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화
“생각보다…… 저희 두 사람 닮 은 것이 더 많네요.”
두 사람이 씁쓸한 얼굴로 음식 을 보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드셔들 보세요.”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젓가락을 들었다. 그러고는 잠시 망설이다가 서로의 음식에 손을 가져갔다.
유훈은 오징어 머리를 집어 초 장에 찍고는 입에 넣었다.
으적! 으적!
오징어 머리 특유의 식감에 유 훈이 고개를 끄덕일 때, 유인호 는 오징어채를 집어 입에 넣었 다.
그러고는 몇 번 씹다가 미소를 지었다.
오징어채 특유의 맛에 마요네즈 가 섞이니 살짝 매콤하면서도 고 소한 맛이 났다. 그리고 조금 더
부드러운 식감도 나고 말이다.
생각과 비슷한 맛이었지만 더 맛이 좋았다.
두 사람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음식들을 먹자 강진이 슬쩍 젓가 락을 임미령과 임지은 앞에도 놓 았다.
‘드셔들 보세요.’
두 귀신은 서로를 보더니 음식 을 집어 먹었다. 다행히 오징어 를 두 마리 해서 유인호의 오징 어 머리 하나를 임지은이 먹을
수 있었다.
물론 임지은이 먹었다고 사라지 는 것이 아니니 유인호도 오징어 머리를 먹을 수 있고 말이다.
오징어 머리를 통으로 집은 임 지은이 임미령을 보았다.
“오징어 머리를 안 자르고 통으 로 먹는 거야?”
임지은의 젓가락에 잡힌 오징어 머리를 보며 임미령이 고개를 끄 덕였다.
“인호가 이렇게 먹는 것을 좋아
해서요.”
임지은은 오징어 머리를 입에 넣고는 씹기 시작했다. 그녀가 오징어 머리 특유의 식감을 즐기 며 고개를 끄덕일 때, 임미령도 임지은의 오징어채를 집어 먹었 다.
“매콤하면서 부드럽고 고소해 요.”
“마요네즈 이즈 뭔들이지.”
“하긴, 마요네즈에 찍으면 다 맛있죠.”
임미령이 웃으며 음식을 먹는 것을 보던 강진이 냉장고에서 소 주를 꺼내왔다.
“자! 그럼 오늘 달려 보시죠.”
강진의 말에 유훈과 유인호가 잔을 들어 술을 받았다. 그런 두 사람을 보던 임미령과 임지은이 술잔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 모습에 잠시 망설이던 강진 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잔을 두 개 더 가지고 왔다.
그러고는 유인호와 유훈에게 내
밀었다.
“이건 왜?”
유훈이 의아한 듯 잔을 보자 강 진이 말했다.
“이건 형수님 잔, 그리고 이건 인호 씨가 사랑하시는 분의 잔.”
강진의 말에 유훈과 유인호는 슬쩍 자신의 옆자리를 보았다. 어느새 젓가락이 놓여 있는 것을 본 두 사람은 다시 강진을 보았 다.
“이 젓가락 네가 놓은 거니?”
“네.”
강진의 말에 유훈은 빈자리에 놓인 젓가락을 보다가 수저를 꺼 내 그 옆에 놓았다.
“우리 지은이는 국물을 좋아했 어.”
그 모습에 유인호가 작게 웃으 며 자신도 옆에 수저를 놓았다.
“우리 미령이도 국물 좋아합니 다.”
두 사람은 강진이 준 잔을 받아 자신들의 옆에 놓고는 소주를 따
랐다.
쪼르르륵! 쪼르륵!
빈자리에 소주를 따라 놓는 두 사람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제가 오늘 두 분을 만나게 한 건 옛이야기 실컷 하시고…… 조 금은 앞으로 나아가시기를 바라 서예요.”
강진의 말에 유인호와 유훈이 서로를 보았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러니 오늘은 두 분 이야기
많이 하면서 속을……
말을 하던 강진은 멈칫했다. 속 을 비우라고 말하려 했는데…… 마음이라는 것이 비운다고 비워 지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말을 고쳤 다.
“속을 편안히 하세요.”
“고맙습니다.”
유인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은 소주가 따라진 잔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본인의 잔 마시고 난 후에는 옆에 두 분의 잔에 담 긴 소주 드세요. 그리고 그 잔에 새로 소주 따라서 놓으시고.”
“그건 왜?”
유훈이 의아한 듯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형은 김빠지고 미지근한 소주 좋아하세요?”
“그건 아니지.”
“저 두 분도 김빠지고 미지근한 소주 안 좋아하지 않겠어요?”
강진의 말에 아! 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던 유훈이 웃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맥 주 두 병과 맥주잔을 두 개를 챙 겨 오는 유훈의 모습에 강진이 물었다.
“맥주 드시게요?”
강진의 물음에 유훈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왕 지은이가 마시는 거면, 지은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줘 야지. 우리 지은이는……
잠시 말을 멈춘 유훈이 눈가를 손으로 닦았다.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 것이다.
“지은이는……
작게 중얼거린 유훈이 눈물을 흘리며 맥주 뚜껑을 수저로 땄 다.
펑!
생각보다 크게 따지는 소리에 강진이 놀랄 때, 유훈이 웃었다.
“지은이가 맥주 이렇게 시원하 게 따면 그렇게 좋아했는데.”
유훈의 말에 임지은이 웃었다.
“처음에는 따지도 못하고 손만 아파했으면서. 우리 훈이 많이 늘었다.”
임지은이 웃을 때, 유훈이 맥주 잔에 그녀의 소주를 붓고는 맥주 를 따랐다.
“소맥을 좋아하거든.”
그러고는 유훈이 유인호를 보았 다. 그 시선에 유인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미령이는 주종을 가리지
않습니다.”
“그래요?”
유인호가 잔을 들자 유훈이 맥 주를 따라주었다. 그러고는 눈가 를 닦으며 웃었다.
“이거 참…… 인호 씨 앞에서는 제가 밀어서 잠금 해제가 되어 버리네요.”
“밀어서 잠금 해제요?”
“핸드폰 있잖아요.”
유훈이 손가락을 옆으로 미는
시늉을 하자 유인호가 웃었다.
“그런 말도 할 줄 아세요?”
“제가 무슨 노인인가요. 나이 사십이라도 아직 젊은 문화는 잘 압니다.”
두 사람이 웃으며 하는 말에 임 미령이 웃었다.
“오빠 되게 웃긴다. 그 농담도 옛날 거예요.”
임미령의 말에 강진도 웃었다. 그녀 말대로 밀어서 잠금 해제 농담은 꽤 예전에나 했지, 요즘
은 잘 쓰지 않는 것이다.
강진이 속으로 웃을 때, 임지은 이 유훈을 안타까운 눈으로 보고 있었다.
“우리 훈이도…… 젊었던 적이 있었는데.”
임지은의 말에 강진이 흠칫해서 는 그녀를 보았다.
‘팩폭…… 훈이 형 저 이야기 들었으면 마음에 상처 입었겠다.’
요즘 하는 이야기로 마상 말이 다.
‘근데 요즘도 마상이라는 단어 쓰나?’
문득 자신도 늙은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에 입맛을 다신 강진이 자신의 잔을 들었다.
“그런데 저는 따라주는 분이 없 네요.”
강진의 말에 유훈이 웃으며 그 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었다.
“이거 큰 실수를 범했습니다!”
유훈이 웃으며 농을 하자 강진 이 에헴 하고는 술을 받았다. 그
러고는 잔을 높이 들었다.
“오늘…… 달려 보시죠.”
강진의 말에 두 사람과 두 귀신 도 잔을 들었다. 그리고 가볍게 잔을 부딪쳐 건배한 두 귀신과 세 사람은 본격적으로 술을 마시 기 시작했다.
술자리는 꽤 화기애애한 느낌이
었다. 두 사람은 여자친구와 있 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며 그녀들 이 떠날 때의 슬픔을 공유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기 힘든 이야기였지만, 서로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야기를 하는 데에 불편함이 없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가끔은 눈물 도 홀리고, 가끔은 행복하게 웃 으며 술을 마셨다. 그리고 그런 둘을 보는 임미령과 임지은은 웃 고 있었다.
자신의 남자가 속에 있는 아픔
을 드러내는 것이 슬프면서도 기 분이 좋았다. 최소한 집에서 혼 자 소주 마시면서 자신들의 사진 을 보며 슬퍼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 말이다.
기분 좋게 취한 두 사람은 어느 새 형 동생을 하고 있었다.
‘확실히 술자리만큼 친해지기 좋은 것도 없지.’
강진이 웃을 때 배용수가 다가 왔다.
“2층 준비 다 됐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힐끗 시 간을 보았다. 시간은 이제 10시 반 정도 되고 있었다.
‘시간 적당하네.’
보통 귀신들이 10시 반부터 와 서 기다리니 자리 옮기기 딱 좋 은 시간이었다.
그에 강진이 슬며시 말했다.
“두 분 올라가서 편하게 한 잔 더 하시죠.”
강진의 말에 유훈이 고개를 끄 덕였다.
“그럼 그럴까?”
“2층?”
유인호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2층은 내가 사는 집이거든.”
“왜? 여기서 계속 마시지?”
유인호는 유훈과 형 동생 한 것 처럼, 강진과도 편하게 말을 놓 기로 했다. 그도 올해 스물아홉 으로 강진과 동갑이었으니 말이 다.
“2층에서 남자끼리 편하게 마시 자는 거야.”
유훈이 몸을 일으키자 유인호도 따라 일어났다. 그에 강진이 두 사람을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갔 다.
2층에 올라간 두 사람은 놀란 눈으로 거실을 보았다.
“이거 뭐야?”
“이건 언제 준비를 다 했어?”
거실 가운데에 있는 상 위엔 방 금 만든 것 같은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
따뜻한 어묵국에 고추장으로 볶 은 돼지고기, 거기에 잡채와 죽 순볶음, 커다란 계란말이와 김밥 들까지…… 모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것이 갓 만들어진 것들 이었다.
두 사람이 놀란 눈으로 음식들 을 보자, 강진이 웃으며 슬쩍 상 옆을 보았다.
상 옆에는 임미령과 임지은이 서 있었다. 이 음식들은 유인호 와 유훈이 좋아하는 음식들로 두
여인이 직접 한 것이었다.
자신들이 현신해 밥을 먹는 동 안 위에서 2차로 술을 마실 거라 는 말에 임지은과 임미령이 직접 음식을 하고 싶다고 한 것이다.
그래서 강진은 그녀들에게 고무 장갑을 준 뒤 2층에서 요리를 하 게 한 것이다.
2층에도 주방이 있고, 조리를 할 수 있는 도구들이 있다. 그리 고 식재들이야 강진이 슬쩍 슬쩍 2층으로 옮겨 주었고 말이다.
유인호와 유훈이 놀란 눈으로 음식들을 보는 것에 강진이 웃으 며 말했다.
“자, 어서들 앉으세요. 음식은 따스해야 맛있어요.”
두 사람은 놀란 눈으로 강진을 보았다. 강진이 잠깐잠깐 자리를 비우기는 했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음식을 했다니…….
“확실히 음식 하는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네.”
“그러게요. 그 잠깐 사이에 음
식을 이렇게 다 만들고. 너 정말 대단하다.”
유인호의 말에 머쓱하게 웃은 강진은 자리에 먼저 앉았다. 그 래야 두 사람도 앉을 것 같으니 말이다.
강진이 자리에 앉자 둘도 자리 에 앉으며 웃었다.
“이야! 이게 정말 얼마 만에 보 는 집밥이야.”
“집밥요?”
강진의 물음에 유인호가 웃으며
반찬과 음식들을 가리켰다.
“딱 봐도 집에서 먹는 반찬과 음식이잖아.”
그러고는 유인호가 죽순을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아삭! 아삭!
살짝 덜 익은 듯 아삭한 식감에 유인호가 웃었다.
“죽순 아삭하고 맛있네.”
유인호의 말에 유훈이 웃으며 죽순을 집어 입에 넣고는 씹다가
눈을 찡그렸다.
“이거 좀 덜 익은 것 아니야?”
“죽순은 이렇게 먹어야 식감이 좋아요.”
“그래?”
유훈은 한 번 더 죽순을 씹었 다.
아삭! 아삭!
“그러고 보니 식감이 아삭한 것 이 좋네.”
“죽순 너무 익히면 전 흐물흐물
해서 싫더라고요.”
유훈은 다른 음식들도 먹어 보 더니 미소를 지었다.
“어묵국 맛 좋네.”
“맛있네요. 칼칼한 것이 고추를 많이 넣었나 봐요. 그리고 기름 기가 별로 없네요.”
유인호의 말에 임지은이 급히 말했다.
“어묵을 뜨거운 물로 한 번 씻 어서 기름기를 씻어내고 했어요. 그래야 기름이 많이 안 뜨거든
요.”
임지은의 말을 강진이 그대로 읊자, 듣고 있던 유훈이 미소를 지었다.
“우리 지은이가 그렇게 해 줬는 데.”
말을 하며 유훈이 어묵국을 입 에 넣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음식을 먹는 두 사람을 보며 강진은 흐뭇하게 웃었다.
‘지금 두 분이 드시는 음식은 두 분이 좋아하는 사람이 만든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