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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621화 (619/1,050)

621 화

이태문과 황구, 거기에서 오동 민과 카스로 연결되는 생각을 잠 시 하던 강진이 이수정을 보았 다.

“전에 저희 가게에 몇 번 오신 적이 있으십니다.”

“아! 어르신을 아시는구나.”

“이태문 어르신은 좋은 분이십 니다. 아! 그리고 이태문 어르신 한테는 황구라는 귀여운 개가 한

마리 있습니다.”

강진의 말에 이수정이 그를 보 았다.

“그래서 집에 강아지 장난감들 이 있었구나.”

“수정 씨도 식당 2층에서 생활 하십니까?”

“네.”

“저도 2층에서 사는데.”

말을 하던 강진은 문득 윤복환 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제가 가 본 저승 식당들은 다 2층이더군요. 1층은 음식을 하고 2층은 집이고요.”

“그래요?”

이수정이 처음 듣는다는 듯 반 응하자 강진이 물었다.

“다른 저승식당 안 가 보셨어 요?”

“저는 아직 얼마 안 돼서요.”

이수정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말을 이었다.

“제가 강원도, 충청도, 제주도 이렇게 가 봤는데 2층으로 된 건 물에서 영업을 하시더라고요.”

두 사람의 대화에 앞서 걷던 윤 복환이 웃으며 말했다.

“그게 뭐 이상한가?”

“혹시 어르신 가게도 2층으로 되어 있습니까?”

강진의 물음에 윤복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가게도 2층이지. 1층은 영업, 2층은 숙소.”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습니 까?”

“이유가 있지.”

“그 무슨 이유인지?”

강진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 자 윤복환이 웃으며 말했다.

“땅값이 비싸지 않나.”

“땅값요?”

“옛날에는 크게 지어서 한쪽은 식당을 하고 한쪽은 집으로 했지 만 땅값이 있으니 2층으로 올린

거지.”

웃으며 하는 말이 농담인 것 같 지만, 생각을 해 보면 이유가 되 기도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집과 가게를 떨어뜨리 지 않은 이유는…… 우리 영업이 새벽에 끝이 나니 퇴근해서 집에 가는 것도 피곤하고 그래서 이층 으로 바뀌기 시작한 거야. 일 끝 나고 바로 올라가서 쉴 수 있도 록 말이야.”

“아! 그렇군요.”

윤복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수정이 물었다.

“그런데 왜 딱 2층인가요? 3층 도 있고 4층도 있을 텐데?”

“3층이나 4층으로 올려도 되지. 하지만 사람이 쓰지도 않을 3층 과 4층을 뭐 하러 올리겠나?”

“임대를 해 줘도…… 아!”

말을 하던 이수정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며 윤복환이 말했다.

“귀신을 손님으로 받는 가게가

1층에 있으면 그 건물 자체가 영 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 뭐…… 귀기 때문에 여름에 에어컨 안 틀어도 되는 건 좋겠지만 말이 야. 하지만 사람이 귀신들 머리 위에 머물고 있으면 그 기운을 받을 테니 안 좋겠지.”

웃으며 설명을 해 준 윤복환은 고속버스 터미널처럼 생긴 곳 앞 에 그들을 데리고 갔다.

입구에 적힌 이름을 보니 고속 버스 터미널처럼 생긴 것이 아니 라 진짜 터미널인 모양이었다.

“자네들 여기에 와 본 적이 있 나?”

윤복환의 물음에 강진과 이수정 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편의점하고 JS 금융 쪽만 다녀서 이곳은 처음입니다.”

“저도요.”

두 사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윤복환이 터미널을 가리켰다.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은 이승 과 저승의 중간 지점이라 할 수 있지. 망자들이 저곳에서 버스를 타고 저승으로 가네. 저들이 도 착하는 곳부터가 진정한 저승이 라 할 수 있지.”

“이승 고속버스 터미널처럼 생 겼네요.”

“나도 안에는 들어가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밖에서 보 이는 건 이승하고 똑같이 생겼

지.”

“들어가 보신 적이 없으십니 까?”

강진의 물음에 윤복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서 저승 가는 교통편이 비행기, 기차, 버스 세 종류가 있 는데…… 그곳에 우리 같은 사람 들은 들어갈 수 없네. 들어갔다 가 잘못해서 버스나 기차 타 버 리면 바로……

윤복환은 웃으며 말했다.

“저승 급행을 타는 거니까.”

“그렇군요.”

윤복환은 터미널 앞에 있는 건 물들을 가리켰다.

“이승하고 비슷해서 그런지 몰 라도 터미널 앞에는 여러 음식들 을 파는 가게들이 몰려 있네.”

윤복환의 말에 강진이 보니 터 미널 앞 건물들에는 음식점 간판 들이 여럿 달려 있었다.

거기에 JS 피시방이라 적힌 간 판도 있었다.

저승의 정보들을 미리 알아보세 요.

잡스 형이 조립해 준 컴퓨터들 다양하게 보유〉

“잡스 형?”

강진이 피시방 간판을 보며 중 얼거리자, 이수정이 놀란 듯 말 했다.

“그 죽은 사과 회사 대표 아니 에요?”

“아! 그 사람이 컴퓨터를 조립 해 줬다고?”

이수정과 강진이 놀라 하는 말 에 윤복환이 웃었다.

“아무리 귀신이라도 미국하고 여기하고 관할권이 다른데 잡스 같은 사람이 컴퓨터 조립을 해 줬겠나.”

“그럼 저거 거짓말 아니에요?”

강진의 말에 이수정도 의아한

듯 간판을 보았다.

“저승에서 저런 거짓 홍보 해도 돼요?”

“거짓은 아니겠지. 한국에서 죽 은 외국 귀신 중에 잡스라는 이 름이나 성을 가진 귀신이 조립해 줬을 수도 있고. 그냥 이름만 같 으면 거짓은 아닐 테니까.”

윤복환의 말에 강진이 간판을 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저승에도 저런 허위 광고가 있 군요.”

“이승 따라하는 것이 저승 아니 겠나.”

윤복환은 터미널 앞에 있는 음 식점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혹시 먹고 싶은 것 있나? 여기 가 저승이라 그런지 여러 음식들 많이 몰려 있는데.”

“저는 터미널 앞에서 파는 음식 안 좋아해서요.”

“안 좋아하나?”

“어쩐지 터미널 앞에서 음식 먹 으면 맛이 없더라고요.”

“단골 장사가 아니라 뜨내기손 님들 위주로 하는 장사치들 때문 이지. 그래도 터미널 앞에 있는 음식 중에는 제대로 된 것들도 있어.”

“그래요?”

“다 나쁘다거나 다 좋다는 생각 도 일종의 편견 아니겠나?”

그러고는 윤복환이 웃으며 말했 다.

“어느 지역의 터미널이든 그 앞 에서는 향토 음식들을 팔기 마련

이지. 향토 음식점 찾아갈 시간 이 없다면 터미널 앞에서 그 지 역 특색 음식을 사 먹어 보는 것 도 여행의 재미네. 물론 맛있는 음식집일지 아닐지는 자네의 운 이겠지만.”

윤복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터미널 앞에 가면 향토 음식점 들이 많기는 하지.’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윤복 환은 한 건물로 들어섰다. 그리 고 계단을 오르며 강진과 이수정

을 보았다.

“그리고 이승과는 다르게 여기 는 저승 식재를 사용해서 맛이 좋네. 그리고 음식도 다양하니 언제 시간 내서 음식 먹으러 와 보게. 이승과는 달리 실망하지는 않을 것이네.”

윤복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하긴, 저승 식재로 만들면 맛은 어느 정도 보장이 될 테니까.’

3층에 먼저 도착한 윤복환이 가

게 문을 열자 한약 냄새와 커피 향이 은은하게 섞인 냄새를 맡을 수가 있었다.

“복환 씨, 왔어요?”

한복 입은 아가씨가 웃으며 말 을 거는 것에 강진과 이수정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복환 씨?’

강진이 의아한 듯 아가씨를 볼 때, 윤복환이 웃으며 자신과 함 께 온 두 사람을 가리켰다.

“이쪽은 서울 저승식당의 이강

진 사장, 이쪽은 전주 저승식당 이수정 사장.”

윤복환의 소개에 아가씨가 웃으 며 두 사람을 보았다.

“이렇게 두 분을 보니…… 복래 하고 태문이 갈 때가 생각이 나 네요.”

말을 한 아가씨는 한쪽 창가를 보았다.

“저희 사장님 여기 왔다 가셨어 요?”

이수정의 물음에 아가씨가 미소

를 지었다.

“저기 앉아서 대추차 한 잔씩 드시고 가셨지요. 같이 온 황구 가 귀여워서 제가 돼지 등뼈도 주었답니다.”

“아…… 그러시구나.”

“편하신 자리에 앉으세요.”

아가씨의 말에 윤복환이 웃으며 두 사람을 보았다.

“복래 누님과 태문이가 저기 앉 았다 갔다니 우리도 창가 쪽에 앉지.”

윤복환이 자리로 가서 앉자 두 사람이 맞은편에 앉았다. 그러자 아가씨가 와서는 말했다.

“복환 씨는 유자차 드실 테고, 두 분은 어떤 걸로 드릴까요?”

아가씨의 말에 강진이 테이블 옆에 있는 메뉴판을 꺼내 이수정 에게 주었다. 이수정이 그것을 보다가 말했다.

“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저도 같은 걸로 주십시오.”

딱히 커피를 좋아하지는 않지

만, 메뉴를 여럿 부르기 좀 그래 서 통일을 한 것이다.

강진의 말에 아가씨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두 사람이 볼 때 윤 복환이 웃으며 말했다.

“저 아가씨가 나에게 복환 씨라 고 해서 좀 당황한 모양이군.”

윤복환의 말에 이수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 또래 같으신데?”

“자네 또래인 것은 맞지. 다 만…… 태어난 시기는 일제 강점 기일세.”

“아……

이수정이 놀란 눈으로 주방 쪽 을 보자 윤복환이 말했다.

“저분은 일제 강점기 때 독립운 동하다 돌아가신 분이네.”

“독립운동하다가요?”

“저 모습으로 죽으셨으니 참 어 린 나이에 돌아가신 것이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주방을 보던 윤복환이 두 사람을 보았 다.

“이 사장…… 아! 둘 다 이 사 장이로구먼.”

이강진, 이수정 둘 다 이 씨인 것이다.

“편하게 이름 부르시면 됩니 다.”

“저도요.”

두 사람의 말에 윤복환이 고개 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하지. 두 사람 다 식당을 맡은 지 얼마 안 되었다 보니 모르는 것도 많고 가끔은 힘들기도 할 것이네.”

윤복환의 말에 두 사람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두 사람 을 보며 윤복환이 말을 이었다.

“그래도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있 어야 외롭고 배고픈 귀신들이 조 금이라도 쉬고 가니…… 그걸 위 안으로 삼아 일하게나.”

“알고 있습니다.”

“네.”

두 사람의 답에 윤복환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웃었다.

“그런데…… 이거 딱히 나도 해 줄 말이 없군.”

윤복환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저승식당 회식은 일 년에 한 번 하는데 그 전에 새로 온 사장 은 나처럼 가장 나이가 많은 사 람이 따로 이런 자리를 마련해서 서먹하지 않게 이야기를 해 준다

네. 그런데……

윤복환은 머쓱한 듯 웃으며 말 했다.

“딱히 나도 해 줄 말이 없군. 두 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사장이 됐으니 서로 친하게 지내면 좋겠 다는 정도가 내가 해 줄 말이지 않나 싶고.”

윤복환의 말에 이수정이 핸드폰 을 꺼냈다.

“그럼 저희 번호 교환할까요?”

“그러시죠.”

두 사람이 번호를 교환할 때, 아가씨가 음료를 들고는 나왔다.

그러고는 앞자리에 음료수들을 놓고는 웃으며 말했다.

“가끔 심심하면 놀러들 와요. 저희 가게가 주에서 직접 재배한 원두와 식재를 써서 아주 맛이 좋아요.”

아가씨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직접 농사를 지으세요?”

“작은 가게 운영하는데 식재 값

이라도 아껴야죠.”

말을 한 아가씨가 문득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 새로 산 밭이 무척 기 름져서 아주 풍년이에요.”

“새로 산 밭?”

새로 산 밭이라는 말에 의아해 하던 강진은 돌연 표정을 굳히고 는 물었다.

“혹시…… 그 혀?”

강진의 말에 아가씨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혀.”

아가씨가 혀를 살짝 내밀었다가 집어넣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앞에 놓인 커피를 보았다. 그리 고 그것은 이수정도 마찬가지였 다.

저승에 대해 어느 정도 알기는 하지만 아직도 혀에서 나는 식재 가 조금은…… 그런 것이다. 그 모습에 윤복환이 웃었다.

“어차피 사람이 먹는 모든 건

다 그렇고 그런 것이네.”

강진이 보자 윤복환이 유자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미소를 지었 다.

“확실히 저승의 음식은 향과 맛 이 좋아. 자네들도 마셔 보게.”

강진과 이수정은 그리 좋지 못 한 표정인 상태로 아이스커피를 마셨다. 그러고는 두 사람 다 고 개를 끄덕였다.

시원하면서도 커피 향이 진했으 며 무엇보다 맛이 좋았다. 쓴맛

을 좋아하지 않는 강진의 입에도 적당히 쓰면서 향이 좋아 맛있게 느껴질 만큼 말이다.

‘내 혀만 아니면야…… 맛이 이 렇게 좋은데.’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커피의 향을 즐기다가 웃었다.

‘얼마나 혀로 죄를 지었기에 풍 년이 다 들었데.’

혀로 죄를 많이 지으면 지을수 록 밭이 기름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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