가 했죠. 그 녀석에 게는 그게 가장 큰 상처인데…… 제가 애들 앞에서 말을 했으니까 요.”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일 때, 신 인성이 말을 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 더 엄마 가 미워졌습니다. 엄마 직업이 창피하고, 엄마가 하는 일들이 싫고…… 그래서 고등학교 졸업 하고는 바로 집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홀러온 겁니 다.”

“그럼…… 지금은 아니라는 거 네요?”

강진의 물음에 신인성이 잠시 있다가 한숨을 쉬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왜요?”

“어머니……에게 죄송한 마음은 있습니다. 그런데......"

신인성이 잠시 머뭇거리는 것에 황민성이 입맛을 다셨다.

“죄송한 마음은 있지만 어머니 의 직업은 아직도 불편하다는 거 군.”

황민성의 말에 신인성이 한숨을 쉬었다.

“제 친구들도…… 제 아내도 전 어머니가 안 계신 줄 압니다.”

“아내 되시는 분도 어머니가 없 는 줄 아세요?”

“네.”

“그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죠? 등본 같은 거에 나오지 않나요?”

신인성은 고개를 저었다.

“아내에겐 연애를 할 때부터 고 아라고 했습니다.”

신인성의 말에 그를 보던 강진 이 말했다.

“그래서 앞으로도 어머니 안 찾

아뵐 겁니까?”

강진의 물음에 신인성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왜요? 어머니가 무당이라서 요?”

강진의 말에 신인성은 말없이 커피잔을 쓰다듬었다. 그것을 보 던 황민성이 입을 열었다.

“일 할만합니까?”

황민성의 말에 신인성이 살짝

웃었다.

“할 만한 일이 어디 있나요. 그 냥 하는 거죠.”

“그렇죠.”

고개를 끄덕인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의사나 변 호사, 판검사도…… 사람들이 높 게 쳐주지만 일이 고되고 힘든 건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되는 과정을 생각하면 오히려 더 고되 고 힘든 직업입니다.”

그러고는 황민성이 신인성을 보 았다.

“일이라는 것이 재미도 없고 힘 들기만 하고…… 직장 상사한테 욕을 들어도 그만둘 수가 없지 요.”

“그렇죠. 자식 생각하면 그만둘 수.. ”

말을 하던 신인성의 얼굴이 굳 어졌다. 황민성의 말이 무슨 의 미인지 안 것이다.

그런 신인성을 보며 황민성이

모르는 척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집에서 오매불망 기 다리고 있는 자식들 생각하면 일 이 힘들고 상사가 고까워도 그만 둘 수가 없죠.”

황민성은 핸드폰을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보세요.”

신인성이 핸드폰을 보자, 황민 성이 화면을 터치해서는 동영상 을 플레이했다.

영상이 재생되자마자 신인성의 얼굴이 굳어졌다. 핸드폰 화면에 어머니의 모습이 나타났기 때문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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