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8화
아이들이 게임을 하는 사이 소 월향이 커피를 가지고 왔다.
달그락! 달그락!
커피 잔이 살짝 소리를 내며 놓 이자 소월향이 자리에 앉으며 손 을 내밀었다.
“드셔 보세요.”
소월향의 말에 사람들이 커피를 한 모금씩 마셨다. 그러고는 김
영지가 미소를 지었다.
“향이 아주 좋네요.”
“감사합니다.”
소월향이 미소를 지으며 차를 한 모금 마실 때 강진이 슬며시 말했다.
“여기 사장님은 무당이세요.”
강진의 말에 김영지와 유미라가 놀란 눈으로 소월향을 보았다.
“무당요?”
“무당?”
두 사람이 놀란 눈을 하자 소월 향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 다.
“소월향입니다.”
소월향의 말에 할머니가 ‘ 아……하는 얼굴로 그녀를 보 았다.
“신이 아름다운 것을 좋아해서 신을 모시는 무당들은 나이를 잘 먹지 않는다고 하더니…… 그게 사실이었구먼.”
할머니의 말에 소월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도 그런 이야기는 들었는 데……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저와 같 은 일을 하시는 분들은 젊은 모 습을 오래 유지하더군요.”
“그래요?”
신기한 듯 할머니가 소월향을 볼 때, 김영지가 물었다.
“그런데…… 무당이면 이런 곳 말고 다른 데 계시지 않아요?”
김영지가 가게를 둘러보며 하는
말에 소월향이 미소를 지었다.
“무당 집을 가 본 적이 있으십 니까?”
“예전에 어머니가 유명한 무당 이 있다고 하셔서 같이 가 본 적 이 있어요. 그런데 거기는 이렇 게 안 생겼는데?”
김영지의 말에 소월향이 작게 웃으며 답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이런저런 모습으로 바뀌니까요. 저는 여기 에서 핸드폰도 팔고 무당으로서
의 소임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시구나.”
김영지가 고개를 끄덕일 때, 유 미라가 강진을 보았다.
“저희 점 보게 해 주시려고 데 려오신 거예요?”
그에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월향을 보았다.
“소 사장님은 정말 진짜 엄청난 무당이세요.”
강진의 말에 사람들이 소월향을
보았다. 그리고 소월향은 강진의 말을 부인하지 않았다. 틀린 말 은 아니니 말이다.
일단 할머니는 소월향에게 믿음 이 가는 모양이었다. 일단 오십 대가 넘는 나이에 이런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진짜 무당이 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할머니가 만나봤던 무당 중에도 이렇게 동안인 사람은 없었으니 말이다.
소월향을 보던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이 사장이 이렇게 데려 왔으니 재미로 보는 것도 좋겠구 나. 그럼 어디 나부터 할까.”
할머니는 소월향을 지그시 보며 물었다.
“내 올해 운세가 어떻습니까?”
할머니의 물음에 소월향이 그녀 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의 올해 운세는 이미 좋 으신데 뭐가 더 궁금해서 물으세 요.”
“내가 올해 운이 좋다고요?”
운이 좋았던 일이 있나 싶어 생 각을 하는 할머니를 보며 소월향 이 미소를 지었다.
“할머니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 이 한평생 같이 할 좋은 친구를 얻었으니 올해 운수가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소월향의 말에 할머니는 임대강 을 보았다. 임대강은 최종수와 함께 VR 기기를 쓰고 게임을 하 고 있었다.
그리고 두 아이가 조종하는 캐 릭터들이 함께 괴물을 쏘는 것이
화면에 나오고 있었다.
임대강을 보던 할머니는 힐끗 강진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 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소 사장님께 여러분들에 대한 것은 한 마디도 말해 드린 적이 없습니다.”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그를 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도 무당에게 점을 본 지 꼬II 오래되 었다.
그래서 가짜 무당들은 주변인에
게 물어 정보를 알아내거나, 점 을 보는 대기실에서 바람잡이들 이말을걸어 알아낸 정보들로 점을 본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 었다.
하지만 할머니가 보기에 강진은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복채 얼마 받아내자고 이런 일을 할 사람은 더더욱 아 니었고 말이다.
“사장님 말대로라면…… 내 올 해 운수가 아주 좋네요.”
“그럼요. 그리고 내년 운수도
좋을 것 같습니다.”
소월향의 말에 미소를 지은 할 머니가 커피를 마시고는 김영지 를 보았다.
“영지 너도 물어봐.”
“저는 딱히 궁금한 것이 없는 데……
그런 김영지를 잠시 바라보던 소월향이 말했다.
“남편분께서 남기신 유산 중 아 직 받지 못한 것이 하나 있습니 다.”
“저희 남편이 남긴 유산요?”
뜬금없는 말에 김영지가 의아한 듯 소월향을 보았다.
“네. 유산요.”
정확하게 유산이라 말하는 것에 김영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남편은 유언장을 미리 잘 준비 를 해 놓았었다. 아무래도 나이 가 있다 보니 언제 어느 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생각을 했는 지 자신의 재산을 잘 정리해서 유언장을 남겨 놓았던 것이다.
그래서 남편의 유산 잘 받았는 데 남은 유산이 있다고 하니 의 아한 것이다.
소월향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뜨며 입을 열었다.
“생전에 남편분이 좋아하던 것 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가끔 싸움도 하셨군 요.”
소월향의 말에 할머니가 웃었 다.
“싸우기는요. 우리 아들 내외가
얼마나 사이가 좋았는데요. 그리 고 우리 아들은 며느리라고 하면 죽는 시늉도 하는 애라 싸울 일 이 있어도 바로 납작 엎드렸을 거예요.”
할머니의 말에 소월향이 미소를 지으며 김영지를 보았다.
“부부 사이는 부부가 아니면 모 르는 일도 있는 법이지요. 그렇 지 않나요?”
김영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할머니의 말대로 남편은 자신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도 하는 사람
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너무 미안 하지만…… 그만큼 자신을 사랑 하기에 늘 져주고는 했었다.
“그렇기는 한데…… 저희 싸우 는 일 거의 없었는데.”
“거의 없었다는 건 있기는 했다 는 것이지요. 잘 생각해 보세요. 남편이 좋아하는 것 때문에 싸우 셨을 것입니다.”
곰곰 생각을 하던 김영지는 돌 연 미간을 찡그렸다.
“그러고 보니…… 남편이 게임 을 너무 좋아해서 가끔 싸우기는 했어요. 게임하느라 너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서요.”
김영지의 말에 할머니가 눈을 찡그렸다.
“그놈이 나이 먹고도 그놈의 게 임을 했다는 말이야?”
할머니가 화를 내자 김영지가 급히 말했다.
“어머니, 그게…… 조금만 했어 요.”
“조금은 무슨. 내가 내 새끼를 몰라? 그놈이 너 만나기 전에도 무슨 게임을 한다고 지 방에 컴 퓨터를 여럿 설치하더라고. 그래 놓고 무슨 같은 게임만 돌리고 말이야.”
옛 생각을 떠올리니 다시 화가 나는지 할머니의 얼굴이 달아올 랐다.
“나이 다 처먹은 놈이 집에서 그러고 있으니 내가 속이 얼마나 터지던지.”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같은 게임을 여러 대로 해요?”
“나도 잘 모르는데 무슨 이건 싸우는 놈, 이건 밥 주는 놈이라 면서 화면을 여러 개 띠워 놓 고…… 다시 생각하니 속 터지 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할머니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말을 하다 보니 자기 속을 터지게 만들던 아들이 보고 싶은 것이다.
그런 할머니의 손을 김영지가 잡아 주었다. 그에 할머니가 김 영지의 손을 토닥였다.
‘싸우는 캐릭터와 힐 주는 캐릭 터를 같이 돌리셨나 보구나.’
피시방 아르바이트 할 때 그런 아저씨들이 몇 있었다. 혼자서 컴퓨터 두 대 돌리면서 하나는 싸우고, 하나는 힐 주면서 말이 다.
물약 값을 아끼려고 한다는 데…… 피시방 요금이 더블로 나 오는 걸 생각하면 고개를 갸웃거 릴 행동이었다.
‘하긴, 피시방 요금보다 물약 값 이 더 비싸면 그럴 수도 있겠
지.’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할 머니가 한숨을 쉬었다.
“우리 며느리 고생했겠네.”
“아니에요.”
웃으며 고개를 저은 김영지가 소월향을 보았다.
“그런데 게임이 유산이라고요?”
“저는 모릅니다. 그저 그런 느 낌이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은 소월향이 미소 를 지으며 말했다.
“접을 하니 그분께서는 그 유산 을.. ”
소월향은 눈을 뜨며 게임을 하 는 아이들을 보았다.
“저 세 아이의 학비로 쓰고 싶 어 하시는군요.”
“저희 남편이요?”
“그렇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분명 임호영
이 와서 그리 말을 하고 갔으니 말이다. 그에 놀란 눈을 한 김영 지가 급히 물었다.
“저희 남편이…… 여기에 있나 요?”
“아닙니다. 저는 그분의 뜻만 살짝 들었을 뿐입니다.”
“그럼 저희 남편은…… 잘 지내 고 있나요?”
“아주 편안하십니다. 아들이 저 렇게 잘 지내고 있으니까요.”
소월향의 답에 잠시 말이 없던
김영지가 입을 열려 할 때, 할머 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 우리 말을 전해 줄 수 있겠나?”
소월향이 자신을 보자 잠시 머 뭇거리던 할머니는 말을 이었다.
“내 꿈에…… 한 번 들러 주라 고 해줘.”
소월향이 말없이 그녀를 보자 할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릴 때 모습도 좋고…… 사고 치던 사춘기 때도 좋아. 아니 면…… 군대 갔다가 새까맣게 탄 얼굴로 엄마, 하며 오던 때도 좋 아. 그냥…… 아무 때, 아무 모습 으로 내 꿈에 한 번만 와 줬으면 좋겠어. 그럼…… 나 죽어도 여 한이 없을 것 같아.”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자 김영지 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어머니.”
“미안하다, 애기야…… 너도 대 강 아빠 보고 싶을 텐데…… 나
는 정말 아들이 보고 싶구나.”
할머니의 말에 김영지가 그녀의 손을 강하게 잡았다. 그 모습을 잠시 보던 소월향이 미소를 지으 며 말했다.
“그 말씀 전해 드리겠습니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할머니가 미소를 짓는 것을 보 던 소월향이 김영지를 보았다.
“아내분의 꿈에도 나와 달라고 전해 드리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할머니와 달리 아직 소월향이 미심쩍은 김영지는 작게 고개를 숙였다. 그런 김영지를 보며 강 진이 말했다.
“그런데 게임이 유산이라고 하 는 것 같은데 그게 무슨 말일까 요?”
자신도 임호영에게 처음 그 이 야기를 들었을 때, 이해를 하지 못했으니 이들도 이해를 못 했을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나서서 설명을 화제를 돌려야 했다.
“글쎄요. 그리고 게임으로 애들 학비를 하라니?”
김영지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에 유미라는 그냥 웃었다.
유미라도 이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니 말이다.
“혹시 아버님이 생전 하시던 게 임이 뭔지 아세요?”
“저도 잘…… 무슨 성주 어쩌고
했던 것 같은데?”
“혹시 열혈성주 아닐까요?”
강진이 슬며시 말을 하자 김영 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열혈성주? 아! 그런 것 같아 요.”
그에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혹시 아이디와 비번 아세요?”
“o}o] 디는 ***, 日] 번은 * * * 요.”
김영지의 말에 강진은 핸드폰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해 게 임에 접속했다. 그러고는 놀란 얼굴을 하며 화면을 보았다.
“아이템이 아주 좋네요.”
“아이 템요?”
“게임 속에서 사용하는 장비예 요. 아! 돈도 많으시네. 투자 많 이 하셨나 봐요.”
강진의 말에 김영지가 한숨을 쉬었다.
“남편이 살아 있을 때 그것 때
문에 많이 싸웠어요. 카드값 중 반이 게임 결제라…… 아, 생각 해 보니.”
김영지가 소월향을 보았다.
“남편이 좋아하는 걸로 싸웠다 는 말이 딱 이거네요.”
김영지의 말에 소월향이 미소를 지었다.
“나이를 먹은 남자와 안 먹은 남자의 차이는…… 가지고 노는 장난감 가격의 차이일 뿐이죠.”
소월향의 말에 김영지와 유미라
가 피식 웃었다. 맞는 말이었다. 저기 놀고 있는 아이들도 나이를 먹어도 저렇게 놀 것이다.
다만 그때 쓰는 게임기가 몇 십 만 원이냐, 몇 백만 원이냐의 차 이가 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