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614화 (612/1,050)

614화

잠시 조순례를 보던 정주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옥난에서 나는 향일세.”

“옥난?”

할아버지 귀신이 조순례의 휠체 어에 있는 옥난을 보고는 중얼거 렸다.

“내 난을 많이 키웠지만 저렇게

생긴 난은 처음 보는데?”

“우리 강진이가 조 여사 건강 생각해서 저승에서 나는 것을 가 지고 온 것이지.”

“저승? 무슨 소리야?”

할아버지 귀신의 말에 정주현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강진을 가리 켰다.

“저승식당 사장일세. 우리 민성 이 동생이지.”

정주현의 말에 할아버지 귀신이 자신을 보자 강진은 고개를 숙였 다.

그 모습에 할아버지 귀신이 놀 란 듯 물었다.

“나를 보는 거야?”

할아버지 귀신의 반응에 정주현 이 웃었다.

“이런, 세상에 저승식당도 모르 는 귀신이 여기 있었구만.”

무언가 이겼다 하는 생각을 하 며 정주현이 웃자, 강진이 작게 배용수를 세 번 불렀다.

화아악!

배용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강진 이 눈짓으로 할아버지 귀신을 가 리켰다. 그에 배용수가 할아버지 귀신을 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이런 경우가 몇 번 있어서 바로 상황 파악이 된 것이다.

“내가 무슨 네 대변인이냐?”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배용수는 할아버지 귀신에게 다가가 저승 식당과 강진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기 시작했다.

배용수의 설명에 할아버지 귀신

이 놀란 둣 강진을 몇 번 힐끗거 렸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황민성 을 보았다.

황민성은 조순례를 살피느라 강 진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아는 분인지 물어볼까?’

할아버지 귀신이 황민성을 보고 반갑게 다가온 것을 보면, 생전 에 인연이 있는 듯했다.

잠시 황민성을 보던 강진은 고 개를 저었다.

‘이야기하지 말자.’

알던 사람이 죽어서 귀신이 됐 다는 것을 알면 그리 기분이 좋 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아는 척하지 않 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모르면 걱정을 안 하지만, 알면 걱정을 하니 말이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할아 버지 귀신이 강진을 보았다.

“자네가 저승식당 사장이라고?”

할아버지 귀신의 말에 강진이

작게 웃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 다. 그에 배용수가 말했다.

“사람들 있어서 어르신하고 이 야기는 못 해요. 잘못하면 미친 놈 되거든요.”

배용수의 말에 할아버지 귀신이 강진을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황민성 사장하고는 어떤 사이 야?”

“민성 형과 친한 형 동생 사이 입니다.”

“그렇구먼.”

고개를 끄덕인 할아버지 귀신이 강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내가 원래 이 산 주인이었어.”

‘전 산 주인?’

강진이 의아한 눈으로 보는 사 이, 할아버지 귀신이 조순례를 보고는 말했다.

“그런데 혹시 이 분은 황 사장 어머니?”

“네. 형 어머니세요.”

배용수의 말에 할아버지 귀신이

조순례를 보았다.

“이거 살았을 때 봤으면 인사를 제대로 드리는 건데……

할아버지 귀신이 미소를 지으며 조순례를 보자, 정주현이 눈을 부라리며 그 앞을 막았다.

“귀신은 안 좋아.”

정주현의 말에 할아버지 귀신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지 귀신은 옆으로 살짝 물러나고는 배용수와 이야기를 마저 나누었다. 그것을 강진이

볼 때, 황민성이 말했다.

“강진아, 식판 챙겨.”

강진은 어느새 자신이 배식대 앞에 있는 것을 알았다.

줄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자 신의 차례가 된 것이다. 그에 강 진이 식판을 챙기고는 밥을 펐 다.

놓여 있는 반찬들을 먹을 만큼 가져가는 자율 배식이었다.

“자율 배식이네요.”

보통 학교 배식은 양이 정해져 있기에 메인 음식은 배식을 해 주는데 말이다.

“먹고 싶은 건 마음껏 먹어야 지.”

황민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반찬들을 담고는 백숙이 담긴 국그릇을 들었다.

강진은 국그릇을 식판 위에 올 리며 작게 입맛을 다셨다. 자신 이 든 백숙 그릇 안엔 인삼이 들 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운 좋은 애가 산삼을 먹 으려나?’

산삼을 넣고 끓인 백숙을 먹을 사람을 생각하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운이 대박 난 애는 백 년 근 산 삼을 먹을 테고…… 아닌 애들은 십 년 근을 먹을 것이다.

생각을 끊은 강진은 한쪽에 있 는 테이블로 걸음을 옮겼다.

학생들과 같이 줄을 서서 먹기 는 하지만 선생님들의 자리는 한

쪽에 따로 있었다.

줄을 서는 것이야 같이 하지만, 아무래도 선생님과 같이 밥을 먹 는 건 학생들에게 불편하니 말이 다.

식사를 하며 강진은 힐끗 할아 버지 귀신을 보았다. 그는 밥을 먹는 학생들 사이를 웃으며 걷고 있었다.

“몸에 좋은 거니 많이들 먹어 라. 이런 걸 먹어줘야 여름에 힘

들지가 않아요.”

“아이구! 이 몸에 좋은 인삼을 안 먹고 남겼어. 다 먹어야지.”

“이 녀석, 그거 산삼이구나. 그 래. 그건 다 먹어야 해. 국물도 남기지 말고.”

할아버지 귀신이 한 학생의 뒤 에서 말을 하는 것에 강진이 그 쪽을 보았다.

짧은 스포츠머리를 한 남학생이 삼을 젓가락으로 집어 먹고 있었 다.

‘저게 산삼이구나.’

멀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할 아버지 귀신이 산삼이라고 말을 했으니 산삼일 것이다.

살짝 부럽다는 생각을 하던 강 진은 남은 백숙 국물을 마셨다.

‘국물이라도…… 마시자.’

자신이 만든 산삼 백숙 국물과 여기 인삼 백숙 국물을 섞었으 니…… 산삼 대신 산삼 목욕물이 라도 마시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말을 걸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할아버지 귀신을 강 진이 볼 때, 배용수가 말했다.

“할아버지 좋은 분이더라.”

“그래 보인다.”

학생들 먹는 것을 챙기는 귀신 이라니…….

물론 학생들과 가까이 있으니 좋은 영향은 안 줄 것 같지만, 사람이 이렇게 많으면 양기가 많 아 귀신의 기운도 줄어드는 법이 다.

사람 수백에 귀신 하나라면, 귀

신이 가까이 왔을 때 조금 서늘 한 기분을 느끼는 것 외에는 그 리 나쁜 영향도 없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은 자신 을 보고 있는 황민성을 발견했 다.

아마 자신이 혼잣말을 하는 것 을 들은 모양이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식판을 들고 일어 났다.

“저는 먼저 나가 있을게요.”

“왜, 같이 나가지?”

“정리를 할 것이 좀 있어서요. 그리고 온 김에 애들 푸드 트럭 에서 먹고 싶은 것 있으면 해 주 려고요.”

“뭐 챙겨 왔어?”

“학교로 온다고 해서 핫도그하 고 튀김 재료를 좀 챙겨왔어요.”

“밥 먹었는데 또 먹겠어?”

황민성의 말에 조순례가 웃으며 말했다.

“애들은 먹고 나서도 또 간식을 먹을 수 있지. 엄마 예전에 분식

집 할 때는 점심시간에 애들 나 와서 떡볶이도 먹고 순대도 먹고 다 했어.”

“그렇구나.”

황민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 진을 보았다.

“그럼 수고 좀 해 줘.”

“이따 한 시간 후쯤에 방송으로 핫도그나 튀김 먹고 싶은 애들은 주차장 푸드 트럭으로 오라고 하 세요.”

그 말을 끝으로 걸음을 옮긴 강

진은 급식실 한쪽에 있는 퇴식대 에 식판을 두고는 배용수에게 말 했다.

“할아버지 좀 모셔 와라. 식사 좀 드리게.”

“오케이.”

배용수가 할아버지 귀신에게 가 서 뭐라고 말을 하자, 그가 웃으 며 다가왔다.

“하하하! 저승식당 주인 밥을 먹는 건가?”

할아버지 귀신의 말에 웃은 강

진이 급식실 밖으로 나오며 말했 다.

“사람들 눈이 있어서 인사는 좀 이따 다시 하겠습니다.”

“인사는 무슨…… 나야 여기 귀 신한테 자네 이름하고 하는 일 들었는걸. 아! 그러고 보니 내 이름을 말 안 했구먼.”

할아버지 귀신은 강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 한선동이야.”

그에 강진은 주위를 한 번 보고

는 그 손을 잡았다.

“이강진입니다.”

“만나서 반가워.”

한선동은 강진을 따라 걸으며 물었다.

“그래서 나 뭐 해 줄 건가?”

“혹시 삼겹살 좋아하세요?”

“하하하! 한국 사람 중에 삼겹 살 싫어하는 사람이 몇 되나? 나 는 물론 좋아하는 사람에 속하 네.”

기분 좋게 웃는 할아버지 귀신 을 데리고 자신의 푸드 트럭으로 온 강진은 불판을 올리고는 가스 레인지를 켰다.

곧 불판이 달아오르자 삼겹살을 그 위에 올리고는 굽기 시작했 다.

한편 배용수는 찬밥과 김치, 밑 반찬을 꺼내 앞에 놓았다.

“밥이 좀 차서 죄송합니다.”

“아니야. 이렇게 먹으니 참 먹 는 것 같아서 좋구만.”

한선동이 불판에서 익어가는 삼 겹살을 보며 웃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배용수가 말 했다.

“핫도그하고 튀김 바로 할 거 야?”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애들이 와서 먹지. 그런데 애들이 얼마 나 올지 모르겠네.”

핫도그와 튀김은 100인분 정도 준비했는데, 애들이 다 나와서 먹으면 모자를 수도 있었다.

“양 얼마나 준비했나?”

한선동의 물음에 강진이 말했 다.

“백 인분 정도요.”

“백 인분이라…… 애들 밥도 먹 었으니 그리 부족하지는 않을 게 야. 그리고 부족하면 학교 급식 실에 야채하고 밀가루 더 있으니 그거 가져다가 더 만들어도 되지 않겠나.”

“급식실 식재 계획이 있을 텐데 제가 가져다 써도 될까요?”

강진의 말에 한선동이 웃으며 말했다.

“황 사장이 애들 먹는 건 부족 하지 않게 지원을 해 줘서 식재 는 부족하지 않고, 모자라면 또 주문하면 되니 괜찮을 걸세.”

그러고는 한선동이 산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여기 교장이 산에다 밭 을 만들어서 야채들도 많아.”

“밭을 만드셨구나.”

“여기저기 다 흙이니 몸만 좀

움직이면 밭이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

한선동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여기 교장 덕에 선생들이 좀 고생을 하지. 밭을 너무 많이 만 들었어.”

한선동의 말에 강진이 웃고는 잘 익은 삼겹살을 잘라 앞에 놓 았다.

“식사하세요.”

강진의 말에 한선동이 웃으며 젓가락으로 고기를 집어 입에 넣

었다. 그러고는 놀란 둣 강진을 보았다.

“이게 뭐야? 너무 맛있지 않은 가?”

“맛있으세요?”

“가끔 삼겹살이 나와서 나도 애 들 먹을 때 먹는데…… 그런 것 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군. 최 씨 와 박 씨 불러다가 같이 먹었으 면 좋겠어.”

“최 씨와 박 씨요?”

“애들 수호령인 노인네들 있

어.”

노인네라는 말에 강진은 급식실 에서 본 귀신들을 떠올렸다.

아이들에게 붙은 수호령 중에 노인 귀신 둘이 있었던 것이다.

“손주에게 붙어 계시나 보네 요?”

“자식들이 죽어서 애들 대신 키 우다가 먼저 죽은 경우지.”

말을 하며 한선동이 고개를 저 었다.

“그 치들 이야기 들으면 딱해.”

한선동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소주를 꺼내들었다.

“소주 한잔하시죠.”

강진의 말에 한선동이 급히 주 위를 보고는 말했다.

“소주 안 먹네. 치우게.”

“술 안 좋아하세요?”

“안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안 먹는 것일세. 일단 치우게. 애들 보겠네.”

어서 치우라는 듯 손을 내젓는 한선동의 모습에 강진이 소주를 치웠다. 그 모습을 보던 한선동 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여기 다니는 애들 요즘 말로 일진이었다는 건 알지?”

“ 알죠.”

“그래서 학교에서는 술을 마시 지 않아.”

“그거야 당연한 것 아닌가요?”

학교에서 음주는 당연히 안 되 니 말이다.

“그 말도 맞는데 여기 선생들도 술을 마시지 않아.”

“선생님들도요?”

“여기 선생들도 저기 건물에서 같이 기숙을 하니 일과 후에 모 여서 한잔할 법도 하지만, 전혀 마시지 않아. 괜히 애들이 보는 곳에 소주 빈병 돌아다니면 애들 이 먹고 싶어 할 테니까.”

“아…… 그래서.”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한선 동이 말을 이었다.

“여기 선생들은 술이 마시고 싶 으면 차 타고 마을 가서 마시고 하루 자고 와.”

“하긴, 여긴 술 마시고 올라오 기 힘들겠네요.”

차 타고 이동해야 하는 곳이니 술을 마시면 돌아오기 힘들 것이 다. 게다가 여긴 대리운전이 있 을 곳도 아니고 말이다.

“그런 것도 있고 술 취한 모습 학생들한테 안 보여주려고 하는 거지.”

한선동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 다.

“애들은 유혹에 약하고, 여기 있는 애들은 대부분 유혹에 한 번 넘어갔던 녀석들이라…… 자 제하기 힘들거든.”

한선동의 말에 강진이 바닥에 내려놓은 소주병을 아이스박스 안으로 집어넣었다.

대신 콜라를 따라 그의 앞에 놓 았다. 그에 한선동이 콜라를 마 시고는 기분 좋은 얼굴로 삼겹살 을 먹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은

핫도그와 튀김을 준비하기 시작 했다.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가 이 산 을 민성 형에게 파신 건가요?”

강진의 말에 한선동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안 팔려고 했어. 내가 죽으면 이 산에 묻히려고 했거 드 ”

말을 하던 한선동은 그때 기억 이 나는 듯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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