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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632화 (630/1,050)

632화

강진은 귀신들과 함께 거리를 걷다가 골목 한쪽에 있는 통닭집 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통닭집에서 내가 배달을 했었지.”

그 후에도 강진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곳곳을 가리켰다.

“여기 호프집에서는 서빙을 했 었지. 아, 저기 편의점에서도 일 했었고.”

강진이 일했던 곳을 하나씩 짚 을 때마다 배용수가 웃었다.

“무슨 삼보일배하는 것도 아니 고, 열 보를 걸을 때마다 아르바 이트한 곳이 있냐?”

“아르바이트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이동 거리지. 집에서 가까운 곳부터 찾아서 해야 이동 시간을 줄일 수 있으니까.”

“그럼 이 동네에서 안 해 본 일 이 없겠다?”

“아르바이트 쓰는 데는 최소 한

번씩은 들락거렸지.”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말했다.

“그래도 강진 씨가 일은 잘했나 봐요. 오는 길에 본 사람들 모두 강진 씨한테 웃으며 말을 걸었잖 아요.”

이혜미의 말대로, 오는 길에 마 주친 상가 사장들이나 예전 손님 들이 그를 기억하고는 웃으며 인 사를 건넸던 것이다.

“제가 또 아르바이트 쪽에서는 호날두 아니겠습니까.”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눈을 찡 그렸다.

“이 시국에 호날두라고?”

“아차!”

시국을 떠올린 강진이 웃으며 말을 바꿨다.

“손홍빈이라고 하자.”

“그래. 손홍빈이 호날두보다 못 할 것이 뭐야.”

이야기를 나누며 길가로 나온 강진이 한쪽 건물을 가리켰다.

“여기가 내가 일하던 피시방’.”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건물을 보았다. 건물 2층에 피시방이 있 었다.

“들어가자.”

강진이 앞장서서 안으로 들어가 자, 귀신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 로 주위를 둘러보며 그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생각해 보니 죽고 나서 피시방 은 한 번도 안 가 본 것 같아 요.”

이혜미의 말에 배용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가 본 적은 없는데…… 사실 피시방에 게임 못하는 귀신 이 가서 할 것도 없잖아요.”

“하긴, 난 살아서도 피시방 잘 안 갔네요.”

게임 안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피시방은 리포트 작성이나 프린 터를 쓰러 가는 곳일 뿐이니 말 이다.

강진은 귀신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피시방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에 들어간 강진은 직원이 카운터 한쪽에서 라면을 끓이는 것을 보았다.

‘피시방에선 역시 라면이지.’

게임 도중 라면을 먹고 다시 게 임을 하는 게 일품이라 아저씨들 이 자주 시켜 먹었었다.

당구장의 자장면과 같은 급이라 고 할까?

옛 기억을 떠올린 강진은 주위

를 두리번거렸다. 피시방엔 여전 히 아저씨들이 많았다.

“근데 아저씨들이 많네.”

“여기가 일대에서는 열혈성주 아지트로 유명하거든. 멀리에서 도 여기로 게임하러 와.”

“피시방이 한둘도 아닌데 뭘 여 기까지 하러 와?”

“게임은 여럿이 해야 재밌으니 까.”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강진은 한 쪽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중년

남자를 보고는 그에게 다가갔다.

“사장님.”

강진의 부름에 중년 남자가 고 개를 돌려 그를 보더니 웃었다.

“강진아! 오랜만이다.”

“잘 지내셨죠?”

“나야 잘 지냈지. 잠깐만……

사장은 던전에 있던 자신의 캐 릭터를 마을에 세워두었다.

그러고는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 켰다. 그에 강진이 앉자 사장은

강진의 자리에 있는 컴퓨터로 열 혈성주를 켰다.

“너 오기 전에 미리 한 번 쫘악 밀어서 깨끗하다.”

“수고하셨어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사 장이 말했다.

“일단 물건부터 보자.”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로그 인 창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 력한 뒤 엔터를 눌렀다. 그와 동 시에 강진의 주머니에서 작은 진

동이 울렸다.

그에 강진은 주머니에서 구형 핸드폰을 꺼냈다. 임호영이 사용 하던 핸드폰이었다.

홈페이지에 접속할 때는 OTP를 거치지 않아도 되었지만, 게임에 접속하려고 하니 OTP 알람이 온 것이다.

통신사 서비스는 더 이상 이용 할 수 없지만, 강진이 자신의 핸 드폰과 모바일 핫스팟을 연결해 놓아서 인터넷 사용은 가능했다.

OTP 번호를 입력하자 접속이 되면서 캐릭터들이 나타났다.

“오! 여기 웬 귀신들이 이리 많 이 왔어?”

캐릭터를 보던 강진은 낯선 목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배용수와 여직원들 근처에 못 보 던 귀신들이 모여 있었다.

‘피시방에 귀신들이 이리 많았 나?’

처음 보는 귀신이 넷이나 되는 것에 강진이 살짝 놀란 눈으로

그들을 보았다.

이런 밀폐된 장소에 귀신이 넷 이나 있다는 것은 상당히 놀랄 일이었다.

귀신들도 자신들이 있으면 사람 에게 안 좋은 것을 알기에 밀폐 된 장소에는 많이 모이지 않았 다.

그리고 귀신 간에도 간격을 지 키며 머무는 편이었다. 그런데 피시방에 넷이나 있다니.

‘여기 터가 안 좋겠네.’

넷이나 몰려 있으면 사람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그리 고 자신을 몰라보는 것을 보면 가게에 다니던 손님이나, 이전에 머물던 귀신들도 아닌 것 같았 다.

“응? 얘 우리 보는 것 같은데?”

“어? 진짜 우리 보네?”

귀신들이 놀란 눈으로 서로를 보며 수군거리는 것에 강진이 힐 끗 배용수를 보았다.

그 시선에 배용수가 한숨을 쉬

었다.

“그래. 대변인이 나서야지.”

작게 중얼거린 배용수가 귀신들 에게 다가갔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배용수가 하는 설명을 들은 귀 신들은 호기심과 놀람이 어린 눈 으로 강진을 보았다.

“강진아.”

사장의 부름에 강진이 그를 보 았다. 사장은 뭐하냐는 듯 자신

을 보고 있었다. 그에 강진은 다 시 화면을 보았다.

화면에 떠 있는 캐릭터 창에는 강진이 봤던 캐릭터 외에도 여러 캐릭터가 있었다.

“캐릭터가 많네요.”

강진의 말에 사장이 고개를 끄 덕였다.

“그 정도 아이템을 맞춘 사람이 캐릭터를 하나만 키웠겠어? 근데 이 사람 언제 죽은 거야?”

“글쎄요.”

“친하다며?”

“그 가족하고 친한 거고, 돌아 가신 분은 못 만났거든요.”

죽은 후에는 만났지만 말이다.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사장 은 레벨이 제일 높고 화려한 검 을 찬 캐릭터를 가리켰다.

“들어가 봐.”

사장의 말에 강진이 캐릭터에 접속을 하며 물었다.

“그런데 요즘 장사 어떠세요?”

사장은 입맛을 다시며 답했다.

“요즘 장사 잘 되는 곳 있나.”

“안 되시나 보네요.”

말을 하며 강진은 뒤에 있는 귀 신들을 보았다. 그러는 사이 사 장이 말했다.

“너 예전에 있을 때에 비하 면…… 매출이 한 삼십 프로 정 도 줄었지.”

“삼십 프로나요? 왜요?”

강진은 의아한 듯 사장을 보다

가 가게에 있는 손님들을 보았 다.

전에 비해 손님들이 조금 줄기 는 했지만, 많이 준 것처럼 보이 지는 않았다.

“장시간 이용하는 단골들이 빠 져서 그래.”

“ 단골요?”

강진의 물음에 사장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귀신 봤다는 사람이 있어서 말 이야.”

“귀신요?”

“헛소리지. 어휴.”

사장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강진 대신 마우스를 잡고는 클릭 을 하며 말했다.

“일단 마을부터 가자.”

사장은 임호영의 캐릭터를 마을 로 옮기며 말을 이었다.

“너도 아는 사람이야. 저기 27 번에서 늘 하는 놈 있지.”

“아…… 그 대학 중퇴하고 게임

하던 사람요?”

대학 중퇴하고 게임을 한다고 해서 곱게 보진 못했지만, 게임 에 재능이 있긴 했는지 게임을 직업으로 하던 사람이었다.

열혈성주를 하면서 돈도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를 그 사람에게 도 들었었고 말이다.

“한 며칠 계속 게임만 하다가 갑자기 비명 지르더니 ‘귀신이 다!’하고는 기절을 해 버리더라 고.”

“그런 일이 있었어요?”

말을 하며 강진은 힐끗 귀신들 을 보았다. 하지만 귀신들은 배 용수와 이야기를 하느라 강진을 보지 않고 있었다.

“귀신이 무서워서 못 오겠다고 다른 곳으로 갔는데…… 그놈하 고 친한 사람들 빠지고 하다 보 니 매출이 줄었어.”

“하긴, 그런 장시간 손님들이 있어야 매상이 오르니까요.”

피시방에서 장시간 게임하는 사

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매상에 도움이 된다. 피시방 비용도 있 지만, 게임을 오래 하면서 음료 수부터 과자, 라면과 김밥 등 군 것질을 많이 하는 것이다.

그런 단골들이 빠져나가니 매상 에 타격이 오는 것이다.

“이틀 죽어라 게임만 하니 헛것 이 보인 거지. 귀신은 무슨.”

사장은 신경질이 난다는 듯 인 상을 찌푸린 채 강진을 보았다.

“너 여기 일하는 동안 귀신 본

적 없잖아.”

말을 하는 사장의 눈동자가 살 짝 흔들렸다.

“일하는 동안은 없죠.”

말을 하며 강진은 다시 귀신들 을 힐끗 보았다.

‘일 안 하는 지금은 있지만요.’

강진의 말에 사장이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그것 보라니까. 에이! 나쁜 놈! 내가 그동안 공짜로 준 라면이

몇 그릇인데…… 어떻게 단골들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가.”

입맛을 다시며 화면을 보던 사 장은 게임 내 창고를 열어서는 그 안에 있는 아이템들을 보았 다.

“확실히 아이템들이 많네. 그리 고 게임 머니도 많고.”

“게임 머니 가격은 안 떨어졌어 요?”

“게임 머니야 게임 회사에서 관 리를 하니까. 많이 풀렸다 싶으

면 이벤트 같은 거로 소모하게끔 유도해서 시세 잡아 두지.”

사장은 수첩에다 아이템 목록을 적으며 말을 이었다.

“잡템까지 처분하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잡템은 대충 정리해 주세요. 아니면 사장이 사시든가요.”

큰 덩어리가 중요하지, 잡템들 정도는 사장에게 싸게 넘길 수 있었다.

“그럼 나야 좋은데 괜찮겠어?

잡템이기는 해도 이거 다 팔면 몇백은 나올 것 같은데?”

몇백이라는 말에 놀란 눈을 하 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아이템 사이트에서 물건 을 팔아도 수수료를 내야 한다.

수수료라고 생각하고 사장에게 싸게 넘기면 될 일이었다. 그리 고 김영지에게 허락도 받았고 말 이다.

사장이 신경 써서 물건 팔아주 는 만큼 보상도 해 줘야 했다.

일단 저숭은 공짜로 사람을 부 리는 걸 싫어하니 말이다. 다만 잡템 금액이 조금 많아서 놀랄 뿐이었다.

“사장님께서 알아봐 주시는데 이 정도는 해 드려야죠. 그리고 주인에게 허락도 받았어요.”

“그렇다면야 오케이.”

사장은 기분 좋게 웃으며 아이 템들을 살폈다. 그것을 보던 강 진은 슬쩍 귀신들을 보았다.

‘지박령은 아닌 것 같은데……

보니 일반 귀신이지, 피시방에 묶여 있는 귀신들이 아니었다. 그냥 피시방에서 죽치고 있는 모 양이었다.

한편, 귀신들은 호기심 어린 눈 으로 강진을 보았다.

“저승식 당이라니…… 세상에 이 런 일이.”

“귀신인 우리들도 세상에 이런 일이야.”

“그건 맞지.”

“귀신이 된 것도 황당한데……

귀신들을 상대하는 사람을 보다 니.”

귀신 넷이 서로 한마디씩 하는 것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 렸다.

‘넷이 친구인가?’

넷 다 20대 초반 정도로 보였 고, 서로 또래인 듯했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사장 은 돈이 될 만한 아이템들을 수 첩에 마저 적고는 말했다.

“그런데 이 친구 쪽지가 많이

왔는데?”

“쪽지요?”

“귓속말도 온다. 생전에 같이 게임하던 사람들인가 보다.”

강진이 화면을 보자 하단 왼쪽 에 있는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오 고 있었다.

〈강철신검: 우와! 형 복귀하신 거예요?〉

〈인생무상: 이야, 이게 얼마 만

이에요.〉

〈묵히: 길마…… 나쁜 길마……

우리를 버리고 가 버렸던 길마가

다시 와 버렸누. 그런데 나는 이

미 다른 길드고... 이걸 어쩌면

좋누.〉

채팅을 보던 강진이 사장을 보 자, 그가 말했다.

“친구가 접속하면 화면에 접속 했다고 뜨니까. 그런데 강철신 검? 내가 아는 그 강철신검인

가?”

“아는 사람이에요?”

“여기 서버 성주 중 한 명이라 이쪽에서는 꽤 유명하지. 유트브 로 게임 방송도 해서 더 유명하 고.”

사장은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말을 이었다.

“이 사람들, 캐릭터 주인 죽은 줄 모르는 모양인데 어떻게 할 래?”

사장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

가 말했다.

“이거 답장 어떻게 해요?”

“부고 알려주게?”

“알려줘야죠.”

강진은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들 을 보며 말했다.

“게임이라도…… 친한 형님이 죽으면 슬픈 건 마찬가지잖아 요.”

강진의 말에 사장은 고개를 끄 덕이고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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