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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624화 (622/1,050)

624화

종수 어머니는 살짝 긴장한 채 김영지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 았다.

“사는 것은 잘 산다고 하던 데……

“그런 모양이에요.”

강진의 말에 어머니는 슬며시

자신의 옷을 살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대강이 어머니나, 종수 어머님 이나 아들 친구 어머니 뵈러 오 는 거예요. 긴장 안 하셔도 됩니 다.”

“그래도 조금 긴장이 되네요. 아들 친구 부모님 만나는 것이 처음이라.”

“그건 대강이 어머님도 마찬가 지세요. 그리고 대강이 어머님도 무척 좋으신 분이세요.”

“종수가 좋은 분이라고 하더라 고요. 집에 놀러 가면 맛있는 것 도 많이 준다고.”

어머니가 민망한 듯 입맛을 다 시자 강진이 물었다.

“대강이도 어머니 집에 놀러 가 지 않았어요?”

“자주 놀러 오죠.”

“그럼 어머니도 맛있는 것 해 주지 않으셨어요?”

“저야 그냥 밥이나 좀 해 주 고…… 라면이나 끓여 줬지요.”

“애들은 그거면 돼요. 그리고 애들이 라면을 얼마나 좋아하는 데요.”

강진의 말에 조금은 마음이 편 해진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어머니를 보며 강진이 말했 다.

“오늘 어머니 음식은 건강식이 라 맛이 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맛있게 했으니 남 기지 마시고 많이 드세요.”

“고맙습니다. 아! 그리고 오늘 저녁은 제가 사는 거예요.”

“그럼요. 아들 생일인데 어머니 가 당연히 내셔야죠.”

강진의 말에 어머니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밥값이 얼마나 나올지 조금 걱정이 되기는 했지 만, 아들 생일에 이 정도는 쓰고 싶었다.

아들이 처음으로 집에 데려온 친구와 함께 맞이하는 생일이니 말이다.

‘괜찮아. 이 정도는......"

어머니가 그런 생각을 할 때, 가게 문이 열렸다. 가게 문을 열 고 들어오는 건 최종훈 형제와 임대강이었다.

“종훈아.”

강진의 부름에 최종훈이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너 보니까 이제 안녕한 것 같 다. 왜 이리 안 왔어?”

강진의 농에 최종훈이 머리를 긁었다.

“요즘 바빠서요.”

“그래, 알지. 학교는 다닐 만하

고? 일은?”

강진의 물음에 최종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는 열심히 다니고 일도 열 심히 하고 있습니다.”

최종훈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학교는 열심히 다니고 일은 적 당히 해야지.”

“그런가요?”

“그럼 당연하지. 화장실 가고 싶을 때는 일하러 가서 싸는 거 야. 그래야 볼 일 보면서도 돈이

나오지.”

“똥 싸면서 돈 벌고 좋네요.”

최종훈이 웃으며 하는 말에 최 종수가 말했다.

“형 이번에 장학금 받았어요.”

“장학금?”

강진이 보자 최종훈이 웃으며 말했다.

“많이는 아니고요. 삼십만 원 받았어요.”

“이야! 그게 어디야. 누구는 학

교에 돈 내고 다니는데 너는 오 히려 돈을 받고 다니잖아.”

그러고는 강진이 웃으며 말했 다.

“종훈이 공부 좀 하나 보네.”

“그냥 조금요.”

웃으며 답하는 최종훈의 얼굴에 는 씁쓸함이 남아 있었다. 그 모 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최종훈의 얼굴에 어린 씁쓸함이 무슨 의미인지 짐작이 갔다.

공부를 얼마나 잘해야 삼십만 원이 장학금으로 나오는지 모르 지만, 반에서 어느 정도 손가락 에 들어가야 장학금이 나올 것이 다.

최종훈의 사정을 생각하면 대단 한 일이었다. 학교 수업만 듣고 저녁에는 아르바이트하느라 늦게 집에 들어가는 녀석이 장학금을 받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최종훈의 사정상 대 학은 어려울 것이다. 지금처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학을 다

닐 수도 있겠지만, 어린 동생과 아픈 엄마를 생각하면 아마 대학 보다는 취업 쪽으로 갈 것이었 다.

‘생각이 많겠지.’

자신이 공부를 못한다면 그런가 보다 하겠지만, 자신이 공부를 잘하는 것을 아는 이상 대학을 가고 싶을 것인데…….

그런 생각을 하며 최종훈을 보 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여럿 알려줘야겠다.’

강진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 학 시절을 보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아르바이트 팁 같은 것을 전수받으면 힘들겠지만 대학은 다닐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은 최종 수 어머니가 있는 자리로 셋을 데리고 왔다.

“그런데 셋이 어떻게 같이 와?”

어머니의 물음에 최종수가 웃으 며 말했다.

“형이 나 생일이라고 선물 사

줬어.”

“ 선물?”

어머니의 물음에 최종수가 주머 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게 임기 메모리인 듯 겉에 그림이 그려져 있는 네모난 작은 상자였 다.

“거임 사 줬어.”

“게임? 게임을 어떻게 하려고?”

집에는 게임기가 없으니 말이 다.

“대강이 집에 있대요.”

“대강이 집에?”

“그래서 대강이하고 한다고 이 거 사달라고 하더라고요.”

“비싼 것 아니니?”

어머니의 말에 최종훈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별로 안 비싸요. 그리고 대강 이하고 둘이 같이 하면 가성비가 좋다 봐야죠. 둘이 하나로 하는 거니까요.”

최종훈의 말에 최종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거 하다가 질리면 오 천 원 내면 다른 게임으로 교환 도 해 준대.”

최종수가 웃으며 하는 말에 어 머니가 그를 보다가 웃었다.

“우리 종수 오늘 생일이라고 선 물도 받고 좋네.”

"응."

아이들이 웃는 것을 보던 강진 은 그들에게도 차를 따라 주고는

옆에 있는 식탁을 잡았다.

“종훈아, 이것 좀 붙이자.”

강진의 말에 최종훈이 일어나 식탁을 잡고는 어머니가 앉아 있 는 곳에 붙였다. 식탁을 두 개를 붙인 강진이 힐끗 임대강 뒤에 서 있는 수호령, 임호영을 보았 다.

강진이 슬쩍 주방을 가리키자 임호영이 웃으며 주방으로 들어 왔다.

뒤이어 주방에 들어온 강진이

음식들을 꺼내 앞에 놓았다.

“식사 좀 하세요.”

강진의 말에 임호영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강진은 홀을 보다가 말했다.

“종훈이하고 종수 어머니는 보 신 적 있으세요?”

“대강이가 종수 집에서 놀다 보 니 몇 번 뵌 적이 있습니다. 좋

은 분이고 좋은 형이더군요.”

말을 하며 임호영이 최종훈을 보았다.

“종훈이는…… 제 자식이면 정 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아들이고 좋은 형이더군 요.”

임호영의 눈빛에는 부러움이 가 득했다.

사실 최종훈은 누가 봐도 아들 삼고 싶은 녀석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전에는 집 살림 힘들다

고 고깃집에서 불판 닦기 아르바 이트도 하고, 아르바이트가 없을 때는 폐지까지 줍고 다녔다.

어른도 하기 힘든 폐지 줍기를 감수성과 주위 시선에 예민한 고 등학생이 하기에는 더더욱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자기 동네에서 멀리 떨 어진 여기까지 수레를 끌고 와서 폐지를 줍기도 했고 말이다.

어쨌든 학생 신분으로 아픈 어 머니 모시고 어린 동생 키우며 살던 녀석이니…… 인성도 좋고

마음도 단단했다.

“다른 애들은 용돈 받아서 쓰고 공부하기 싫다고 할 나이에 아르 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어머니 모 시고 동생 키우다니…… 정말 대 단한 녀석입니다.”

임호영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입 맛을 다셨다. 그에 임호영이 그 를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강진이 최종 훈을 보았다.

“아저씨 말이 맞기는 한데……

저는 그 말이 아프네요.”

“ 아파요?”

“그걸 하고 싶어서 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아……

“다른 녀석들이 사는 것처럼 저 친구도 살고 싶었을 텐데…… 어 쩔 수 없으니 저렇게 하는 거잖 아요. 그래서 기특하면서도 안쓰 럽 네요.”

강진의 말에 임호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맞군요. 저 녀석도 다 른 친구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 었을 텐데.”

“그래도 어떻게든 참아내고 있 으니 나중에 복받을 겁니다. 저 런 녀석들이 나중에 크게 한 방 하거든요.”

그러고는 강진이 웃으며 임호영 을 보았다.

“일단 다른 친구들하고는 경험 치가 다르잖아요.”

“경험 치요?”

“다른 친구들은 학교뿐이지만, 저 친구는 아르바이트 경험에 어 른한테 속았던 경험, 그리고 저 처럼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경험까 지 이런저런 일을 이미 겪어 봤 으니 사회 나가면 그간 쌓인 경 험치로 한 방 보여 줄 겁니다.”

“후! 이를테면 전직 같은 거군 요.”

“전직이라는 말도 아시네요?”

강진의 말에 임호영이 웃었다.

“제가 이래 보여도 예전에 성주

였습니다.”

“성주?”

“게임 속에서요.”

임호영은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 듯 한 톤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 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재밌는 추억입니다. 그때 내가 ‘줄 서.’ 하면 유저 수백 명이 줄을 서서 는 내 말을 기다렸……

말을 하던 임호영이 고개를 갸 웃거렸다.

“저기……

“왜요?”

“인터넷에 잠시 접속 좀 할 수 있을까요?”

“뭐 검색하시게요?”

“네.”

그에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 들 었다.

“뭐 검색해 드려요?”

열혈성주요.”

“아! 그 게임 하셨구나.”

피시방에서 일했을 때 그 게임 을 하던 아저씨들과 친해서 강진 도 알고 있는 게임이었다.

아저씨들이 플레이하면서 울고 웃던 일이 비일비재한 게임이기 도 했다.

생각해 보면 재밌는 아저씨들이 었다. 몇 년 전이기는 하지만 그 당시 나온 게임들에 비해 그래픽 도 구질구질한 옛날 게임을 그렇 게 열중해서 하니 말이다.

게다가 게임 아이템들이 말도 안 되게 비쌌다. 어떤 아이템은 중형 자동차 값이기도 했고…… 어떤 것은 집 한 채 값이기도 했 다.

물론 강진이 일했던 피시방의 아저씨들은 그 정도 아이템은 없 었지만, 아이템이 강화라도 성공 한 날에는 아저씨들이 강진에게 통닭도 한 마리 시켜주고는 했었 다.

옛 기억을 떠올리며 열혈성주를 검색하던 강진이 문득 임호영을

보았다.

“그런데 성주셨어요?”

“열혈성주 아십니까?”

“그럼요. 근데 제가 알기로 성 주면…… 돈 엄청 들이셨을 것 같은데?”

강진의 말에 임호영이 웃었다.

“그거 때문에 영지한테 이혼 당 할 뻔하기도 했지요.”

“이혼요?”

“그게 은근히 돈이 많이 들어가

는 게임이거든요. 성 쟁탈전 한 번 하면 약값도 수백에서 수천도 들고.”

“대단하네요.”

대단하다는 말에 임호영이 미소 를 지었다. 하지만 강진의 대단 하다는 말의 의미는 나쁜 쪽이었 다.

결혼을 하고도 게임에 그렇게 돈을 썼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작게 고개를 저은 강진은 일단

열혈성주에 접속을 했다. 강진이 열혈성주 홈페이지를 보여주자 임호영이 말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임호영이 불러주는 아이디와 비 밀번호를 입력하자 화면 한쪽에 기사 복장을 한 캐릭터가 나타났 다.

“엄청 화려하네요.”

금색으로 반짝이는 갑옷과 커다 란 대검을 든 기사를 보며 강진 이 중얼거리자 임호영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죽은 지 꽤 됐는데 캐릭 터는 그대로네요.”

“근데 제가 보던 캐릭터들하고 다르네요. 이런 불빛 나는 효과 는 없던데?”

캐릭터 주위로 떠도는 황금색 가루와 가끔 터지는 불꽃을 보며 강진이 말하자 임호영이 미소를 지었다.

“제가 차고 있는 건 진금용갑옷 이니까요.”

“좋은 건가 보네요.”

“아주 좋은 거죠.”

웃으며 임호영이 뭔가를 더 보 고 싶어 하는 것 같자, 강진이 말했다.

“일단 식사하시면서 보세요.”

강진은 비닐장갑과 터치펜을 내 밀었다. 임호영이 그것을 받자 강진이 말했다.

“하지만 그것 끼고 밖으로 나가 시면 절대 안 돼요.”

그러고는 강진이 이혜미를 보았 다. 강진의 시선에 이혜미는 자 리에서 일어나더니 주방 입구에 가서는 딱 섰다. 혹시라도 임호 영이 홀로 나가면 바로 막으려고 말이다.

그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 이고는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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