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602화 (600/1,050)

602화

음식을 맛있게 먹는 두 사람을 보며 작게 웃은 강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야기하고 계세요.”

“어디 가게?”

“11시에 예약이 있어서.”

“예약?”

유훈이 의아한 듯 보자 강진이 말했다.

“드시고 계시면 장사 끝나고 올 라와서 다시 먹을게요.”

“전에도 이랬던 것 같은데? 11 시에 예약하는 손님들이 좀 계신 가 봐?”

“따로 조용히 드시고 싶은 분들 이 예약을 하세요. 그런 손님들 이 단골이라 거절하기 어렵네 요.”

정말 거절하기 힘든 손님들이라 는 생각을 하며 강진이 두 사람 을 보았다.

“그리고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 세요.”

“자고 가는 거야 상관이 없지 만……

유인호가 입맛을 다셨다. 아무 래도 주인이 자리를 비우는 것이 좀 불편한 모양이었다.

“내 집이다 생각하고 편히 있어 요. 그리고 술은 냉장고에 있으 니 알아서 꺼내 드시면 되고요. 화장실은 이쪽.”

그러고는 강진이 방에 들어가

반바지와 티셔츠를 가지고 나왔 다.

“편하게 옷 갈아입고 드세요.”

강진의 말에 유훈이 피식 웃으 며 바로 옷을 벗었다.

“남자끼리 편하기는 팬티 차림 이 가장 편하지.”

바로 옷을 벗어 버리는 유훈의 모습에 임지은이 놀라 소리쳤다.

“야! 여기서 벗지 마!”

자신이야 자주 보던 모습이지

만, 옆에 임미령이 있으니 말이 다.

“어머!”

임미령은 급히 몸을 돌렸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을 때, 유훈이 옷을 벗던 것을 보던 유인호가 피식 웃고는 같이 옷을 벗었다.

그렇지 않아도 와이셔츠가 불편 했던 참이었다. 두 남자가 옷을 벗어 버리는 것에 임지은도 놀라 급히 몸을 돌렸다.

몸을 돌리고 있는 두 여자 귀신

을 보며 작게 웃은 강진이 말했 다.

“그럼 저는 먼저 내려갈게요. 이야기 마저 하시고…… 편히, 아주 편히 있으세요.”

이 이야기는 두 여자 귀신에게 한 것이었다. 11시에 저승식당이 오픈을 하니 그 시간에 맞게 내 려오라는 것이었다. 강진의 시선 에 두 여자 귀신이 고개를 끄덕 였다.

그런 여자 귀신의 모습에 강진 이 임미령을 지그시 보았다. 그

시선에 임미령이 알겠다는 듯 고 개를 끄덕였다.

“행복하고 예뻤던 모습…… 기 억하고 있을게요.”

임미령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행복하고 예뻤던 그때의 기억 을 가지고 내려오세요.’

다시 한 번 눈짓으로 당부를 전 한 강진이 몸을 일으켰다.

“그럼 쉬고 계세요.”

“음식 고맙다.”

유훈의 말에 강진은 고개를 끄 덕이고는 몸을 돌려 1층으로 내 려와 서둘러 주방에 들어왔다.

주방에서는 배용수가 이미 저승 식당 영업 때 내놓을 음식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에 강진이 빠르게 손을 씻고 는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배 용수 혼자서도 음식을 만들 수는 있지만, 강진의 손맛이 더해져야 귀신들은 더 맛이 있을 테니 말 이다.

강진이 내려가던 모습을 보던 유인호는 힐끗 옆을 보았다. 텅 빈 허공을 보던 유인호가 슬며시 유훈을 보았다.

“그런데 형님.”

유인호의 부름에 유훈이 소주를 마시고는 그를 보았다.

“강진이가 조금 이상하지 않습 니까?”

“강진이? 왜?”

유훈은 소주병을 내려놓으며 말 했다.

“혹시 뒷이야기 하려고 하는 건 아니지?”

눈을 찡그리는 유훈의 모습에 유인호가 고개를 저으며 소주를 그의 잔에 따랐다.

“에이! 저 그 정도로 염치없는 사람은 아닙니다.”

유인호는 상에 있는 음식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강진이가 우리 생각해서 자리

도 만들고 이렇게 음식들도 준비 를 해 줬는데 제가 뒷이야기 하 겠습니까?”

음식을 보던 유인호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더라도 앞에서 하긴 민망한 칭찬 같은 거 하겠죠.”

“그렇지.”

유인호의 말에 유훈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주병을 들어 그의 잔에 따라주었다.

“그런데 뭐가 이상해?”

“제가 변호사라 그런지 몰라도 사람들 볼 때 자세히 보는 편입 니다. 의뢰인이 나에게 거짓말을 하는지 아닌지를 알아야 변론하 기 좋으니까요.”

유인호가 자신의 옆을 보다가 말했다.

“강진이가 가끔씩 허공을 볼 때 뭔가를 보는 것 같지 않으세요?”

유인호의 말에 유훈이 잠시 멈 칫했다. 사실 그건 유훈도 느끼 는 것이 있었다.

그도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 다 보니 상대를 살펴보는 버릇이 있는데, 가끔 강진이 허공을 보 며 뭔가 중얼거리는 것을 본 것 이다.

그저 버릇이겠거니 생각을 했는 데, 유인호가 한 말을 들으니 조 금 이상하기는 했다.

그에 슬쩍 유훈이 자신의 옆을 보았다. 그러고는 멍하니 허공을 보다가 옆에 놓여 있는 빈 잔을 보았다.

잠시 빈 잔과 그 옆에 놓인 수

저를 보던 유훈이 작게 한숨을 쉬고는 빈 잔에 소주를 따랐다.

“강진이가 신기가 있을 수 있 지.”

“신기요?”

유인호의 물음에 유훈이 잠시 있다가 자신의 옆자리를 보았다.

“내 눈에 안 보인다고…… 없는 건 아닐 거야. 그렇지?”

유훈의 말에 유인호가 그를 보

다가 슬쩍 자신의 옆자리를 보았 다.

그 순간 그와 임미령의 눈이 마 주쳤다. 텅 빈 허공을 보는 유인 호, 그의 눈을 보는 임미령.

서로 마주 보면서도 전혀 다른 것을 보던 한 사람과 한 귀신은 잠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허공을 보던 유인 호는 자신의 옆에 놓인 빈 잔에 소주를 따랐다.

“강진이가 신기가 있었으면 좋

겠네요.”

유인호의 말에 유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으면 좋겠어.”

“그럼......"

유인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손 으로 눈가를 슬쩍 가렸다.

“제 옆에 미령이가 있을까요?”

유인호의 말에 유훈이 작게 한 숨을 쉬며 자신의 옆을 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눈에 임지은이 보

이는 듯했다.

‘너…… 내 옆에 늘 있었던 거 야?’

저승식당 영업이 시작되자 강진 은 북적거리는 가게 안을 바쁘게 돌아다니며 귀신 손님들을 대접 하고 있었다.

“오늘 콩나물국밥 맛이 좋습니 다. 아! 그리고 오징어 숙회도 있어요.”

콩나물국밥은 유인호가 원한 음

식이지만, 국밥이라는 것이 재료 를 많이 넣고 푹 끓여야 맛있는 것이라 육수를 충분히 만들어 놓 았다.

저승식당 시간에 귀신들에게 대 접하려고 말이다. 그래서 강진은 오늘 온 귀신들에게 콩나물국밥 을 우선적으로 추천했다.

다행히 귀신들도 콩나물국밥을 좋아하는지 많이 주문했다. 그 덕에 국밥은 다 팔 수 있을 것 같았다.

분주하게 음식을 만들고 서빙하

길 반복하던 강진은 음식이 다 나가자 한숨을 쉬며 홀로 나왔 다.

그러고는 비어 있는 자리를 확 인하다 힐끗 계단 쪽을 보았다.

“왜 안 내려오시지?”

강진의 중얼거림에 이혜미가 말 했다.

“제가 올라가서 내려오시라고 할까요?”

“위에 둘 다 팬티만 입고들 있 어서 혜미 씨는 좀……

강진은 주방에서 막 나오는 배 용수를 보았다.

“용수야.”

강진의 부름에 배용수가 손을 수건에 닦으며 그를 보았다.

“왜? 주문 더 있어?”

“그건 아니고 2층 올라가서 두 분 모시고 내려와라.”

“내가?”

방금까지 음식 만들고 이제 좀 먹으려던 배용수가 귀찮다는 기

색을 보이자 강진이 말했다.

“내려오실 때가 넘었는데 안 내 려오시네.”

“시간 가는 줄도 모르시나?”

“그러니까 올라가서 말 좀 해 줘. 내가 올라가면 잡힐 것 같고 말을 전하기도 쉽지 않잖아.”

“알았어.”

“그리고 내려오기 전에 임미령 씨한테 예뻤던 기억 떠올리면서 내려오라고 다시 한 번 이야기해 줘.”

주의를 다시 주는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후 다닥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 잠시 후 배용수가 입맛 을 다시며 내려왔다.

“안 내려올 것 같아.”

“왜?’’

배용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2층 지금 울음바다야.”

“무슨 소리야?”

“그냥 그런 줄 알아라. 나도 영 문을 잘 모르겠으니까.”

강진이 보자 배용수가 말을 이 었다.

“그냥 사람도 울고 귀신도 울 고……

배용수의 말에 강진은 2층 쪽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감정이 폭발하면 조금은 나아 지시겠지.’

좋은 현상이었다. 울고 싶을 때

울지 못하는 것보다는 울고 싶을 때 우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으 니 말이다. 다만…….

‘갑자기 왜 터지신 거야?’

그런 생각을 잠시 하던 강진은 일단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배용수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며 말했다.

“오늘 수고했다.”

“내가 수고한 것이 뭐 있나.”

배용수의 말에 피식 웃은 강진 은 옆에서 음식을 먹고 있는 이

혜미와 여자 직원들을 보았다. 잠시 그들을 보던 강진이 물었 다.

“세 분은 남자친구 있으셨어 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 옆에 있던 강선영이 눈을 찡그렸다.

“‘있으셨어요?’가 아니라 ‘있으 세요?’라고 물어야죠. 설마하니 이 나이 먹고 남자 한 명 안 만 나봤겠어요?”

“아! 제가 실수를 했네요.”

강진이 웃으며 말을 하자 강선 영 작게 웃다가 입맛을 다셨다.

“지금은 없죠.”

강선영의 말에 두 여자 직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세 여자 를 보던 강진은 슬쩍 배용수를 보았다.

그 시선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 셨다.

“나도 지금은 없지.”

“뭐야? 예전에는 있었어?”

‘‘당연히 있었지. 나 좋다는 여자들

“ 호오!”

강진이 지그시 눈을 찡그렸다.

«못 믿는 거냐?

“그런 건 아니고

거야.”

배용수는 눈을 을 보다가 고개를 내밀었다.

이래 보여도

꽤 있었어 •”

보자 배용수가

안 믿는

찡그린 채 강진 젓고는 술을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술이 나 마셔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은 웃으며 잔을 들어 배용수의 잔에 가볍게 부딪히고는 내려놓았다.

“왜?”

“오늘 많이 먹었다. 그리고 이 따가 올라가서 좀 더 해야 하 고.”

“하긴, 술 많이 먹어서 좋을 것 도 없지.”

그러고는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

다.

“그래서 요즘 효과는 좀 있어?”

“효과? 무슨 효과?”

“너도 민성 형하고 같은 것 먹 고 있잖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웃었다.

“그거 먹은 지 며칠이나 됐다고 효과를 바라?”

황민성 정력왕 만들기 계획에 따라 배용수는 점심마다 정력에

좋다는 식재로 음식을 만들고 있 었다.

장어덮밥, 소금 등심구이, 두부 조림 등등…… 고단백 음식을 위 주로 말이다.

그럼 황민성이 시간이 되면 와 서 먹거나, 아니면 고경수가 와 서 도시락으로 가지고 갔다.

그리고 강진도 점심에는 그것을 먹고 있으니 그 효과를 묻고 있 는 것이다.

“그래도 힘이 막! 막! 안 그래?

아침에 막막 안 그러고?”

배용수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 다.

“아침에 일어날 때 개운하기는 한 것 같더라.”

“소변 줄기 달라진 건 없고?”

“며칠 먹었다고 달라지겠냐고.”

강진이 답답하다는 듯 하는 말 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약발이 생각보다 안 도네. 뭔

가 다른 걸 해야 하나?”

“조카가 그리 빨리 보고 싶어?”

“보고 싶은 것도 있고…… 말은 안 하지만 어머니나 형수님 얼마 나 기다리겠어.”

배용수가 안쓰럽다는 듯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는 하지.”

“그리고 형도 얼마나 기대하겠 어. 그러니 우리가 먹는 거라도 잘 챙겨 드려야지.”

배용수가 심각하게 턱을 쓰다듬 는 것에 강진이 웃었다.

“먹자마자 약발이 바로 생기면 그건 독 아니냐?”

“그런가?”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갑자기 몸에 변화를 주면 무리가 갈 것 같은데?”

강진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배용수가 문득 그를 보았다.

“야!”

“응?”

“그러고 보니 우리 산삼주 있잖 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아!” 하 고는 급히 일어났다. 그 모습에 배용수도 급히 그 뒤를 따라 일 어났다.

둘은 주방에 들어가 구석진 곳 에 놓여 있는, 검은 비닐에 덮인 담금주 통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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