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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592화 (590/1,050)

592화

가게에 들어온 강진은 어느새 깔끔하게 정리된 홀을 보고는 웃 으며 주방에 들어갔다.

주방에서는 배용수가 음식을 준 비하고 있었다.

“뭐해?”

“신인성 왔다면서?”

“호철 형이 그래?”

"응." "6“ •

고개를 끄덕인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분위기 보니 여기로 식사하러 오실 것 같아서 음식 좀 하고 있 었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입맛을 다시며 음식들을 보 았다.

꺼내 놓은 재료를 보니 잡채에 소불고기, 소고기뭇국 등을 준비 하는 것 같았다.

“이 음식은…… 저녁 저승식당

영업 때 써야겠다.”

“왜? 뭐 따로 먹고 싶은 것 있 대?”

배용수는 자신이 만들던 음식들 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따로 먹고 싶은 것이 있지.”

“뭔데?”

“엄마 손맛이 담긴 음식.”

“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만들던 음식들에서 손을

뗐다.

“엄마 손맛이면…… 내가 이길 수가 없지.”

그러고는 만들던 음식들을 옆으 로 치웠다. 대신 국은 그대로 끓 였다.

볶고 굽는 것이야 다시 하면 되 지만, 국물 음식은 하다가 멈추 면 맛이 많이 변하니 말이다.

“그래서 이따가 소 사장님이 우 리 주방 좀 쓸 거야.”

“주방을?”

배용수는 눈을 찡그렸다. 아무 래도 주방장으로서 자기 주방을 남이 쓴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 다.

“네가 이해 좀 해 줘.”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쩝! 어쩔 수 없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사정을 아 니 끝까지 거절할 수 없었다.

배용수가 물러나자 미소를 지으 며 그 어깨를 툭 친 강진이 핸드 폰을 꺼내 황민성에게 전화를 걸 었다.

황민성에게 사정을 설명하자, 그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이다. 나 감방 갈 일은 없 겠어.]

황민성의 농에 강진이 웃었다.

“정말 때리려고 했어요?”

[못 때릴 것도 없지. 난…….]

잠시 말을 멈춘 황민성이 뒤늦 게 말을 이었다.

[신인성이 부럽거든.]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소희 아가씨도 와 계세요.”

[어떻게 알고 가셨나 보네?]

“소희 아가씨가 보통 많은 것을 미리 아시더라고요.”

[그러긴 하지. 형 지금 강남에 서 미팅 중이니까 이따 시간 되

면 갈게.]

“알겠습니다.”

그걸로 전화를 끊은 강진이 가 게를 나와 슬쩍 핸드폰 가게 쪽 을 보았다.

김소희가 거리에 서서 핸드폰 가게를 보고 있는 것을 보며 강 진이 슬쩍 그 옆으로 걸어갔다.

“일단 저희 가게로 가시죠.”

“괜찮네.”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핸드폰

가게를 보았다. 가게 안에선 신 인성이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월향이 웃으니 좋군.”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소월향을 보았다. 소월향은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내리고 있는 신인성을 보 고 있었다.

그러다가 소월향이 이쪽을 보았 다. 그 모습에 강진이 살짝 고개 를 숙였고 김소희는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와 동시에 소월향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그런 소 월향을 보던 김소희가 몸을 돌렸 다.

“아무래도 자리를 피해주는 것 이 낫겠군.”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인성 씨야 아가씨를 보지 못 하지만, 소 사장님은 아가씨를 보니 그러는 것이 나을 듯합니 다.”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김

소희가 한 번 더 소월향을 보고 는 미소를 지었다.

“잘된 일이야.”

웃으며 김소희가 한끼식당으로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그 뒤를 따르다가 문득 물었다.

“그런데 혹시 귀기를 지우셨습 니까?”

김소희가 보자 강진이 말했다.

“용수가 벌벌 떨지 않더라고 요.”

평소대로라면 핸드폰 가게에 김 소희가 있을 때 바로 용수 레이 더가 발동했을 것이다. 몸을 부 들부들 떨면서 말이다.

그런데 용수뿐만 아니라 다른 귀신들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핸드폰 가게 쪽을 보았다.

“저 두 모자의 해후에 방해를 하기는 싫었네.”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귀신을 보고 느끼는 소 월향은 김소희가 오면 알아차릴 것이다.

그리고 귀신을 보지 못하는 신 인성도 무의식적으로 김소희를 느낄 수 있다.

김소희가 걸음을 옮기면 사람들 이 무의식중에 피하는 것처럼 말 이다. 그래서 김소희가 일부러 자신의 귀기를 숨겨 두 모자가 편히 만나도록 한 것이다.

“배려심이 깊으십니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는 더는 말 을 하지 않았다. 대신 슬며시 팔 을 벌릴 뿐이었다. 그에 강진이 그녀를 보자, 김소희가 그를 말 없이 보았다.

말없이 김소희를 보던 강진은 뒤늦게 그녀의 의중을 눈치채고 는 급히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향수를 가지고 나왔다.

그러고는 몸에 살짝 뿌려주자

김소희가 말없이 귓가에 향수를 문지르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왔 다.

그런 김소희를 보던 강진이 작 게 웃으며 그 뒤를 따랐다.

‘아가씨는 정말 좋은 분이시구 나.’

귀기를 감추는 것은 숨을 잠시 참는 것과 같다. 즉 불편한 것이 다. 그런데도 김소희는 두 모자 를 위해 기꺼이 귀기를 감추는 불편함을 감수한 것이다.

김소희는 강진이 꺼내 준 음료 와 초콜릿을 먹고 있었다. 딸기 를 초콜릿이 감싸고 있는 건 데…… 강진의 입에는 달지만 김 소희는 참 맛있게 먹었다.

“맛이 좋으십니까?”

“맛이 좋네.”

“포장지 보는 순간 아가씨께서 좋아하실 것 같아 바로 집어 들 었습니다. 아! 이거 이번에 새로 나온 신상이라고 합니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딸기 초콜릿을 집 어 입에 넣었다. 그렇게 김소희 가 딸기 초콜릿을 먹고 있을 때 문에서 소리가 들렸다.

띠링! 띠링!

문이 흔들리며 나는 풍경 소리 에 강진이 일어나서는 문을 열었 다.

띠링!

문을 연 강진의 눈에 소월향과 신인성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두 사람이 같이 서 있는 것에 강 진이 미소를 지으며 가게 안을 가리켰다.

“들어오시죠.”

강진의 말에 소월향이 작게 심 호흡을 하고는 가게 안으로 걸음 을 옮겼다. 그와 동시에 소월향 의 얼굴이 살짝 창백해졌다.

‘아! 저승식당은 사장님이 불편 해 하시는 곳이 지

소월향의 안색이 창백해진 이유 를 안 강진이 급히 김소희 쪽을

보았다.

스르륵!

그와 동시에 강진의 옆으로 김 소희의 귀검이 스쳐 지나갔다.

스르르륵! 스르륵!

귀검이 소월향의 주위를 한 바 퀴 맴돌자 그녀의 안색이 빠르게 안정되었다. 귀검이 저승식당의 기운을 막아주는 것이다.

그에 소월향이 귀검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소월향의 인사에 귀검이 마치 인사를 받는 것처럼 허공에서 한 번 까닥였다.

‘이 녀석도 조선 제일의 귀검 같은 건가?’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소 월향이 강진에게 고개를 숙이고 는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그에 신인성도 강진에게 고개를 숙이 고는 그 뒤를 따랐다.

아들을 데리고 가게 안으로 들 어온 소월향이 김소희에게 고개 를 숙였다.

“아가씨 정말…… 감사합니다.”

소월향의 예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고, 강진은 깜짝 놀랐다.

‘신인성 씨는 귀신에 대해 모를 텐데?’

신인성이 보기에는 소월향이 텅 빈 허공에 인사를 하고 말을 거 는 것처럼 보일 테니 말이다.

그에 강진이 급히 나서려 할 때 김소희가 입을 열었다.

“인성이가 귀신은 보지 못하지 만…… 오랜 시간 어머니가 하는

일을 보아 왔네.”

“네?”

무슨 말인지 몰라 되묻자, 소월 향이 강진에게 말했다.

“우리 아들이 귀신은 보지 못하 지만, 귀신에 대해서는 알고 있 습니다.”

‘아…… 하긴, 무당 아들로 살았 으니 어머니가 하는 일을 보았겠 구나.’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소 월향이 신인성을 보았다.

“아가씨께 인사드리거라.”

소월향의 말에 신인성은 머뭇거 리다가 고개를 숙였다.

“아가씨께서 이 사장님과 황 사 장님께 저희 두 모자를 도와주라 했다는 이야기 들었습니다. 정 말…… 감사합니다.”

신인성의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다가 말했다.

“네가 박은 못이 한 움큼이니 앞으로는 네가 조심히 잘 빼야 할 게야.”

자식이 속을 썩이면 부모의 가 슴에 못이 박힌다. 못이라는 것 이 한 번에 탕탕 하고 박히는 것 이 아니라…… 한 번 잘못을 할 때마다 그것이 탕! 탕! 하고 박 히는 것이다.

김소희는 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것이다.

하지만 신인성은 김소희가 하는 말을 들을 수 없었다. 소월향이 그 말을 전해 주지 않았기 때문 이었다. 혹여나 아들이 김소희의 말을 듣고 가슴 아파할까 걱정되

어서 말이다.

강진이 대신 말을 해 줘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김소희가 자리에 서 일어났다.

“언제 아들을 데리고 한 번 오 거라.”

김소희의 말에 소월향이 반색을 하며 그녀를 보았다. 그 시선에 김소희가 쓰게 웃었다.

“그동안 자네 아들이 한 처사는 마음에 들지 않으나…… 자네의 얼굴을 봐서 손자에게 축복을 내

려주겠네.”

“감사합니다. 아가씨, 정말 감사 합니다.”

소월향이 고개를 깊숙이 숙이며 하는 인사하자 신인성의 의아하 다는 듯 보았다. 그 모습에 소월 향이 신인성을 보았다.

“아가씨께서 태인이에게 축복을 내려주신다는구나. ”

소월향의 말에 신인성이 눈을 찡그렸다.

‘귀신에게 축복이라니……

그 모습에 소월향이 급히 고개 를 숙였다.

“제 자식이 아직은......

“괜찮다. 세상 누가 귀신을 좋 아하겠는가.”

조금은 씁쓸한 김소희 목소리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저와 민성 형, 그리고 소월향 사장님은 아가씨를 무척 좋아합 니다.’

마음 같아서는 손이라도 들어서 “저요!”하고 싶은 강진이었다.

김소희는 잠시 신인성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어쨌든 이렇게 다시 보니 반갑 구나.”

김소희의 말을 소월향이 신인성 에게 전해 주었다.

“저도 아가씨를 이리 다시 뵙게 되어 좋습니다.”

이건…… 진심이었다. 신인성은 귀신을 보지는 못하지만 귀신이 있다는 것은 믿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김소희에 대

한 이야기를 어렸을 때부터 자주 들었다 보니 그녀에 대한 호감과 존경심도 있었다.

임진왜란 때 백성들을 위해 의 병으로 싸웠다가 세상을 떠난 무 신이니 말이다.

신인성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월향을 보았다.

“이제는 집에서 쉬게나. 괜히 가게에서 쪽잠 자지 말고.”

김소희의 말에 소월향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하겠습니다.”

김소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 리에서 일어났다.

“저녁에는 얼큰한 육개장이 먹 고 싶네.”

그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숙 였다.

“육개장에 닭발도 준비하겠습니 다.”

할 말은 다 했다는 듯 김소희가 몸을 돌려 가게를 나서려 하자, 강진이 급히 그 뒤를 따랐다.

문 앞에 선 김소희는 자신을 배 웅하기 위해 나오려는 소월향과 사람들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나오지 말게나.”

“그래도……

소월향이 어찌 그러냐는 둣 보 자, 김소희가 미소를 지었다.

“아들하고 시간을 보내게나.”

김소희의 미소를 본 소월향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사실…… 김소희는 미소를 잘

짓지 않는다. 그래서 강진도 김 소희의 미소를 보는 것은 극히 드물었다.

그런 김소희가 자신이 아들과 같이 있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지 어 주는 것이다. 그 고마운 마음 에 소월향이 눈가를 닦고는 고개 를 숙였다.

“정말 이 은혜 어찌 갚아야 할 지……

김소희는 고개를 저으며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안아주었다.

“그동안 아팠던 것…… 훌훌 털 어 버리고 앞으로는 손주 재롱도 보고 행복하게나.”

“정말…… 감사합니다.”

소월향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가게를 나 섰다.

그 모습에 강진이 그 뒤를 따라 나가서는 말했다.

“그럼 어디에 가 계시려 하십니 까?”

“공원에서 산책이나 하고 오겠

네.”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그럼 이따 보세.”

강진은 멀어져 가는 김소희의 뒷모습을 보다가 가게 안으로 들 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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