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6화
강진이 피시방 사장님에게 연락 을 해야겠다고 생각할 때 임호영 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다만…… 아이디와 비번 같은 건 대놓고 알려주기 어렵다고 하 셨습니다.”
“왜요?”
“그게 무당의 룰 같은 거라고 하십니다. 다 알려주기보다는 모 호하게 말을 해야 한다고요. 너
무 정확하게 이야기를 전해주면 저나 사장님도 피해를 본다고 하 더군요.”
“하긴…… 믿을 사람은 믿고 안 믿을 사람은 안 믿는 것이 무당 의 말이니…… 너무 정확하게 말 을 하면 그것도 으의 룰 위반이 겠네요.”
강진은 임호영을 보며 말을 이 었다.
“그래도 아저씨 가족이고 아내 이니 아이디와 비번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을 겁니다.”
개인 정보를 입력하면 알 수도 있고, 게임 회사에 문의를 해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럴 겁니다. 그리고 제가 사 용하는 아이디와 비번 정도는 우 리 아내도 알고 있습니다.”
“아세요?”
“제가 나이가 좀 있다 보니 혹 시 일 생기면 알아야 할 것 같아 서 은행하고 그런 정보들은 다 아내에게 알려 줬거든요. 그리고 아이디와 비번은 다 똑같은 것 사용하니 바로 접속이 가능할 겁
니다.”
“요즘 세상이 얼마나 위험한데 다 똑같이 쓰셨어요. 좀 다르게 하셨어야지.”
“저 같이 나이 먹은 사람들은 아이디와 비번 다르게 쓰면 까먹 습니다.”
임호영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 있었다. 자신도 가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다르 게 했다가 기억을 못 해서 아이 디 찾기나 비밀번호 찾기를 사용 하니 말이다.
이야기를 나누던 강진은 문득 홀을 보았다.
‘저기 저 자리에 종수 아빠도 있었으면 두 가족 다 모이는 건 데.’
최종수의 아빠도 자식들에게 붙 어 있던 수호령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지금은 다행히 승천을 했지 만..e
잠시 승천한 아저씨를 떠올리던 강진이 홀을 볼 때 김영지가 이 쪽을 보았다. 그에 강진이 주방 을 나왔다.
강진이 나오자 김영지가 웃으며 말했다.
“이제 식사할게요.”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강진이 주방에서 음식들을 가지고 나왔다. 강진이 내오는 음식들은 잔칫상 스타일 이었다.
잡채, 돼지갈비, 닭발, 소시지 야채볶음, 탕수육, 계란말이, 그 리고 생일이면 엄마도 먹고 자식 도 먹어야 하는 미역국까지. 거
기에 밑반찬들까지 놓이니 상이 가득 찼다.
그 모습에 식사를 하던 손님들 이 놀란 눈으로 음식들을 보았 다. 한끼식당에 자주 오는 손님 들도 쉽게 보지 못한 음식 가짓 수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 한끼 식당은 비교적 저렴한 식사를 제 공하는 곳이라 이런 음식들을 모 두 내다가는 가격대가 올라가는 것이다.
손님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강진
이 살며시 말했다.
“원래 생일인 사람이 있으면 주 변에도 음식이 돌아가는 법이죠. 제가 음식들 서비스로 드릴 테니 맛 좀 보세요.”
“이야, 고맙습니다.”
강진의 말에 손님 중 한 명이 최종수 테이블을 보며 말했다.
“누가 생일인지 모르지만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해요.”
갑자기 주변 손님들이 축하 인 사를 해 주자 최종수가 머리를 긁었다. 이제 갓 사춘기에 접어 든 그는 사람들의 축하를 받는 게 민망한 것이다.
그에 유미라가 웃으며 말했다.
“감사하다고 인사해야지. 축해 해 주시잖아.”
유미라의 말에 최종수가 손님들 에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이 웃고는
남은 빈자리에 두 개의 국과 밥 을 더 놓았다.
“그건?”
할머니가 의아한 듯 빈자리에 놓인 밥과 국을 보자, 강진이 웃 으며 말했다.
“음식 모자라면 더 드시라고 요.”
“국은 식을 텐데.”
“식으면 제가 다시 드리면 되 죠.”
작게 웃어 준 강진은 임호영에 게 눈짓을 주며 김영지 옆자리 의자를 슬쩍 당겨 놓았다. 그 모 습에 임호영이 그를 보다가 고개 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식사 맛있게 하세요.”
임호영에게 웃으며 작게 답한 강진은 주방에 가서는 음식들을 그릇에 담아 다른 손님들에게 서 비스해 주었다.
물론 서비스라 양이 많지는 않
았지만, 손님들은 좋아할 뿐이었 다.
“학생 생일 축하해.”
“생일 축하해요.”
손님들이 다시 한 번 생일 축하 를 해 주자, 최종수는 기분이 좋 은 둣 웃었다. 다만 유미라만 조 금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음식을 볼 뿐이었다.
생각보다 음식이 많이 나와서 음식값이 걱정이 되는 것이다. 그 모습에 최종훈이 유미라에게
작게 속삭였다.
“엄마 나 돈 있어. 걱정하지 마.”
유미라가 보자 최종훈이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 듬 직한 모습에 유미라가 웃으며 고 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 큰아들이 있는데 무 슨 걱정이야.’
큰아들에게 짐을 지우는 것 같 아 미안한 마음이 컸지만 유미라 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래야
최종훈도 마음이 편할 테니 말이 다.
그 모습을 보며 웃던 임호영은 김영지를 보았다.
김영지는 미소 지은 채 최종훈 과 유미라를 보고 있었다. 탁자 에 놓인 엄마 손을 잡는 최종훈 의 손이 무척 부러운 것 같았다.
“우리 대강이도 크면 저렇게 듬 직한 아들이 될 거야. 그러니까 너무 부러워하지 마.”
그렇게 말하는 임호영이 딱 한
가지 아쉬워하는 건…… 딸을 하 나 더 낳았어야 했다는 것이었 다.
듬직한 아들도 좋지만, 친구처 럼 엄마와 이야기하고 쇼핑도 다 니는 딸도 좋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할 때 김영지가 힐 끗힐끗 가게 입구를 보았다.
“여보 뭐 기다려요?”
듣지 못할 것은 알지만 임호영 이 의아한 듯 그녀를 보며 말을 할 때, 가게 문이 열리며 한 남
자가 케이크를 들고 들어왔다. 케이크에 꽂혀 있는 초에 불까지 켜져 있는 것을 본 김영지가 미 소를 지으며 강진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웃으며 손님 들에게 다가가 양해를 구했다.
“아무래도 서프라이즈가 있는 것 같은데…… 잠시 불 좀 끄겠 습니다.”
“그러세요. 음식도 이렇게 받았 는데 불 정도야.”
손님들이 웃으며 수긍을 해 주
자 강진이 홀의 불을 껐다.
물론 홀의 불을 끈다고 해도 가 게 밖에서 들어오는 한여름 햇살 에 아직 실내가 밝았지만 말이 다.
케이크를 보던 김영지가 웃으며 유미라를 보았다.
“생일 케이크를 좀 샀어요.”
“감사합니다. 계속 이런 걸 받 기만 해서……
“뭘요. 생일 핑계로 케이크 같 이 먹는 거죠.”
싱긋 웃은 김영지가 탁자 가운 데를 비우자 남자가 케이크를 조 심히 놓고는 고개를 숙이며 나갔 다.
“그런데 저분은?”
남자를 보며 유미라가 묻자 김 영지가 웃으며 말했다.
“심부름센터 분이세요. 요즘은 시간에 맞게 이런 것도 해 주신 다고 해서요.”
그리고는 김영지가 유미라를 보 며 눈짓하자, 그녀가 웃으며 최
종수를 보았다.
“종수야, 생일 축하 노래 부르 자.”
“응!”
최종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가족 들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 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가족들이 노래를 부르는 것에
다른 손님들도 가볍게 손뼉을 치 며 생일 축하 노래를 따라 불렀 다. 그 모습에 강진이 피식 웃었 다.
보통 이런 모습은 음식점보다는 술집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술집에서 생일인 사람이 케이크 촛불에 불을 켜면 주변 테이블 손님들이 생일을 축하해 주고, 케이크를 한 조각씩 받아 가는 것 말이다.
생일 축하 노래가 끝이 나자 최 종수가 일어나 머리를 긁고는 눈
을 감았다가 촛불을 후, 하고 불 었다.
좃불이 꺼지자 유미라가 웃으며 손님들을 한 번 보고는 강진에게 말했다.
“사장님, 여기 접시 좀 주세요.”
유미라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접시들을 가지고 나왔다. 그러고 는 접시를 유미라와 김영지에게 주고는 최종수를 보았다.
“소원 뭐 빌었어?”
강진의 말에 임대강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를 보았다.
“소원 뭐 빌었어?”
임대강의 말에 최종수가 머리를 긁고는 웃으며 말했다.
“지금 이대로.”
“응?”
“뭐라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을 보며 최종 수가 웃으며 말했다.
“대강이하고 엄마하고 할머니, 그리고 우리 엄마하고 우리 형
이렇게 다 같이 내년 생일도 같 이 했으면 좋겠다고 빌었어요. 아! 우리 엄마 건강해지게 해 달 라고도 빌었어요.”
최종수의 말에 가족들이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보았다. 조금 민 망하기는 하지만…… 유미라와 김영지는 기분이 좋았다.
김영지는 자신의 아들에게 이런 좋은 친구가 생긴 것이 좋았고, 유미라는 아들이 김영지를 엄마 라 표현한 것에 마음이 놓였다.
그만큼 최종수에게 잘 해 주었
다는 의미이니 말이다.
두 어머니는 서로를 보며 웃다 가 유미라가 급히 케이크 칼을 내밀었다.
“케이크 자르자. 너 생일 축하 해 주신 분들에게 케이크 드려야 지.”
유미라의 말에 최종수가 케이크 칼을 쥐고는 임대강에게 말했다.
“같이 자르자.”
“그래.
최종수의 제안에 임대강이 같이 케이크 칼을 잡고는 케이크를 잘 랐다.
짝짝짝!
그에 손님들이 손뼉을 쳐주었 다. 케이크를 받기 위한 것도 있 지만 방금 최종수가 빈 소원이 어쩐지 그들의 가슴도 따듯하게 만들어 준 것이다.
크게 한 번 자르는 게 끝나자 강진이 가게 불을 다시 켜고는 웃으며 말했다.
“잠시 불을 꺼서 불편하게 해 드린 점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서로 친하게 지내.”
손님 한 분이 하는 말에 최종수 가 웃으며 케이크를 마저 자르 자, 나머지는 유미라가 일어나 케이크를 마저 다 잘랐다.
그리고 최종수가 케이크를 한 조각씩 접시에 담아 옆 테이블에 가져다주었다.
“그래. 생일 축하한다. 아저씨가
생일 축하 선물 줘야겠다.”
아저씨 손님이 만 원짜리를 하 나 건네자 최종수가 급히 유미라 를 보았다. 그 시선에 유미라가 난감한 듯 아저씨를 보았다.
“안 주셔도 되는데……
“아닙니다. 저도 아들이 있는 데……”
아저씨는 최종수와 임대강을 보 고는 미소를 지었다.
“친구하고 이렇게 친하게 생일 파티 하는 것 보니 기분이 좋아
서 그렇습니다.”
그는 최종수에게 만 원을 쥐여 주고는 머리를 쓰다듬었다.
“좋은 친구는 좋을 때만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을 때도 옆에 있어 주는 거란다.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 렴.”
“감사합니다.”
아저씨의 좋은 말에 최종수가 고개를 숙이고는 다른 테이블에 도 케이크를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다른 테이블에서도 만 원씩 용돈을 주었다.
안 주고 그냥 고맙다고만 해도 될 일이지만, 처음에 케이크를 받은 아저씨가 이미 만 원을 대 놓고 줘 버렸기에 그냥 받기에는 민망했던 것이다.
일종의 만 원이 올린 축포라고 나 할까?
음식과 케이크를 먹는 사이 손 님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떠나자
강진은 그릇들을 정리했다. 그릇 들을 주방에 옮겨 놓을 때, 임호 영이 안으로 들어왔다.
기분 좋은 웃음을 짓는 임호영 을 보며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기분 좋으신가 봐요.”
강진의 말에 임호영이 미소를 지은 채 홀을 지그시 보았다. 그 리고 잠시 말이 없던 임호영이 웃었다.
“아들한테는…… 좋은 친구가 생겼고, 그리고 좋은 형도 생겼
습니다.”
임호영의 말에 강진이 홀을 보 았다. 이미 배가 부르게 먹은 최 종수와 임대강은 한쪽 빈 테이블 에서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었 다.
그리고 그 앞에 최종훈이 게임 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임대강의 머리를 툭 하고 치고 있었다.
혼내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것 같 았다.
“대강이 머리 때리는데 기분 안 나쁘세요?”
“형 동생 사이면 저 정도는 해 야죠. 그리고 저는 보기 좋습니 다. 종훈이가 우리 대강이 좋게 보니 저러는 것 아니겠습니까? 앞으로 우리 대강이가 잘못을 하 면 저것보다 더 세게 때려서라도 잡아줬으면 합니다.”
미소를 지으며 홀을 보던 임호 영이 고개를 돌려 김영지를 보았 다. 김영지는 유미라와 뭔가 이 야기를 나누며 즐거워하고 있었
다.
“우리 영지에게는 좋은 언니가 생겼네요. 거기에......"
잠시 말을 멈춘 임호영이 미소 를 지었다.
“저희 가족끼리만 보내던 생일 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 주었지 않습니까. 종수가 빈 소 원대로 지금 이 순간이 계속 지 속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야기를 마친 임호영은 강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화아악!
그러고는 임호영의 모습이 흩어 졌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입맛 을 다시며 홀을 보았다.
“그…… 대강이 생일이 아니라 종수 생일인데……
강진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 었다. 오늘은 아들의 생일이 아 니지만…… 아들 친구의 생일 자 리를 아들의 생일 자리라 생각을 하고 떠났으니 말이다.
“하긴…… 아들 친구면 호영 씨 아들이기도 하겠네요.”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은 슬쩍 손을 내밀어 싱크대에 떨어져 있 는 종이를 집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