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596화 (594/1,050)

596화

윤두식과 시선을 마주하고 있던 황민성이 택시에 다가갔다. 그러 고는 슬쩍 택시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

“택시에 인형들이 많네. 인형 좋아했나?”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의 옆 에 와서 택시 안을 보았다. 택시 뒤쪽에는 작은 인형들이 많이 올 려져 있었다.

마치 인형 가게를 털어 온 것처 럼 말이다. 황민성의 말에 윤두 식이 뒷좌석을 열어서는 사람 머 리만 한 곰 인형을 집어 들더니 던졌다.

툭!

“애한테 가져다줘라.”

윤두식의 말에 강진이 걱정스러 운 눈으로 황민성을 보았다. 그 에게는 아직 애가 없으니 말이 다. 하지만 황민성은 별다른 말 없이 인형을 보고 있었다.

그는 인형의 머리를 손으로 눌 러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애가 좋아하겠다.”

아직 애가 태어나기는커녕, 임 신조차도 하지 못했지만 아이 주 라고 인형을 받으니 태어날 아이 가 생각이 난 것이다.

손에 들린 인형을 보며 미소 짓 는 황민성에게 윤두식이 말했다.

“인형이라도 있어야 사람들이 날 덜 무서워하더라고.”

“하긴, 네 인상이 썩 멋진 건

아니지.”

웃으며 인형을 손에 쥐는 황민 성을 보던 윤두식이 그를 위아래 로 흩어보았다.

“잘 산다는 이야기는 들었는 데…… 정말 잘 사는구나.”

윤두식의 말에 황민성이 자신의 몸을 위아래로 보고는 입맛을 다 셨다.

“일하다 와서 복장이 좀 그렇 네.”

“왜, 좋아 보이는데.”

“옛 친구 만나기에는 좀 그렇 지.”

그러고는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 다.

“안에 정리됐나 좀 봐라.”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가게 문 을 작게 열고는 안을 보았다.

“정리됐네요. 들어오세요.”

강진이 먼저 들어가자 황민성이 윤두식을 보았다.

“들어가자.”

황민성이 먼저 가게 안으로 들 어가자 윤두식이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가게 안에 들어온 윤두식은 황 민성의 맞은편에 앉았다.

“음식 어떻게 해 드릴까요?”

“좋은 냄새 나는데 뭐 있어?”

“육개장하고 매운 닭발……

강진이 저승식당 영업하고 남은 재료들을 이야기하자, 윤두식이 말했다.

“그럼 육개장에 당면 좀 넣어서

줘.”

고개를 끄덕인 강진은 주방에 들어가 배용수에게 말을 해 주었 다. 그에 맞춰 배용수가 음식을 준비하는 사이, 강진은 멸치와 고추장을 챙겨서 다시 홀에 나왔 다.

달칵!

탁자에 멸치와 고추장을 놓자

윤두식이 말없이 멸치를 고추장

에 찍어 먹었다. 그것을 본 강진

이 소주를 가지고 와서 탁자에

놓았다.

강진이 소주를 놓자 그것을 보 던 윤두식이 뚜껑을 따서는 황민 성에게 내밀었다.

“아! 난 오늘부터 금주야.”

“금주?”

“애 낳을 준비를 해야 하거든.”

황민성의 말에 윤두식이 그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

“무슨 애를 날 잡아 놓고 낳아? 그냥 하다 보면 나오는 거지.”

“그건 네 생각이고. 나한테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황민성은 소주병을 들어서는 윤 두식의 잔에 따라주려 했다. 그 에 윤두식이 잔을 손으로 막았 다.

“아직 영업 중이야.”

“이 시간에?”

“차 끊긴 이 시간엔 탈 게 택시 밖에 없잖아. 나한테는 한창 일 할 시간이다.”

“아……

윤두식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열심히 사네.”

“나 혼자면 상관없지만…… 집 에서 입 벌리고 있는 애만 셋이 다.”

“애가 셋이야?”

“너는?”

윤두식의 물음에 황민성은 그저 입맛을 다신 채 소주잔을 보았 다. 그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젓 고는 복분자주를 가지고 왔다.

“이걸로 드세요.”

“먹어도 되나?”

“소주보다는 이게 낫죠. 그리고 어차피 오늘 이미 술 드셨잖아 요. 내일부터 금주하세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황 민성은 복분자주를 다시 잔에 따 르고는 한 모금 마셨다. 아무래 도 많이 마시기엔 양심이 찔리니 조금씩 나눠서 마시려는 모양이 었다.

“나는 아직 애가 없어.”

“인형 애 준다며?”

“나중에 태어난 애한테 주려 고.”

윤두식은 작게 혀를 차고는 그 의 앞에 놓인 소주잔을 보았다.

자신이 따라 준 소주를 보던 윤 두식이 입맛을 다시고는 그것을 집어 입에 털어 넣었다.

“일해야 한다며?”

“내가 사장인데 하루 쉬지, 뭐.”

그러고는 잔을 내밀자 황민성이

소주를 따라주었다. 소주를 받던 윤두식은 문득 복분자주를 보고 는 작게 혀를 찼다.

“천하의 황민성이 다 죽었네.”

“무슨 소리야?”

“이게 안 되는 거야?”

윤두식이 주먹을 쥐어 보이며 복분자를 보자, 황민성이 눈을 찡그렸다.

“미친놈. 나 아직도 팔팔해.”

“근데 무슨 복분자야?”

“요강 깨뜨리려고 한다.”

황민성은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복분자주를 쭉 들이켰다. 그 모 습을 보던 윤두식은 뒤늦게 입을 열었다.

“마늘이 정력에 좋다고 하더 라.”

윤두식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았다. 그 시선에 소주를 따라 마신 윤두식이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 먹으며 말했다.

“택시 기사들이 좀 부실해.”

“하루 종일 앉아 있어서 그런 가?”

“그런 것도 있고…… 손님들 태 우고 다니다 보면 가끔 소변을 참아야 할 때도 있어. 그리고 요 즘 차 아무 데나 세워두면 딱지 날아오고. 그래서 영업 중엔 화 장실 가기도 힘들다 보니 여기에 문제가 생기기도 해.”

윤두식이 하체 쪽을 보며 하는 말에 황민성이 입맛을 다셨다.

“힘든 일이네.”

“요새 안 힘든 일이 있나.”

작게 고개를 저은 윤두식이 황 민성을 보며 말을 이었다.

“아는 형님 중에 애가 안 생기 시던 분이 있는데 어디서 마늘 좋다는 이야기 듣고는 마늘을 달 고 사셨거든. 그런데 얼마 전에 아들을 낳았어.”

“그래?”

“마늘 먹고 몸이 좋아졌다고 마 늘 전도사가 다 되셨지. 마늘이 확실히 몸에 좋대.”

“그럼 마늘을 어떻게 드셨나?”

황민성이 관심을 보이자 윤두식 이 말했다.

“마늘즙이라고 요즘 잘 나와. 아니면 마늘환도 있고.”

윤두식은 자신의 핸드폰을 내밀 었다.

“주소 찍어 주면 내가 그 형님 먹는 걸로 한 박스 보내 줄게.”

사양하려던 황민성은 잠시 고민 하더니 고개를 젓고는 자신의 집 주소와 핸드폰 번호를 같이 찍어

주었다.

“가끔 연락해라. 소주……

소주나 한잔하자고 하려던 황민 성은 고개를 저었다. 당분간은 금주니 말이다.

“밥이나 한 끼 하자. 아니면 부 부끼리 한 번 보든가.”

황민성의 말에 윤두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배용수가 주방에 서 음식 다 됐다고 소리치자 강 진이 음식을 가지고 홀로 나왔 다.

“그럼 두 분 이야기 나누세요.”

“너도 같이 하지?”

윤두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주방 정리를 좀 해야 해 서요. 그리고 두 분 오랜만에 뵙 는데 할 이야기 있으시잖아요.”

그러고는 뒤돌아선 강진은 윤두 식 뒤에 장승처럼 서 있는 이수 현을 툭 치고는 주방으로 들어갔 다. 그에 이수현이 윤두식과 황 민성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주방

으로 들어왔다.

이수현이 주방으로 들어오자 강 진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

“잘 지내셨어요?”

강진의 인사말에 이수현이 고개 를 숙였다.

“잘 지냈습니다.”

“식사하셔야죠.”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음식들을 그 옆에 놓았다. 이미 이수현이 들어오면 밥을 먹을 거라 생각을

해서 준비한 모양이었다.

이수현의 앞에 놓인 음식은 홀 에 간 음식과 같았다. 육개장에 밥, 그리고 멸치와 고추장과 밑 반찬이었다.

“형님하고 같은 것 먹고 싶어 할 것 같아서 똑같이 준비했습니 다.”

배용수의 말에 이수현이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그에 강진 이 소주를 따라 앞에 놓았다.

“소주도 같이 드세요.”

강진의 말에 이수현이 미소를 지으며 잔을 들어 소주를 마셨 다.

“크윽! 좋네요.”

웃으며 잔을 내려놓은 이수현은 육개장을 떠서 먹었다.

“육개장이 아주 맛이 좋습니 다.”

“잘 됐네요.”

강진이 웃자 이수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홀 밖을 보며 말했다.

“그런데 남성 형님하고는 친하 십니까?”

“남성? 아…… 민성 형요.”

“네.”

“친하죠. 가족이에요.”

“ 가족?”

“친가족은 아니고요. 마음으로 맺어진 가족이에요.”

이수현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 했다.

“민성 형님 잘 사시는 것 같네

요.”

이수현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아주 잘 살죠. 집도 아주 좋아 요.”

마치 자기 자랑을 하는 것처럼 형 자랑을 하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웃을 때, 이수현이 말했 다.

“그럼…… 돈도 많으시겠네요.”

“그럼요. 돈도 많…… 응?”

말을 하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배용수가 보자, 이수현이 홀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

“저기…… 저희 형님 좀 도와주 실 수 있을까요?”

“왜요? 무슨 일 있으세요?”

잠시 머뭇거리던 이수현이 한숨 을 쉬며 말했다.

“형님 막내 아이가 아픕니다.”

“막내?”

“이제 두 살 됐는데 병원비가

많이 듭니다. 혹시……

이수현은 차마 말을 꺼내기가 어려운 듯 계속 머뭇거리다가 말 을 이었다.

“민성 형님께서 좀 도와주실 수 있을지……

이수현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한숨을 쉬었다.

“아이가 많이 아픈가요?”

“네.”

다시 홀을 보던 이수현이 입맛

을 다시며 말했다.

“그래서 형님이 밤낮으로 열심 히 일하시는데…… 형님 몸도 많 이 안 좋습니다.”

“몸이 안 좋아요?”

“아무래도 일을 너무 열심히 하 시고, 식사도 제때 드시지 않다 보니…… 당뇨도 생기신 데다 다 리도 많이 저려 하시는 것을 보 면 허리도 안 좋으신 것 같고.”

“병원은 안 가보세요?”

“병원에 안 가십니다.”

“아…… 자기 몸을 챙기셔야 할 텐데.”

“아이가 아프니까요.”

“결국…… 돈이 문제군요.”

이수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 은 생각에 잠겼다.

‘돈이라……

어떻게 보면 가장 해결하기 쉬 운 문제일 수도 있다. 세상에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해결할 수 없는 일들도 많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가진 것을 넘어서 는 돈 문제는 정말 갑갑하면서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잠시 생각을 하던 강진이 이수 현을 보았다.

“일단 식사하세요. 제가 민성 형한테 물어볼게요.”

“정말입니까?”

이수현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민성 형이 아는 병원에 소개해 줄 수도 있을 거예요.”

“병원?”

“민성 형이 병원 쪽에 기부를 많이 해서 아는 곳들이 많거든 요. 금전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 다고는 확신할 수 없지만, 어쨌 든 아이에게는 도움이 될 겁니 다.”

강진의 말에 이수현이 황민성을 보았다.

“병원에 기부도 하시고…… 민 성 형님이 정말 성공을 하셨군 요.”

이수현의 목소리에는 부럽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민성 형이 고생을 많이 했거든 요.”

강진의 말에 이수현이 입맛을 다셨다.

‘우리 형님도 고생 많이 하셨는 데……

속으로 중얼거린 이수현은 한숨 을 쉬며 소주를 마셨다.

윤두식과 황민성의 술자리는 새 벽 세 시까지 이어졌다. 그렇다 고 술을 많이 마신 것은 아니었 다.

황민성은 복분자 두 잔을 나눠 서 마셨고, 윤두식도 내일 일을 생각해서인지 조금씩 마셔서 소 주 반 병 정도로 마무리했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윤두식이 황 민성을 보았다.

“잘 사는 것 보니 좋다.”

“나야말로 네가 조직 나오

고……

황민성은 윤두식의 새끼손가락 쪽을 보며 말을 이었다.

“착하게 사는 것 보니 좋다.”

그러고는 황민성이 손을 내밀었 다.

“앞으로는 친구처럼 지내자.”

황민성의 말에 윤두식이 피식 웃었다.

“내가 너보다 두 살 위지 않 냐?”

“내 나이 알았냐?”

“남성북두라고 불렸는데 나이 정도는 알아야지.”

윤두식의 말에 황민성이 입맛을 다셨다. 윤두식의 말대로 황민성 도 그의 나이를 알았다. 다 만…… 형이라고 부르지 않을 뿐 이었다.

그리고 이제 와 형이라고 부를 황민성도 아니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