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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605화 (603/1,050)

605 화

두 사람의 옆에 놓인 수저를 보 던 강진은 유훈을 보았다. 강진 의 시선에 유훈도 그를 보고 있 었다.

‘나를 무당이라 생각하신다고 했지.’

임지은이 남긴 편지를 떠올린 강진이 잠시 망설이다가 유훈의 옆에 놓인 수저를 치웠다. 그 모 습에 유훈은 움찔했다.

“그……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한 유훈을 보며 강진이 웃었다.

“식사 맛있게 하세요.”

강진이 몸을 돌려 손님들에게 가자 유훈은 잠시 그 뒷모습을 보다가 자신의 옆자리를 보았다.

그러다가 고개를 돌려 유인호의 옆자리를 보았다.

유인호의 옆자리에는 수저가 그 대로 놓여 있었다. 강진이 치운 것은 자신의 옆에 놓인 수저뿐이

었다.

그에 잠시 멍하니 자신의 옆자 리를 보고 있는 유인호에게 황민 성이 말했다.

“식사 안 하세요?”

황민성의 물음에 유훈이 잠시 있다가 그를 보았다.

“민성이는 강진이하고 오래 알 고 지냈나?”

“저도 작년에 알게 되어서 친해 졌죠.”

“작년? 그럼 강진이에 대해서 많이 알아?”

황민성은 유훈이 왜 이런 질문 을 하는지 조금 감이 왔다. 그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답했 다.

“강진이가 특이한 것이 많기는 하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유훈이 조금 크게 뜬 눈으로 황민성을 보았다.

“너도 알아?”

“하지만 특이한 것 빼고는 좋은 녀석입니다. 그냥 좋은 동생인데 조금 특이한 녀석이라고만 생각 하시고, 뭔가 알아도 모르는 척 해 주세요.”

황민성의 답에 유훈이 그를 보 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음식을 보다가 힐끗 자신의 옆자리를 보 았다.

‘간 거니?’

강진이 자신의 옆에 놓인 수저 만 치운 것…… 의미가 있어 보 였다.

그리고 유인호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유훈의 옆자리와 자 신의 옆자리를 번갈아 보고 있었 다.

강진이가 치운 것은 유훈 옆자 리에 있는 수저뿐이었으니 말이 다.

두 사람이 식사도 하지 않고 자 신의 옆자리만 보는 것에 황민성 이 힐끗 그 둘의 옆자리를 보았 다.

‘무슨 일이 있나?’

유훈에게는 귀신이 붙어 있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는 임지은 이 승천한 것은 몰랐다.

황민성이 의아해하며 둘을 살펴 볼 때, 오 실장이 말했다.

“식사하시죠. 미팅 약속에 늦을 수도 있겠습니다.”

오 실장의 말에 황민성은 고개 를 끄덕이고는 고기를 집어 입에 넣었다. 퍽퍽한 고기를 씹어 삼 킨 황민성은 힐끗 유훈을 한 번 보고는 다시 밥을 먹었다.

오늘은 점심 먹고 바로 미팅이 있어서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것이 다.

손님들이 가고 난 자리에 강진 은 유훈, 유인호와 함께 오미자 차를 마시고 있었다. 시원한 차 를 마신 유훈이 강진을 뚫어져라 보았다. 당장에라도 묻고 싶은 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 신기 있어?”

“너 귀신 보냐?”

하지만 입 밖으로 꺼내기가 쉽 지 않았다. 강진이 아니라고 하 면 오늘 자신이 한 행동들이 그 냥 바보짓이 되는 거고, 귀신을 보는 게 맞다고 하면…… 임지은 이 너무 안쓰러웠다.

자신의 옆에서 십 년이 넘게 남 아 있었다는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그는 묻지도 못하고 머 뭇거리고 있었다.

그런 유훈을 보던 강진이 유인 호를 보며 입을 열었다.

“나한테 궁금한 것이 있는 것 같은데……

강진의 말에 두 사람이 그를 보 았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강진 이 웃으며 말했다.

“일단 저는 사람이 맞습니다.”

“그야……

“형이나 인호 둘 다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해도 괜찮아.”

“그러면......" 너......"

유훈이 무슨 말을 할지 짐작한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냥 형이 모르는 것을 내가 조금 알고 있다고 생각해 주세 요.”

그러고는 강진이 유인호를 보았 다.

인호 너도 마찬가지고.”

“……정확하게 말을 해 줄 수는 없는 거니?”

유인호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많이 알아서 좋을 건 없어. 그 냥 나는 맛있는 음식 해 주는 요 리사면서... 외롭고 힘든 사람

들의 쓸쓸함을 조금은 다독여주 고 싶은 사람이야.”

오미자차를 한 모금 마신 강진 은 유훈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형 결혼해서 애 낳

으면 제가 아기 신발 사 드릴게 요.”

“아기 신발?”

유훈의 물음에 강진이 슬쩍 그 의 옆자리를 보았다.

“제가 꼭 사드리고 싶어요.”

강진의 말에 유훈은 자기도 모 르게 옆자리를 보았다. 그대로 잠시 빈자리를 보다가 한숨을 쉬 었다.

“지은이가 아기 신발을 무척 좋 아했지.”

“그래요?”

“아기 신발을 가방에 걸고 다녔 었어. 너무 귀엽다고.”

웃으며 옆자리를 보던 유훈이 몸을 일으켰다.

“그래. 편하게 생각할게. 그리고 어제 고마웠다.”

“그냥 술 한 잔 같이 한 거죠. 언제든지 마시고 싶으시면 오세 요.”

그러고는 강진이 유인호를 보았 다.

“너도 마음 편하게 언제든지 와. 와서 자고도 가고.”

“ 알았다.”

조금은 편한 얼굴이 된 두 사람 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를 나서 려 하자, 강진이 유훈을 잡았다.

그에 유훈이 강진을 보았다. 그 런 유훈을 보며 강진이 입을 열 었다.

“형수님은 행복하게 잘 가셨을 거예요.”

강진의 말에 유훈이 멈칫해서는

그를 보다가 자신의 옆을 보았 다.

“잘…… 갔어?”

“잘 가셨을 거예요.”

‘잘 갔어요.’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리는 사 이, 유훈은 다시 강진을 보며 물 었다.

“잘 갔어?”

“네. 잘 가셨을 거예요.”

유훈은 작게 한숨을 토하고는

강진을 지그시 보았다.

‘그럼 지금까지 내 옆에 있었던 거니?’

유훈이 눈으로 묻자, 강진은 작 게 웃어 주었다.

“그러니 소개팅도 하시고, 맞선 도 보시고 좋은 인연 만나세요. 형수님도 그걸 원하실 거예요.”

강진의 말에 유훈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형 간다.”

유훈이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 는 사이, 우두커니 서 있던 유인 호가 말했다.

“너…… 귀신 보냐?”

유인호의 물음에 강진은 말없이 웃다가 그의 옆을 보았다.

마치 누군가를 똑바로 쳐다보는 듯한 강진의 모습에 유인호는 급 히 고개를 돌려 그가 보는 곳을 보았다.

그러고는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리고 그런 유인호의 눈을 임미

령이 지그시 보며 미소 지었다.

유인호와 임미령이 시선을 마주 치는 것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너는 보냐?”

강진의 말에 유인호가 그를 보 았다.

“나는…… 안 보지.”

“다음에 보육원 갈 때 연락할 게.”

귀신 이야기를 보육원으로 돌린 강진의 모습에 유인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연락 줘라.”

그 말을 마지막으로 몸을 돌리 려는 유인호를 강진이 잡았다.

덥석!

“왜? 할 말 남았어?”

유인호가 돌아보며 묻자 강진은 핸드폰 가게가 있는 방향을 가리 켰다.

“옆 가게 가서 커피나 한 잔 마 시고 가.”

“커피? 핸드폰 가게인데?”

의아해하는 유인호를 보던 강진 은 걸어가다 말고 이쪽을 보는 유훈에게 말했다.

“형도 거기서 커피 한 잔 마시 고 가세요.”

“커피?’’

식당 바깥쪽에 있던 그는 핸드 폰 가게를 보며 무슨 말이냐는 듯 되물었다. 카페도 아닌 핸드 폰 가게에 가서 커피를 마시라니 말이다.

“저기에 한국 제일의 무신을 모 시는 무당이 사세요.”

“한국 제일의 무신?”

“무당?”

두 사람이 의아한 듯 보자, 강 진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보냈다고 이야기하면 상 담해 주실 거예요.”

유훈은 강진이 말한 핸드폰 가 게를 잠시 보았다.

그의 눈에 아가씨 한 명이 의자

에 앉아 창밖을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자신과 눈이 부 딪히자 살며시 미소를 지어주었 다.

그것을 본 유훈은 잠시 머뭇거 리다가 핸드폰 가게 쪽으로 발걸 음을 옮겼다. 그 모습에 유인호 가 그의 뒤를 따라 가게로 향했 다.

두 사람이 핸드폰 가게에 들어 가는 것을 지켜보던 강진은 다시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용수야.”

“응?”

“강원도 가자.”

“오키!”

강진은 주방에 들어가 음식들을 싸기 시작했다. 전에 할머니들이 물에 만 밥에 김치 올려 먹으며 좋아하던 걸 떠올린 강진은 밥을 좀 많이 푸고는 반찬들을 담았 다.

할머니들은 특별한 음식보다 이 런 밑반찬에 밥을 먹는 것을 더 좋아하니 말이다.

음식들을 찬합에 담은 강진은 으에서 사 온 돼지 사료도 챙겼 다.

‘애들 영물 되어가는 거 이왕이 면 더 똑똑해지면 좋겠지.’

그래야 자신의 말도 좀 더 잘 알아들을 테고 말이다. 돼랑이를 떠올리던 강진은 문득 카스를 떠 올렸다.

“카스하고 돼랑이하고 만나면 서로 잘 놀려나?”

카스도 조금씩 영물이 되어가고

있었고, 돼랑이는 거의 영물이 됐으니 말이다.

작게 중얼거린 강진은 사료를 서랍에 가져다 놓고는 배용수를 보았다.

“나 잠깐 핸드폰 가게 갔다 올 게.”

“왜?”

“거기에 훈이 형하고 인호 상담 받고 있거든.”

“소 사장님하고 만나게 했어?”

“아무래도 궁금한 것이 많을 것 같은데…… 내가 이야기해 주는 것보다는 소 사장님이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하긴, 그건 네 말이 맞다.”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은 문득 허공을 보며 말했 다.

“내가 말을 한 건 아니고 두 사 람이 눈치를 챈 거니... 벌 받

고 그런 것 아니겠죠?”

잠시 허공을 보던 강진은 핸드

폰을 꺼내 보았다. 신수호에게 문자가 없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 였다.

다행히 이 정도는 선을 넘지 않 은 모양이었다.

‘하긴, 대 놓고 하지는 않았으니 까. 두 사람 눈치 빠른 것이 내 책임은 아니지. 그리고 사진이나 영상을 찍은 것도 아니고.’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은 강두 치를 떠올렸다.

‘다음에 강두치 씨 만나면 내가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에 대 한 선을 좀 자세히 물어봐야겠 다.’

저승식당이나 귀신에 대한 이야 기가 꼭 금지 사항은 아니었다. 최광현과 임상옥도 그에 대해 알 고 있고, 황민성도 알고 있었다.

다만 귀신에 대해 알게 되면 그 것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알게 된 사람의 몫이니 아무에게나 알 려 줄 수 없었다.

마음 약한 사람은 두렵고 무서 워할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유

훈과 유인호는 두 귀신에 대해 알게 되면 마음 아파할까 봐 말 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진짜 인가 아닌가 싶으면서도 두 사람 이 눈치를 챈 것 같으니 말을 해 도 될 것도 같고…….

그에 강진은 잠시 생각을 하다 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강두치 씨나 신수호 씨 에게 자세하게 물어봐야겠다.’

생각을 정리한 강진은 밖으로

나와 핸드폰 가게에 가서는 안을 들여다보았다.

소월향이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유훈은 울고 있었다. 유 인호는 멍하니 주위를 두리번거 리고 있고 말이다.

‘뭐가 됐든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니까.’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의 눈에 자신을 보는 소월향이 보였다.

그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숙이 자, 소월향도 작게 고개를 숙였

다.

그런 소월향의 모습에 강진은 몸을 돌려 식당으로 돌아왔다.

안에 들어오자마자 문을 잠근 강진은 주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조립형 문을 바닥에 대고 설치를 한 강진이 짐들을 일단 미리 넣 어두고는 안으로 몸을 굴렸다.

JS 금융에 들어온 강진은 주위 를 오가는 직원들과 귀신들을 보 고는 문을 닫았다.

그러고는 문고리를 잡은 채 만

복의 장난감 집을 떠올리던 강진 은 슬쩍 미소를 지었다.

‘형 집 제가 잘 쓸게요.’

작게 웃은 강진은 문고리를 잡 고는 당기며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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