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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629화 (627/1,050)

629화

남자들 장난감 가격에 한마음으 로 웃는 여자들을 보던 강진이 놀란 눈으로 말했다.

“이거…… 생각보다 유산이 큰 것 같은데요?”

“무슨 말이에요?”

“그냥 게임이잖아요.”

김영지와 유미라가 의아한 둣 보자, 강진이 말했다.

“제가 게임 아이템 판매하는 사 이트 가서 아이템 몇 개 가격 확 인했는데…… 수백만 원짜리도 있고……

강진은 입맛을 다시며 검을 보 았다.

“이 검…… 중형차 값인데요.”

“중형차 값요?”

여자들이 놀란 눈으로 보자, 강 진도 놀란 눈으로 아이템을 보았 다.

방금까지는 연기였지만 검의 가

격을 보고 진짜 놀란 것이다.

‘진짜 검도 아니고 게임 속 검 이 차 한 대 값이라고?’

실제 차를 들어서 상대를 때리 면 데미지가 많이 들어가기는 하 겠다는 생각을 잠시 하던 강진이 사람들을 보았다.

“거기에 게임 머니까지 하

면……

강진은 아이들을 보며 말을 이 었다.

“저 셋 대학 학비는 충분히 나

오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한숨을 쉬었다.

“이 못난 놈…… 무슨 게임에 돈을 얼마나 처넣은 거야.”

할머니의 말에 김영지가 웃었 다.

“그러게요. 내가 하지 말라고 해도 그렇게 하더니……

두 사람의 말에 유미라가 황당 한 듯 핸드폰을 보았다. 그녀의 상식으로는 이해를 할 수가 없었

다. 게임 아이템이 금도 아닌데 중형차 한 대 값이라니…….

유미라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

“저는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유미라의 말에 김영지가 그녀를 보다가 손을 쥐었다.

“언니, 우리 언니 동생 하기로 했잖아요.”

“그건…… 그런데 이건 너무 크 잖아. 반찬도 아니고.”

반찬은 나눠 먹을 수 있다. 하

지만 이건 액수가 너무 큰 것이 다. 그리고 임대강은 한 명인데 자신은 애가 둘이었다.

“그리고 이건 우리 애 아빠가 대강이한테 큰형이 생겨서 좋아 서 보내주는 유산일 거예요.”

“큰형?”

“듬직한 종훈이가 있으면 우리 대강이에게 앞으로 얼마나 큰 도 움이 되겠어요. 고민거리가 있으 면 종훈이한테 상담할 수도 있 고, 든든한 언덕이 되어 줄 거잖 아요.”

김영지의 말에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렇지 않아도 우리 대강이가 외아들이라 외로웠는데 형이 생겼으니 애 아빠가 선물을 보낸 걸 거야.”

두 사람의 말에도 유미라가 주 저하자 김영지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 우리 이거 애들 학비로 써요. 다른 것도 아니고 애들 학 비로 쓰는 거니까 애 아빠도 좋 아할 거예요. 그리고 그게 아니 면 이런 게임 아이템이 저희에게

무슨 소용이겠어요.”

“하지만 이게 돈이라는데……

“돈도 쓸 데가 있어야 좋죠.”

“하지만……

유미라가 머뭇거리자, 김영지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 이야기는 나중에 종훈 이 대학 갈 때 마저 해요. 어차 피 종훈이 대학 가려면 내년이나 있어야 하잖아요.”

김영지의 말에 유미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이야기는 다음에 하 자.”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던 강진 은 문득 최종훈을 보았다. 사실 강진은 최종훈이 몇 학년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저 고등학생이라고만 알고 있 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고3인 것 을 지금 알았다.

‘고삼이 아르바이트하면서도 장 학금도 받고, 종훈이 대단하네.’

다른 친구들은 수능 공부로 바 쁠 텐데 최종훈은 일하고 공부하 고…… 소위 엄친아로 불릴 법한 그런 아들이었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김영 지가 유미라를 보았다.

“언니는 뭐 궁금한 것 없어요?”

김영지의 말에 유미라가 슬며시 소월향을 보았다. 사실 유미라는 귀신이나 무당 같은 걸 믿지 않 았다.

하지만 방금 일을 생각하면 뭔

가 신기하기는 했다. 죽은 남편 이 하던 게임이 돈이 된다는 것 과 게임 문제로 싸웠던 걸 맞혔 으니 말이다.

그리고…… 무당은 믿지 않아도 강진은 믿었다. 자신이 믿는 강 진이 정말 대단한 무당이라고 하 니…….

잠시 생각을 하던 유미라가 슬 며시 물었다.

“저희 남편은 잘 지내고 있나 요?”

소월향은 지그시 그녀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남편분께서 돌아가셨군요.”

“네.”

답을 한 유미라는 강진을 보았 다. 할머니처럼 강진이 말을 해 줬나 싶은 것이다.

그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유미라는 다시 소월향을 보았다.

“저희 남편과 대화를 하셨나 요?”

유미라의 물음에 소월향이 그녀 를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남편분께서는 좋은 곳에 계십 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 다.”

“혹시 저도…… 남편에게 이야 기를 전할 수 있을까요?”

“어떤 말을 전하고 싶으세요?”

소월향의 말에 유미라가 그녀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나…… 잘 먹고 건강해져서 애 들하고 행복하게 살 거니까, 우

리 걱정하지 말고…… 잘 지내고 있어. 나 나중에, 아주 먼 나중에 보러 가면……”

잠시 말을 멈춘 유미라는 한숨 을 쉬고는 말을 이었다.

“그때 나 수고했다고 손이라도 잡아줘.”

유미라의 말에 강진이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손이 아니라 꼬옥 안아 주실 겁니다.”

강진이 아는 임호영이라면 그럴

것이다. 강진의 말에 유미라가 미소를 지으며 작게 한숨을 쉬었 다.

김영지의 남편처럼 유산을 남기 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사람이었다.

유미라가 미소를 지을 때, 소월 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꼭 전해 드리겠습니 다.”

소월향의 말에 유미라가 한숨을

쉬고는 미소를 지었다. 죽은 사 람에게 말을 전한다는 것이 정말 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니 마음이 편안했다.

그 이후 그녀들은 평소 궁금했 던 것들을 소월향에게 물었고, 소월향은 그 물음에 잠시 생각을 하며 답을 해 주었다. 다만 대답 들이 조금 모호했다.

흔히들 말하는, 여름에는 물 조 심하고 가을에는 산 조심하고 겨 울에는 빙판 조심하라는 식이었

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냥 맞는 말인데…… 누구든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한 것이다.

이를테면 술과 담배는 몸에 해 롭고, 일주일에 3일 정도는 운동 을 해야 건강하다는 말처럼 말이 다.

‘이야기를 이렇게 해서 저승에 서 제재를 하지 않는 건가?’

너무 모호하게 이야기를 하니 저승에서 저재를 가하고 싶어도

가할 건더기가 없는 느낌이랄까?

그런 생각을 할 때 사람들이 자 리에서 일어났다.

“너무 오래 앉아 있었네요. 퇴 근하셔야 할 텐데.”

유미라의 말에 소월향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같이 자리에서 일어나던 할머니 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내밀었 다.

“이건 복채입니다.”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소월향이 거절을 할 거라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강진의 생각과 달리 소 월향은 돈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돈을 건넨 할머니는 웃으며 김 영지와 유미라를 보았다. 그 시 선에 김영지도 급히 지갑을 꺼내 고는 망설이다가 오만 원짜리를 하나 꺼내 내밀었다.

“여기 복채요.”

소월향은 김영지가 주는 복채도 받았다. 그에 김영지가 다시 오 만 원을 꺼내며 말했다.

“이건 언니 거……

“아니, 내가 낼게.”

유미라가 지갑을 꺼내는 것을 보던 소월향이 웃으며 말했다.

“복채는 당사자에게 직접 받습 니다.”

소월향의 말에 김영지가 돈을

슬며시 넣을 때, 유미라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술을 깨물며 오만 원을 꺼냈다.

다른 사람들이 오만 원을 내는 데 자신만 만 원을 내기 민망한 것이었다.

“복채입니다.”

유미라가 오만 원을 주자 소월 향이 감사히 그것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더 궁금하 신 것이 있으면 찾아 주십시오.”

“네.”

그러고는 유미라가 아이들을 향 해 고개를 돌렸다.

“ 얘들아.”

유미라의 손짓에 아이들이 하던 게임을 멈추고는 다가왔다.

“이제 가자.”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일 때, 소 월향이 최종수를 보며 말했다.

“네가 종수구나.”

소월향의 말에 엄마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들이 최종수를

소개해 줬나 싶은 것이다. 그에 엄마들이 강진을 보자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한편, 소월향은 최종수를 보며 오만 원을 꺼내 내밀었다.

“생일 축하한다.”

“아……

최종수는 망설였지만 어른이 주 는 것이니 받을 수밖에 없다 생 각해 오만 원을 받았다.

애들에게 어른이 주는 돈은 용 돈이니 말이다.

“감사합니다.”

소월향은 이번엔 임대강을 보았 다. 그러고는 임대강에게도 오만 원을 건넸다.

“요즘은 욕심이 없는 사람을 바 보 같다 하지만…… 너는 욕심이 없이 그저 순수할 뿐이란다. 앞 으로도 그 순수함 잃지 말고 즐 겁게 살거라.”

“감사합니다.”

이미 최종수가 받는 것을 보았 기에 임대강은 고개를 숙이며 돈

을 받았다.

소월향은 고개를 돌려 최종훈을 보았다. 그러고는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 는 말이 너에게는 이미 과하구 나. 허나…… 네가 한 고생이 좋 은 인연이 되고 씨앗이 되었으니 어찌 꽃이 피지 않고 과실이 익 지 않겠느냐.”

소월향은 잠시 아이 둘을 보고 는 다시 최종훈에게 고개를 돌렸 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살라는 말 은 과한 것 같으나…… 조금만 더 지금처럼 살거라. 너의 고생 이 물이 되고 햇살이 되어 좋은 결과로 돌아올 것이다.”

소월향의 말이 조금은 뜬금없는 말이었기에 최종훈이 당황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하지만 아이들보다 머리가 굵은 최종훈이라 이 말이 자신에게 좋 은 의미라는 것을 알았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덕담이라 생각해 고개를 숙이는 최종훈을 보며 소월향의 얼굴에 작은 안쓰러움이 어렸다.

최종훈을 보던 소월향이 오만 원을 그의 손에 쥐여 주었다.

“아…… 감사합니다.”

최종훈이 고개를 숙이자 소월향 이 미소를 지으며 그 어깨를 살 짝 잡아주고는 몸을 돌렸다.

“그럼 조심히 가십시오.”

소월향의 말에 엄마들이 미소를 지었다. 처음에 돈을 주려 하기

에 말리려 했는데 강진이 웃으며 그냥 두라고 신호를 보낸 것이 다.

그리고 소월향이 한 말이 무척 좋은 의미가 있는 것 같아서 기 분이 좋았다.

특히 유미라는 소월향이 최종훈 에게 해준 말을 듣고 기분이 좋 았다. 꽃이 되고 과실이 익는다 고 하니 말이다.

“좋은 이야기 많이 듣고 갑니 다.”

할머니가 말을 하고는 몸을 돌 리자 가족들이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 으로 걸어가는 가족들을 보며 손 을 흔들어 준 강진이 가게 안으 로 들어왔다.

“복채는 꼭 받으셔야 하는 건가 요?”

강진의 물음에 소월향이 잔을 치우다가 그를 보며 웃었다.

“제가 사장님 손님들에게 복채 를 받아서 서운하십니까?”

“그럴 리가요. 받은 복채를 아 이들한테 다 주실 거면 왜 받았 나 싶기도 하고, 혹시 무당과 저 승 간의 무슨 룰인가 싶기도 하 고요.”

강진의 말에 소월향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승이나 이승이나 통하는 법 칙 중 하나가…… 대가가 없는 노동은 없다는 것입니다.”

강진이 보자 소월향이 말을 이 었다.

“저는 귀신과 저승의 소식을 사 람에게 전하는 자입니다. 그러니 소식을 전한 것에 대한 대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 대가를 받지 않으면 저는 신발이 약해지고, 상대에게는 불운이 오게 됩니 다.”

“불운요?”

“저승은 대가 없이 사람을 부리 는 이들을 싫어합니다.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타당한 대가가 치러지면 귀신도 그에 맞는 일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복 채를 받는 것입니다.”

소월향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저승이 이승보다는 이 런 것이 칼이네요.”

강진의 말에 소월향은 웃으며 잔을 쟁반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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