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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616화 (614/1,050)

616화

강진이 아이들에게 핫도그와 야 채 튀김을 주고 있을 때, 황민성 이 사람들과 함께 다가왔다.

“애들 좋아하네.”

핫도그와 야채 튀김을 먹고 있 는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황민성에게 강진이 말했다.

“생각보다 많이들 와서 안 먹네 요.”

“우리 학교도 먹을 건 잘 주니 까.”

황민성은 학교를 보며 말을 덧 붙였다.

“그리고 학교 매점에 간식도 잘 되어 있고.”

“학교에 매점도 있어요?”

“그럼. 애들도 군것질하고 싶을 것 아니겠어?”

웃으며 말을 하던 황민성이 문 득 핫도그를 하나 집어 먹고는 말했다.

“재료 많이 남았어? 애들 먹을 만큼 먹은 것 같으니 계곡에 가 서 발이나 담그자.”

그러고는 황민성이 강상식을 보 았다.

“상식이 공도 던져줘야지.”

공이라는 말에 강진이 피식 웃 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건 어떻게 하죠?”

강진이 남은 핫도그와 야채 튀 김을 보며 하는 말에 제갈경이 주위를 보다가 한쪽에 있는 학생

들을 보고 손을 들었다.

“최강한! 임석!”

제갈경의 외침에 건장한 체격을 가진 학생 둘이 먹던 핫도그를 입에 넣고는 뛰어왔다.

“네!”

“네!”

건들건들하던 학생 둘이 즉시 뛰어오는 것에 강진이 제갈경을 보았다.

‘확실히…… 애들이 무서워하기

는 하는구나.’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제갈 경이 말했다.

“담아주시면 애들 시켜서 매점 에 두라고 하겠습니다. 배고파서 매점 온 애들이 알아서 먹을 겁 니다.”

“아……

제갈경의 말에 강진은 핫도그와 튀김을 쟁반에 담았다. 그리고 소스 통들도 그 위에 올리자, 제 갈경이 뛰어온 학생 둘에게 말했

다.

“이거 매점에 가져다 두고 선생 님한테 애들 알아서 먹으라고 했 다고 전해.”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두 학생이 두말하 지 않고 쟁반을 든 채 학교로 조 심히 걸어가는 것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애들이 선생님을 무척 무서워 하는 모양이네요.”

강진의 말에 제갈경이 피식 웃

다가 뒤에 있는 윤두식을 보았 다.

“애들 때리면 안 된다.”

“형님은 안 때리셨습니까?”

“안 때린다. 스파링만 몇 번 할 뿐이지.”

“스파링?”

“길에서 싸우면 그저 싸움이지 만, 링 위에서 주먹을 쓰는 건 스포츠니까. 그러고 보니 자네 권투나 유도 좀 할 줄 아나?”

“배운 적 없습니다.”

윤두식의 말에 제갈경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한테 배워야겠다.”

“그런 것 안 해도…… 저는 이 게 있습니다.”

윤두식이 주먹을 들어 보이자, 제갈경이 피식 웃었다.

“룰 없는 싸움이면 내가 너한테 안 될 수도 있지만, 규칙이 있는 링 위에서는 다르다.”

“주먹으로 하는 건데 다르면 얼 마나 다르겠습니까.”

“나중에 울지나 마라.”

가볍게 웃는 제갈경의 모습에 윤두식이 웃었다.

“형님이나 살살하라는 말 하지 마쇼.”

윤두식의 말에 제갈경이 크게 웃었다. 그런 둘을 보며 미소 짓 던 황민성이 말했다.

“자! 그럼 물놀이나 하러 갑시 다.”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푸드 트럭에 실어 놓은 가방 안에서 초록색 튜브를 꺼내 입에 물고는 불기 시작했다.

“그럼 가시죠.”

강진은 튜브를 불며 말하는 강 상식을 보고 웃었다. 사뭇 진지 한 얼굴로 수박 모양의 튜브를 불고 있으니 말이다.

웃으며 푸드 트럭을 마저 정리 한 강진은 일행과 함께 다시 계 곡으로 가기 시작했다.

강진은 햇살로 달구어진 바위 위에 지친 얼굴로 누워 있었다.

한낮의 태양열에 잘 달구어진 바위는 찜질방 온돌바닥에 비할 만큼 따스했다.

아니, 조금 뜨거운 감도 있지만 강진은 오히려 그것이 좋았다. 계곡물에 들어갔다가 나왔더니 온몸이 얼음장 같았던 것이다.

“물놀이하기에는 아직 물이 차 갑네.”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고 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니 얼마나 차갑겠냐? 으! 보고 있는 내가 더 춥다.”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은 힐끗 계곡물을 쳐다보았다.

계곡 안에서는 황민성과 강상식 이 수박 모양 튜브를 던지고 받 으며 놀고 있었다.

황민성이 던져 주는 공을 주우 러 첨벙첨벙 뛰는 강상식의 폼

이…….

“전생에 개였나?”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나하고 같은 생각했네.”

“너도 그런 생각 했냐?”

“공 주우러 가는 모습이 꼭 카 스 같잖아.”

강상식이 들으면 화를 낼 만한 말을 하며 피식 웃은 강진이 중 얼거렸다.

“어쨌든 즐거워 보이네. 안 춥 나?”

“저리 뛰어다니는데 춥겠냐.”

강상식이 던진 공을 받자마자 있는 힘껏 던지는 황민성을 보며 배용수가 말했다.

“저거 일부러 그런 것 같지 않 냐?”

“그런 듯도 하다.”

두 사람이 그런 대화를 할 때, 황민성이 강진 쪽을 보고는 작게 입 모양으로 말하며 손을 까닥였

다.

“교대.”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따스 한 바위를 한 번 더 만진 뒤 계 곡물 안으로 들어갔다.

“으! 추워!”

뼛속까지 냉기가 들어오는 것에 강진이 어기적거리며 다가오자 황민성이 그 엉덩이를 토닥이고 는 바위로 걸어갔다.

“으! 춥다.”

그러고는 강진이 누워서 물 자 국이 남아 있는 바위에 그대로 몸을 눕혔다.

“아! 따스해.”

황민성이 따스함에 미소를 지을 때 강상식이 강진에게 다가왔다.

“공 주세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힐끗 황 민성을 보고는 공을 던졌다.

탓!

가볍게 공을 받고 던지려는 강

진에게 강상식이 손을 저었다.

“왜요?”

“야, 우리도 이만 나가자.”

“네?”

방금까지 신나게 공놀이를 하던 사람이 그만하자고 하는 것에 강 진이 의아한 듯 보자, 강상식이 작게 중얼거렸다.

“아니, 무슨 민성 형 공놀이를 이렇게 좋아해.”

강상식은 몸을 작게 부르르 떨

고는 말을 이었다.

“형이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서 나가지도 못하고 계속 놀아주고 있었잖아.”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아! 하고 는 웃었다.

“그럼 나가서 과일이나 먹죠.”

“과일도 좋은데 따스한 믹스 커 피 당긴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물놀이하기에는 아직 물이 차 갑더라고요.”

“맞아. 물이 무슨 얼음이다, 얼 O ”

TH •

연신 몸을 부르르 떤 강상식이 말을 이었다.

“지금은 따스한 커피가 너무 당 긴다.”

“그럼 믹스 커피도 먹죠. 어차 피 트럭에 커피도 있고 전기 포 트도 있어요.”

“그거 좋지.”

강상식은 슬며시 수박 공의 바 람을 빼기 시작했다. 황민성이 또 놀자고 할까 봐 바람을 빼는 것이다.

아무래도 정말 힘들었던 모양이 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속으로 웃었다.

‘민성 형은 자기가 놀아준다고 생각했는데…… 상식 형은 자기 가 놀아주고 있었다고 생각을 한 모양이네.’

물론 처음에는 강상식도 신이 나고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하

다 보니 생각만큼 재밌지는 않았 을 것이다.

어릴 때야 재밌을 놀이지, 나이 먹고 하니 딱히 재미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모르는 황민성은 강상식 어릴 때 못 해 본 것 하 게 해 주려고 일부러 더 재밌는 척 공을 던져 주었고, 강상식은 황민성이 재밌어하니 더 신이 난 것처럼 뛰어다닌 것이다.

그러다 지금은 둘 다 지쳤고 말 이다.

그에 고개를 저은 강진은 황민 성이 있는 곳으로 나와서는 말했 다.

“따뜻한 믹스 커피에 과일이나 좀 드시죠.”

“좋지!”

그러고는 황민성이 강상식을 보 았다.

“춥지?”

“물이 많이 차갑네요.”

“여기 돌에 누워 봐. 완전 따뜻

해.”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반들반들한 돌 위에 엉덩이를 댔다가 놀란 눈으로 등 을 가져다 댔다.

“아!”

기분 좋은 소리를 내는 강상식 을 보며 황민성이 웃었다.

“좋지?”

“아주 좋네요.”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다시

돌에 등을 대며 말했다.

“조금만 있다가 먹자.”

“그러죠.”

강진이 그 옆에 눕자, 황민성이 강상식을 향해 말했다.

“실컷 놀았냐?”

“많이 놀았습니다.”

강상식은 말을 하며 슬며시 수 박 모양 튜브를 머리 밑에 깔고 는 눌렀다. 혹시라도 황민성이 더 놀자고 할까 싶어 바람을 마

저 빼려는 것이다.

한편, 황민성은 강상식이 튜브 를 만지작거리자 슬며시 시선을 피했다. 혹시 또 놀자고 할까 봐 서 말이다.

‘형이 너하고 더 놀아주기 싫어 서 그런 것이 아니라…… 오늘 대업을 치러야 하는데 여기서 힘 을 다 뺄 수는 없는 일 아니겠 냐.’

변명이기는 했지만, 사실 오늘 황민성은 아내와 좋은 시간을 보 낼 생각이라 힘을 아껴 둬야 할

필요가 있기는 했다.

게다가 오늘 먹으려던 산삼도 먹지도 못하고 국물만 먹었기에 힘을 더 아껴야 할 필요가 있었 다.

‘인삼도 몸에 좋다고 하니…… 도움이 되겠지.’

그런 생각을 하던 황민성은 슬 쩍 자신의 허벅지를 손으로 눌러 보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 다. 단단한 것이 ‘아직 나 죽지 않았어!’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오늘…… 애기 갖는다.’

속으로 결심을 한 황민성이 몸 을 일으켰다.

“올라가자.”

황민성의 말에 강진과 강상식이 일어나서는 위로 올라왔다. 앞장 서서 푸드 트럭에 다가간 강진이 캡을 열고 거기에 전기 포트를 연결했다.

그것을 보던 황민성이 물었다.

“복분자 차는 없어?”

“아!”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다가 미소를 지었다.

‘오늘이구나.’

그런 강진의 모습에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믹스 커피가 몸에 안

“몸에 좋은 건 맛이 요.”

작게 웃는 강진에게 말했다.

그를 보 황민성이

좋대.”

없더라고

배 용수가

“석청 챙겨 왔잖아.”

강진이 보자 배용수가 웃으며 황민성을 보았다.

“석청이 혈액 순환에 좋고 비타 민과 당이 있어서 에너지 쓸 일 이 있을 때 먹으면 바로 효과가 있지.”

에너지 쓸 일이라 말을 하는 것 을 보니 배용수도 눈치를 챈 모 양이었다.

“호오!”

강진은 감탄을 하고는 푸드 트

럭에 올라가 한쪽에서 통을 꺼내 뚜껑을 열었다. 그곳에는 석청이 통으로 담겨 있었다.

“석청이네.”

강상식이 알아보자 강진이 고개 를 끄덕였다.

“이게 또 몸에 좋죠. 커피 말고 달달하게 이거 타서 먹죠.”

강진은 석청 조각을 나무젓가락 으로 뜯어내서는 한 조각씩 내밀 었다.

그에 두 사람이 한 조각씩 받아

입에 넣었다. 특히 황민성은 손 가락에 묻은 것까지 쪽쪽 빨아먹 었다.

‘역시 몸에 좋은 건 먹어 본 사 람이 안다고 석청 효능도 잘 아 시나 보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은 슬쩍 정자 쪽을 보았다. 그곳에는 윤 두식과 제갈경이 앉아서 이야기 를 하고 있었다.

아까 조순례는 조금 피곤해하는 것 같아 김이슬, 고경수와 함께 학교로 돌아갔고, 두 사람은 학

교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 었다.

강진이 둘을 보자, 황민성이 소 리쳤다.

“와서 석청 좀 드세요!”

그에 제갈경과 윤두식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가왔다. 곧 자신 의 앞에 선 두 사람에게 강진은 석청을 나누어 주었다.

그러다 포트에 있는 물이 끓어 오르자 그 물을 잔에 붓고 석청 을 타서 건네주었다.

꿀 차를 마시는 윤두식을 보며 황민성이 말했다.

“학교생활 이야기는 좀 들었 어?”

학교 이야기에 대해 묻는 황민 성을 보며 윤두식이 고개를 끄덕 였다.

“생각보다 애들 관리가 쉽지 않 은 모양이시다.”

“거친 애들 모아 놓은 곳이니 까. 그래도…… 지내다 보면 속 깊은 애들도 몇 있다.”

제갈경의 말에 윤두식이 그를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제갈 경이 말했다.

“힘들 때는 그런 애들 보면서 위안 삼아라. 그런 애들 한두 명 만 잘 키워서 졸업시켜도 뿌듯한 법이니까.”

그러고는 제갈경이 미소를 지었 다.

“너도 앞으로 하면 알겠지 만…… 선생님이란 직업 참 뿌듯 하다. 판사, 검人}, 변호사에도 안 들어가는 님 자가 붙는 이유가

있어.”

“그렇습니까?”

“이게 사람 자식이 맞나 싶었던 애들이 나중에 스승의 날이라고 한 번 찾아오면……

제갈경은 흐뭇하게 웃었다.

“앞으로도 이놈들을 위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어.”

“찾아오는 애들이 종종 있으신 가 보네요.”

“꽤 많아.”

기분 좋게 웃는 제갈경을 보며 황민성이 미소를 지었다. 이런 말을 들으니 그도 뿌듯한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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