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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606화 (604/1,050)

606화

화아악!

만복의 장난감 집에 들어온 강 진은 조금은 어두운 방 안을 둘 러보았다. 전에 왔을 때와 달라 진 것은 없었다.

딱 하나 달라진 것이라고는 만 복 형과 달래 누나가 없다는 것…… 그뿐이었다.

장난감들을 보던 강진은 그중 만복이 가장 좋아하던 강철 남자

피규어를 들어 잠시 보다가 만지 작거렸다.

“생각보다 먼지가 없네.”

만복이 간 지 얼마 되지는 않았 지만 그래도 먼지가 좀 쌓였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깨끗했 다.

장난감을 만지던 강진은 집 밖 으로 나와 음식들을 마당에 놓고 는 할머니들이 지내는 집의 문을 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드라마를 보고

있던 할머니들이 강진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제가 음식을 좀 가져왔습니 다.”

“그래? 이거 늘 고마워.”

“아니에요. 나와서 식사들 하세 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 중 한 명이 리모컨을 눌러 TV를 끄고는 밖 으로 나왔다.

할머니들과 함께 나온 강진은 크게 소리쳤다.

“돼랑아! 돼랑아!”

몇 번 크게 돼랑이를 부른 강진 은 싸 온 음식들을 펼쳐 놓았다.

그에 할머니들이 웃으며 수저를 나눠 가지고는 식사를 하기 시작 했다.

식사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산에서 돼랑이가 가족들과 함께 힘차게 뛰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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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차게 달려오는 돼랑이 모습에 강진이 손을 흔들었다.

“돼랑아.”

강진의 부름에 돼랑이는 반갑다 는 듯 그의 옆을 몇 바퀴 돌고는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앉았다.

그런 돼랑이를 보며 웃은 강진 이 새끼들을 보았다.

새끼들은 할머니들이 식사하는 곳 근처에서 침을 흘리며 그것을 보고 있었다.

달라고 보채지 않고 그냥 보고 만 있는 것이 나름 예의를 지키 는 것 같았다.

“애들 교육 잘 했네.”

강진의 말에 돼랑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웃으며 강진이 JS 사료 포대를 뜯었다.

“이건 너희들 거야.”

강진은 한쪽에 있는 솥단지에 사료를 부었다.

촤아악!

솥단지에 사료가 가득 차자 어 느새 모인 새끼들이 솥단지 안으 로 머리를 박았다.

우두둑! 우두둑!

과자처럼 단단한 소리를 내며 씹히는 사료를 허겁지겁 먹는 새 끼들을 보던 강진이 돼랑이를 보 았다.

“형이 부탁할 것이 하나 있다.”

강진의 말에 돼랑이가 그를 보 았다.

“전에 그 산삼 좀 캐다 줄래?”

산삼이라는 말에 돼랑이가 고개 를 끄덕이고는 돼순이에게 작게 푸르륵거렸다.

그에 돼순이가 작게 고개를 끄 덕이고는 새끼들 옆으로 가자, 돼랑이가 그대로 산속으로 뛰어 사라졌다.

그런 돼랑이를 보던 강진이 미 소를 짓고는 산을 지그시 보았 다.

‘좀 커다란 거로 가져왔으면 좋 겠다.’

자기가 먹을 것이라면 인삼만 해도 감지덕지겠지만, 황민성과 조카를 위한 것이라 예쁘고 잘생 긴 산삼을 캐 오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새끼 멧돼지들은 사료를 먹고 배부른 듯 바닥에 누워 잠을 자 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새끼들 옆에 돼순 이가 엉덩이를 깔고 앉은 채 아 이들을 살피고 있었다.

그런 돼순이를 보며 강진이 고 개를 갸웃거렸다.

‘그냥 엎드리는 것이 편하지 않 나?’

멧돼지이니 개처럼 엉덩이를 바 닥에 붙이고 앉는 것보다는 눕는 것이 더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 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다가 강 진은 문득 일어나서는 솥을 보았 다.

솥 안에는 아직도 꽤 많은 사료 가 남아 있었다. 애들이 아빠 먹 을 사료를 남긴 것인지, 아니면 원래 사료가 많았는지 모르겠지 만 돼랑이가 먹기에 부족해 보이 는 양은 아니었다.

강진이 기특하다는 듯 새끼들을

볼 때 할머니 한 명이 다가왔다.

“애들이 점점 아빠 닮아가.”

할머니의 말에 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돼지 사I끼…… 조금 어감이 이상하기는 하지만 어쨌 든 돼랑이 새끼들은 이제 거의 일반 멧돼지만큼 커져 있었다.

돼랑이가 일반 멧돼지에 비해 덩치가 너무 커서 아직은 아빠보 다 작아 보이기는 하지만 몇 달 지나면 그만해질 것 같았다.

“애들이 다 큰 것 같습니다. 처

음 봤을 때는 아주 작았는데.”

“짐승 새끼들이 빨리 자라지.”

할머니는 웃으며 돼랑이 새끼들 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새끼는 따스한 손길에 기분이 좋은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 새끼 를 보던 강진이 할머니를 보았 다.

“만복 형하고 달래 누나 없는 데…… 외롭지 않으세요?”

강진의 물음에 할머니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애들이 없으니 외로운 것이야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애들이 잘 올라갔으니 우리는 괜찮아.”

할머니는 말을 하며 다른 할머 니들을 보았다. 식사를 마친 할 머니들이 하나둘씩 집 안으로 들 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야 드라마가 있잖 아. 드라마 보고 있으면 안 외로 워.”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쓰게 웃 었다. 드라마를 본다고 안 외로 울 수는 없다.

그냥 말만 그러는 것이지…… 외로우실 거였다.

“매일 드라마 보시면 더 이상 보실 것도 없지 않으세요?”

“없기는 왜 없어. 봐도 봐도 끝 이 없어. 그리고 더 볼 것 없으 면 예전에 봤던 드라마 다시 봐 도 되고.”

“그럼 다행이고요.”

“애들하고 놀다가 조심히 가.”

“알겠습니다.”

할머니는 가볍게 강진의 어깨를 토닥여 주고는 서둘러 집으로 들 어갔다. 그것을 본 강진이 피식 웃고는 다른 솥을 하나 가져다가 그 안에 할머니들이 먹고 남긴 음식들을 쏟았다.

촤아악! 촤아악!

물에 만 밥과 김치, 나물과 갈 치구이가 솥단지에 부어지자 그 소리를 들은 돼순이와 새끼들이 슬며시 다가왔다.

“사료를 그렇게 먹고 또 먹게?”

강진이 묻자 새끼 중 제일 덩치 큰 녀석이 입을 벌렸다.

커어 억!

마치 트림을 하는 듯한 소리를 낸 녀석이 솥에 머리를 처박자, 다른 새끼들도 머리를 들이밀었 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돼지, 돼지 하더니…… 정말 돼지네.”

강진이 속으로 웃을 때, 돼순이 가 다가와 손에 머리를 들이밀었

다. 마치 고맙다는 둣 말이다.

그 모습에 강진이 피식 웃고는 새끼들을 보다가 그중 덩치가 제 일 큰 녀석을 보며 말했다.

“앞으로 너를 큰아들이라 해야 겠다.”

새끼들도 이제 커서 이름이 있 으면 좋을 것 같으니 말이다.

강진이 이름을 붙여주자, 큰아 들이 슬쩍 고개를 들어 그를 보 았다. 자신의 말을 알아들은 듯 이 쳐다보는 것에 강진이 말했

다.

“큰아들 이름 어때? 마음에 들 어?”

강진의 말에 큰아들이 그게 무 슨 소리냐는 듯 그를 한 번 보고 는 다시 솥에 머리를 박았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이 웃을 때, 산 에서 돼랑이가 뛰어 내려왔다.

입에 한 움큼 흙뭉치를 물고 온 돼랑이는 강진 앞에서 그것을 토 해냈다.

흙에 묻어 있는 진득한 침을 본

강진이 손가락 끝으로 흙덩이를 털어내자 그 안에 산삼이 보였 다. 상당히 큰 녀석으로 이때까 지 받은 것 중에 제일 큰 듯했 다.

“고마워.”

돼랑이 머리를 툭툭 친 강진은 사료가 담긴 솥을 가리켰다.

“애들이 너 먹으라고 사료 남겨 뒀더라. 어서 가서 먹어.”

강진의 말에 돼랑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근처 개울에서 물을

마시고 오더니 사료를 먹기 시작 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은 주위를 둘러보고는 한쪽에서 풀들을 뽑 았다.

그 풀들로 산삼으로 싼 강진은 그것을 반찬 통 안에 잘 집어넣 었다.

이제 돼랑이가 사료를 다 먹으 면 녀석을 타고 김치 저장고로 가서 오로 가면 끝이었다.

이후 일정을 생각하던 강진은

주위를 보았다.

“안 쓰는 집 문짝 뜯어서 바닥 에 설치할까?”

만복이 집을 주기는 했지만, 집 자체는 지상에 있어서 그곳을 통 해서는 으로 바로 갈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 이 피식 웃었다.

“이거…… 서 있으면 앉고 싶 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 고 싶다더니……

사람이 편한 것만 찾는다는 의

미의 이야기였다.

만복이 집을 주지 않았으면 김 치 저장고에서 여기까지 돼랑이 를 타고 와야 했는데, 이제는 여 기에 바로 올 수 있으니 또 바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이다.

게다가 지금 사는 사람이 없다 고 해도, 이 마을은 남아 있는 귀신들에게 있어 소중한 기억이 자 추억이며 지금까지도 머무는 터전이었다.

그런 마을의 집 문을 함부로 뜯

어 바닥에 두는 것은 잘못이었 다.

생각 끝에 고개를 저은 강진은 쇼핑백을 들고는 돼랑이가 밥을 다 먹기를 기다렸다. 밥 먹을 때 는 돼지도 건드려서는 안 되니 말이다.

엄청난 속도로 밥을 다 먹은 돼 랑이가 다가와서는 알아서 몸을 숙이자 강진이 익숙하게 그의 등 에 올라탔다.

그와 거의 동시에 돼랑이 식구 들이 옆에 몰려왔다.

푸우우!

길게 숨을 토한 돼랑이가 뛰어 나가자, 돼순이와 새끼들이 그 뒤를 일렬로 쫓아오기 시작했다.

*  * *

으에 도착한 강진은 쇼핑백을 들고는 JS 금융으로 향하고 있었 다. 여기 온 김에 강두치를 만나 사람들에게 말을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에 대해서 알아보려는

것이다.

JS 금융으로 향한 강진은 길게 줄을 서 있는 귀신들을 보았다. 전에도 봤지만…… 수십 개의 창 구에는 단 하나의 직원이 귀신들 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직원의 앞에는 귀신 들이 아주 길게 늘어서 있었다.

‘여기는 볼 때마다 지독해.’

줄을 선다는 건 귀찮고 지루한 일이었다. 게다가 저 엄청난 줄 이 끝나 직원에게 서류를 내도

조그마한 실수라도 있으면 다시 맨 뒤로 가서 줄을 서야 했다.

게다가 뭐가 잘못인지도 설명하 지 않은 채 그냥 손만 까닥이고 가라고 하니…… 다시 줄을 서도 제대로 된 서류를 낼 확률도 낮 았다.

그러니 귀신들 입장에서는 속이 터질 일이었다. 그래서 귀신들이 JS 금융 직원들을 무서워하고 불 편해하는 것이고 말이다.

줄을 보던 강진은 한쪽으로 걸 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줄을 선 귀신들이 못 넘어오도록 막아선 라인이 있었 고, JS 금융 직원들이 서서 감시 를 하고 있었다.

그 라인 너머엔 VIP를 위한 창 구들이 늘어서 있었다.

일반 귀신들을 위한 창구에는 오직 한 명의 직원이 있다면, VIP 창구에는 그 반대로 수십 명의 직원이 몇 되지 않는 VIP 를 기다리거나 접대하고 있었다.

‘부자를 위한 나라가 있다면 그 건 JS일 거야.’

으는 계좌에 돈이 있고 없고로 철저하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 공하니 말이다.

강진이 다가오자 직원들이 고개 를 숙이고는 알아서 줄을 치워 주었다.

“어서 오십시오.”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오늘은 어떤 용무로 오셨는지요?”

친절한 미소로 맞이해 주는 직 원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강두치 씨를 보러 왔는데요.”

“강두치 대리님요? 잠시만 기다 리세요.”

직원은 무전기로 강두치를 찾았 다. 그러고는 웃으며 한쪽에 있 는 편안해 보이는 소파로 강진을 안내했다.

“여기서 잠시 기다리시면 강두 치 대리님 오실 겁니다. 아! 음 료 한 잔 드릴까요?”

“서천꽃물 부탁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직원은 금세 서천꽃물과 간단한 과자를 접시에 담아 가지고 왔 다. 그러고는 소파 앞 테이블에 놓고는 물었다.

“더 필요하신 것이 있으십니 까?”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언제든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 면 여기 버튼을 눌러 주십시오.”

직원이 테이블에 있는 버튼을 가리키자 강진은 고개를 끄덕였 다. 용무를 마친 직원이 가자 강

진은 테이블에 놓인 과자를 집어 비닐을 뜯고는 알맹이를 입에 넣 었다.

입에 넣자마자 은은하게 퍼지는 계피 향에 미소를 짓던 강진이 버튼을 보았다.

‘음식점에 있는 버튼 같네.’

웃으며 버튼을 보던 강진은 슬 쩍 줄을 선 귀신들을 보았다. 강 진의 시선에 귀신들이 입맛을 다 시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누구는 대접받으며 소파에 편히

쉬고 있는데 자신들은 이렇게 줄 을 서 있다는 게 부끄러운 것이 다.

귀신들이 고개를 돌리자 강진도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귀신들이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 처럼 강진도 민망했다. 수십, 아 니 수백의 귀신들이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데 자신 은 이러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고 있는 것도 진짜 민망하 네.’

그에 강진은 줄을 선 귀신들에 게 최대한 시선을 주지 않은 채 과자를 하나씩 까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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